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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대추차 끓여놨어. 공복이니까 일단 텀블러에 부어줄게. 가게 갖고 가서 마셔.”

하예정은 살짝 의외라는 듯 그를 쳐다봤다.

‘지금 날 위해 대추차를 끓인 거야?’

전태윤은 텀블러를 깨끗이 씻고 다 끓인 대추차를 안에 부었다. 그는 덮개를 꼭 닫은 후 봉투에 담아 그녀에게 건넸다.

“꼭 마셔.”

하예정은 봉투를 건네받고 그윽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 갈게요.”

전태윤은 제자리에 서서 떠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르신이 그런 손주 녀석에게 쏘아붙였다.

“네가 좀 데려다주면 덧나?”

“예정이 가는 길 알아요.”

할머니는 할 말을 잃었다.

관심할 줄도 알고 이제 막 칭찬하려 하는데 금세 뒤통수를 치다니. 할머니는 손주 녀석이 참 한심했다...

“할머니, 아까 예정이가 날 바라보는 눈빛 보셨죠? 할머니가 없었으면 분명 나한테 입맞춤했을 거예요.”

할머니는 말문이 막혔다.

전태윤은 아쉬움만 가득 남긴 채 할머니 옆에 앉아 묵묵히 아침을 먹었다.

“예정이가 두꺼운 외투 안 입은 것 같은데.”

할머니가 불쑥 말했다.

이에 전태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중에 갖다 줄 거예요.”

할머니는 흡족한 듯 그를 쳐다보았다.

하예정은 급하게 나가면서도 언니한테 전화해 우빈의 상태를 묻는 걸 잊지 않았다. 언니가 휴가를 냈다는 말에 그녀도 더는 언니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가게로 갔다.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놓치니 가게 문을 열고 간단하게 청소만 할 뿐이었다. 밖에 비가 내려 문 앞에 진열대를 내놓지 않아서 가게 안이 더 비좁아졌다.

하예정은 서재의 먼지를 꼼꼼하게 털었다.

며칠 뒤면 학생들의 겨울 방학이 시작될 테니 그녀도 서점 문을 닫고 구정을 보내러 갈 예정이었다.

“예정 누나.”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커다란 장미꽃 한 다발이 보였고 그 뒤에 꽃다발을 안은 김진우가 보였다.

한동안 안 본 사이로 김진우는 몹시 수척해졌다. 수염도 깎지 않아 예전 같은 밝은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하예정은 담담하게 쳐다보다가 고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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