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정군호는 불만이 쌓여도 감히 아내를 속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다행히 정군호 아들딸이 그에게 몰래 용돈을 조금씩 건네주었기에 그나마 넉넉하게 살 수 있었다.이은화는 아들딸의 효도하는 행위를 해 관해 끼어들지 않았다.물론 정군호가 감히 밖에서 바람을 피운다면 이은화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이은화는 일찍이 남편에게 만약 바람을 피우게 되면 반드시 그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정군호 또한 아내가 말하면 말한 대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수십 년 동안 수많은 여자가 그에게 매달렸지만, 그는 감히 그 여자들에게 가까이조차 가지 못했다.“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야.”이은화가 엄숙하게 타일렀다.이윤정은 더는 불평하지 못했다.잠시 후 이윤정은 또 입을 열었다.“엄마, 제가 잘못했다고 해도 언니는 제 카드를 정지시키면 안 돼요.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요? 언니는 아직 가주 자리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저한테 이렇게 대하면 앞으로 가주 자리에 오르게 되면 제가 살길이 있겠어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곁에서 자랐잖아요. 엄마가 저에 대한 사랑도 저는 모두 느낄 수 있거든요.”“저는 줄곧 저를 이씨 가문 사람이엇고 친아버지가 한 나쁜 짓도 저는 몰랐단 말이에요. 저는 정말 죄 없는 사람이에요. 어머니께서도 말씀하셨죠. 제가 영원히 이씨 가문의 자식이라고요. 그런데 엄마가 출장 가신 지 겨우 보름 만에 저를 괴롭히고 제 카드도 정지시켰어요. 만약 앞으로 언니가 가주 자리에 오르게 되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요?”“네 명의로 된 재산으로는 부족했던 거야? 용돈이 모자라서 이래?”이은화가 담담하게 물었다.이윤정이 지금 쓰고 있는 용돈은 하루 100만 원 한도의 카드가 아닌 이은화가 따로 이윤정에게 준, 이윤정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신용카드였다.“제 명의로 된 재산은 별로 없는걸요. 겨우 집 몇 채에 차 두 세대, 그리고 상가 두 집뿐이에요. 적금도 겨우 10자리밖에 안 되는걸요.”그녀의 적금은 20억
“네 명의로 된 집과 상가만으로도 임대료가 한 달에 수천만 원이야. 보통 사람에게는 그들의 1년 수입이야. 넌 이미 많은 사람보다 좋은 삶을 살고 있어.”이윤정은 서러운 어조로 되물었다.“지금 제가 돈을 많이 썼다고 저를 꾸지람하시는 거세요?”“그런 뜻이 아니잖아. 엄마는 단지 네가 수만 명의 사람보다 더 잘 살도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야. 그만 화내. 며칠 뒤에 엄마가 돌아가면 네 카드를 풀어줄게. 윤미도 좀 혼내고 너 대신 화풀이해줄게. 그런데 윤미 차를 들이박은 건 수리비를 물어줘야 해. 아니면 엄마는 너를 돕고 싶어도 떳떳하지 못해. 어쨌든 윤미도 내 딸이잖아.”이윤정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제가 차 수리비를 언니에게 줄게요. 그러면 엄마가 집으로 돌아와서 저를 위로해 주실 거죠?”“그럼, 엄마가 돌아갈 때 너한테만 선물을 사 갈게. 넌 내가 직접 키운 자식이야. 어떤 상황이든지 윤정이 넌 영원히 내 마음속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울지 말고, 화내지도 마. 그럴 필요 없어. 윤미도 나한테 혼나기만 했잖아. 어렵게 우리 가문의 주인으로 될 기회가 생겨서 그러는 거야. 엄마가 돌아가서 윤미 용돈도 줄일게. 걱정하지 마.”이윤정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고마워요. 엄마 최고예요! 제가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일찍 쉬세요.”이윤정은 이은화에게 고발하고 또 어머니의 위로를 받더니 그제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이윤미는 여전히 어렸다.이윤정이 전화를 끊은 후 이은화는 바로 이윤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윤미는 그 시각 이씨 가문의 대표 사무실에 앉아있었다.이윤미는 진작에 모든 일을 다 처리해 놓았다.지금 그녀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에 돌아오기 전에 설립한 회사로서 그 회사도 현재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씨 그룹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이씨 그룹은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비록 요즘은 강성의 주요 그룹 중 최하위권에 위치할지라도 그 내력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은화가 전태윤의 혼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관성으로 간 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윤미는 잘 알고 있었고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이윤미는 관성에 사람을 보내 소식을 알아보게 하고 싶었지만 이은화에게 들킬까 봐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은화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관성은 전씨 가문, 노씨 가문, 소씨 가문, 성씨 가문의 땅이었다. 