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우는 최민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더니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어쨌든 고모의 며느리였기 때문이다.배 속의 아기도 소씨 가문의 후대이고 최서우는 단지 영양로서 조언해 줄 뿐이다.최민주도 사실 뭐라고 잔소리할 것 없었다. 그 김치는 사돈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고 게다가 며느리도 날마다 친정집으로 가서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두 번 먹들뿐이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을 거로 생각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심효진은 말을 마친 뒤 재빨리 화장실로 향했다.심효진이 자리를 뜨자 최서우는 조용히 말했다.“고모, 효진 씨가 제가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절인 음식은 정말로 많이 먹으면 안 돼요. 일반적인 사람들도 적게 먹어야 하는걸요.”“우리 두 집안 식탁에서도 그런 음식이 나타난 적도 없는데, 효진 씨는 너무 즐겨 먹는 것 같네요.”“심지어 친정집에 가서 먹다니, 제가 만들어준 식단이 입에 안 맞는 거 아닐까요? 저도 고모님께서 도와달라고 하셔서 왔거든요. 고모를 위해서, 정남이를 위해서 온 거예요.”최민주는 부드럽게 조카에게 말을 건넸다.“임신한 사람은 입맛이 달라지거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먹어야 해. 네가 효진이에게 짜준 식단도 너무 좋아. 영양도 풍부하고 고기와 야채도 적당히 들어있어서 효진이가 살도 잘 쪘잖아. 안색도 많이 좋아지고.”“20년 넘게 친정집의 음식을 먹으면서 자라서 친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 더 익숙할 거야. 가끔 친정집의 밥을 찾는 것도 이해해 주어야 해. 너도 마음에 담아 두지 마. 효진이는 널 싫어하거나 속셈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그렇다고 효진이를 친정집으로 가지 못하게 할 순 없잖아.”“많이 먹지도 못했을 거야. 먹는 것도 한두 번일 뿐이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의사 선생님께서도 검사를 보시더니 배 속의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말씀하셨어. 효진이가 잘 먹는 것도 복이야.”최민주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지금 절친인 예정이도 임신 중이고 하니 전씨 가문에서도 영
다만 심효진은 최서우가 자신에 대해 이렇게 의견이 많을 줄은 몰랐다.다행히 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언니일 뿐이다. 최서우는 소씨 가문의 영양사로 일하고 있긴 하지만 평소 소씨 가문에서 살지는 않았다.단지 심효진이 임신한 후로 자주 와서 식단을 건의 해줄 뿐 그녀에게 의견이 많다 해도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또한, 시어머니는 전씨 가문도 영양사를 고용하여 하예정에게 하루 세끼 식단을 지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을 뿐 전씨 가문은 하예정을 너무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심효진은 시어머니와 최서우가 더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몇 분이 지나서 화장실에서 나갔다.“효진아, 배탈이 났어?”최민주는 걱정하며 물었다.“아니요.”심효진은 민망한 듯 대답했다.“화장실에 갈 때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가서...”심효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요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화장실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효진 씨, 휴대전화를 적게 사용해야 해요. 몸에 안 좋아요.”최서우는 자기도 모르게 또 잔소리 해버렸다.심효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자주 사용하지 않아요. 평소 서점에서도 책만 볼 뿐 휴대전화를 잘 사용하지 않는걸요.”심효진은 시어머니에게 말을 건넸다.“어머님, 물건들은 준비가 다 됐나요? 제가 먼저 예정 이한테 가져갈게요. 예정이가 병원에서 이미 돌아왔대요.”“다 준비됐어.”최민주는 웃으면서 사람을 시켜 준비한 선물들을 심효진의 차에 올려놓으라고 지시했다.곧 심효진은 최민주와 최서우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별장을 떠났다.반면 소지훈은 자신의 서재에 누워 의자에 기댄 채 주운 열쇠고리를 손에 들고 작은 액자 속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문득 소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띠기 시작했다.기다란 손가락은 사진 속의 여자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을 소지훈의 지인이 본다면 상대방은 아마 너무 몰라 넘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아름답게
