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생님을 아직 만나지도 못했어. 정 선생님께서 오실 때 내가 마침 출장 갔거든. 지금 네 형부가 날 데리러 갔다가 방금 네 형부 별장으로 도착했어. 곧 정 선생님을 만나게 될 거야.”동생은 여전히 여운초를 걱정하고 있었다.이는 여운초를 기쁘게 만들었다.“누나, 결과가 어떻든 낙심하지 마. 정 선생님께서 방법이 없다고 하시면 우리가 더 좋은 의사를 찾아가면 되니까.”여천우는 누나를 위로하고 있었다.정겨울마저 누나의 눈을 치료하지 못하면 정말로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정겨울은 신의의 제자였다. 신의라고 불릴 수 있는 정도면 그 의술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다는 의미였다.여운초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오히려 동생을 위로했다.“천우야, 누나 속상하지 않아. 결과가 어떻든 난 다 견딜 수 있어. 어둠 속에서 이렇게 오래 살았으니 이젠 익숙해졌는걸. 네 형부가 억울하지. 그렇게 우수한 분이신데 나와 같이 눈이 먼 여자랑 결혼해야 하니까.”“운초 씨.”전이진은 고개를 숙여 말을 꺼냈다.“내가 뭐 억울할 게 있어.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 그날부터 당신 눈이 치료되든 말든 꼭 당신과 결혼하여 여생을 함께할 거라고 다짐했어. 당신이 회복될 수 있다면 더 좋은 거고 회복할 수 없다면 내가 당신 눈이 되어줄게.”여천우가 전화기 건너편에서 말했다.“난 형부의 인성을 믿어. 형부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전씨 가문의 가풍이 어떤지 우리 모두 다 잘 알잖아. 누나 자신도 믿고 형부도 믿어봐.”여운초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릴뻔했지만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꾹 참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나지막이 대답했다.“알았어. 천우야, 학교에서 잘 지내는 거 맞지? 돈은 있고? 학교 밥은 맛있어? 맛이 없으면 밖에 나가서 먹어. 돈 없으면 누나가 보내 줄게.”“부족하지 않아. 누나가 정기적으로 내 계좌에 생활비를 이체해 주고 있잖아. 나도 아르바이트하면서 돈도 좀 벌고 있어서 충분해.”“돈이 부족해서 아르바이트하는 건 아니고
정겨울의 명성이 자자했으나 정작 정겨울 본인을 본 적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사람들은 의술이 훌륭한, 작은 신의라 불리는 정겨울이 중년 여자일 거로 생각했다.“정 선생님, 이쪽은 제 약혼녀 여운초에요.”전이진은 자신의 약혼녀를 정겨울에게 소개해 주었다.정겨울은 전이진이 낯선 여자를 부축하며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 여자가 환자임을 바로 알아차렸다.“운초 씨.”여운초가 청력으로 상대방의 위치를 추측하는 것을 알았기에 정겨울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여운초가 금방 집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계단 쪽을 향하고 있었다.정겨울이 먼저 인사를 건네오자 여운초는 그제야 말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정 선생님, 안녕하세요.”“운초 씨,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제가 먼저 맥을 짚어 드릴게요.”정겨울은 단도직입적으로 전이진 더러 여운초를 부축하여 자신의 곁으로 앉히게 하였고 여운초의 맥을 짚어주려 했다.전이진은 서둘러 약혼녀를 부축해 정겨울 쪽으로 향했다.정겨울의 곁에 앉아있던 전씨 할머니도 자리를 비워 여운초가 정겨울 바로 옆에 앉도록 했다.정겨울은 여운초의 맥을 짚은 뒤 눈을 들여다보았고 그제야 입을 열었다.“운초 씨는 중독으로 인한 실명으로 보이네요. 운초 씨 과거에 치료받은 적 있었죠? 병의 증상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 받은 적 있죠? 요즘은 빛도 좀 보이죠?”여운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제가 실명한 후로 수많은 의사를 찾아다니며 진찰을 받았고 치료도 수많이 해보았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그 뒤로 정말 대단하신 의사 한 분을 만나게 되어 눈을 치료받게 되었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눈을 완전히 치료하시지 못한 채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어요. 그 후로도 의사 선생님을 몇 명이나 만났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었어요.”“그래서 저도 더 이상 희망을 품지 않고 혼자서 10년 넘게 어둠 속에서 살게 되었어요. 저도 익숙해졌는걸요.”그 뒤로도 여운초는 아무
