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에 부딪혔지만 허연후는 여전히 한지혜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방금 그가 달려온 속도와 두 사람의 무게가 같이 실리니 부딪힐 때 놀랄 정도로 아주 큰 소리가 났다.허연후는 등이 점점 따끔거리기 시작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바닥에 굴러떨어진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한지혜는 의식이 희미한 와중에도 이 사람이 허연후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빨개진 눈으로 허연후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허연후 씨...”그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목이 메어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순간 눈물이 볼을 타고 마구 흘
한지혜는 한껏 힘없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허연후 씨, 그냥 내려줘요. 혼자 걸어갈 수 있어요.”허연후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그녀에게 말했다.“제가 이 기회에 지혜 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요? 걱정하지 말아요. 지혜 씨가 그날인 것도 알고 그 정도로 굶주린 인간이 아니거든요. 제가 이미 퀵으로 약을 집에 배달 시켰놨는데 가서 링거라도 맞고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그제야 한시름 놓이는 것 같았다.10여 분 뒤 허연후는 한지혜를 안고 집안에 들어섰다.수액과 약은 이미 배달되어 있어 허연후는 능숙한 솜씨
그걸 본 허연후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예전에 허가은이 아무리 어리광을 부린다고 해도 그저 무시하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이런 독한 음모까지 꾸미다니.바로 이때, 허연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는 발신인을 본 순간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에서는 허가은의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어디야? 왜 아직도 안 들어와?”허연후는 애써 감정을 추스른 뒤 낮은 소리로 답했다.“지금 지혜 언니 쪽에 일이 생겨서 갈 수 없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그러자 허가은이
집사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만 잘 지낸다면 이런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다른 한편.얼마나 잔 건지 한지혜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커튼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왔다.손에 꽂혀 있던 링거도 보이지 않았다.허연후도 방에 없고.한지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컨디션이 아주 좋아진 것 같았다.방에서 나오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한지혜가 좋아하는 만둣국 냄새였다.인기척을 들은 허연후는 주방에서 뛰쳐나와 한지혜 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허연후는 몸을 숙여 한지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
한지혜는 허연후를 노려보더니 숟가락을 뺏으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시는 그럴 일 없어요.”“다시는 어떤 일이요? 다시는 날 안 좋아하는 일이요? 그럼, 예전에는 날 좋아했다는 거죠?”허연후는 몸을 앞으로 치우치며 잘생긴 얼굴을 한지혜의 눈앞에 가져다 댔다.웃음을 머금고 있는 요염한 눈에는 음탕하면서도 다정한 눈빛이 담겨있었다.한지혜는 눈초리를 치켜세우며 담담하게 말했다.“다시는 먹여줄 필요 없다고요. 그리고 예전에 좋아했는지 아닌지 뭐가 중요해요? 어차피 지금은 아닌데.” 말을 마친 한지혜가 고개를 숙여 숟가락에
한지혜가 허연후를 욕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자신이 오해했음을 알아차렸다.신하준은 가볍게 문을 몇 번 두드렸다.집안에서 한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엎드린 채로 움직이지 말아요.”한지혜는 연고를 내려놓고 달려가 문을 열었다.신하준을 본 한지혜는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셨어요.”신하준은 손에 든 꽃을 한지혜에게 건네주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지혜야, 미안해. 이 꽃은 사과의 의미로 사 온 거야. 우리 엄마 때문에 화난 마음 풀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너한테 막말하고 손찌검까지 한 거 내가 대신
한지혜는 까맣고 반짝이는 눈으로 허연후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지혜는 이 일을 허연후가 꾸민 일이라고 의심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한지혜는 허연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비록 두 사람은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한지혜는 허연후가 이런 추잡한 짓을 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한지혜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허연후는 갑자기 웃기 시작하더니 차가운 손끝으로 한지혜의 보들보들한 볼을 몇 번 쿡쿡 찌르며 말했다.“왜 대답이 없어요? 날 믿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싫어요? 한지혜
허연후의 물음에 민태구는 당황했다.이런 상황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허가은은 변명을 늘어놓았다.“나는 오빠가 감정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까 봐 걱정돼서 밥을 못 먹은 거야.”허연후는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진짜 그 이유 때문이야?”“진짜야. 오빠, 날 믿어줘.”민태구도 잇달아 대답했다.“아가씨는 진심으로 도련님을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예전에 도련님이 아가씨를 구해준 적이 있으시다고 한평생 도련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고 그러셨어요. 저 또한 도련님께서 빨리 이 구질구질한 감정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길 바랐을 뿐이에요. 한지혜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