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윤정은 전화기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이 가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그녀는 바로 억울한 어조로 말했었다.“엄마, 나 전 대표한테 혼났거든. 전 대표가 내 차바퀴 공기를 다 빼서 지금 내가 차를 운전할 수 없게 됐어. 밖에 너무 더워 언니가 날 데리러 와주면 좋겠어.”“퇴근 시간이라 고씨 그룹으로 데리러 와도 시간이 얼마 안 걸릴걸. 야근하는 데 지장도 안 줄 거고.”“왜 또 전 대표를 건드려? 엄마가 한 말이 말 같지 않아? 전 대표를 건드리지 말라니깐! 전 대표는 전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내가 전 대표를 만나도 예의 갖춰 인사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네가 뭔데 감히 전 대표를 건드려?”이 가주는 잔뜩 화가 나서 말하는 말투조차 거칠어졌다.평소 이윤정에게 말하던 부드러운 말투는 온데간데없었다.“전씨 가문이 우리 가문을 적으로 삼는다면 너 이윤정이 그 큰 책임을 질 수 있겠어? 나중에 내가 널 이씨 가문에서 내쫓는다고 탓하지 마. ”“엄마!”이윤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자신을 편애하던 어머니가 아니었다.“엄마, 저는 단지 전 대표를 따라 뻔뻔스럽게 고 대표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전 대표도 고씨 그룹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렇게 전부에요.”“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전 대표가 제 차 바퀴 공기를 빼놓았다니까요.전 대표가 먼저 저를 건드린 거예요. 저를 연적으로 여기고 저를 괴롭히려고 그런 거라고요.”“네가 전 대표 연적이 맞거든! 윤미가 지금 나랑 함께 고객을 만나러 왔거든. 집에 운전 기사에게 전화하거나 네 오빠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해봐. 그리고 앞으로 근무일에는 윤미에게 전화하지 마. 업무에 영향이 갈지도 모르니까.”말을 마친 이 가주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고 핸드폰을 이윤미에게 돌려주었다.“엄마, 고마워요.”이윤미는 친어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이 가주는 가슴이 아팠다.그녀의 방임하에 이윤정은 이윤미를 지나치게 괴롭히고 있었다.친딸을 한참 동
“근데 네가 이때 윤미한테 전화해서 널 데리러 오라고 하면 어떡해? 윤미가 큰 사업을 성사시켰기에 분명 윤미의 체면을 세워줄 수밖에 없었을 거야.”이윤정은 형수님의 말을 듣더니 질투하다 못해 이가 갈렸다.“운이 따라 줬구먼.”“아니야.”조윤도 질투가 나서 마음이 간질간질했다.이윤미가 만약 이씨 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이씨 가주의 자리는 이윤미의 앞으로 차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조윤의 남편에게도 아무 것도 차려지지 못할 것이다.조윤의 남편은 이씨 그룹을 위해 힘들게 일하며 노력했지만 결국엔 이윤미를 위해 혼수를 만들어놓은 셈이니 그녀의 남편뿐만 아니라 그녀도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이씨 가문은 친딸과 가짜 딸의 전쟁에 젖어 난리가 났지만 관성에서 생활하는 하예정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예진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겨우 이틀만 쉬었을 뿐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전태윤은 아내가 출근하지 못하게 막지 않았지만 대신 그녀의 사촌 언니가 막아 나섰다.성소현은 하예정이 하고 싶어 하는 일마다 모두 막아 나서며 말렸다.하예정을 걱정시키면 안 된다고 집으로 가서 쉬게 해야 하면서 말이다. 하예정은 성소현의 그런 모습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점심에 고객과 식사하기로 약속이 잡혔는데 성소현은 또 설득하기 시작했다.“예정아, 내가 갈게. 넌 전 대표 기다려서 같이 밥 먹든지 너희 집으로 가든지 해. 전씨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께서 분명 널 위해 맛있는 요리들을 준비해 줄 테니까.”“혹은 예진 언니 가게로 가서 밥 먹어. 참, 예진 언니 가게가 내일 개업한다고 했지? 우리 예진 언니에게 꽃을 주문해 드리자. 좀 잇다가 꽃가게에 전화해서 미리 갖다 놓으라고 부탁하자.”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언니, 전 괜찮아요. 제가 환자도 아닌걸요. 태윤 씨가 점심에 약속 있다고 저한테 미리 알려줬어요. 점심에 저와 같이 식사할 수 없대요.”“제가 임신 초기라서 괜찮아요. 집에서 누워 있으면 너무 심심해요.”성소현은 하예정의 앞에 앉