이 네 가문이 한통속인 이상 이은화가 관성에서 무언가를 하려 해도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었다.이윤미가 아직도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자 이은화의 말투가 온화해졌다.“윤정이한테서 들었어. 네 오빠들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뒀다고 네가 형수님 앞에 들쑤셨다며? 게다가 윤정이 은행 카드도 동결시켰다며?”이윤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제가 한 거 맞아요. 근데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이미 결혼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유부남이라면 가정에 충실하고 결혼생활에 충실해야 하는 거잖아요. 형수님들도 저보다 윤정이를 더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저 체면을 봐서 저한테 잘해주는 거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하지만 다 같은 여자잖아요. 그래서 전 형수님이 불쌍해 보여요. 속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고 싶지도 않고요. 오빠들이 밖에 다른 여자를 두고 있다는 거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요. 형수님들만 모르죠. 어머니도 아시잖아요.”“모른 척하진 못하겠더라고요. 배신당했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반항할 것인지 아닌지는 형수님들 몫이지만요.”“...”“네 오빠들은 그냥 그 여자들을 갖고 노는 것뿐이야. 네 오빠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화풀이 도구일 뿐이라고.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야? 내가 그 여자들이랑 결혼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이씨 가문 가주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윤미야, 네가 한 건 얼핏 보면 맞는 일이야. 하지만 네 친오빠잖니... 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함으로 인해 네 오빠들 결혼생활에 금이 갔잖아. 이 결과가
“윤정이 개인 카드라면 저도 동결할 방법이 없어요. 자기 카드에 있는 돈을 쓰면 되잖아요. 최근에 엄마가 준 카드를 윤정이가 너무 많이 긁어서 제가 동결시킨 거죠.”“윤정이 카드에는 돈이 얼마 없어.”이윤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얼마 없다고요? 그 정도면 많은 거죠. 사람들이 다 부자인 줄 알아요? 평생 번 돈을 다 모아둔다고 해도 그것보다 적은 사람들도 많아요. 윤정이는 그게 적다고 생각한대요? 제가 카드를 동결시켰다고 엄마한테 더 달라고 하던가요?”“윤정이는 고의로 제 차를 망가뜨렸어요. 차를 수리하는 데 몇천만 원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윤정이가 배상해야지 누가 배상하나요? 자매라고요? 그렇게 말하면 윤정이는 이씨 가문 사람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윤정이가 이씨 가문 사람이라고 해도 제가 왜 배상을 요구하지 말아야 하는데요?”이은화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윤정이 명의로 된 집들 임대료만 해도 한 달에 몇백만 원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한 달에 버는 것과 비교하면 몇 배, 십몇 배나 되는 돈이라고요.”“됐어... 윤정이 잘못이 맞긴 해. 내가 돌아가면 윤정이한테 네 차 수리비를 배상하라고 할게. 대신에 내가 준 카드는 돌려줘. 그리고 네가 윤정이 용돈 액수 좀 줄이면 되잖아. 화도 좀 가라앉히고... 또 내가 윤정이를 더 예뻐한다느니 이런 말은 하지 말고.”‘윤정이를 더 예뻐하는 거 맞으면서...’“엄마, 저더러 윤정이 용돈을 깎으라고요? 제가 손을 대면 끝도 없다는 거 아시죠? 이씨 가문 친자식도 아니면서 이씨 가문에서 자랐으니 이젠 그 은혜를 갚아야죠.”“전 아예 용돈을 주지도 않을 거예요. 알아서 돈을 벌라고 할거고요. 이씨 가문에서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는 셈으로 말이죠.”“윤미야, 그렇게 하면 윤정이가 난리를 피울 거야.”“엄마, 윤정이가 소란을 피우는 게 무서우시면 저한테 맡기겠다고 하지 마시든가요...”이은화는 또 목이 메었다.“윤미야,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니? 왜 자꾸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이윤미는 억울하게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이은화가 말했다.“꽤 독하다니까...”그녀는 친딸이 후계자를 하기에 딱 맞는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안심했다.이윤미는 무자비함과 독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은화는 이씨 가문이 그녀 손에 넘어가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경혜는 하예진을 가주로 삼고 싶어 했지만 하예진이 과연 이윤미랑 비교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하예진은 싱글맘인 데다가 식당을 두 곳이나 여는 바람에 평소에도 바빠서 장성까지 가서 이윤미와 가주 자리를 다툴 여력이 없을 것이었다.