정겨울은 웃으며 담보했다.“괜찮아요, 이거 불치병 아니니까 맘 편히 놓으세요. 제가 이런 말 하면 꼭 해낼 사람이라는 거 잘 아시죠.”그녀는 여운초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길어서야 3달, 3달 뒤에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제 스승님을 모셔 와 도와드릴게요. 하지만 해독 쪽에서는 제 스승님도 저보다 못하신걸요.”그녀는 독초와 독화를 워낙 많이 심었던지라 스승보다 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그리하여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의술과 독약을 다루는 능력이 대단하다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몇백 년만 빨리 태어났다면 신의와 마약왕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 분명하다.정겨울이 직접 나선다면 꼭 여춘초의 눈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녀의 말에 모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정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여운초는 며칠 동안 걱정했던 마음을 놓은 채 정겨울의 손을 꼭 잡고는 끊임없이 감사하고 말했다. 그에 정겨울은 웃으면서 사양했다.“저보다 운초씨 작은고모, 고모부 그리고 약혼자에게 감사하세요. 그분들이 운초씨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견지해 와서 오늘의 운초씨가 있는 거 아닐까요.” “작은고모는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그때 고모가 돌아오지 않으셨다면 전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여운초는 그때의 비극과 십 년 동안 실명으로 인해 고생한 것을 생각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가 가장 고마워하는 이는 작은고모 여준희였다. 여준희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아버지의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어머니는 수를 써서 그녀에게 독약을 먹여서는 “병”으로 죽게 하려고 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도 세상을 뜨시고 두 고모마저 의붓아버지 편에 섰다. 원래 여씨 가문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던지라 정말 “병”으로 죽는다고 해도 작은고모만 진심으로 슬퍼하지, 다른 이들에게 그녀는 죽으면 죽었지, 대수로울 것 없었다. 여씨 가문에서 그녀는 쓸모없는 사람이었으니까.마침, 그때 여준희가
여준희의 작은오빠는 눈물을 머금고 세상을 떠났다.전에 그녀는 작은오빠의 죽음에 큰오빠와 새언니의 참여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정말로 냉혹하고 무정한 사람들이다!여준희는 큰오빠와 새언니가 감옥에 갇혀 곧 중형을 받게 될 것에 대해 그것은 그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죗값이며 동정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작은오빠와 조카에게 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사형을 받아도 마땅했다. 여운별이 머지않아 출소한다. 하지만 나온다고 뭐가 달라지는가?백이 되어줄 부모님도 사라졌지, 여운초만 다시 시력을 회복하게 된다면 여운별이 제아무리 오만방자하다고 해도 아무런 풍랑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여준희는 문득 자기 두 언니가 생각났다. 그들도 참 지독하지, 전이진을 가장해서 운초를 속이려 했으나 현재 전이진의 보복을 받아 파산의 길로 들어섰다. 이 결과는 모두 그들이 자초한 일이다.여준희와 여운초는 서로를 끌어안고 통곡하며 마음속 깊숙이 숨겨놓은 고통을 마음껏 털어놓았다. 두 사람이 너무 안쓰러웠기에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한창 설움을 터뜨리는 두 사람을 보며 정겨울은 자기가 가져온 약상자를 열었다. 상자 속에는 그녀가 직접 재배한 약초가 들어 있었는데, 일부는 알약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것은 여전히 원래 약초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녀는 약초 몇 개를 꺼내 투명한 봉투에 넣으며 전이진에게 말했다.“둘째 도련님, 이 약초들은 물에 끓여 운초씨 눈을 씻는 거예요. 제가 급하게 온지라 가져온 약이 별로 없거든요. 제가 갈 때 함께 오셔서 약을 더 가지셔도 좋습니다.”“알겠어요.”정겨울은 또 다른 약 처방을 전이진에게 건네며 처방대로 약을 받아오게 했다.마지막으로 그녀가 직접 만든 알약 두 병을 함께 건네며 말했다. “이 약은 제가 직접 연구해 낸 약이에요. 운초씨가 약 먹을 때마다 한 병에 하나씩 총 두 알을 중약과 함께 복용하면 됩니다.”전이진은 열심히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정 선생님, 눈약은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나요