소정남의 신분과 소씨 가문을 떠나 외적인 조건만 보아도 그는 수많은 남자 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우수했고 심지어 전태윤과 소정남과도 겨룰 수 었었다.소지훈은 사진 속의 여자를 보고 있자니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사진에 입을 맞추었고 얼굴에 바보 같은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이게 바로 정상적인 남자의 반응이 아니었던가!모태 솔로 30여 년째 소지훈은 처음으로 이런 느낌을 받았다.예전부터 소지훈은 자신이 눈이 너무 높아서 일반적인 여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줄로만 알았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후로도 여자들이 많은 장소로 가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소지훈은 지금 와서야 자신이 눈이 높은 문제가 아닌 신체 반응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소지훈은 체면을 너무 중시한 탓으로 죽어도 검사받으러 가지 않았다.서른 살의 대문을 넘어선 데다 또 부모님의 결혼 재촉도 있고 놀 만큼 놀았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훌륭한 의사를 찾아가서 진찰받았던 것이다.그제야 소정남은 자신의 신체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소정남이 진정한 남자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젠 그의 부모님도 재촉할 필요가 없었다.만약 전씨 할머니께서 끼어들지 않았다면 소지훈도 친아버지께서 마치 쥐가 고양이를 보기라도 한 듯 재빨리 도망가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오늘부터 소현 씨와 거리를 두어야 게겠어. 선물도 하지 말고. 앞으로 네가 나와 소현 씨 사이를 오해하면 어떡해.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수 없을 거야.”소지훈은 그 여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여신을 위해서라도 모든 복잡한 인연은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계속해서 장연준을 도와준다면 미래의 아내 대감께서 오해하시면 안 되었다.소지훈의 등장으로 인해 비교를 이룬 뒤로 이경혜가 예준하를 대하는 태도마저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더 기쁜 소식은 성씨 가문에서는 이젠 예준하를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소지훈은 그와 장연준의 내기도 이젠 끝내도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이경혜는 더 이상 장연준을 방해하
소균성은 소파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 노란 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소파에 털썩 앉으며 장남에게 얼른 와서 아내를 고르라고 명령했다.“아버지, 저는 이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다니까요.”소지훈은 대답하면서 걸어왔다.소균성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보지도 않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아? 내가 이번에 찾은 여자들은 모두 24세 여자들이야. 그 점쟁이도 말했잖아. 너의 운명의 여신은 올해 겨우 24인, 너와 10살 차이나는 여자라고.”“상대방이 네가 너무 늙었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네. 설령 상대방이 널 싫어해도 내가 너와 여자가 결혼하게 만들어 줄 거야.”소지훈의 얼굴은 새파랗게 변했다.“만약 제 운명적인 여자라면 아버지께서 저를 도와주시지 않는다고 해도 저 스스로 행동하여 그녀에게 구애할 거 거든요.”그가 쓸모없는 사람도 아니고.예전부터 소지훈은 노는 것을 좋아해서 너무 빨리 결혼생활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 소지훈은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다.그는 자신을 진정한 남자로 되게 할 수 없었기에 소씨 가문의 가주로 될지라도 다른 여자들을 평생 과부 생활을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그럼 빨리 봐봐! 나랑 네 엄마는 너무 걱정돼서 머리까지 하얗게 변했거든. 이 자식아! 넌 왜 긴장하지도 않고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거야? 평생 홀아비로 살고 싶어?”소균성은 아들이 여전히 그 사진들을 꺼내 보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이 아들 때문에 애를 태웠지만 녀석은 여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소지훈은 느릿느릿 그 사진들을 꺼내서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앉아 그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보는 척했다.소균성은 그야말로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그 사진들은 공통점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두 24살 미혼 여자들이었다. 뚱뚱한 여자들, 마른 여자들, 예쁜 여자들, 못생긴 여자들, 평범한 여자들 등 모든 유형의 여자 사진들이 들어있었다.소지훈은
