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대표는 너 같은 남자 좋아할 리가 없어!”이윤정은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고는 씩씩거리며 발길을 돌렸다.이윤정은 전호영을 이길 수 없었다.이 가주도 전호영과 싸우지 말라고 일깨워주었다. 전호영 배후에는 전씨 그룹이 서 있기 때문에 이 가주가 전호영을 만나도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얘기했다.전호영은 두 경호원에게 말했다.“돌아가서 볼일 보세요.”전호영은 이 가주가 이 가짜 딸 때문에 자신을 찾아 결판을 지으려 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이경혜가 하예진을 데리고 조용히 강성을 다녀온 후로 전호영은 어떤 상황인지 바로 알아챘다. 이씨 가문은 전씨 가문의 맞은편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 가주가 바로 전호영 형수님의 외할머니를 죽인 진범이다!두 명의 경호원은 전호영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는 그들의 사무실로 돌아갔다.경호원들도 두려울 것 없었다. 그들은 단지 고 대표의 지시대로 이윤정을 끌어냈을 뿐이다. 이윤정이 길을 막지 않았다면 그녀를 건드릴 이유도 없었다.고 대표가 마음먹고 차를 앞으로 들이박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이윤정은 그녀의 차에 올라타 차를 몰고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차바퀴에 공기가 없어졌다. 그것도 네 바퀴의 공기가 다 빠져있었다.그녀는 즉시 차에서 뛰어내려 바퀴를 살펴보았지만 바퀴에 구멍이 뚫린 것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바퀴의 공기가 없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이 인위적이라는 것만은 확신했다.이윤정이 차를 세울 때만 해도 차가 멀쩡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차가 일반적으로 망가지면 하나만 망가질 것이다.네 바퀴가 모두 고장 날 가능성은 극히 드물었다.이윤정은 참다못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대체 누가 이런 거야?”바퀴가 고장 나지 않았지만 공기가 빠져버린 것으로 보아 이윤정은 누군가가 고의로 바퀴의 공기를 빼버렸다고 추측했다.전호영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웃을 듯 말듯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전호영, 너야, 너지?”경호원은 손을 댈 시간이 없었다.고씨 그룹에서 수많은
이윤미가 이토록 중요한 고객을 남겨두고 이윤정을 데리러 갈 리가 없었다.손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이윤미는 이윤정을 데리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가짜 딸로 살면서 이윤미가 가져야 할 것들을 모두 차지했으면서 진실이 드러난 후에도 그녀에게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심지어 이윤미를 괴롭히기까지 했는데 그녀가 이윤정을 데리러 갈 마음이 생길 수 있겠는가!“누구한테서 걸려온 전화야?”이 가주도 딸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끊어버린 모습을 유의했고 부드럽게 물었다.“윤정이에요.”“왜 전화했어? 너에게 뭐라고 하던?”모녀는 이미 호텔로 들어섰다.“차가 고장 났다며 당장 데리러 오라고 명령했어요.”이윤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엄마, 제가 지금 이 상황에 윤정이를 데리러 갈 순 없잖아요. 윤정이가 엄마께 일러바친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저한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요.”이 가주의 얼굴은 바로 어두워졌다.“알았어. 윤미가 나한테 일러바친다면 내가 혼내줘야겠어. 윤정이는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출근하는 너한테 자꾸 심부름을 시킨다니? 우리가 좀 이따가 만나는 고객이 매우 중요한 고객이야”.“네가 성사시킨 일인데 네가 현장에 없으면 안 되지. 집에 운전기사와 아버지 그리고 형수들도 있는데 아무 사람이라도 부를 것이지 굳이 널 찾으려고 하다니.”이 가주는 이윤정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고 또한 이윤정이 일부러 친딸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윤미야, 걱정하지 마. 이 일은 엄마가 네 편에 서 있을 거야. 윤정이 신경 쓰지 말고 감정을 잘 추슬러야 해. 개인적인 감정으로 고객을 만나면 절대로 안 되거든.”이윤미가 대답했다.“알겠어요. 엄마.”이 가주는 친딸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이 아이는 친엄마인 이 가주에게 줄곧 담담한 태도로 대했고 이 가주와 별로 얘기하지도 않았다. 다행히 친딸은 이 가주가 평소 자신에게 냉랭하게 대했던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이 가주가 이윤정에 대한 편애와 친딸에 대한 냉랭한 태도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뒤
