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는 하지연을 보며 물었다.“아버지는 감옥에 간 지 얼마나 됐어?”“3년 됐어요. 이제 곧 나올 건데. 제가 여기 와서 아르바이트한 것도 아빠를 멀리하고 싶어서였거든요. 자꾸 나한테 손찌검해서 한번은 엄마가 아빠를 죽일 뻔했어요.”더는 참지 못한 허연후는 흥분해서 말했다.“짐승 같은 놈이네! 그거. 어떻게 자기 딸한테 손을 대?”지난 일을 떠올린 하지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줄곧 나를 건드리지 않았던 건 저를 돈 많은 사람한테 첩으로 팔려고 그랬던 거였어요. 하지만 엄마가 항상 막았었거든요. 나중에 아빠가 폭력으
한지혜는 허연후가 합석을 위한 의도라는 걸 눈치챘지만 하지연이 배고파하는 것도 사실인지라 어쩔 수 없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신하준을 보며 말했다.“신 대표님, 제 동생의 친구인데 몸이 안 좋거든요. 여기 있는 스낵과 샐러드를 먼저 주고 우리 다시 주문해요.”신하준은 매너좋게 일어나 샐러드와 스낵들을 하지연 앞에 가져다 놓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저희 아직 안 다쳤으니까 먼저 드세요.”하지연은 미안해하며 말했다.“고마워요. 지혜 언니, 고마워요. 신 대표님.”신하준은 미소를 지으며 한지혜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어린것
신하준은 매너 있게 한지혜한테 홍차 한 잔을 따라주고 말했다.“지혜 씨가 기획사를 설립한 걸 알고 있어요. 이번 영화가 지혜 씨한테 매우 중요한 것도 알고요. 그래서 말인데, 투자 금액을 일억 정도 더 늘리려고 해요.”한지혜는 웃으며 말했다.“신 대표님, 대표님도 알다시피 이건 저의 기획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예요. 투자를 이렇게 많이 하시고 손해를 보면 어쩌려고 이러세요?”“아니요, 저는 제 안목을 믿어요. 한지혜 씨가 저를 손해 보게 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설사 손해를 본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영화 쪽은 처음인데
허연후는 한지혜를 향해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뒤에 사진을 넘겨 봐요. 그 사진보다 훨씬 예뻐요.”한지혜는 뒤에 있는 사진도 초상화일 것으로 생각하고 휴대폰 화면을 뒤로 넘겼다.그러자 허연후가 그녀에게 키스하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은 집에서 찍은 거였다.한지혜는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잠옷을 입고 창가에 기댄 채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었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반면 깔끔하고 반듯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허연후는 느긋한 모습으로 한편으로 넥타이를 풀며 한편으로 한지혜한테 키스하고 있었다.한지혜는 이 순간을 똑
“지혜 언니를 더 애틋하게 대해주고 더 예뻐해 준다면 언니도 결국 허 선생님을 선택할 거예요.”“진짜?”“당연하죠. 우리처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사람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요. 안 그러면 사람의 영혼까지 그려낼 수가 없잖아요.”“그래, 네 말 믿을게. 배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병원에 데려다줄게.”“네, 가요.”하지연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허연후는 바로 운전해서 한지혜 집으로 향했다.한지혜의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도착한 신하준이 단지 내에 들어가려는 찰나 한지혜가 제지했다.“여기 세워주세요. 슈
한지혜는 신경질적으로 그를 쏘아보다가 계산대로 향했다.허연후는 선반에서 생강차를 골라 냉큼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아직도 배 아파요? 이따 가서 이거 끓여 마셔요.”말을 마친 뒤 손에 든 물건을 한지혜의 카트 안에 넣었다.한지혜가 계산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이때, 옆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지혜 씨가 이 동네에 산다고 하던데 방금 누가 마트에 들어가는 걸 봤대.”“어디에 있어? 실물 영접해 보고 싶다. 듣기로는 실물이 TV보다 더 이쁘다던데.”팬인 것 같은 두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한지혜를 찾느라 두리
허연후는 검은 실크 잠옷을 입고 창가에 비스듬히 기댄 채 손에는 다 태우지 못한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와인 한잔을 여유롭게 돌리고 있다가 한지혜를 향해 잔을 높이 들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에 한지혜는 그를 째려보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생강차는 뜨거운 물에 마셔야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약방에서 핫팩도 샀는데 자기 전에 배에 붙여요. 이따 배달 될 겁니다.]그 말에 한지혜가 재빨리 답장했다.[아니요. 저한테도 다 있어요. 이만 잘래
허가은은 한지혜가 내려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냉큼 다가왔다.그리고 손에 든 물건을 건네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지혜 언니, 이건 제가 직접 고른 디올 립스틱인데요. 언니 피부톤에 딱 맞을 것 같아서 사봤어요. 예전엔 제가 너무 어리석게 굴었죠? 언니가 우리 오빠만 골탕 먹이는 것 같아 너무 짜증 났거든요. 지혜 언니, 어렸을 적 제 잘못들은 모두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전 괜히 저 때문에 두 집안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치 않아요. 지혜 언니네 할아버지가 그 뒤로 이젠 상종을 안 한다면서 저희 할아버지께서 몇 날 며칠 식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