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두 모녀가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살아왔기에 자기한테도 만약 오빠가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오빠라도 있으면 보호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연도 사실 허연후가 온전히 고인우와 지혜 언니의 체면을 고려해서 그녀에게 이런 배려까지 베푼다는 걸 잘 알고 있다.하지만 꼭 오빠라고 한 번쯤은 부르고 싶었다.단 한 순간이라도 그녀의 곁에 오빠가 있고 그가 보호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보고 싶었다.그녀의 부탁을 들은 허연후는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빨개졌다.그리고 안쓰러운 듯 하지연의 얼굴을
“그리고 얼마 전에야 사실 지연이는 보육원에서 데려온 게 아니라 도박장에서 이겨서 데려온 아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매번 제가 이혼하려고 하면 지연이는 두 번 다시 못 보게 된다고 협박하고 있는 거고요.”그녀의 말에 허연후는 눈살을 찌푸리고 다시 물었다.“이게 불법적인 일이란 걸 그 사람은 모르고 있나요?”“근데 제가 증거가 없잖아요. 있다고 해도 전 이 사실을 평생 지연이한테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자기 부모가 도박 빚으로 친자식을 내줬단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그녀의 말에 허연후는 더 이상
집사가 서둘러 답했다.“도련님께서 특별히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셨어요.”그의 말에 허가은은 화가 난 나머지 이를 꽉 깨물었다.왠지 모르게 허연후는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잘 알지도 못하는 환자에게 이런 은혜까지 베풀 필요가 있었을까?그날 하지연이 허연후와 다정한 모습으로 나가던 기억이 또다시 떠오르자 허가은은 짜증 나 미칠 것 같았다.그러다가 다시 권성은에게 차갑게 말했다.“여기 와서 제 어깨 좀 두드려봐요.”권성은 재빨리 허가은에게 다가가 무릎까지 꿇고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기
다른 한편.한지혜는 촬영장에서 나와 매니저와 한창 업무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혜야.”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신하준이 마침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한지혜도 활짝 웃으며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여긴 웬일이에요? 이따가 만나기로 했잖아요.”신하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이왕 사귀자고 했는데 많이 만나봐야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겠지?”그는 조수석의 차 문을 열어주면서 한지혜더러 타라고 손짓했다.“공주님, 타시지요.”그의 모습은 겸손
그 자리에는 허연후가 양복 차림을 한 채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혜 씨, 앉으시죠.”한지혜는 원래 재빨리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그를 소개했다.“두 분이 이미 아는 사이라니 그럼 더 소개할 게 없겠네요. 허 대표님께서 대략 400억 정도를 투자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그렇게되면 초기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투자액을 들은 한지혜는 차가운 얼굴로 허연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저는 허씨 가문 미디어, 즉 H 미
그의 말에 공민경이 다시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지혜 씨, 저희 허 대표님께서는 여태껏 투자에 실패해 보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대해 오랜 시간을 들여 알아봤고 여러 가지 조사와 연구를 거쳐 최종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된 사항입니다.”한지혜는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허연후같은 사람이 과연 이 투자에 아무런 검은 속내가 없었을까?’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계속 의심했다간 억지를 부리는 여자로 보일 게 뻔했다.하여 옆에 앉아 있는 신하준에게 낮은 소리로 물었다.“투자자의 눈높이로 봤을 때 제가
한지혜는 매우 소탈한 사람이자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대했다.하여 이왕 신하준과 정식으로 사귀려고 마음먹었으면 허연후에 대한 과거와 그에 대한 마음을 꼭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고 테이블 위에는 어느새 술병들이 가득 쌓이게 되었다.신하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지혜에게 말했다.“지혜 야, 우리 그만 마시자.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한지혜는 발개진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가기 전에 화장실에 먼저 다녀올게요.”“혼자 갈 수 있겠어?”“당연하죠.”한지혜는 비록 많이 마셨지만 취하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이 사람이 누군지는 알 것 같았다.한지혜는 차가운 눈빛으로 신하준에게 물었다.“혹시 하준 씨 어머님이세요?”갑작스러운 어머니 정미연의 등장에 놀란 신하준도 약기운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는 냉큼 침대에서 일어나 정미연에게 물었다.“엄마, 여긴 웬일이세요?”정미연은 한껏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안 왔으면 이 여자랑 같이 한 침대에서 자는 꼴을 보라는 거야? 하준아, 이 여자는 아니야. 예전에 허연후라는 사람이랑도 자는 사이였다던데 이런 여자랑 아직 총각인 네가 어디 어울린다고 생각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