“엄마?”이윤정은 전화기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이 가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그녀는 바로 억울한 어조로 말했었다.“엄마, 나 전 대표한테 혼났거든. 전 대표가 내 차바퀴 공기를 다 빼서 지금 내가 차를 운전할 수 없게 됐어. 밖에 너무 더워 언니가 날 데리러 와주면 좋겠어.”“퇴근 시간이라 고씨 그룹으로 데리러 와도 시간이 얼마 안 걸릴걸. 야근하는 데 지장도 안 줄 거고.”“왜 또 전 대표를 건드려? 엄마가 한 말이 말 같지 않아? 전 대표를 건드리지 말라니깐! 전 대표는 전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내가 전 대표를 만나도 예의 갖춰 인사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네가 뭔데 감히 전 대표를 건드려?”이 가주는 잔뜩 화가 나서 말하는 말투조차 거칠어졌다.평소 이윤정에게 말하던 부드러운 말투는 온데간데없었다.“전씨 가문이 우리 가문을 적으로 삼는다면 너 이윤정이 그 큰 책임을 질 수 있겠어? 나중에 내가 널 이씨 가문에서 내쫓는다고 탓하지 마. ”“엄마!”이윤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자신을 편애하던 어머니가 아니었다.“엄마, 저는 단지 전 대표를 따라 뻔뻔스럽게 고 대표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전 대표도 고씨 그룹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렇게 전부에요.”“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전 대표가 제 차 바퀴 공기를 빼놓았다니까요.전 대표가 먼저 저를 건드린 거예요. 저를 연적으로 여기고 저를 괴롭히려고 그런 거라고요.”“네가 전 대표 연적이 맞거든! 윤미가 지금 나랑 함께 고객을 만나러 왔거든. 집에 운전 기사에게 전화하거나 네 오빠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해봐. 그리고 앞으로 근무일에는 윤미에게 전화하지 마. 업무에 영향이 갈지도 모르니까.”말을 마친 이 가주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고 핸드폰을 이윤미에게 돌려주었다.“엄마, 고마워요.”이윤미는 친어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이 가주는 가슴이 아팠다.그녀의 방임하에 이윤정은 이윤미를 지나치게 괴롭히고 있었다.친딸을 한참 동
“근데 네가 이때 윤미한테 전화해서 널 데리러 오라고 하면 어떡해? 윤미가 큰 사업을 성사시켰기에 분명 윤미의 체면을 세워줄 수밖에 없었을 거야.”이윤정은 형수님의 말을 듣더니 질투하다 못해 이가 갈렸다.“운이 따라 줬구먼.”“아니야.”조윤도 질투가 나서 마음이 간질간질했다.이윤미가 만약 이씨 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이씨 가주의 자리는 이윤미의 앞으로 차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조윤의 남편에게도 아무 것도 차려지지 못할 것이다.조윤의 남편은 이씨 그룹을 위해 힘들게 일하며 노력했지만 결국엔 이윤미를 위해 혼수를 만들어놓은 셈이니 그녀의 남편뿐만 아니라 그녀도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이씨 가문은 친딸과 가짜 딸의 전쟁에 젖어 난리가 났지만 관성에서 생활하는 하예정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예진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겨우 이틀만 쉬었을 뿐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전태윤은 아내가 출근하지 못하게 막지 않았지만 대신 그녀의 사촌 언니가 막아 나섰다.성소현은 하예정이 하고 싶어 하는 일마다 모두 막아 나서며 말렸다.하예정을 걱정시키면 안 된다고 집으로 가서 쉬게 해야 하면서 말이다. 하예정은 성소현의 그런 모습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점심에 고객과 식사하기로 약속이 잡혔는데 성소현은 또 설득하기 시작했다.“예정아, 내가 갈게. 넌 전 대표 기다려서 같이 밥 먹든지 너희 집으로 가든지 해. 전씨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께서 분명 널 위해 맛있는 요리들을 준비해 줄 테니까.”“혹은 예진 언니 가게로 가서 밥 먹어. 참, 예진 언니 가게가 내일 개업한다고 했지? 우리 예진 언니에게 꽃을 주문해 드리자. 좀 잇다가 꽃가게에 전화해서 미리 갖다 놓으라고 부탁하자.”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언니, 전 괜찮아요. 제가 환자도 아닌걸요. 태윤 씨가 점심에 약속 있다고 저한테 미리 알려줬어요. 점심에 저와 같이 식사할 수 없대요.”“제가 임신 초기라서 괜찮아요. 집에서 누워 있으면 너무 심심해요.”성소현은 하예정의 앞에 앉