이렇게 생각하자 이은화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하지만 하예진 뿐이 아니었다. 이은화는 다른 사람들도 막아야 했다. 큰 언니의 딸과 외손녀만 처리하면 이은화의 자리는 이윤미에게 넘겨질 것이었다.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그들을 제거할 생각이었다.한편, 이윤미는 이은화가 전화를 끊자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리고는 검은색 회전의자에 기대어 의자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그때, 이윤미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비서인 방윤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방윤림은 그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공 비서가 관성에 간 건 사실이지만 그날로 비행기를 타고 강성으로 돌아갔대.]그리고 또 이은화가 내일 아니면 모레 돌아올 거라고 전했다.그녀 예상대로 이은화가 계획했던 일들은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은화는 이경혜도 만난 듯했지만 안 좋게 헤어진 것 같았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내온 메시지를 받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알겠다고 답장했다.그러자 방윤림이 곧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이윤정이 엄마한테 고자질해서 방금 한바탕 꾸중을 들었거든. 기분이 좋진 않지.]그러자 방윤림이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지금 데리러 갈까? 바람이나 쐬러 가자.]이윤미는 망설이지 않고 알겠다고 답장했다.이윤미는 돌아온 지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항상 그녀 편에 서주는 사람조차 별로 없었다.하지만 그런 그녀가 가장 믿는 사
이윤미는 알겠다고 하며 방윤림에게 말했다.[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오는 길에 길가에 있는 상점에 가서 아이스크림 있는지 봐봐. 브랜드 상관없이 컵에 담긴 거면 돼.]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이면 여기저기 안 흘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윤미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평소 같았으면 방윤림은 그녀에게 찬 음식을 적게 먹으라고 권했을 것이지만 오늘은 그녀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생각해 따뜻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이윤미는 그의 대답을 듣고서야 휴대폰을 내려 놓았다.휴대폰을 책상 위에 놓고 이윤미는 일어서서 창가로 걸어갔다.이씨 그룹 사옥은 고씨 그룹 사옥만큼 높지는 않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사옥보다는 몇 층 높았다.이윤미의 사무실은 옥상보다 한층 낮았기에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면 주변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강성은 번화한 도시였다.밤에는 곳곳에서 불빛이 눈 부시고 보이는 거리마다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서 시끌벅적해 보였다.다른 사람들은 이 밤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녀는 여전히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비록 이은화가 회사에 없으면 그녀가 회사에서 최고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니었다. 공적인 일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방해했다. 특히 세 명의 친오빠는 이윤미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며 그녀의 일에 협조해 주지 않았다.그녀는 고의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친오빠들이 괴롭힐 때마다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는 울면서 달아났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을 시켜 오빠들을 제압했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이윤미는 오빠들이 자기에게 아무 권력도 없다고 착각하게끔 했다.오빠들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만큼, 그녀도 마찬가지로 오빠들을 편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그들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내연녀가 생기면서 결혼에 충실하지 않자 이윤미는 그들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형수님들에게 알렸다. 그래서
