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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전태윤이 잠에서 깼을 때 하예정은 이미 밖에 나가버렸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랑 잤으면 내가 깨어날 때까지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예정이 그 말을 들었으면 어이가 없어 뒷목을 잡을 것이다.

‘저기요, 태윤 씨,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건 아니죠. 누가 누구랑 자요. 우린 단지 한 침대에서 잠을 잤을 뿐이라고요.’

전태윤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가 밖으로 나왔을 때 온 집안에는 반려동물 강아지와 고양이를 제외하곤 세 여인 모두 보이지 않았다.

보아하니 장 보러 간 게 틀림없었다.

전태윤은 발코니의 그네에 앉아 어젯밤 아내와 함께 보낸 기억을 되새기며 몇 마디 요약했다.

‘비록 적응되지 않지만 은근히 기대되네.’

잠시 후 하예정 일행이 돌아왔다.

그녀는 식자재 말고도 침구 용품까지 사 왔다. 가구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새 침대를 고르지 못했는데 이따가 다시 나가서 침대를 산 후 손님방에 놓아야만 안심하고 출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참, 오늘 출근 안 하지.’

전태윤은 오늘 휴가 내고 그녀와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바람 쐬러 펜션에 가기로 했다.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려야 하니까.

인기척 소리를 들은 전태윤은 그네에서 내려 방안으로 들어왔다. 와이프가 크고 작은 봉투를 한가득 들고 있었는데 죄다 침구 용품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한없이 짙어졌지만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태윤아, 너 아직 집에 있었어? 출근한 줄 알았더니.”

어르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손주 녀석을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못난 놈.’

“할머니, 나 오늘 하루 휴가 냈어요. 이따 아침 먹고 광명 아파트에 우빈이 데리러 갔다가 우리 함께 서교에 있는 펜션으로 바람 쐬러 가요.”

전태윤은 할머니의 싸늘한 눈빛을 뒤로한 채 가까이 다가오며 오늘의 스케줄을 얘기했다.

그는 하예정의 손에 든 침구 용품까지 들어서 빈 손님방에 내려놓았다.

그의 말을 들은 할머니가 되물었다.

“며칠 있을 건데?”

“딱 오늘 하루요.”

“거긴 펜션이야. 하루만 가서 뭘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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