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안색이 정말 좋으세요.”정겨울은 전씨 할머니를 칭찬했다.예진 리조트에 있을 때 정겨울은 전씨 할머니의 맥을 짚어보았는데 어르신의 건강은 엄청나게 좋으셨다. 십여 년을 더 사셔도 문제없을 정도로 말이다.정겨울의 스승님께서도 진귀한 약재로 몸조리를 하셨기 때문에 몸이 아주 튼튼하셨다.스승님께서는 120세까지 살도록 노력하여 예훈이가 장가가고 자식들을 낳는 것까지 보고 싶다고 하셨다.예훈이가 아직 말도 못 하는 어린 아기인데도 말이다.전씨 할머니도 웃으며 정겨울의 손을 잡았다.“겨울 씨, 스승님께 장수할 수 있는 약이 있을까요? 저한테 몇 알 주시면 제가 좀 힘이 날 것 같은데. 120세까지 살게 하면 더 좋고요. 지금 세상에 백 세까지 사는 건 신기한 일도 아니잖아요.”“언제 증손녀를 안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증손녀를 안아야 제가 당당하게 우리 영감 만나러 갈 수 있을 텐데요. 저는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은 가진 여자 아기를 너무 좋아하거든요.”“지연이처럼 귀여운 증손녀를 한 보따리 줘도 저는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데.”정겨울이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스승님께서 지금 저의 아기를 돌봐주고 계시거든요. 제가 좀 있다가 돌아가서 스승님께 여쭤볼게요. 전씨 할머니께 120세까지 살 수 있는 약을 몇 알 달라고 해볼게요.”“전씨 할머니께서 증손녀를 안으시려면 아마 오래 기다리셔야 할걸요. 하지만 할머니께서 손자분 9명이나 계시니 9명의 며느리도 있다는 의미잖아요. 그럼 언젠가 그 9명의 며느리 중에서 증손녀를 낳아줄 분 계실 거에요.”정겨울은 확실하게 대답해 주지 못했다.정겨울도 전씨 가문으로 시집간 여자들이 아들만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적 있었다.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전씨 가문의 며느리들이 자신의 신체의 산 알칼리성을 조절해서 임신을 준비해도 결국 아들을 낳고 말았다고 한다.물론 지금은 의학이 발달한 시대라서 딸을 낳고 싶으면 인위적으로 간섭해 시험관 아기를 수술을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정겨울은 자연적으로 임신
여운초는 오랫동안 눈이 멀었기에 여준희를 따라다니며 진찰을 받았고 심지어 절에 가서 기도까지 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매번 실망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실망의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여운초는 희망 가질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여운초도 정겨울이 가족들이 품고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만약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녀 혼자 실망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익숙해졌으니까. 하지만 가족들도 그녀따라 함께 실망하는 것이 몹시 싫었다.“겁내지 마.”전이진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힘껏 껴안았고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뽀뽀를 해주었다.“겁내지 마. 내가 있잖아.”여운초는 고개를 들어 전이진의 모습을 애써 보고 싶었지만 눈앞은 여전히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았다.전의진의 말과 포옹 그리고 입맞춤은 여운초의 마음속으로 따뜻한 물결처럼 흘러들어와 그녀의 마음을 녹여주었다.여운초는 마침내 긴장을 풀었다.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전씨 가문의 별장으로 들어갔다.따르릉...전이진의 핸드폰이 울렸다.전이진은 가족들의 재촉하는 전화인 줄 알았다.“우리 엄마 재촉하는 전화일 거야.”전이진이 휴대전화를 꺼내 보더니 어머니가 아닌 여천우에게서 걸려온 전화임을 발견했다.그의 처남이었다.전이진은 뜻밖이라고 생각했다.여천우가 대학에 있을 때만 해도 여운초와 가끔 장난도 치고 했다. 하지만 그 뒤로 여천우는 두 고모의 편을 들지는 않았지만 남매사이의 감정은 원래처럼 사이좋은 시절로 돌아가지 못했다.필경 여운초가 들여보낸 세 사람은 다름 아닌 여천우의 친부모와 새어머니의 딸이였기 때문이다.여천우는 예비 형부에 대한 태도는 그나마 좋았지만 예비 형부의 연락처를 요구한 적이 없었기에 도리상 전이진의 휴대번호를 알지 못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천우가 전이진이게 전화를 걸온 것이다.전이진은 뇌를 굴리는 것이 귀찮았다. 여천우가 진심으로 연락할 마음만 있다면 한동호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이내 알아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정 선생님을 아직 만나지도 못했어. 