이윤미가 퇴근시킨 것이었다. 그녀가 야근을 하는 건 자기 회사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씨 그룹에 있는 비서는 도울 수 없는 일이었다.밖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일부 부서는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이윤미의 사무실이 있는 층에는 없었다.그녀는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입구로 향했다.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하자 어떤 남자가 꽃다발을 안고 엘리베이터 입구에 기대어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윤미와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바로 정군호가 그녀와 엮으려던 강씨 가문 도련님인 강명훈이었다.정군호가 두 사람을 엮어주려 할 때, 그녀는 방윤림에게 부탁해서 강명훈을 조사하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술을 마시며 놀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데다가 여자들이랑 놀기만 하는 도련님을 소개시켜주다니...이은화도 이윤미의 편을 들면서 선을 보지 말라고 거절했지만 그녀를 친딸로 보지 않던 정군호는 끝까지 강명훈과의 만남을 주선했다.“윤미 씨.”강명훈은 똑바로 서더니 꽃다발을 안고 이윤미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웃으며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넸다.“퇴근했어요? 윤미 씨가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다는 거 알고 일부러 꽃다발을 사서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제가 밥 사드릴게요.”이윤미는 그가 건넨 꽃다발을 한 손으로 밀치며 차가운 표정으로 거절했다.“감사합니다만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강명훈의 곁을 지나갔다.“윤미 씨.”강명훈은 이윤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피해버렸다. 그러자 그는 다시 이윤미 앞으로 달려가서는 두 팔을 벌려 그녀 앞을 막는 것이었다.그의 시선은 이윤미의 얼굴로부터 점점 아래를 향했다.정군호는 강명훈에게 그가 아주 마음에 든다면서 그에게 이윤미를 꼬시라고 했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이씨 가문의 사위로 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이씨 가문 여자들은 시집을 가는 게 아니라 데릴사위를 들이는 편이었다. 데릴사위라고 하면 많은 남자들이 수치스
“윤미 씨, 그러지 말고요. 저 윤미 씨한테 첫눈에 반했거든요. 잠깐 얘기 정도는 나눌 수 있잖아요.”강명훈의 시선은 이윤미의 슈트 넥라인에 떨어졌다.‘시골에서 자랐어도 예쁘네... 몸매도 괜찮고. 역시 이씨 가문의 친자식이야. 역시 이런 귀한 기질은 타고난 거라니까. 자란 환경에 영향받지 않았어.’그녀의 좋은 몸매를 보고 있자니 강명훈은 마음이 근질근질해져서 침을 흘렸다. 그는 당장 이윤미에게 달려들고 싶었고 그녀와 몇 번이고 침대에서 구르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이윤미도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이렇게 생각한 강명훈은 사양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이윤미는 그의 건방진 손을 덥석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강명훈은 똑바로 서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려 했지만 내친김에 두 팔을 벌려 그녀를 꼭 껴안으려 했다.그러자 이윤미가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것이었다.연약해 보이는 이윤미가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다.땅바닥에 심하게 넘어지자 강명훈은 허리가 부러지는 것 같았고 팔이 아픈 데다가 머리도 어지러워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땅에 넘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이윤미는 발을 들고 그를 걷어차 버렸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었기에 뾰족한 굽으로 몸을 걷어차니 그는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강명훈은 반항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기회를 놓쳤고 일어나기도 전에 이윤미에게 심하게 걷어차였던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세게 걷어찼고 강명훈은 아파서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얼굴, 입, 손, 그리고 발까지 이윤미에게 안 맞은 곳이 없었다.그녀는 강명훈의 손등을 짓밟았고 그는 너무 아픈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때리지 마요, 때리지 마요... 윤미 씨,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때리지 마세요...”강명훈은 끊임없이 용서를 빌었다.‘어르신이 나를 속이신 건가? 분명 윤미 씨는 연약하고 만만하다고 하셨는데... 억지로 들이대면 넘어올 거라고, 나랑 잠자리만 가지면 결혼하게 될 거라고 했었는데...’‘이 여자가