정겨울의 방문에 전 씨 할머니께서 산장으로 오셨고 관성에 남아 있는 한 모두 서둘러 돌아왔다. 저녁은 둘째 도련님 저택에서 해결했다. 정겨울을 불러온 이가 전이진이였으니 둘째네 집에서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넷째 도련님 전이혁과 다섯째 도련님 전우가 돌아온 것을 보고 하예정은 눈을 깜빡이며 곁에 있는 남편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태윤 씨, 이혁 씨와 전우 씨 아직도 관성에 있네요. 전 두 분 다 배우자 찾으러 간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전태윤은 사랑스러운 아내를 지긋이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할머니가 주신 사진을 받은 지 얼마 안 되니까 그렇게 빨리 움직이진 못 하겠지. 이혁이는 할머니가 골라주신 사람을 좀 싫어하는 것 같아.”“전우는 아직 티가 안 나 모르겠는데. 재가 워낙에 참을성 있는 애라서.”여섯째는 전태윤의 친동생이며 올해 겨우 스물다섯 살이다. 할머니는 원래 여섯째에게도 골라주려고 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니 성숙하고 듬직하지 못하다고 여겨 2년은 더 기다려도 된다고 생각했다.할머니는 하예정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여섯째에게 배우자 찾아주는 것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일곱째는 사회에 발을 들이민 지 얼마 안 되는지라 소개팅하기엔 너무 일렀다. 당분간은 할머니 표적이 되진 않을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아무튼, 위에 있는 몇 명의 형들도 아직 미혼이니까.전태윤과 하예정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전이혁이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 “태윤이형, 형수님.”전태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에 응하였다.하예정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물었다.“돌아오셨어요?”전이혁이 대답했다.“네, 집 문에 발도 안 들여놓고 곧장 백부님 댁으로 쳐들어왔어요.”“그보다 태윤이 형, 형수님 축하해요.”전이혁은 하예정의 임신을 축하하러 온 것이다. 드디어 형과 형수가 엄마 아빠로 승진하니 그보다 기쁜 소식이 따로 없었다.“전에 카톡으로 축하 인사를 드렸지만 그래도 직접 봬서 축하해주려고요.’”전이혁은 실웃음을 지
전이혁이 더는 입을 열려 하지 않으니 하예정도 더는 캐묻기가 어려웠다.하지만 할머니가 선택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전이혁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할머니께서 전태윤 동생들에게 배우자를 찾아줄 때마다 그녀들이 하예정과 잘 맞는지도 고려해 본다. 그래서 선택받은 이들은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야만 하예정과 어울릴 수 있으니까. 할머니께서 가장 아끼는 것은 태윤 부부였다.장손이니 지위부터 달랐다.또한, 전태윤은 전씨 가문 현재 주인이고 하예정도 곧 여주인이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하예정도 노력해서 동서들과 정을 쌓고 덕으로 그들을 복종시켜야만 여주인으로서 진심으로 존경 받을 수 있다.“태윤이 형, 형수님. 그럼 저는 이만 부모님에게 가볼게요. 돌아와도 말 한마디 없다고 야단맞기 전에 인사드리러 갈게요.”전이혁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떴다.그는 하예정이 흥미진진하게 자신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형수님이 관심을 보이면 큰형이 눈빛으로 압박하며 그의 이야기를 공유해줄 것이 뻔한 일이었다. 형수님이 워낙 구경하기 좋아하는지라 큰형은 꼭 그런 형수님의 환심을 사려 할 것이다. “말 돌리고 떠나는 걸 보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하예정이 웃으며 전태윤에게 물었다.“태윤 씨, 할머니께서 어느 집 아가씨를 이혁이한테 소개해 줬는지 아세요?”“잘 모르는데, 관심도 없고. 난 당신이 있잖아. 내 맘속과 닿는 시선 속엔 당신밖에 없어. 다른 여잔 나랑 상관없고 시간 낭비하면서 관심할 생각 없어. ”“....” 하예정 남편이 그래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는 사람이지. 많은 사람이 돌아온 서원 리조트는 밤새 떠들썩한 후에야 점차 평정을 되찾았다.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 오늘은 하예진의 새 가게가 오픈하는 날이라 젊은 부부는 언니를 응원하러 갔다.하루 레스토랑 입구에는 꽃바구니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하예진의 레스토랑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온 것이다.축하하러 온 이들이 하예진을 이젠 하
