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진과 소정남의 만남은 운명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소정남은 그 파티 이후로 심효진에 대한 인상이 깊어졌었고, 진태윤이 그녀를 소개해 주겠다는 말에 선뜻 소개팅 자리에 나갔었다.“엄마, 솔직히 말해서 예정이의 상황은 나보다 훨씬 나아요. 그녀의 시댁 식구들은 개방적이고, 집안에서 태윤 씨의 말이 절대적인 데다가 할머니까지 나서서 보호해 주니까 아무리 임신했다고 해도 크게 간섭하지 못할 거예요.”심효진은 풀이 죽은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예정이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난 그럴 수가 없어요.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서점 운영을 해야 하고, 예정이와 소현이랑 채소 농장에 가려고 해도 멀다면서 못 가게 해요.”사실 채소 농장은 차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었다.“효진아, 너무 불평하지 마. 시댁에서 첫 며느리인 네가 아이를 가졌다고 하니까 다들 걱정하는 것뿐이야. 잘 생각해 봐, 무관심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지 않아?”나은서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심효진을 타이르기 시작했다.“너도 이제 시집갔으니까 더 이상 예전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철없는 생각을 하면 안 돼. 엄마, 아빠는 너의 모든 걸 포용할 수 있어도 시댁은 완전히 달라. 여자는 결혼하면 남편과 시댁 식구들부터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야.”“이제 생각해 보니 결혼을 안 했을 때가 편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그때 엄마는 내가 집에서 놀고먹는 게 꼴 보기 싫다고 시집가라고 자꾸 재촉하셨잖아요.”설거지를 마친 심효진이 나은서의 눈치를 살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냥 엄마 앞이라 푸념한 거예요. 나도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알고 있어요.”“알면 됐어, 정남이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그날부터 이런 걸 각오하는 게 맞아. 사실 네 시댁의 규칙은 고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네 고모는 신혼 때 매일 일찍 일어나 시부모님께 아침밥을 차려드려야 했고, 시부모님이 젓가락을 들기 전까지는 먹지도 못했으며, 식사하는 동안 계속 시중을 들어야 했어. 그야말로 월급도 못 받는 하인
나은서는 계속 침착하게 심효진을 타일렀다.“효진아, 예정이와 자꾸 비교하지 마, 예정이는 예전에 무술을 배운 적이 있어서 몸이 튼튼하지만, 넌 상황이 다르잖아. 모든 일에 만족할 줄 알아야 즐거운 법이고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점점 더 작아지고 불행해져.”심효진은 나은서의 충고에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알겠어요. 이제부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을게요. 정남 씨도 내가 다른 임산부들처럼 배가 불러오고 나서도 악착같이 일할 필요 없이 그저 편안한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정남이가 너한테 잘해준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네 시댁 식구들도 널 친딸이라고 생각하고 이런저런 간섭을 하는 거야. 10달 동안 네가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해.”심효진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효진아. 엄마가 예정이한테 줄 영양제들을 챙길 테니까 넌 과일을 좀 씻어서 아빠랑 정남이한테 가져다줘. 물론 예정이가 이런 게 부족한 건 아니겠지만, 엄마의 작은 성의라고 생각해.”하예정이 열한 살이 되던 해, 그녀는 아이들과 싸우는 바람에 가방끈이 끊어졌고 옷도 구질구질해졌다.그때 심효진은 하예진이 알까 봐 두려워 감히 셋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하예정을 자기의 집으로 데려왔다.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자, 나은서는 하예정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하예정의 책가방을 기워줬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킨 후 효진의 옷으로 갈아입혔다.나은서는 아직도 그날 하예정의 머리를 헤어드라이어로 말려주면서 왜 싸웠냐고 물었던 기억이 생생했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눈에는 하예정이 너무나 온순해 보여서 반 친구들과 갈등이 생겨도 기껏해서 말다툼만 할 뿐, 주먹다짐은 안 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나은서의 걱정스러운 물음에도 하예정은 눈물만 뚝뚝 흘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예정아, 왜 그래? 누구한테 맞은 거야? 어디 다쳤는지 아줌마한테 보여줄래?”하예정은 나은서가 곁으로 와서