여운별은 의아했다.“제가 왜 얼굴을 바꿔야 하죠? 저는 저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바꾸고 싶지 않아요.”용태호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싫으시면 가면을 쓰고 다니세요. 문을 나설 때마다 인피 가면을 쓰고 다니시면 돼요. 제가 준비해 드린 이 가면을 쓰면 누구도 운별 씨를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손오공이 온다 해도 운별 씨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걸요. 그리고 제가 새로운 신분도 드릴게요. 우리의 협력이 끝날 때까지 운별 씨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회복할 수 없어요. 제가 장담하건대, 저의 일이 잘 처리되면 당신이 원하는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운별 씨에게 드릴게요.”“그리고 운별 씨의 장님 언니는 제가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 운별 씨가 저에게 협조하여 저의 일이 잘 처리된다면 제가 운별 씨가 원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 드릴 수 있어요.”용태호는 마치 그가 전이진을 쥐어 죽이는 것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매우 오만방자하게 말했다.이어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태호 씨가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요? 저의 장님 언니는 이미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거든요. 태호 씨는 관성의 사람이 아니죠? 전씨 가문의 지위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감옥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우리 부모님조차 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도 못 치고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춰야 했단 말이에요.”“전씨 가문은 재력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을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재벌가에요. 또한, 그들의 자손도 많기에 관성에서 많은 재벌가가 전씨 가문과 친척 관계를 맺고 있었고 따라서 전씨 가문을 건드린다는 것은 관성의 상위층 재벌가들 전체와 적이 되는 것과 다름없어요.”여운별은 어리고 그녀의 부모님 밑에서 버릇없이 자라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능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씨 가문이 관성에서의 지위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은 옛
여운별은 도도하게 물었다.중년 남자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제 이름은 용태호라고 합니다. 통성명했으니 우리 이제 아는 사이 아닌가요?”그 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여운별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몸매와 얼굴을 과감하게 훑어보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운별 씨, 앉으세요. 앉아서 얘기 좀 해요.”“태호 씨,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주인인 척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불법 침입이라고요. 아시겠어요? 제가 언제든지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들을 내쫓을 수 있다고요.”용태호의 나이가 40~50대로서 몸 관리도 잘하고 얼굴도 못생긴 편은 아니었으며 품위 있는 중년 남자였다.그러나 용태호의 눈빛이 너무 건방진 탓으로 여운별은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으며 사냥감을 살피는 듯한 표정이 싫었다.“네. 저희 잘못이에요. 저희가 사과드릴게요.”용태호는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이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가서 새 가방을 용태호에게 건네주었다.용태호는 그 가방을 건네받더니 다시 여운별에게 건네주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운별 씨, 이것은 제가 운별 씨한테 사죄 선물입니다. 작은 성의이니 반드시 받으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저는 가방이 부족하지 않아요.”여운별의 태도는 여전히 도도했다.여운별을 세상 물정도 모르고 아무나 준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단 말인가!그 가방은 에르메스 가방이었다.“저는 운별 씨가 지금 가방이 아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용태호는 일어나 그 가방을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먼저 가방을 받아요. 잠시 후에 우리 다시 협력에 관해 이야기합시다.”“제가 지금 돈도, 힘도, 능력도 없는데, 저와 무슨 일을 협력하고 싶으신지 모르겠네요. 또 정씨 아주머니처럼 저와 연합해서 일하겠다고 하고는 성의도 없이 돈 수백만 원만 던져주며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 제가 만만해요?”용태호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웃으면서 되물었다.“정씨 사모님 말씀이신가요?”“네.