“맞아. 아이가 건강하면 좋은 거지. 딸이든 아들이든. 전씨 가문 여자들도 아들만 낳았는데 네가 딸을 낳지 못한다 해서 네 탓하진 않을 거야. 게다가 성별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전 대표잖아.”“예정아.”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전씨 할머니셨다.성소현과 하예정은 사무실 입구 쪽에서 전씨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가 함께 들어오시는 것을 보았다.숙희 아주머니 손에는 서너 개의 도시락이 쥐어져 있었다.“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에요?”“전씨 할머니.”두 사람은 모두 일어나서 인사했다.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손에 들고 있는 도시락을 보면서 전씨 할머니가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를 알아차렸다. 점심밥을 가져다주기 위해서였다.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점심시간이잖아. 밖에 해가 너무 쨍쨍하게 비추어 너무 더워. 네가 이리저리 다니는 게 걱정돼서 숙희 아주머니랑 너한테 점심밥 가져다주러 왔어. 예정이 네가 밥을 다 먹으면 여기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잖아.”말을 마친 할머니는 다시 성소현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소현 씨, 오랜만이네요.”성소현도 인사했다.“전씨 할머니, 오랜만이네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요. 정말 많이 컸군요.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갑네요.”가방을 들어 올린 성소현을 보며 어르신이 또 말을 건넸다.“소현 씨, 제가 음식을 특별히 많이 준비했거든요. 소현 씨와 예정이가 배불리 먹을 만큼 많아요. 여기서 먹어요.”성소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전씨 할머니, 저도 예정 이와 함께 숙희 아주머니 솜씨를 맛보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오늘 점심에 고객과 함께 식사하기로 한걸요.”“원래는 예정 이와 함께 만나기로 했는데 그 고객님께서 담배를 너무 자주 피워서 담배 냄새가 정말 심하거든요. 예정이가 임신해서 데려가지 않으려고요.”“예정이를 따라오지 말라고 설득하는 중이었어요. 할머니께서 마침 잘 오셨어요. 여기서 예정이랑 함께 밥 드세요. 전 이만 고객을 만나러 다녀올게요.”하예정은 두 사람
숙희 아주머니는 그 시큼한 매실을 옆에 놓으며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에게 비밀로 해야 해요. 태윤 씨가 제 월급을 깎으면 안 되거든요.”“저도 예정 씨를 위해 작은 디저트를 준비해 왔어요. 많지는 않지만 맛있게 드시라고 사 왔어요.”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가져온 맛있는 음식을 하나씩 꺼내는 것을 보고 또 옆에 놓인 한입에 금세 먹어치울 수 있는 작디작은 디저트들을 보며 말했다.“숙희 아주머니, 이렇게 작은 디저트와 매실 하나를 어떻게 맛있게 먹어요. 한 입이면 없어지는걸요. 너무 적어요.”전씨 할머니가 바로 말을 이었다.“태윤이가 네가 입덧한다고 가슴 아파하며 특별히 숙희 아주머니에게 당부했거든. 나에게도 어찌나 신신당부하던지. 널 너무 예뻐하면 안 된다면서 신맛, 단맛을 너무 먹이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했어. 아침에 네가 심하게 토했다며?”“숙희 아주머니가 몰래 너에게 매실 한 알이라도 챙겨 온 것에 감사해야 해.”하예정은 이내 수그러들었다.“그래요. 만족해야죠. 한 알이라도 있다는 게 어디에요.”“할머니, 숙희 아주머니랑 점심 드셨어요? 우리 함께 먹어요. 저 혼자 이렇게 많이 다 먹을 수 없어요.”“우리도 아직 안 먹었어. 그래서 이렇게 많은 음식을 챙겨 온 거야. 뭐든 같이 먹어야 맛있는 법이지.”전씨 할머니는 숙희 아주머니를 불러 함께 먹자고 했다.전태윤이 사무실에 없었기 때문에 숙희 아주머니는 한결 편안했고 전씨 할머니의 초대에도 거절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하예정의 사무실에서 무척 즐겁게 먹었다.하예정은 입덧한 탓으로 가끔 토하지만 먹을 때에는 또 잘 먹었다.하예정의 사무실에도 전태윤이 준비한 간식들이 많았다.소정남의 말에 의하면 임산부들은 식욕이 많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을 먹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하예정도 심효진과 같은 먹보였기 때문에 임신하고 나면 더 잘 먹게 될 것이 뻔했다.하여 전태윤은 아내를 위해 많고 많은 간식을 사무실에 가져다 놓았다.“예정아.”하예진은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동생을 불렀다.사무