하예정의 옷이 모두 더러워졌고 책가방의 끈도 그들에게 잡아당겨서 끊어졌다.그래서 그녀는 언니가 알면 속상할까 봐 월세방으로 돌아가지 못했다.언니는 고등학교에 다녀서 공부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집에 돈도 별로 없었다.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받은 보상금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등이 나눠 가졌고 두 자매에게 조금만 남겨주었다.언니는 돈을 절약해서 사용해야 두 자매가 대학까지 다닐 수 있다고 하였다.그래서 하예정은 언니가 망가진 책가방을 보면 꼭 돈을 써서 새 가방을 사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감히 집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 심효진이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심효진의 어머니인 나은서는 그때 많이 놀랐고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하예정을 안아주고 위로해 주었다. 언니가 발견하지 못하게 책가방의 끈을 꼭 수선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하예정의 더러워진 옷도 깨끗이 빨아주었고 마르면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게 하였다.나은서는 하예정의 교복 사이즈가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이에 하예정은 예전의 교복이 작아서 언니의 교복을 주워 입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언니는 다섯 살 위여서 옷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나은서는 옷을 만들 줄 알고 전기 재봉틀도 사용할 줄 알아서 하예정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교복을 몸에 맞게 수선해 주었다.며칠 지난 일요일에 하예진이 여동생을 데리고 사과 한 봉지를 사서 방문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나은서에게 있어서 하예정은 자기 딸의 동창이고 옷을 조금 수선해 주는 것은 그냥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하예정 자매에게 있어서 나은서는 그들에게 따뜻함을 주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두 자매는 서로 의지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따뜻하고 차가운 인정과 친척의 무정함을 뼈저리게 느낀 후 나은서가 한 사소한 일은 겨울날의 따뜻한 햇살처럼 두 자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엄마가 키운 닭도 계란을
“엄마, 지금 바로 예정이에게 갖다주실 거예요?”심효진은 사과를 먹으면서 물었다.“당연히 지금 보내야지. 넌 저녁 먹고 갈 거야? 내가 예정이에게 물건을 보내고 돌아온 후 바로 저녁 준비할게.”나은서는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면서 딸에게 물었다. 그러고 나서 남편을 불렀다.“여보, 같이 가요. 이따가 물건을 위층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줘야죠.“심범수는 웃으면서 말하였다.“당신 안 불러도 따라가려고 했어.”그는 조수석의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러고 나서 딸과 사위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 떠났다.소정남은 집 앞의 계단에 서서 장인과 장모가 하예정에게 많은 물건을 준비했고 또 다급히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고 마당의 문을 닫고 걸어 나오는 아내에게 말했다.“하예정에게 준 물건은 당시 우리 집에 보내준 것과 비슷한 것 같네.”“난 예정이와 십여 년 동안 친하게 지냈어. 엄마, 아빠도 예정이를 보고 자라서 벌써 딸로 여겼지. 지금 예정이가 임신했으니 엄마도 기뻐서 당연히 뭐 좀 챙겨줘야지.”심효진은 부모님의 행동은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좀 휴식하자.”소정남은 아내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출근하려면 가. 난 좀 자고 나서 가게로 갈게.”“너랑 같이 자고 싶어. 네가 잠들면 회사로 갈게. 전씨 그룹은 전태윤의 것인데 쟤가 출근하지 않고 내가 가서 소처럼 일해줘야 하다니. 하, 전생에 내가 쟤한테 빚을 졌나 봐.”소정남은 불만이 있어도 결국은 다시 회사에 돌아가서 출근했다....관성 공항.성소현은 가방을 팔에 걸고 예준하와 깍지를 끼면서 걸어가고 있었다예준하는 그녀의 캐리어를 끌어주었다.사실 그는 성소현과 급히 관성에 올 필요가 없었다. 친조카가 막 백일 잔치를 치렀으니까. 하지만 성소현은 하예정이 임신한 사실을 듣고 마음이 조급해서 돌아오고 싶었다. 그래서 예준하도 자연스럽게 그녀와 함께 돌아오게 되었다.두 사람은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성소현의 기분이 현저하게 좋아 보였다. 예준하는 그녀가 기분이 좋은 것