소균성은 아들이 자신이 가져온 이 사진들에 대해 느낌이 없어 하는 모습을 보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사진들을 봉투에 다시 넣었고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언제 그 여자를 찾을 수 있을지. 전씨 할머니께서 돌아오신다면 한 번 찾아가서 그 점쟁이와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해야겠어. 그 운명의 여신이 어디 있는지 한 번 물어보게.”소지훈이 말을 이었다.“아버지, 그 점쟁이도 말씀하셨잖아요. 그분과 우리와의 인연은 이제 끊겼다고요. 다시는 전씨 할머니와 우리를 만나지 않으신다고 하셨어요. 그런 분들은 우리 일반적인 사람들과 달라요.”“그분들이 우리와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우리가 아무리 찾아다녀도 못 찾을 거에요.”소균성은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그 점쟁이도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다.점쟁이는 그들과 속세의 인연이 닿았기 때문에 한 번 만날 수 있었고 또 소지훈에게 한 번 점쳐 주었던 것이다.속세의 인연이 끝나면 더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점쟁이는 자신과 소지훈 부자의 속세 인연 그리고 전씨 할머니와의 속세 인연이 이미 끝났으니 전씨 할머니와의 인연도 끊길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그는 전씨 할머니를 보며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부탁했다.전씨 할머니께서는 섭섭했지만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많은 사람은 그 점쟁이를 보지 못했고 그는 결국 이렇게 지나가는 손님처럼 전설만 남긴 채 사라졌다.소균성은 실망한 표정으로 서재에서 나왔다.소지훈은 아버지를 보면서 위로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운명에 나타나야 하는 것은 기어코 나타나고야 말 겁니다. 저의 운명에 아내가 있다고 하셨으니 그녀도 반드시 나타날 거에요. 걱정하지 마시고 우리 함께 기다려 봐요.”소균성은 아들이 하는 말을 듣지도 못했는지 실망한 모습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때 소씨 가문의 안주인 김연수가 밖에서 들어오더니 남편의 실망한 표정을 보고 또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보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금세 눈치챘다. 그리고 걱정스레 남편에게 물었다.“어때요? 아드
“이젠 찾아 못 가. 지난번 그 점쟁이가 우리 집안과 전씨 할머니의 인연이 끝났으니 더는 만날 일이 없다고 말씀하셨거든. 더 이상 점쟁이와 연락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우리가 설령 찾았다 해도 그분은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으실 거야. 세속의 사람이 아닌 분이시기 때문에 우리와의 인연이 끊겼다고 생각하시면 더는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으실 거야. 그분들은 인연을 따지는 사람들이거든.”김연수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우리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며느리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걱정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지훈이도 좀 자주 나가서 운명의 여자를 찾아볼 것이지. 매일 무얼 하면서 다니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요.”“나도 몰라. 그냥 내버려 둬. 인연이 닿으면 우리가 재촉하지 않아도 스스로 와서 결혼하겠다고 말할걸.”김연수가 말을 이었다.“우리가 관여하고 싶어도 관여할 수 없는 일이네요.”아들이 신체적인 병을 앓고 있지만 소균성 부부가 관여할 수 없는 일이었다.소지훈은 서재에서 그 열쇠고리에 있는 사진 속 여자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놓았다. 앞으로 사람을 시켜 그녀를 찾을 계획이다.소지훈이 공항에서 열쇠고리를 주웠다는 뜻은 그녀가 외지에서 왔거나 관성에서 외지로 갔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는 우선 관성에서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관성에서 찾지 못하면 다시 외지로 찾아가려고 했다.사진이 있으니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그의 아버지처럼 아무 여자 사진이나 모두 끄집어와서 느낌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하지 않아도 되였다.강성.퇴근하여 회사를 나서면 커다란 꽃다발을 받는 일은 다른 여자들에게는 기쁜 일일지 몰라도 고현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었다.그녀는 전호영의 뻔뻔스럽고 멋진 얼굴을 볼 때마다 머리가 아파 났다.전호영에게 있어서 고씨 그룹은 그의 안방보다 더 친근한 장소였다.아무도 감히 그를 막지 못했다.아버지 때문이었다!고진호는 딸이 전호영이 회사 입구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까 봐