하예정은 하예진이 특별히 맛보게 해준다면서 챙겨온 새 요리를 집어 먹더니 저도 모르게 눈빛이 반짝거렸다.전씨 할머니도 그 요리들을 맛보더니 바로 하예지에게 물었다.“예진아, 내가 네 새 가게에서 회원 카드를 하나 만들어야겠어. 매일 네 요리를 먹게. 네 요리 솜씨가 정말 나날이 좋아지고 있구나.”하예정도 먹으면서 머리를 끄덕끄덕했다.“예정아, 천천히 먹어. 체할라.”여동생이 매우 즐겨 먹는 모습을 보면서 하예진도 빙그레 모르게 웃었다.“제가 요리 학원에 등록했거든요. 혼자 연습하고 나서 동명 씨도 맛보게 했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여기로 가져온 거예요.”“할머니께서 맛있다고 하시니 저도 안심되네요.”“언니 정말 최고야!”하예정은 언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하예진은 점점 더 강인한 여자로 성장하고 있었다.하예진은 줄곧 우수한 여자였다.처음에는 남자의 거짓말에 속아서 바보같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되었고 종일 집안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느라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그러나 현재 하예진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젠 대표로 일하면서 홀로 요식업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다.훌륭한 사람은 그자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기만 한다면 이내 다시 일어설 것이다.하예진의 얼굴이 조금 빨갛게 변했다.“아직도 많이 노력해야 해. 내일 새 가게 오픈하면 나도 셰프님들 도와드려야 해. 내가 셰프님 두 분을 초대했거든. 요리도 맛있게 하시는 분들이셔. 우리 세 사람의 요리 솜씨로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난 굳게 믿거고 있거든.”그녀의 목표는 자신만의 호텔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체인점을 관성에서, 심지어 전국에서 오픈하는 것이다.하예진은 언젠가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랐다.따르릉!하예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자 표시를 보았고 노동명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노 대표예요.”하예진은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노동명임을 통쾌하게 알려주었다.얼마 전 전씨 할머니와
노동명은 또 하예진이 전남편을 보러 병원으로 간 줄 알았다.“그랬어? 예정 씨는 괜찮고?”“네, 괜찮아요. 제부가 말하길 예정이가 단맛과 신맛을 먹지 않으면 입덧도 잘 안 한대요.”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태윤이가 예정 씨를 먹게 할 리가 없겠네. 예정 씨가 입덧만 하면 태윤이가 가슴 아파서 단 하루도 출근하지 못할걸. 출근했다 해도 정신은 예정 씨한테로 날아가 있을 게 뻔하니까.”노동명도 회사로 출근하다가도 퇴근할 시간이 다가올 때면 그의 마음은 이미 하예진 곁으로 날아가 버린지 옛날이다.노동명은 가끔 회사에 출근하여 업무를 처리할 때면 그날 점심에는 반드시 하예진의 새 가게로 가서 요리를 시식해주곤 했다.하예정이 노동명의 점심을 책임진 거나 다름없었다.“제가 나오기 전에 직원들에게 동명 씨 점심밥도 같이 차려놓으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남긴 요리들을 천천히 드세요. 좀 있다가 갈게요.”노동명은 빙그레 웃었다.“응, 알았어.”“그럼 이만 끊고 저도 밥 먹으러 갈게요.”“그래.”통화를 끊은 노동명은 그제야 안심하며 경호원에게 말했다.“가게 안으로 들어가줘. 예진이가 점심밥을 남겨놓았대.”경호원은 서둘러 그를 하예진의 새 가게 안으로 밀어 들어갔다.새 가게는 하루 토스트의 앞 두 글자를 따서 ‘하루 레스토랑’이라고 이름 지었다.하예진은 ‘하루’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체인점을 오픈해 하루 그룹을 만들고 싶었고 요식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싶었다.병원.병실에서 배불리 점심밥을 먹은 주형인은 부모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서 내려와 소화할 겸 걸어 다녔다.주형인은 잘 회복되고 있었다. 저세상으로 갈뻔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는 요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걸어 다녔다. 너무 급하게 걸어 다니다가 상처를 건드렸다가 더 아플까 봐 두려웠다.“벌써 걸어 다닐 수 있구나!”주서인이 사과 한 봉지를 들고 병실로 들어오고 있는데 동생이 병실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김은희는 걱정스레