정 선생님께서 오실 때 내가 마침 출장 갔거든. 지금 네 형부가 날 데리러 갔다가 방금 네 형부 별장으로 도착했어. 곧 정 선생님을 만나게 될 거야.”동생은 여전히 여운초를 걱정하고 있었다.이는 여운초를 기쁘게 만들었다.“누나, 결과가 어떻든 낙심하지 마. 정 선생님께서 방법이 없다고 하시면 우리가 더 좋은 의사를 찾아가면 되니까.”여천우는 누나를 위로하고 있었다.정겨울마저 누나의 눈을 치료하지 못하면 정말로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정겨울은 신의의 제자였다. 신의라고 불릴 수 있는 정도면 그 의술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다는 의미였다.여운초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오히려 동생을 위로했다.“천우야, 누나 속상하지 않아. 결과가 어떻든 난 다 견딜 수 있어. 어둠 속에서 이렇게 오래 살았으니 이젠 익숙해졌는걸. 네 형부가 억울하지. 그렇게 우수한 분이신데 나와 같이 눈이 먼 여자랑 결혼해야 하니까.”“운초 씨.”전이진은 고개를 숙여 말을 꺼냈다.“내가 뭐 억울할 게 있어.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 그날부터 당신 눈이 치료되든 말든 꼭 당신과 결혼하여 여생을 함께할 거라고 다짐했어. 당신이 회복될 수 있다면 더 좋은 거고 회복할 수 없다면 내가 당신 눈이 되어줄게.”여천우가 전화기 건너편에서 말했다.“난 형부의 인성을 믿어. 형부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전씨 가문의 가풍이 어떤지 우리 모두 다 잘 알잖아. 누나 자신도 믿고 형부도 믿어봐.”여운초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릴뻔했지만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꾹 참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나지막이 대답했다.“알았어. 천우야, 학교에서 잘 지내는 거 맞지? 돈은 있고? 학교 밥은 맛있어? 맛이 없으면 밖에 나가서 먹어. 돈 없으면 누나가 보내 줄게.”“부족하지 않아. 누나가 정기적으로 내 계좌에 생활비를 이체해 주고 있잖아. 나도 아르바이트하면서 돈도 좀 벌고 있어서 충분해.”“돈이 부족해서 아르바이트하는 건 아니고
정겨울의 명성이 자자했으나 정작 정겨울 본인을 본 적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사람들은 의술이 훌륭한, 작은 신의라 불리는 정겨울이 중년 여자일 거로 생각했다.“정 선생님, 이쪽은 제 약혼녀 여운초에요.”전이진은 자신의 약혼녀를 정겨울에게 소개해 주었다.정겨울은 전이진이 낯선 여자를 부축하며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 여자가 환자임을 바로 알아차렸다.“운초 씨.”여운초가 청력으로 상대방의 위치를 추측하는 것을 알았기에 정겨울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여운초가 금방 집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계단 쪽을 향하고 있었다.정겨울이 먼저 인사를 건네오자 여운초는 그제야 말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정 선생님, 안녕하세요.”“운초 씨,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제가 먼저 맥을 짚어 드릴게요.”정겨울은 단도직입적으로 전이진 더러 여운초를 부축하여 자신의 곁으로 앉히게 하였고 여운초의 맥을 짚어주려 했다.전이진은 서둘러 약혼녀를 부축해 정겨울 쪽으로 향했다.정겨울의 곁에 앉아있던 전씨 할머니도 자리를 비워 여운초가 정겨울 바로 옆에 앉도록 했다.정겨울은 여운초의 맥을 짚은 뒤 눈을 들여다보았고 그제야 입을 열었다.“운초 씨는 중독으로 인한 실명으로 보이네요. 운초 씨 과거에 치료받은 적 있었죠? 병의 증상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 받은 적 있죠? 요즘은 빛도 좀 보이죠?”여운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제가 실명한 후로 수많은 의사를 찾아다니며 진찰을 받았고 치료도 수많이 해보았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그 뒤로 정말 대단하신 의사 한 분을 만나게 되어 눈을 치료받게 되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눈을 완전히 치료하시지 못한 채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어요. 그 후로도 의사 선생님을 몇 명이나 만났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었어요.”“그래서 저도 더 이상 희망을 품지 않고 혼자서 10년 넘게 어둠 속에서 살게 되었어요. 저도 익숙해졌는걸요.”그 뒤로도 여운초는 아무