“알았어, 언니. 거의 다 왔어.”“그리고 태윤 씨가 운전하고 있으니까 안심해. 엄청 안전하다니까.”전태윤이 워낙 듬직한지라 하예진은 비로소 시름이 놓였다.안전을 담보한 뒤 자매는 통화를 종료했다. 노동명은 하예진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예진 씨, 예정이와 태윤이 거의 다 왔죠?”“아까 5분 걸린다고 했으니까 이삼 분 정도 더 기다리면 도착할 거 같네요. 예배 시간은 놓치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그보다 노 대표님, 들어가서 좀 휴식하는 게 어때요?”노동명은 너무 바삐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는지 눈 밑에 다크써클이 아주 선명했다. 그것을 본 하예진이 가슴이 아파 나서 제안한 것이다.노동명은 하루 레스토랑 여는 일을 도와주느라 아주 많이 고생했다. 그녀와 함께 밤을 새우면서 분주히 돌아다녔다.이혼 후 사랑도 혼인도 더는 믿을 수 없었던 하예진은 그녀만을 바라보는 노동명을 만난 뒤 생각을 바꾸었다. 쓰레기 하나 만났다고 이 세상 모든 남자를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일이다.좋은 남자는 있다. 남자들은 누구나 주형인같이 찌질남인것은 아니다. 전태윤처럼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좋은 남자가 존재한다.노동명은 주형인 보다 우수했고 현재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해도 전남편보다 수백 배 나았다. 하예진은 할머니께서 그녀를 설득하며 하신 말씀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쩌면 그녀는 다시 한번 사랑을 믿을 수 있고 다시 한번 혼인으로 내기를 걸 수 있을 것 같았다.내기에서 그녀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예진 씨, 저는 힘들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아요. 아주 기쁘기만 한 걸요. 휴식할 필요도 없어요. 몸이 휴식한다 해도 제 마음은 언제나 예진씨와 함께하고 싶어요.”노동명이 하예진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예진 씨와 함께 기다릴 거예요.”그는 의기양양한 하예진을 좋아한다.하예진이 가게를 하나하나 열어가고 차근차근 그녀만의 음식 왕국을 만들어가는 것을 볼 때마다 심장이 벅차게 요동친다.그녀
하예정은 언니에게 하루 레스토랑에 투자한 뒤로 돈이 부족하지 않으냐고 몇 번이나 물었고 돈이 부족하면 꼭 알려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하예진은 확실히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모두 새 가게에 투자했고 적금도 부분적으로 사용했다.하지만 궁지에 몰릴 정도로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다.동생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하예정 부부는 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하예진은 평소에도 하예정이 주는 돈을 받지 않았기에 하예정 부부는 새 가게를 오픈하는 틈을 타 돈을 보태주려고 했다.하여 하예정 부부는 따로 돈 봉투를 준비했다.“시간이 다 됐어요. 먼저 신께 절을 올립시다!”“네.”하예진은 가게 사장으로서 먼저 향을 피워 앞에 꽂은 뒤 마음속으로 묵상했다.‘아버지, 어머니. 제가 또 새로운 가게를 오픈했어요. 하늘나라에서 저의 사업을 번창하게 만들어주시고 제가 점점 더 강해지도록 저의 뒷받침이 되어 주세요.’부모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두 자매가 모두 사업도 되어가고 생활도 날따라 좋아지는 모습을 본다면 그녀들의 부모님께서는 매우 기뻐하실 것이다.신께 인사드리는 의식이 끝났고 축하하러 가게로 온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진정으로 가게 요리들이 맛있는지 맛보러 온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하루 레스토랑 가게 안은 순간 손님들로 들끓었다.“예진아. 예진아!”주서인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주서인 여사는 항상 이렇게 높은 톤으로 등장했다. 마치 그녀와 하루 레스토랑 사장님이 아는 사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모를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주서인 부부가 같이 들어왔다.“서인 언니.”옛일이 어떻든 간에 오늘은 가게 오픈일이라 하예진은 축하해주러 오는 주서인 부부한테 예의 갖춰 인사했다..“예진아, 우리가 늦은 건 아니지?”하예정이 붉은 드레스를 입고 옅은 화장을 한 얼굴을 본 주서인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의 하예진은 결혼 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하예진은 원래 미인이었다.예전에는 너무 뚱뚱해진 탓에 그 미모가 감추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