“그런 걸 뭐하러 자꾸 말해!”주형인은 누나를 꾸짖었다.주서인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주경진은 바로 딸에게 경고했다.“더는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다시 가서 일을 저지른다면 내가 널 절대 용서 안 할 거야!”딸은 X떡 같은 습관을 여전히 고치지 못하고 있다. 하예정이 동물원에서 정한이를 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서인은 금세 감사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또 탐욕스러운 본성을 드러내놓기 시작했다.주경진은 딸이 또 일을 저지를까 봐 무척 걱정했다.주서인이 바로 말을 이었다.“아버지, 제가 어떻게 감히 또 일을 저지를 수 있겠어요. 예정의 신분을 봐서라도 제가 더는 사고 치면 안 되죠. 그러다가 제 가게도 망할 수도 있거든요. 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 아니에요.”“그냥 질투해 볼 뿐이에요. 예진이가 오늘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우리 공로인걸요. 우리가 아니었더라면 예진이가 분발하여 오늘날의 사업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주서인의 파렴치함은 끝이 없었다.이 말을 들은 주서인의 부모님과 남동생마저도 그녀가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속으로 욕했다.“형인아, 너도 빨리 독한 X이랑 이혼하고 예진...”“닥쳐!”주경진은 딸에게 호통쳤다.“앞으로 병실로 올 거면 조용히 앉아있다 돌아가! 형인이 일에 참견하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마. 나와 네 엄마가 있는 한 주씨 집안 일은 네가 관여할 필요 없을거야!”“제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그러세요. 저도 형인이를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요. 예진이와 노 대표 사이가 엄청 가까운데 나중에 우빈이가 성씨라도 바꾸게 되면 그때 가서 땅을 치며 후회해도 소용없어요.”주서인이 자꾸 이런 형편없는 말들을 되풀이하는 이유가 바로 동생과 하예진의 재혼을 통해 하예진의 몸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다.“우빈이 성씨가 무엇이든 우빈이는 여전히 나를 할아버지라 부를 테고 네 동생을 아버지라고 부를 거야. 혈육은 성씨가 변한다고 해서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야.”주형인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현주와 이혼하지 않을 거야. 현주
“정 선생님, 물 드세요.”정겨울은 물 잔을 건네받으며 인사했다.“고마워요.”“제가 더 고맙죠. 정 선생님께서 산후조리 하신 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우리 아들이 또 이렇게 초대했네요. 제도 너무 미안해서 이진이를 꾸지람했다니까요..”정겨울도 목이 말랐는지 물 반 컵을 한꺼번에 마셔버렸다.“괜찮아요. 저도 산후조리 할 때 너무 심심했어요. 빨리 오고 싶었지만 우리 남편이 저더러 집에서 더 쉬라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늦게 왔네요.”“저도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 제 몸을 제가 더 잘 돌볼 수 있는데도 자꾸 저보고 쉬라고 하세요. 이진 씨가 약혼녀분께 참 정이 깊은 모양이더라고요.”“운초 씨 눈을 치료해 주기 위해 우리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도 꿋꿋하게 저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저도 이진 씨 성의에 몹시 감동했거든요. 저도 운초 씨를 위해 기꺼이 도와드릴 겁니다.”“제가 운초 씨의 눈을 치료해 주어 이진 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해주고 싶어요.”여운초는 전이진과 약혼한 사이지만 약혼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아직도 잘 모르고 있었다.정겨울은 여운초가 불쌍하기도 했다.게다가 두 가문에서도 사업상의 거래가 있었기 때문에 정겨울은 기꺼이 전이진을 도와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려 했다.“정말 고마워요!”명해은은 감사할 따름이다.그녀도 며느리의 눈이 치료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명해은은 밖에서 패기 넘치게 예비 며느리를 보호하고 있었지만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그녀의 장남은 무척 훌륭했고 며느리도 어느것 하난 뒤떨어질 게 없는 여자였다. 유독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명해은은 아들을 매우 가슴 아파했기에 며느리의 눈을 치료해 주는 기회가 생겼으니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사모님, 전씨 할머니와 예정 씨께서 오셨어요”하인이 들어와서 명해은에게 알려주었다.곧 전씨 할머니와 하예정이 들어왔다.“할머니.”전씨 할머니가 들어오시자 정겨울은 물컵을 내려놓으며 일어나 웃음 지으면서 인사했다.“정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