여운초는 여천우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말을 건넸다.“운별이가 때렸어?”여운별에게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천우가 대답했다.“응. 그 뒤로 또 내 뺨을 때려고 했는데 내가 피했어. 운별 누나가 우리 부모님 뵈러 갔다가 부모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나에게 물려준 사실을 알고 나한테 따지러 왔거든. 누나, 운별 누나 신경 쓰지 마. 우리 부모님께서 운별 누나를 응석받이로 키우셔서 버릇이 없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랐어. 세상의 악랄함을 맛보아야 성숙해질 거야.”여운초는 그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가슴 아픈 표정으로 만져주면서 말했다.“운별은 미쳤어. 어머니한테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래. 평생 지켜줄 능력이 없으면서 사람을 폐인으로 키우셨어.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어.”추미자 부부가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다.자식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다니, 자식들을 해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오늘날 여운별의 버릇들은 전부 추미자 부부가 초래한 결과이다.“들어가서 얼음찜질 좀 하자.”“응.”두 사람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욕설을 퍼붓던 여운별은 결국 세 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여운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의 집에는 낯선 사람 열 명이나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자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외,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중년 남자 주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그 중년 남자의 경호원으로 보였다.‘내가 잘못 들어왔나?’“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왔네요.”여운별은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운별 씨가 잘못 들어온 게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초대하지 않았는데 운별 씨 허락도 없이 들어왔어요. 운별 씨가 놀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여운별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이 여운별을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그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왜 내가 출소한 뒤로 항상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지?’정현숙도 그렇고 지금 이 낯선 중년 남자도 그렇다.“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제가 운별 씨와 하
하지만 여천우와 여운별 집에서는 여천우가 바로 여씨 가문의 주인이다!여운별은 재빨리 그 100만 원을 확인했다.여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그를 잡아끌며 사정했다.“천우야, 조금만 더 줘. 2000만 원, 아니... 1000만 원도 돼. 100만 원으로는 정말 부족하단 말이야. 운초 몰래 내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과 열쇠를 훔쳐 와도 되고.”여운별은 추미자가 자신에게 집 몇 채를 사준 기억을 떠올렸다.그녀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자지 않고 추미자가 학교 근처에 집을 사주었다.그러다가 여운별이 학교에 다니지 않자 추미자는 그 집을 세주었고 세 값이 얼마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그러나 여운별은 그것이 그녀에게 사준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부동산 증서와 열쇠만 가지게 되면, 집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다.여운별 명의로 된 집들은 학교 부근 주택이라 집 한 채가 10억에 달했다.“운초가 무슨 근거로 내 부동산 소유증까지 가져가? 그건 내 재산인데 왜 운초가 가져가?”부동산 소유증은 추미자 부부 방의 금고 안에 있었다.지난번에 여운초가 여운별을 속여 금고를 열게 한 뒤로 그 안의 귀중한 물품들과 일부 현금은 모두 여운초가 가져갔다.여천우는 여운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내가 엄마 보러 갔을 때 엄마가 나한테 신신당부하셨어. 누나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을 누나가 팔아넘길까 봐 누나에게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그리고 그 부동산은 소유증에는 누나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 이름도 쓰여있어. 엄마 사인 없이 누나가 혼자 집을 팔 수 없을 거야. 눈독 들일 생각하지 마.”여운별은 할 말을 잃었다.그랬다.예전에 여운별이 아직 학교에 다녔기에 추미자가 사준 집에는 추미자의 이름이 등록된 것도 아주 당연했다.여천우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여운별은 또 쫓아가려고 했지만, 여운초가 별장의 입구에 나타난 것을 보더니 그제야 단념하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여운초 남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여운초! 여천우! 난 가만