정겨울은 웃으며 담보했다.“괜찮아요, 이거 불치병 아니니까 맘 편히 놓으세요. 제가 이런 말 하면 꼭 해낼 사람이라는 거 잘 아시죠.”그녀는 여운초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길어서야 3달, 3달 뒤에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제 스승님을 모셔 와 도와드릴게요. 하지만 해독 쪽에서는 제 스승님도 저보다 못하신걸요.”그녀는 독초와 독화를 워낙 많이 심었던지라 스승보다 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그리하여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의술과 독약을 다루는 능력이 대단하다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몇백 년만 빨리 태어났다면 신의와 마약왕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 분명하다.정겨울이 직접 나선다면 꼭 여춘초의 눈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녀의 말에 모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정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여운초는 며칠 동안 걱정했던 마음을 놓은 채 정겨울의 손을 꼭 잡고는 끊임없이 감사하고 말했다. 그에 정겨울은 웃으면서 사양했다.“저보다 운초씨 작은고모, 고모부 그리고 약혼자에게 감사하세요. 그분들이 운초씨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견지해 와서 오늘의 운초씨가 있는 거 아닐까요.” “작은고모는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그때 고모가 돌아오지 않으셨다면 전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여운초는 그때의 비극과 십 년 동안 실명으로 인해 고생한 것을 생각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가 가장 고마워하는 이는 작은고모 여준희였다. 여준희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아버지의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어머니는 수를 써서 그녀에게 독약을 먹여서는 “병”으로 죽게 하려고 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도 세상을 뜨시고 두 고모마저 의붓아버지 편에 섰다. 원래 여씨 가문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던지라 정말 “병”으로 죽는다고 해도 작은고모만 진심으로 슬퍼하지, 다른 이들에게 그녀는 죽으면 죽었지, 대수로울 것 없었다. 여씨 가문에서 그녀는 쓸모없는 사람이었으니까.마침, 그때 여준희가
여준희의 작은오빠는 눈물을 머금고 세상을 떠났다.전에 그녀는 작은오빠의 죽음에 큰오빠와 새언니의 참여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정말로 냉혹하고 무정한 사람들이다!여준희는 큰오빠와 새언니가 감옥에 갇혀 곧 중형을 받게 될 것에 대해 그것은 그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죗값이며 동정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작은오빠와 조카에게 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사형을 받아도 마땅했다. 여운별이 머지않아 출소한다. 하지만 나온다고 뭐가 달라지는가?백이 되어줄 부모님도 사라졌지, 여운초만 다시 시력을 회복하게 된다면 여운별이 제아무리 오만방자하다고 해도 아무런 풍랑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여준희는 문득 자기 두 언니가 생각났다. 그들도 참 지독하지, 전이진을 가장해서 운초를 속이려 했으나 현재 전이진의 보복을 받아 파산의 길로 들어섰다. 이 결과는 모두 그들이 자초한 일이다.여준희와 여운초는 서로를 끌어안고 통곡하며 마음속 깊숙이 숨겨놓은 고통을 마음껏 털어놓았다. 두 사람이 너무 안쓰러웠기에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한창 설움을 터뜨리는 두 사람을 보며 정겨울은 자기가 가져온 약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에는 그녀가 직접 재배한 약초가 들어 있었는데, 일부는 알약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것은 여전히 원래 약초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녀는 약초 몇 개를 꺼내 투명한 봉투에 넣으며 전이진에게 말했다.“둘째 도련님, 이 약초들은 물에 끓여 운초씨 눈을 씻는 거예요. 제가 급하게 온지라 가져온 약이 별로 없거든요. 제가 갈 때 함께 오셔서 약을 더 가지셔도 좋습니다.”“알겠어요.”정겨울은 또 다른 약 처방을 전이진에게 건네며 처방대로 약을 받아오게 했다.마지막으로 그녀가 직접 만든 알약 두 병을 함께 건네며 말했다. “이 약은 제가 직접 연구해 낸 약이에요. 운초씨가 약 먹을 때마다 한 병에 하나씩 총 두 알을 중약과 함께 복용하면 됩니다.”전이진은 열심히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정 선생님, 눈약은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나요