“소현 씨.”앞에서 귀에 익은 소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래 기분이 좋은 성소현과 예준하는 소지훈의 건방지게 웃는 얼굴을 마주 보기 싫어서 손오공처럼 변신해서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소지훈은 너무 건방졌다. 성소현 옆에 예준하가 있고 두 사람이 깍지를 끼고 친밀하게 있는 모습을 봤으면서 여전히 눈꼴 사나운 사랑의 훼방꾼으로 되려고 하였다.예준하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리 성소현과 같이 관성에 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성소현을 홀로 보냈다면 소지훈을 따라서 갔을지도 모른다. 소지훈은 분명히 성소현에게 진심이 아니면서 이렇게 매달리다 못해 매일 선물을 사다 줄 뿐만 아니라 성소현이 관성을 떠나면 공항까지 배웅해 주고 마중도 나와서 어찌 보면 자기보다 더 부지런했다.“소현 씨, 저 여기서 30분 기다렸는데 드디어 왔네요. 벌써 가신 줄 알았어요.”소지훈은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를 썼고 올블랙을 입어서 자신의 모습을 빈틈없이 가려주었다. 그리고 평소에 잘 나타나지 않아서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예전 같았으면 성소현과 예준하도 소지훈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소지훈에게 한동안 ‘구애’를 당한 후 성소현은 쉽게 소지훈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예준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는 소지훈을 연적으로 간주했기에 소지훈의 목소리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소지훈이 입만 열면 예준하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고 잘생긴 얼굴도 숯처럼 검게 변한다.도대체 어느 놈이 자기에게 소지훈 같은 ‘연적’을 심어둔 거야?!다른 사람이라면 예준하는 벌써 연적을 때려눕혔다. 하지만 상대가 소지훈이어서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소지훈의 미움을 사면 도리어 그에게 감당할 수 없는 억압을 당하게 될 것이다. 예준하는 형에게 불평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본인은 하늘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고 감정도 진지하게 대했는데 하늘이 왜 그에게 이런 사랑의 시련을 줬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이전에 예준하는 전태윤이 초고속 결혼을
“준하 씨가 제 차를 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하니까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는 소현 씨를 마중하기 위해 나온 것이니까요. 겸사겸사 준하 씨를 챙기려고 했는데 싫다면 알아서 가시죠.”소지훈은 늘 웃으면서 말했지만, 예준하의 귀에는 말마다 가시가 있어서 가슴이 답답했다.소지훈은 성소현에게 물었다.“준하 씨가 들고 있는 캐리어가 소현 씨 거죠? 여자들이 핑크색을 좋아하니까 핑크색 캐리어가 소현 씨 거 맞죠?”그는 말하면서 예준하의 손에서 성소현의 캐리어를 가져와서 차 뒤로 끌고 갔다. 그는 캐리어를 가볍게 들어서 트렁크에 밀어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 웃으면서 성소현에게 말했다.“관성 호텔에서 자리를 예약했고 음식도 주문해 놨으니 가서 바로 식사하면 돼요.”“식사 후에 집에 돌아가든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든지 제가 사람을 보내서 곁에 있어 줄 게요.” 다시 말하면, 그는 성소현과 함께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소지훈은 성소현을 마중해서 목적지에 데려다준 후 바로 튀려고 하였다.그의 아버지는 전태윤이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가 그렇지 못했다고 한스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가 아이를 낳지 못한 것처럼. 아, 그는 여자가 아니니까 확실히 낳지 못한다. 하예정의 임신 사실은 가까운 지인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씨 가문의 가주에게 있어서 비밀은 아니다. 그는 귀를 움직이기만 해도 많은 소식을 들을 수 있다.“지훈 씨, 고마워요. 저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성소현은 소지훈이 직접 나왔으니 그녀가 아무리 거절해도 결국은 그의 차를 타고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절하지 않고 바로 예준하를 끌고 소지훈의 차에 올라탔다. 소지훈은 웃으면서 차 문을 닫아주었다. 그는 돌아서 다른 쪽으로 차에 올라타려고 했는데 뭔가를 밟은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숙여 보니 한 열쇠고리였다. 열쇠고리에 작은 거울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1인치의 사진이 있다. 소지훈은 그 열쇠고리를 주워서 먼지를 깨끗하게 닦아 내자 작은 사