“맞아. 아이가 건강하면 좋은 거지. 딸이든 아들이든. 전씨 가문 여자들도 아들만 낳았는데 네가 딸을 낳지 못한다 해서 네 탓하진 않을 거야. 게다가 성별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전 대표잖아.”“예정아.”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전씨 할머니셨다.성소현과 하예정은 사무실 입구 쪽에서 전씨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가 함께 들어오시는 것을 보았다.숙희 아주머니 손에는 서너 개의 도시락이 쥐어져 있었다.“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에요?”“전씨 할머니.”두 사람은 모두 일어나서 인사했다.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손에 들고 있는 도시락을 보면서 전씨 할머니가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를 알아차렸다. 점심밥을 가져다주기 위해서였다.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점심시간이잖아. 밖에 해가 너무 쨍쨍하게 비추어 너무 더워. 네가 이리저리 다니는 게 걱정돼서 숙희 아주머니랑 너한테 점심밥 가져다주러 왔어. 예정이 네가 밥을 다 먹으면 여기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잖아.”말을 마친 할머니는 다시 성소현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소현 씨, 오랜만이네요.”성소현도 인사했다.“전씨 할머니, 오랜만이네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요. 정말 많이 컸군요.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갑네요.”가방을 들어 올린 성소현을 보며 어르신이 또 말을 건넸다.“소현 씨, 제가 음식을 특별히 많이 준비했거든요. 소현 씨와 예정이가 배불리 먹을 만큼 많아요. 여기서 먹어요.”성소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전씨 할머니, 저도 예정 이와 함께 숙희 아주머니 솜씨를 맛보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오늘 점심에 고객과 함께 식사하기로 한걸요.”“원래는 예정 이와 함께 만나기로 했는데 그 고객님께서 담배를 너무 자주 피워서 담배 냄새가 정말 심하거든요. 예정이가 임신해서 데려가지 않으려고요.”“예정이를 따라오지 말라고 설득하는 중이었어요. 할머니께서 마침 잘 오셨어요. 여기서 예정이랑 함께 밥 드세요. 전 이만 고객을 만나러 다녀올게요.”하예정은 두 사람
숙희 아주머니는 그 시큼한 매실을 옆에 놓으며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에게 비밀로 해야 해요. 태윤 씨가 제 월급을 깎으면 안 되거든요.”“저도 예정 씨를 위해 작은 디저트를 준비해 왔어요. 많지는 않지만 맛있게 드시라고 사 왔어요.”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가져온 맛있는 음식을 하나씩 꺼내는 것을 보고 또 옆에 놓인 한입에 금세 먹어치울 수 있는 작디작은 디저트들을 보며 말했다.“숙희 아주머니, 이렇게 작은 디저트와 매실 하나를 어떻게 맛있게 먹어요. 한 입이면 없어지는걸요. 너무 적어요.”전씨 할머니가 바로 말을 이었다.“태윤이가 네가 입덧한다고 가슴 아파하며 특별히 숙희 아주머니에게 당부했거든. 나에게도 어찌나 신신당부하던지. 널 너무 예뻐하면 안 된다면서 신맛, 단맛을 너무 먹이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했어. 아침에 네가 심하게 토했다며?”“숙희 아주머니가 몰래 너에게 매실 한 알이라도 챙겨 온 것에 감사해야 해.”하예정은 이내 수그러들었다.“그래요. 만족해야죠. 한 알이라도 있다는 게 어디에요.”“할머니, 숙희 아주머니랑 점심 드셨어요? 우리 함께 먹어요. 저 혼자 이렇게 많이 다 먹을 수 없어요.”“우리도 아직 안 먹었어. 그래서 이렇게 많은 음식을 챙겨 온 거야. 뭐든 같이 먹어야 맛있는 법이지.”전씨 할머니는 숙희 아주머니를 불러 함께 먹자고 했다.전태윤이 사무실에 없었기 때문에 숙희 아주머니는 한결 편안했고 전씨 할머니의 초대에도 거절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하예정의 사무실에서 무척 즐겁게 먹었다.하예정은 입덧한 탓으로 가끔 토하지만 먹을 때에는 또 잘 먹었다.하예정의 사무실에도 전태윤이 준비한 간식들이 많았다.소정남의 말에 의하면 임산부들은 식욕이 많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을 먹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하예정도 심효진과 같은 먹보였기 때문에 임신하고 나면 더 잘 먹게 될 것이 뻔했다.하여 전태윤은 아내를 위해 많고 많은 간식을 사무실에 가져다 놓았다.“예정아.”하예진은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동생을 불렀다.사무
