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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전태윤은 그녀가 옷 벗는 남자를 볼 때 비명을 지르기보다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심지어 손을 뻗어 대뜸 만지고 싶어 하는 여자인 걸 너무 잘 알았다.

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더는 야릇한 자세로 그녀를 감싸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에게 아무 소용 없으니까.

“귀마개 껴. 그럼 잘 수 있잖아.”

하예정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불편해서 못 자요.”

전태윤은 이불 없이 소파에서 자려는 그녀를 텅 빈 손님방에 보낼 수는 없었다. 그도 오늘 밤이 매우 쌀쌀했다. 잠시 고민하던 전태윤은 물컵을 들고 다시 제 방으로 걸어갔다.

“내 방에서 자.”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예정은 흠칫 놀랐다.

어쩌다 한번 정색하니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전태윤은 문 앞에 다가가 걸음을 멈추더니 꿈쩍 않는 하예정을 바라보며 짙은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싫으면 소파에서 자고.”

그는 말하면서 방에 들어가 문을 닫으려 했다.

이미 베개까지 챙긴 하예정은 쏜살같이 달려와 한쪽 발을 문틈에 비집어 전태윤이 문을 닫지 못하게 했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 아부가 담긴 미소가 지어졌다.

“싫을 리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태윤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하예정은 아무것도 못 본 척하며 베개를 챙기고 그를 스쳐지나 방 안에 들어갔다.

아침에 전태윤을 도와 얼굴을 씻겨줄 땐 자세히 방을 둘러보지 못했는데 두 번째로 들어오니 저도 모르게 주변을 쭉 훑어보았다.

그의 방은 하예정이 청소를 해줄 필요가 없었다. 전부 전태윤이 직접 하는데 먼지 하나 없었다. 할머니는 그가 결벽증이 조금 있다고 했는데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

방 구경을 마친 후 하예정은 곧바로 큰 침대에 털썩 누워 베개를 내려놓으며 영역표시를 했다. 그러고는 이불까지 끌어와 살포시 덮었다.

편안한 침대에 따뜻한 이불까지 덮으니 완벽 그 자체였다.

그녀는 누운 지 2분도 안 돼 다시 일어나 베개를 침대 끝에 내려놓고 방향을 바꿨다.

“우리 서로 반대 방향으로 누워요. 내가 침대 끝에 누울게요.”

전태윤이 다가와 굳은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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