소지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또 웃으면서 말했다.“이해할 수 있어요. 예정 씨가 태준 씨와 결혼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임신을 못 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이제 임신했으니 마음을 놓을 수 있고 다들 기뻐해 주는 것도 인지상정이죠.”이에 예준하는 한마디 건넸다.“지훈 씨가 이후에 아버지가 된다면 많은 사람이 기뻐해 줄 겁니다.”소지훈에게 감정이 없는 병이 있어서 그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여인을 만나지 못하면 환관처럼 한평생 진정한 남자로 살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로 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예준하의 이 말은 소지훈의 정곡을 찔렀지만, 소지훈은 이미 내려놓아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이런 병에 걸려도 죽지 않으니 평생 홀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그는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아버지로 될 기회가 있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집에 있는 영감이 가장 좋아하실걸요.”그가 감정이 없는 병에 걸리는 것을 모르고 있을 때, 부모님은 그의 결혼을 걱정하셨지만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이런 병에 걸린 것을 아신 후 부모님은 완전히 미쳐버렸다.그들은 무슨 여자이든 모두 그의 앞에 데려다 놓았다. 그가 정상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여자가 나타나기를 바랐다.아쉽게도 부모님이 찾아 주신 여자에 대해 그는 추호의 반응도 없었다.“참, 당시 전씨 할머니께서 한 점쟁이를 청해서 태윤 씨와 예정 씨의 사주를 봐줬는데 예정 씨는 가을에 임신한다고 했죠?”소지훈은 문득 사주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성소현은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녀는 하예정과 사촌 자매 관계라 하예정은 평소에 늘 그녀에게 하소연해서 가장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일은 전씨 할머니께서 예정이가 매일 임신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위로해 주기 위해서 꾸민 일이에요. 전씨 할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예정이는 의욕을 잃고 우울증에 걸렸을걸요. 예정이는 강해 보이지만 무너질 때도 있거든요.”성소현은 이어서 웃으면서 말했다.“근데 공교롭게도 가을이
“그건 그 사람들이 안목이 없는 거고. 눈이 장식품이나 마찬가지야.”예준하는 성소현의 손을 잡고 함께 성씨 가문의 별장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사람들이 안목이 없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내가 수많은 연적이 생기게 되면 정말 질투 나서 쓰러질지도 몰라.”성소현은 히죽히죽 웃었다.예준하의 앞에서 성소현은 편안하고 솔직하게 지냈고 예준하도 그런 성소현의 진실된 성격이 좋았다.예준하 커플을 집으로 데려다준 소지훈은 성씨 가문을 떠나 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때마침 시어머니에게 불려 온 심효진을 만났다.심효진의 경호원은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급히 차를 도로 옆으로 세워 소지훈의 차를 먼저 지나가게 했다.소지훈과 심효진은 동시에 차창 버튼을 내리눌렀다.“오빠.”심효진이 인사했다.소지훈은 따뜻하게 대답했다.“그래. 왜 지금 집에 가는 거야?”심효진이 다시 서점에 출근하게 된 후로 그녀는 늘 저녁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엄마가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고 전화하셔서 먼저 왔어요.”소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얼른 들어 가봐. 무슨 일이신지.”소지훈은 창문을 닫으며 왼편으로 차를 몰았다.그의 차가 떠난 후에야 심효진의 경호원은 다시 차를 몰고 오른쪽으로 향했다.소씨 가문 사람은 모두 모여 살았다.이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은 모두 소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소정남과 소지훈은 사촌지간이다. 소정남의 집은 소씨 가문의 권력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 겨우 몇 분밖에 안 되는 위치에 있었다. 경호원은 고풍과 현대화가 서로 어우러진 큰 별장 입구에서 차를 멈췄다.“들어갈 필요 없어요. 좀 있으면 또 나갈 가능성이 크니까.”시어머니가 그녀에게 전화해서 집으로 오라고 한 목적은 아마도 그녀가 소씨 가문을 대표하여 하예정에게 임신 선물을 보내려 하기 위함일 것이다.심효진과 하예정은 절친이었기 때문에 편리했다.“알겠습니다.”경호원은 공손하게 대답했다.심효진은 혼자 차에서 내려 큰 별장으로 들어갔다.별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여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