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언니를 더 애틋하게 대해주고 더 예뻐해 준다면 언니도 결국 허 선생님을 선택할 거예요.”“진짜?”“당연하죠. 우리처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사람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요. 안 그러면 사람의 영혼까지 그려낼 수가 없잖아요.”“그래, 네 말 믿을게. 배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병원에 데려다줄게.”“네, 가요.”하지연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허연후는 바로 운전해서 한지혜 집으로 향했다.한지혜의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도착한 신하준이 단지 내에 들어가려는 찰나 한지혜가 제지했다.“여기 세워주세요. 슈
한지혜는 신경질적으로 그를 쏘아보다가 계산대로 향했다.허연후는 선반에서 생강차를 골라 냉큼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아직도 배 아파요? 이따 가서 이거 끓여 마셔요.”말을 마친 뒤 손에 든 물건을 한지혜의 카트 안에 넣었다.한지혜가 계산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이때, 옆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지혜 씨가 이 동네에 산다고 하던데 방금 누가 마트에 들어가는 걸 봤대.”“어디에 있어? 실물 영접해 보고 싶다. 듣기로는 실물이 TV보다 더 이쁘다던데.”팬인 것 같은 두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한지혜를 찾느라 두리
허연후는 검은 실크 잠옷을 입고 창가에 비스듬히 기댄 채 손에는 다 태우지 못한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와인 한잔을 여유롭게 돌리고 있다가 한지혜를 향해 잔을 높이 들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에 한지혜는 그를 째려보다가 그대로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생강차는 뜨거운 물에 마셔야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약방에서 핫팩도 샀는데 자기 전에 배에 붙여요. 이따 배달 될 겁니다.]그 말에 한지혜가 재빨리 답장했다.[아니요. 저한테도 다 있어요. 이만 잘래
허가은은 한지혜가 내려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냉큼 다가왔다.그리고 손에 든 물건을 건네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지혜 언니, 이건 제가 직접 고른 디올 립스틱인데요. 언니 피부톤에 딱 맞을 것 같아서 사봤어요. 예전엔 제가 너무 어리석게 굴었죠? 언니가 우리 오빠만 골탕 먹이는 것 같아 너무 짜증 났거든요. 지혜 언니, 어렸을 적 제 잘못들은 모두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전 괜히 저 때문에 두 집안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치 않아요. 지혜 언니네 할아버지가 그 뒤로 이젠 상종을 안 한다면서 저희 할아버지께서 몇 날 며칠 식사도
“지연이가 아침에 전화 왔는데 지혜 씨 초상화가 완성되었다면서 언제 찾으러 올 거냐고 묻더라고요. 지혜 씨 연락처가 없어서 저한테 전화했다면서.”한지혜는 허연후의 손을 살짝 뿌리치며 말했다.“공공장소에서 이러지 좀 말아줄래요?”허연후는 그녀의 말대로 재빨리 손을 놓더니 웃으며 답했다.“알겠어요. 터치하지 않을게요. 저 이따가 출근할 건데 저랑 같이 초상화 보러 가지 않을래요? 지연이가 온 밤 열심히 그렸을 텐데 뭐라도 보상해 주면 좋아할 텐데?”역시나 허연후의 유혹에 한지혜는 단번에 넘어갔다.하지연은 고인우의 동창인데 너
어릴 적부터 두 모녀가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살아왔기에 자기한테도 만약 오빠가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오빠라도 있으면 보호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연도 사실 허연후가 온전히 고인우와 지혜 언니의 체면을 고려해서 그녀에게 이런 배려까지 베푼다는 걸 잘 알고 있다.하지만 꼭 오빠라고 한 번쯤은 부르고 싶었다.단 한 순간이라도 그녀의 곁에 오빠가 있고 그가 보호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보고 싶었다.그녀의 부탁을 들은 허연후는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빨개졌다.그리고 안쓰러운 듯 하지연의 얼굴을
“그리고 얼마 전에야 사실 지연이는 보육원에서 데려온 게 아니라 도박장에서 이겨서 데려온 아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매번 제가 이혼하려고 하면 지연이는 두 번 다시 못 보게 된다고 협박하고 있는 거고요.”그녀의 말에 허연후는 눈살을 찌푸리고 다시 물었다.“이게 불법적인 일이란 걸 그 사람은 모르고 있나요?”“근데 제가 증거가 없잖아요. 있다고 해도 전 이 사실을 평생 지연이한테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자기 부모가 도박 빚으로 친자식을 내줬단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그녀의 말에 허연후는 더 이상
집사가 서둘러 답했다.“도련님께서 특별히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셨어요.”그의 말에 허가은은 화가 난 나머지 이를 꽉 깨물었다.왠지 모르게 허연후는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잘 알지도 못하는 환자에게 이런 은혜까지 베풀 필요가 있었을까?그날 하지연이 허연후와 다정한 모습으로 나가던 기억이 또다시 떠오르자 허가은은 짜증 나 미칠 것 같았다.그러다가 다시 권성은에게 차갑게 말했다.“여기 와서 제 어깨 좀 두드려봐요.”권성은 재빨리 허가은에게 다가가 무릎까지 꿇고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