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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이제 막 몇 걸음 걸어갔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그녀의 방이 아니라 전태윤의 방이었다.

그는 따뜻한 잠옷을 입고 물컵을 들고 나왔는데 보아하니 물 마시러 가려는 듯싶었다.

정면으로 마주친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전태윤은 불을 켜고 하예정에게 물었다.

“아직 안 잤어?”

하예정은 살짝 난처한 얼굴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게... 할머니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도저히 잠들 수가 없어서요.”

전태윤은 그녀의 방문 앞에 다가가 문을 열고 안을 힐긋 들여다보았다. 할머니의 요란한 코골이 소리가 일부러 연기하는 소리라는 걸 그는 바로 알아챘다. 전태윤은 방문을 닫고 하예정에게 물었다.

“그럼 넌 어디서 자려고?”

“숙희 아주머니 방에 들어가려 했는데 좀처럼 깨어나지 않으세요. 방문도 안으로 잠겨서 들어갈 수 없어요. 그냥 소파에서 자야죠 뭐.”

전태윤이 물을 따르러 가면서 소파에 놓인 베개와 외투를 보았다.

“오늘 밤 꽤 춥더라고요. 비까지 오니 발이 너무 차가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방에 돌아가 양말 챙겨 신고 나오려고요. 태윤 씨, 우리 내일 이불 몇 개 더 사 와요. 손님방에 침대도 하나 마련하고요.”

애초엔 부부가 각방을 쓰느라 손님방에 침대를 놓을 생각이 아예 없었다. 숙희 아주머니가 오신 후에도 아주머니의 침대와 옷장만 마련했을 뿐 다른 손님방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하여 오늘 밤 이 집안의 안주인 하예정은 잘 곳이 없어졌다.

“태윤 씨 방에 물 있잖아요.”

하예정은 그에게 얼굴을 씻겨줄 때 방을 한번 둘러보았는데 없는 게 없었다.

전태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물은 있는데 아직 끓이지 않았어.”

하예정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물을 따르고 제 방으로 돌아가는 전태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태윤 씨.”

문 앞까지 도착한 전태윤이 그녀의 부름에 걸음을 멈췄다. 그는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할지 기대했다.

“혹시... 태윤 씨 방에 이불 하나 더 있어요?”

“없어.”

“그럼... 태윤 씨 침대 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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