정겨울의 방문에 전 씨 할머니께서 산장으로 오셨고 관성에 남아 있는 한 모두 서둘러 돌아왔다. 저녁은 둘째 도련님 저택에서 해결했다. 정겨울을 불러온 이가 전이진이였으니 둘째네 집에서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넷째 도련님 전이혁과 다섯째 도련님 전우가 돌아온 것을 보고 하예정은 눈을 깜빡이며 곁에 있는 남편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태윤 씨, 이혁 씨와 전우 씨 아직도 관성에 있네요. 전 두 분 다 배우자 찾으러 간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전태윤은 사랑스러운 아내를 지긋이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할머니가 주신 사진을 받은 지 얼마 안 되니까 그렇게 빨리 움직이진 못 하겠지. 이혁이는 할머니가 골라주신 사람을 좀 싫어하는 것 같아.”“전우는 아직 티가 안 나 모르겠는데. 재가 워낙에 참을성 있는 애라서.”여섯째는 전태윤의 친동생이며 올해 겨우 스물다섯 살이다. 할머니는 원래 여섯째에게도 골라주려고 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니 성숙하고 듬직하지 못하다고 여겨 2년은 더 기다려도 된다고 생각했다.할머니는 하예정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여섯째에게 배우자 찾아주는 것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일곱째는 사회에 발을 들이민 지 얼마 안 되는지라 소개팅하기엔 너무 일렀다. 당분간은 할머니 표적이 되진 않을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아무튼, 위에 있는 몇 명의 형들도 아직 미혼이니까.전태윤과 하예정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전이혁이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 “태윤이형, 형수님.”전태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에 응하였다.하예정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물었다.“돌아오셨어요?”전이혁이 대답했다.“네, 집 문에 발도 안 들여놓고 곧장 백부님 댁으로 쳐들어왔어요.”“그보다 태윤이 형, 형수님 축하해요.”전이혁은 하예정의 임신을 축하하러 온 것이다. 드디어 형과 형수가 엄마 아빠로 승진하니 그보다 기쁜 소식이 따로 없었다.“전에 카톡으로 축하 인사를 드렸지만 그래도 직접 봬서 축하해주려고요.’”전이혁은 실웃음을 지
전이혁이 더는 입을 열려 하지 않으니 하예정도 더는 캐묻기가 어려웠다.하지만 할머니가 선택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전이혁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할머니께서 전태윤 동생들에게 배우자를 찾아줄 때마다 그녀들이 하예정과 잘 맞는지도 고려해 본다. 그래서 선택받은 이들은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야만 하예정과 어울릴 수 있으니까. 할머니께서 가장 아끼는 것은 태윤 부부였다.장손이니 지위부터 달랐다.또한, 전태윤은 전씨 가문 현재 주인이고 하예정도 곧 여주인이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하예정도 노력해서 동서들과 정을 쌓고 덕으로 그들을 복종시켜야만 여주인으로서 진심으로 존경 받을 수 있다.“태윤이 형, 형수님. 그럼 저는 이만 부모님에게 가볼게요. 돌아와도 말 한마디 없다고 야단맞기 전에 인사드리러 갈게요.”전이혁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떴다.그는 하예정이 흥미진진하게 자신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형수님이 관심을 보이면 큰형이 눈빛으로 압박하며 그의 이야기를 공유해줄 것이 뻔한 일이었다. 형수님이 워낙 구경하기 좋아하는지라 큰형은 꼭 그런 형수님의 환심을 사려 할 것이다. “말 돌리고 떠나는 걸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하예정이 웃으며 전태윤에게 물었다.“태윤 씨, 할머니께서 어느 집 아가씨를 이혁이한테 소개해 줬는지 아세요?”“잘 모르는데, 관심도 없고. 난 당신이 있잖아. 내 맘속과 닿는 시선 속엔 당신밖에 없어. 다른 여잔 나랑 상관없고 시간 낭비하면서 관심할 생각 없어. ”“....” 하예정 남편이 그래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는 사람이지. 많은 사람이 돌아온 서원 리조트는 밤새 떠들썩한 후에야 점차 평정을 되찾았다.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 오늘은 하예진의 새 가게가 오픈하는 날이라 젊은 부부는 언니를 응원하러 갔다.하루 레스토랑 입구에는 꽃바구니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하예진의 레스토랑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온 것이다.축하하러 온 이들이 하예진을 이젠 하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