여천우가 바로 거부했다.“누나, 이건 내가 도울 수 없어. 운초 누나의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돈도 전부 운초 누나가 준 돈이니까. 나도 잠시 운초 누나가 먹여 살려줘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운초 누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겠어?”설령 여천우는 여운초가 여운별의 정지된 카드를 풀게끔 설득할 수 있다고 해도 여천우는 하지 않을 것이다.여천우와 여운초의 의도가 바로 여운별이 함부로 돈을 써서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천우는 여운별을 궁지로 몰아넣어 그녀 스스로 돈을 벌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은 아마도 여운초에게 평생 눌리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어쨌든 여운별과 여운초는 친자매였기 때문에 여천우도 여운별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너도 운초가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이상 나와 손을 잡고 운초를 상대해야지, 운초의 말에 속아 넘어가 부모님을 만나면 어떡해? 그것도 부모님 재산을 너의 명의로 바꾸라고 한 것도 운초의 생각이지? 운초가 가르쳐준 거지?”“천우야, 운초는 우리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을 뿐이야. 내가 어떻게 우리 가문의 재산을 탕진할 수 있겠어? 우리 가문에 사업이 그토록 많은데 우리가 우리 재산을 가져오기만 한다면 돈은 떼처럼 굴러올걸. 우리 남매 3대가 쓰기에도 충분할 거라고.”이때 여천우가 또 반박했다.“운별 누나. 우리 집은 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아. 일부 재산은 운초 누나 소유이고 또 우리 부모님 장사는 법을 어기는 장사야. 일찍 압류당하고 벌금도 낸 거 몰라? 합법적인 사업은 얼마 되지도 않아.”여운별이 말을 이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알아. 우리 집은 돈이 엄청 많다는걸. 엄마가 알려주셨어. 운초 장님이 뭐가 돈이 있다고... 둘째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서 여씨 그룹의 장사는 줄곧 우리 부모님께서 하고 계셨는데. 그 재산도 마땅히 우리 것이어야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한 가지만 물
여천우에게 엄하게 대하고, 어려서부터 독립시킨 것은 모두 그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다.후계자가 독립할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여씨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단 말인가!다만 여천우가 아직 젊어서 추미자 부부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여천우도 성인이 되었고 여운별이 출소하자마자 난리를 피웠기 때문에 재산을 위해서라도 추미자 부부는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아들 여천우에게 넘겨주기로 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여운별이 스스로 돈을 벌어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면 더는 여운별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시집가게 되면 여천우는 그녀에게 후한 혼수를 줄 것으로 계획했다.여운초도 그깟 재산을 두고 그들과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원하는 것은 단지 공평이었다.“엄마와 아빠는 모두 동의하지 않을 거야.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꿈도 꾸지 마!”사실 여운별도 그녀의 부모님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결국, 추미자 부부가 선택한 사람이 그들이 가장 아끼는 친딸 여운별이 아니라 아들 여천우라는 사실을 믿기 싫었을 뿐이다.정녕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여천우에게 물려주려 했는가!여운별에 대한 사랑은 역시 성별을 초월할 수 없었던 건가!추미자 부부는 한 번도 여운별에게 재산을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이 사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들이 남자를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어릴 때부터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었다.그러나 여천우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었고 심지어 얻지 못할 때도 있었다.여운별은 추미자 부부의 사랑이 완전히 그녀 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했다.추미자 부부는 여운초를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죽기를 바랐다.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여천우가 아닌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더니 입술을 오므리다가 말을 이었다.“누나, 누나
“여천우, 이 나쁜 놈아! 이제 다 커서 여운초와 연합해 친누나를 괴롭히려고 들어? 난 네가 감옥으로 가서 단지 우리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간 줄로 알았는데, 우리 부모님 재산을 노리고 간 거였어? 엄마 아빠 재산도 내 몫이니까 혼자 차지하려고 하지 마!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사람은 나야. 우리 부모님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너에게 주지 주지는 않을걸. 그러니까 엄마 아빠 귀찮게 하지 마!”여운별도 면회하러 가서야 여천우가 그날 추미자 부부의 면회를 하러 간 것을 알게 되었다.여천우는 추미자 부부에게 그들이 압류당하지 않은 재산을 여천우 한 사람에게만 물려달라고, 여운별과 여운초에게는 재산을 주지 말자고 제안했다.여운초는 여태웅의 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딸로서 자산을 가지지 못 가질 리가 없었다.여운별은 이미 변호사와 만나 여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여운초의 모든 재산을 되찾으려고 계획했다.그러나 남동생 여천우가 독점할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평소에는 철이 들고 착한 동생인데 이토록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니!