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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9화

전호영은 고현에게 끝까지 매달릴 생각이었다.

고현이 언젠가 받아줄지도 모르니까.

그는 큰형과 둘째 형의 성공 경험에서 진심을 보여주기만 하면, 낯가죽이 두껍기만 하면 언젠가는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전태윤이 소리 내 웃었다.

“20년 넘게 남자의 신분으로 살았었는데 네가 갑자기 고백하니 어떻게 생각하겠어?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됐을 거야. 네가 싫은 것도 당연하지. 널 바로 쫓아내지 않은 것만 하여도 예의를 갖춘 거야.”

“나도 형수님과 둘째 형이 조언해 줘서 그렇게 행동한 거잖아.”

“잘 먹혀?”

“응, 앞으로 아주 확 나간 느낌이야. 그리고 형, 나 이제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아.”

“할머니가 우리를 언제 속인 적이 있어? 당연히 여자지, 설마 너에게 남자라도 소개해 주실 것 같아?”

할머니한테 수없이 당한 전태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지금 할머니를 대신해서 좋은 말을 하고 있다.

전호영은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친할머니신데 그럴 리가 없지. 형 바쁘다며? 빨리 볼일마저 봐. 난 씻고 자려고, 오늘 저녁에 술을 많이 마셨더니 피곤해.”

“그래, 일찍 자라. 그래야 내일 또 미래의 와이프 뒤를 졸졸 따라다니지. 힘내라!”

전태윤은 기분 좋게 셋째와의 통화를 끝냈다.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

자주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결혼한 후부터 전태윤은 밤 9시 30분쯤이면 꼭 집으로 돌아갔다.

최근에 아내가 집에 없자 그는 소정남과 전이진의 일까지 모두 떠맡았다. 아내가 옆에 없어 힘든 시간을 바쁜 일로 꽉 채울 생각이었다.

‘계집애가 양심도 없어, 어쩜 연락 하나 없는 거야? 전화나 메시지 같은 것을 보낼 줄 모른단 말이야.’

남편의 생각을 알았다면 하예정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예정은 20여 분 전 방금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보고 싶어용!!!]

전태윤은 아내와 연락하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참지 못하고 또 영상통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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