전현림이 황급히 말했다.“엄마, 이따가 소민이랑 쇼핑하러 갈게요. 우리 여보가 좋아하는 무엇이든 살 거예요. 소민이가 행복하기만 되니까요.”전씨 할머니는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할아버지가 될 사람인데 먼저 자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해.”“엄마, 저는 항상 태윤이와 창빈의 본보기거든요.”“두 사람 다 부엌에 가서 막내를 도와 얼른 밥해.”“엄마, 밥 드세요! 창빈이가 진작에 다 준비했어요!”전현림은 자랑스러운 듯 소리쳤다.전씨 할머니는 전태윤을 곁눈질했다.전현림은 멋쩍게 웃더니 전태윤에게 눈빛을 보냈다. 전현림 부자는 그제야 모두 주방으로 향했다.두 남자를 떼어낸 할머니는 표정을 바꾸어 웃으며 장소민과 하예정에게 말했다.“좀 이따가 우리 셋이 함께 쇼핑하러 나가자. 나도 오랜만에 쇼핑하지 못했는데 우리 증손녀에게 옷 몇 벌 사줘야겠다.”장소민도 맞장구쳤다.“맞아요. 우리 치마 몇 벌 더 사 와요.”하예정도 바로 말을 이었다.“할머니, 어머님. 아기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꼭 딸이라고 장담 못 해요.”전씨 할머니와 장소민은 동시에 하예정을 쳐다보았다.하예정은 바로 수그러들었다.“네. 가요. 가요.”어르신들께 환상을 드리는 것도 나을듯싶다.아기가 태어나 환상이 깨지는 순간 하예정을 탓할 수는 없으니까.하예정은 늘 아들을 낳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전씨 가문에서 몇 대째 딸이 태어나지 못했는데, 과연 하예정이 정말 운 좋게 첫 아이로 딸을 낳을 수 있을까!우빈도 그녀의 배 속에 있는 동생이 남동생이라고 했다.“참, 우빈은?”전씨 할머니는 그제야 우빈이 녀석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왠지 집으로 돌아온 뒤로 뭐가 빠졌다고 생각되었는데. 우빈이가 없네.”“동명이가 데려갔어?”하예정이 대답했다.“우빈이가 할머니께서 이제야 자신이 생각난다는 사실을 알면 울어버릴걸요? 할머니께서 늘 우빈을 가장 사랑한다고 하셨는데 돌아오신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생각나셨잖아요.”“주말이라 우빈은 동명 오빠를 따라 강성으로
“우리 형제들은 전부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셨는데 할머니께서 저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교육 성과를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겠네요.”전씨 할머니는 아무 말도 잇지 못하셨다. 그녀의 보배로운 장손은 말주변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이는 확실히 전부 할머니의 업적이었다. 전씨 할머니가 전태윤에게 하예정이라는 손자며느리와 결혼시켜주었기 때문이다.하예정의 웃음은 멈춘 적 없었다.전씨 할머니가 전태윤과 말다툼할 때마다 하예정은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고 있었다.“예정아, 우리 태윤이와 말하지 말자. 종일 굳은 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다니, 너니까 태윤이와 함께 할 수 있지, 다른 여자들은 아마 멀리 쩍 피했을 거야. 애들도 밤에 태윤이를 보면 무서워서 울어버릴걸.”전태윤의 얼굴은 온통 잿빛으로 변해버렸다.“아니에요. 저는 태윤 씨가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전혀 무섭지 않거든요. 저에게 엄청 부드럽고 다정하게 자상하게 대해줘요. 저는 마음에 무척 드는걸요.”전태윤은 또 이내 행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역시 아내밖에 없네.”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쯧쯧... 싱글들이 너희들을 보면 얼마나 괴롭겠어.”“우리가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싫으세요?”전태윤이 되물었다.전씨 할머니는 너무 행복한 웃음 지으며 말을 이었다.“좋지. 너무 좋지. 네가 예정이와 결혼하니 내가 너무 기뻐. 아이고, 누가 처음에 절대로 예정이를 사랑할 리가 없다고, 절대로 아내로 삼지 않겠다고 맹세했는지 몰라...”전태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할머니를 나무랐다.“할머니, 옛날 일은 좀 끄집어내지 마세요.”하예정은 으쓱하며 말을 꺼냈다.“제 남자는 절대로 제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해요.”“난 너의 그 패기가 너무 좋아!”그렇게 두 여자는 서로 마주 보며 웃으며 전태윤을 뒤로한 채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전태윤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전씨 할머니는 정말 개구쟁이다.또한,
