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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3화

“소현 씨.”

앞에서 귀에 익은 소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기분이 좋은 성소현과 예준하는 소지훈의 건방지게 웃는 얼굴을 마주 보기 싫어서 손오공처럼 변신해서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소지훈은 너무 건방졌다.

성소현 옆에 예준하가 있고 두 사람이 깍지를 끼고 친밀하게 있는 모습을 봤으면서 여전히 눈꼴 사나운 사랑의 훼방꾼으로 되려고 하였다.

예준하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리 성소현과 같이 관성에 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성소현을 홀로 보냈다면 소지훈을 따라서 갔을지도 모른다.

소지훈은 분명히 성소현에게 진심이 아니면서 이렇게 매달리다 못해 매일 선물을 사다 줄 뿐만 아니라 성소현이 관성을 떠나면 공항까지 배웅해 주고 마중도 나와서 어찌 보면 자기보다 더 부지런했다.

“소현 씨, 저 여기서 30분 기다렸는데 드디어 왔네요. 벌써 가신 줄 알았어요.”

소지훈은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를 썼고 올블랙을 입어서 자신의 모습을 빈틈없이 가려주었다. 그리고 평소에 잘 나타나지 않아서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성소현과 예준하도 소지훈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소지훈에게 한동안 ‘구애’를 당한 후 성소현은 쉽게 소지훈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예준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는 소지훈을 연적으로 간주했기에 소지훈의 목소리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소지훈이 입만 열면 예준하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고 잘생긴 얼굴도 숯처럼 검게 변한다.

도대체 어느 놈이 자기에게 소지훈 같은 ‘연적’을 심어둔 거야?!

다른 사람이라면 예준하는 벌써 연적을 때려눕혔다. 하지만 상대가 소지훈이어서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소지훈의 미움을 사면 도리어 그에게 감당할 수 없는 억압을 당하게 될 것이다.

예준하는 형에게 불평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본인은 하늘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고 감정도 진지하게 대했는데 하늘이 왜 그에게 이런 사랑의 시련을 줬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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