하예정은 하예진이 특별히 맛보게 해준다면서 챙겨온 새 요리를 집어 먹더니 저도 모르게 눈빛이 반짝거렸다.전씨 할머니도 그 요리들을 맛보더니 바로 하예지에게 물었다.“예진아, 내가 네 새 가게에서 회원 카드를 하나 만들어야겠어. 매일 네 요리를 먹게. 네 요리 솜씨가 정말 나날이 좋아지고 있구나.”하예정도 먹으면서 머리를 끄덕끄덕했다.“예정아, 천천히 먹어. 체할라.”여동생이 매우 즐겨 먹는 모습을 보면서 하예진도 빙그레 모르게 웃었다.“제가 요리 학원에 등록했거든요. 혼자 연습하고 나서 동명 씨도 맛보게 했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여기로 가져온 거예요.”“할머니께서 맛있다고 하시니 저도 안심되네요.”“언니 정말 최고야!”하예정은 언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하예진은 점점 더 강인한 여자로 성장하고 있었다.하예진은 줄곧 우수한 여자였다.처음에는 남자의 거짓말에 속아서 바보같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되었고 종일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느라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그러나 현재 하예진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젠 대표로 일하면서 홀로 요식업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다.훌륭한 사람은 그자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기만 한다면 이내 다시 일어설 것이다.하예진의 얼굴이 조금 빨갛게 변했다.“아직도 많이 노력해야 해. 내일 새 가게 오픈하면 나도 셰프님들 도와드려야 해. 내가 셰프님 두 분을 초대했거든. 요리도 맛있게 하시는 분들이셔. 우리 세 사람의 요리 솜씨로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난 굳게 믿거고 있거든.”그녀의 목표는 자신만의 호텔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체인점을 관성에서, 심지어 전국에서 오픈하는 것이다.하예진은 언젠가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랐다.따르릉!하예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자 표시를 보았고 노동명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노 대표예요.”하예진은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노동명임을 통쾌하게 알려주었다.얼마 전 전씨 할머니와
노동명은 또 하예진이 전남편을 보러 병원으로 간 줄 알았다.“그랬어? 예정 씨는 괜찮고?”“네, 괜찮아요. 제부가 말하길 예정이가 단맛과 신맛을 먹지 않으면 입덧도 잘 안 한대요.”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태윤이가 예정 씨를 먹게 할 리가 없겠네. 예정 씨가 입덧만 하면 태윤이가 가슴 아파서 단 하루도 출근하지 못할걸. 출근했다 해도 정신은 예정 씨한테로 날아가 있을 게 뻔하니까.”노동명도 회사로 출근하다가도 퇴근할 시간이 다가올 때면 그의 마음은 이미 하예진 곁으로 날아가 버린지 옛날이다.노동명은 가끔 회사에 출근하여 업무를 처리할 때면 그날 점심에는 반드시 하예진의 새 가게로 가서 요리를 시식해주곤 했다.하예정이 노동명의 점심을 책임진 거나 다름없었다.“제가 나오기 전에 직원들에게 동명 씨 점심밥도 같이 차려놓으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남긴 요리들을 천천히 드세요. 좀 있다가 갈게요.”노동명은 빙그레 웃었다.“응, 알았어.”“그럼 이만 끊고 저도 밥 먹으러 갈게요.”“그래.”통화를 끊은 노동명은 그제야 안심하며 경호원에게 말했다.“가게 안으로 들어가줘. 예진이가 점심밥을 남겨놓았대.”경호원은 서둘러 그를 하예진의 새 가게 안으로 밀어 들어갔다.새 가게는 하루 토스트의 앞 두 글자를 따서 ‘하루 레스토랑’이라고 이름 지었다.하예진은 ‘하루’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체인점을 오픈해 하루 그룹을 만들고 싶었고 요식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싶었다.병원.병실에서 배불리 점심밥을 먹은 주형인은 부모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서 내려와 소화할 겸 걸어 다녔다.주형인은 잘 회복되고 있었다. 저세상으로 갈뻔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는 요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걸어 다녔다. 너무 급하게 걸어 다니다가 상처를 건드렸다가 더 아플까 봐 두려웠다.“벌써 걸어 다닐 수 있구나!”주서인이 사과 한 봉지를 들고 병실로 들어오고 있는데 동생이 병실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김은희는 걱정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