노을의 아름다운 빛깔이 고현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지만 그녀의 차가운 표정은 여전히 녹아내리게 하지 못했다. 노을뿐만 아니라 점심의 뜨거운 태양마저도 그럴 능력이 없었다.“호영 씨, 저는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니까요! 다시는 저에게 꽃을 선물하지 마세요!”고현은 그녀 앞에 다가온 장미꽃 한 송이를 밀어버리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손을 덥석 잡았지만 고현은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고현 씨, 제가 당신에게 구애하고 있잖아요. 아내의 관심을 끌려고 할 때 꽃과 같은 선물을 해야 하는걸요.”전호영은 껌딱지처럼 고현의 뒤를 따라다녔고 그녀의 경호원들마저도 전호영의 엉덩이를 시원하게 한 발 걷어차고 싶을 지경이었다.하지만 단지 생각만 했을 뿐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고진호 부부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 대표마저도 전호영의 행동들을 허용하고 있었다.전호영이 나타날 때마다 고현은 귀찮은 티를 냈지만 사실 늘 전호영을 포용하고 있었다. 전호영이 무슨 짓을 하든 고현은 노려보거나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욕을 몇 마디 했을 뿐이다.경호원들은 그들의 큰 도련님이 곧 전호영에게 빠져들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에잇!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전호영처럼 뻔뻔한 녀석을 번개로 찔러 놓지도 않으시다니!“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좋아해요? 말해 보세요.”전호영은 웃으며 물었다.“예쁜 치마는 사드렸는데도 받지는 않고 입지도 않으면서. 액세서리도 싫고 꽃도 싫고. 고현 씨, 그럼 도대체 무얼 좋아해요? 말하지 않으면 전 꽃과 액세서리 그리고 예쁜 치마와 하이힐을 매일매일 선물할 거예요.”“고현 씨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걷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무척 아름다울 텐데.”고현은 또 먹구름처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여태껏 치마를 입어보지 못했다.하이힐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고현은 구두를 신고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것에 익숙했다.정말 하이힐을 신고 걸으라고 하면 몇 걸음도 못 가서 발이 삐끗하거나 넘어질까 봐 걱정해야 할 것이
몇 분 후.어렵게 전호영을 차 밖으로 밀어내고 순조롭게 회사를 떠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고현은 이내 그녀의 구애자에 의해 또 길을 막히게 되었다.이윤정이였다.이윤정은 전호영이 뻔뻔스럽게 고현에게 매달려 고현을 곤란하게 만든 모습을 보고는 한가지 도리를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고현의 마음을 빼앗으려면 과감하게 표현하고 대담하게 고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고현이 어떤 반응이든, 받아들이든 안 받든 이윤정은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윤정은 심지어 고현이 불구덩이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다.전호영은 남자였다.고현도 남자였다.두 남자가 함께 있다면 반드시 세속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축복도 받지 못할 것이다.고현은 동성애자가 아니기 때문에 전호영을 매우 귀찮아했다.이윤정은 전호영이 쓰던 계략대로 고현에게 애정 공세를 펼쳐 전호영을 이 사랑싸움에서 쫓아내고 싶었다.이윤정과 고현은 서로 다른 성별을 가졌기에 어쩌면 자신과 고현이 마침내 사랑을 이루어 전호영을 단념하게 할 수도 있다고 여겼다.고현은 자신의 차 앞을 가로막은 이윤정을 보더니 창문 버튼을 내리눌러 경호원에게 가까이 오라고 눈짓했다.경호원은 재빨리 걸어갔다.고현은 차가운 어조로 조용히 말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윤정 씨를 제 차 앞에서 데려가 주세요. 윤정 씨를 다치게 하지만 않으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고현은 이내 차창을 닫았다.경호원은 즉시 동료를 불렀고 두 경호원은 이윤정의 곁으로 가더니 다짜고짜 이윤정의 양팔을 잡고 강제적으로 옆으로 질질 끌어갔다.고현의 차는 그제야 회사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현은 고객과 고성 호텔에서 만나 식사하면서 사업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했다.늦으면 안 되었다.이윤정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자신이 전호영을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어?’고현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자신이 전호영에게 많은 특혜를 주었고 전호영에 의해 어쩔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