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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나 입맛 없어요.”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셨는데 입맛이 없다니, 당신이 얼마나 걱정되는지 알아? 애들도 다 당신 눈치만 보고 있어. 둘째는 당신 기분이 안 좋은 걸 알고 바로 달려왔어.”

이들에겐 세 자녀가 있는데 맏이는 듬직하고 성숙한 편이지만 둘째는 집에 머무르는 성격이 아니다. 막둥이는 가장 사랑받고 있는 성소현인데 얼마 전까지 전태윤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이제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이어트 하는 셈 치죠.”

이경혜가 침대에 누웠다.

“나 잘래요.”

성문철은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뜻을 따랐다.

입맛이 없다니 계속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경혜는 고집이 참 센 편인데 딸아이가 그 점을 쏙 빼닮았다.

전태윤이 좋다고 수년간 쫓아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포기하지 않더니 결국 직접 당하고 나서야 마음을 접었다.

밤새 부부는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다음날, 부슬비가 내려 안 그래도 쌀쌀한 아침이 더욱 춥게 느껴졌다.

전태윤이 먼저 깨어났다.

옆에 누운 하예정은 새벽에 추웠던지 무심코 그의 품에 쏙 안겨 몸을 녹였다.

고개 숙여 귀여운 그녀를 쳐다보는 전태윤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눈 뜨자마자 사랑하는 여자가 옆에 누워 있는 걸 보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달콤했다.

그는 하예정을 몇 분 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잠이 깰까 봐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내려 하늘도 음침한 게 조깅은 무리일 듯싶었다.

전태윤은 잠깐 서 있다가 걸음을 옮겼다.

십 분 후, 그는 방에서 나와 곧게 주방으로 갔다가 일 분도 채 안 돼 다시 되돌아왔다.

발코니에서 강일구에게 전화를 걸자 곧바로 통화가 연결됐다. 전태윤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분부를 내렸다.

“강일구, 호텔 가서 조찬 3인분 포장해와.”

“네, 알겠습니다.”

강일구는 공손하게 대답하고 도련님이 전화를 끊자마자 호텔로 출발했다.

도련님께서 발렌시아 아파트를 고른 게 참 다행이었다. 호텔과 회사가 그리 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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