아니, 여미란과 여미정의 말대로 여운초가 꾸민 짓일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정말로 소송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 소송 때문에 여운초가 현재 가진 재산 일부를 토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추미자가 그들의 재산을 전부 여천우에게 물려준다면, 여운초와 여천우의 두터운 친분으로 볼 때 그 재산도 여천우의 손에 잠시 머물러 있을 가능성도 아주 크다.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은 결국 여운초의 손에 넘어가고 심지어 여운별이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여운별의 부모님은 현재 살아계시고 또한 부모님의 재산도 그들의 의향대로 지정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 그리고 여운별도 성인이 다 되었기에 그녀의 부모님도 이제 그녀를 키울 책임이 없다
게다가 우빈이도 장점이 있는 어린이였다.그는 독서와 글씨를 쓰는 데 있어서 용정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용정은 숫자를 많이 읽는다지만 잘 쓰지 못했다. 이 또한 전태윤이 우빈을 칭찬할 때 자주 쓰는 말이었다.그러나 우빈은 전태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여겼다. 전태윤이 어른일 뿐만 아니라 전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다.우빈은 이렇게 자신을 설득하더니 더는 입을 삐죽 내밀지 않고 용정을 끌어당기며 말했다.“가자, 우리 들어가서 뭐 먹자. 배고파.”“나도 배고프다.”두 녀석은 또 즐겁게 팔짝팔짝 뛰며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여씨 가문.여운별은 별장 입구에 멀찌감치 서 있다가 여천우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여천우가 집안에서 나왔다.여천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여운별은 어두운 얼굴로 걸어가다가 손을 들어 여천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짝!여천우는 여운별이 자신을 보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는 단지 여운별이 자신이 곧 학교로 돌아갈 것을 알고 특별히 찾으러 온 줄로만 알았지만 만나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누나. 왜 때려?”여천우는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운별에게 물었다.여운별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누나라고 부르지 마. 내가 네 누나가 맞긴 한 거야? 어려서부터 너는 여운초를 좋아하고 나와 가깝게 지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여운초와 연합해서 나를 상대하려고 해? 여천우! 너 미쳤어? 나야말로 너의 친누나거든! 같은 엄마 배에서 나온 친누나라고. 여운초는 네 사촌 누나일 뿐이야!”여천우도 바로 화를 냈다.“내가 미쳤다고? 누나! 누나는 우리 부모님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라면서 못된 것만 배웠잖아! 내가 미쳤다고? 누나가 미친 거 아니야? 운초 누나는 내 사촌 누나이자 내 친누나야. 운초 누나도 나와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친누나야! 영원한 내 친누나라고!”여운별은 화가 나서 또 여천우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여천우가 막을 준비를 하고
우빈이가 툭하면 어린이집에 안 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명확하게 일러둬야 한다고 하예정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용정이 모처럼 놀러 왔고 또 용정이 관성에서 친구란 우빈이밖에 없으니, 이번만은 응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우빈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을 약속했다.용정도 따라서 말했다.“아주머니, 다음번에는 제가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을 하는 틈을 타서 올 게요. 그러면 누구도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잖아요.”“이모, 지금 당장 엄마한테 전화해서 얘기하면 안 돼요?”우빈이한테는 지금 휴가를 내는 일이 급선무였다.그래야 시름 놓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째려보았다. 전태윤은 일부러 하예정의 시선을 피하여 고개를 돌려 딴 곳을 쳐다보는 척했다. 하혜정은 속으로 남편이 우빈이의 일을 자신한테 떠밀었다고 투덜댔다.“알았어.”하예정은 마지못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예진이 전화를 받자 하예정이 말했다.“언니, 우빈이가 할 얘기 있대.”그러고 나서 휴대폰을 우빈이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우빈아, 네가 직접 엄마하고 얘기해.”우빈이는 전화를 받아쥐고 하예진에게 휴가를 내려는 사유를 자초지종 말했다.하예진도 하예정과 똑같은 말을 하고 나서 우빈이가 하루 휴가를 내서 모처럼 찾아온 친구랑 노는 것에 응낙했다.그러자 우빈이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돌려준 후 용정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면서 기뻐했다. 그러고는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용정에게 말했다.“용정아, 나 요즘 아주 열심히 무술을 연마했어. 우리 한 번 대결해.”용정이 자신만만해서 말했다.“넌 나한테 질 거야. 나한테 져서 화내면 안 돼. 알았지?”지난 여름방학 때 두 사람이 함께 놀 때 우빈이가 항상 져서 기분이 언짢아했었다.용정은 그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모연정이 용정이보고 우빈이는 손님인데 왜 양보하지 않았냐고 핀잔했다.하지만 용정은 어떻게 양보해야 할지 몰랐다. 아직 자연스럽게 져주는 법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