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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4화

노을의 아름다운 빛깔이 고현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지만 그녀의 차가운 표정은 여전히 녹아내리게 하지 못했다. 노을뿐만 아니라 점심의 뜨거운 태양마저도 그럴 능력이 없었다.

“호영 씨, 저는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니까요! 다시는 저에게 꽃을 선물하지 마세요!”

고현은 그녀 앞에 다가온 장미꽃 한 송이를 밀어버리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전호영은 고현의 손을 덥석 잡았지만 고현은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고현 씨, 제가 당신에게 구애하고 있잖아요. 아내의 관심을 끌려고 할 때 꽃과 같은 선물을 해야 하는걸요.”

전호영은 껌딱지처럼 고현의 뒤를 따라다녔고 그녀의 경호원들마저도 전호영의 엉덩이를 시원하게 한 발 걷어차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단지 생각만 했을 뿐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고진호 부부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 대표마저도 전호영의 행동들을 허용하고 있었다.

전호영이 나타날 때마다 고현은 귀찮은 티를 냈지만 사실 늘 전호영을 포용하고 있었다. 전호영이 무슨 짓을 하든 고현은 노려보거나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욕을 몇 마디 했을 뿐이다.

경호원들은 그들의 큰 도련님이 곧 전호영에게 빠져들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에잇!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전호영처럼 뻔뻔한 녀석을 번개로 찔러 놓지도 않으시다니!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좋아해요? 말해 보세요.”

전호영은 웃으며 물었다.

“예쁜 치마는 사드렸는데도 받지는 않고 입지도 않으면서. 액세서리도 싫고 꽃도 싫고. 고현 씨, 그럼 도대체 무얼 좋아해요? 말하지 않으면 전 꽃과 액세서리 그리고 예쁜 치마와 하이힐을 매일매일 선물할 거예요.”

“고현 씨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걷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무척 아름다울 텐데.”

고현은 또 먹구름처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태껏 치마를 입어보지 못했다.

하이힐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고현은 구두를 신고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것에 익숙했다.

정말 하이힐을 신고 걸으라고 하면 몇 걸음도 못 가서 발이 삐끗하거나 넘어질까 봐 걱정해야 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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