“눈이 보고 싶으면, 아기가 태어난 후에 가서 눈을 구경시켜 줄게.”“네.”부부는 장거리 여행을 거의 하지 않았다.다들 너무 바빴다.전태윤 부부의 차가 막 별장에 들어가 주차되었을 때 전씨 할머니도 돌아왔다.전태윤은 차에서 내려 전씨 할머니의 차로 향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차에서 내리자 할머니께 말을 건넸다.“할머니, 우리를 잊으신 건 아니네요. 예정이가 임신해서 돌봐주러 오시겠다고 하셨으면서 집에 자주 안 오시고. 자꾸 어디로 도망가시는 거예요? 어느 집 어르신이 할머니처럼 말을 안 들어요? 나이가 드셔서도 여기저기 뛰어다니시고. 전화를 걸어도 몇 마디 못 하고 짜증스럽게 끊어버리시잖아요.”전씨 할머니는 손자의 불만에도 화를 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뛰어다니는 게 좋다고 생각되지 않아? 내 건강이 좋다는 의미잖아. 내가 만약 침대에서 꿈쩍도 못 하고 누워만 있다면 너희들이 더 골치 아플걸.”“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우리 할머니는 그러실 리가 없거든요.”하예정이 말했다.전태윤도 엄숙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는 할머니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손자며느리가 다가오자 전씨 할머니는 즉시 표정을 바꾸어 억울하고 두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하예정의 뒤로 숨어서 전태윤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뒤로 숨어 주눅이 드는척했다.“예정아, 태윤이가 조금 전에 잘 욕했어. 자꾸 옛 친구들과 놀기만 하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내가 말을 안 듣는다고 자꾸 잔소리해.”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전씨 할머니는 또 연기의 달인으로 변신했다.하예정은 할머니의 연기에 맞춰주며 한편으로는 전씨 할머니를 보호하면서 전태윤을 나무랐다.“옛 친구들과 모여서 놀았을 뿐인데 왜 그래요? 나쁜 짓 한 것도 아닌데. 뭐라고 자꾸 하지 마세요.”그리고 돌아서면서 다시 전씨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할머니, 밖에서 너무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나이도 점점 많아지시고 하니 안전에 유의하셔야죠. 그래야 우리도 시름 놓죠
전태윤은 마음이 아팠다.“관리하기 싫으면 상관하지 마. 내가 도와서 지켜보면 되니까. 예정아, 난 네가 평생 아무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하예정의 손이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여보, 당신을 볼 때마다 저는 할머니께 항상 감사드려요. 이렇게 훌륭한 당신과 결혼하게 해주셔서. 그리고 당신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려요. 저를 미워한 적도 없을뿐더러 제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한 적도 없어서. 태윤 씨가 나 힘들어하는 걸 가슴 아파 하는 것도 알아요. 저는 이미 당신과 결혼한 이상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제가 짊어질 짐은 전부 질 거예요. 피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을 거예요. 태윤 씨도 충분히 바쁠 텐데 제가 어찌 또 도와달라고 하겠어요.”하예정은 자신 있게 또 말했다.“모든 것을 잘 해낼 거예요. 제가 불평을 털어놓는 것도 아닌걸요. 알잖아요. 제가 사업에 관심이 엄청 많다는걸.”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품에 안고 부비부비한 뒤에야 그녀를 풀어주었다.“익숙해지면 나아질 거야. 우리 엄마도 봐봐. 수십 년 동안 관리해왔기 때문에 이미 익숙해져서 엘리트 직원들도 많이 배양하셨잖아. 지금은 장부만 잘 확인하면 그뿐이거든. 너도 이제 우리 가문에 들어왔으니 아기가 태어나면 장차 적응해서 너만의 심복을 키워 우리 엄마처럼 믿을만한 부하 직원에게 맡겨.”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머님께 배울게요. 빨리 일 보세요. 일 끝나면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어요. 어머님께서 방금 메시지로 오늘 저녁에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셨어요. 창빈 도련님께서 직접 요리한다고 하셨는데.”전창빈은 곧 멀리 떠나야 했기에 그로 인해 싸운 부모님께 보상해드릴 겸 함께 식사하러 왔다.이번 주말에도 부모님을 잘 모시다가 월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원림성의 A시로 날아가 선우씨 가문에 가정 요리사에 지원할 계획이다.멀리까지 가서 요리사로 되는데 전창빈은 선우민아가 그를 채용하지 않을까 봐 그녀에게 자신이 전씨 가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