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에 공민경이 다시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지혜 씨, 저희 허 대표님께서는 여태껏 투자에 실패해 보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대해 오랜 시간을 들여 알아봤고 여러 가지 조사와 연구를 거쳐 최종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된 사항입니다.”한지혜는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허연후같은 사람이 과연 이 투자에 아무런 검은 속내가 없었을까?’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계속 의심했다간 억지를 부리는 여자로 보일 게 뻔했다.하여 옆에 앉아 있는 신하준에게 낮은 소리로 물었다.“투자자의 눈높이로 봤을 때 제가
한지혜는 매우 소탈한 사람이자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대했다.하여 이왕 신하준과 정식으로 사귀려고 마음먹었으면 허연후에 대한 과거와 그에 대한 마음을 꼭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고 테이블 위에는 어느새 술병들이 가득 쌓이게 되었다.신하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지혜에게 말했다.“지혜 야, 우리 그만 마시자.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한지혜는 발개진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가기 전에 화장실에 먼저 다녀올게요.”“혼자 갈 수 있겠어?”“당연하죠.”한지혜는 비록 많이 마셨지만 취하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이 사람이 누군지는 알 것 같았다.한지혜는 차가운 눈빛으로 신하준에게 물었다.“혹시 하준 씨 어머님이세요?”갑작스러운 어머니 정미연의 등장에 놀란 신하준도 약기운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는 냉큼 침대에서 일어나 정미연에게 물었다.“엄마, 여긴 웬일이세요?”정미연은 한껏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안 왔으면 이 여자랑 같이 한 침대에서 자는 꼴을 보라는 거야? 하준아, 이 여자는 아니야. 예전에 허연후라는 사람이랑도 자는 사이였다던데 이런 여자랑 아직 총각인 네가 어디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탁자에 부딪혔지만 허연후는 여전히 한지혜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방금 그가 달려온 속도와 두 사람의 무게가 같이 실리니 부딪힐 때 놀랄 정도로 아주 큰 소리가 났다.허연후는 등이 점점 따끔거리기 시작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바닥에 굴러떨어진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한지혜는 의식이 희미한 와중에도 이 사람이 허연후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빨개진 눈으로 허연후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허연후 씨...”그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목이 메어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순간 눈물이 볼을 타고 마구 흘
한지혜는 한껏 힘없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허연후 씨, 그냥 내려줘요. 혼자 걸어갈 수 있어요.”허연후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그녀에게 말했다.“제가 이 기회에 지혜 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요? 걱정하지 말아요. 지혜 씨가 그날인 것도 알고 그 정도로 굶주린 인간이 아니거든요. 제가 이미 퀵으로 약을 집에 배달 시켰놨는데 가서 링거라도 맞고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한지혜는 그제야 한시름 놓이는 것 같았다.10여 분 뒤 허연후는 한지혜를 안고 집안에 들어섰다.수액과 약은 이미 배달되어 있어 허연후는 능숙한 솜씨
그걸 본 허연후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예전에 허가은이 아무리 어리광을 부린다고 해도 그저 무시하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이런 독한 음모까지 꾸미다니.바로 이때, 허연후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는 발신인을 본 순간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에서는 허가은의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어디야? 왜 아직도 안 들어와?”허연후는 애써 감정을 추스른 뒤 낮은 소리로 답했다.“지금 지혜 언니 쪽에 일이 생겨서 갈 수 없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그러자 허가은이
집사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만 잘 지낸다면 이런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다른 한편.얼마나 잔 건지 한지혜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커튼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왔다.손에 꽂혀 있던 링거도 보이지 않았다.허연후도 방에 없고.한지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컨디션이 아주 좋아진 것 같았다.방에서 나오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한지혜가 좋아하는 만둣국 냄새였다.인기척을 들은 허연후는 주방에서 뛰쳐나와 한지혜 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허연후는 몸을 숙여 한지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
한지혜는 허연후를 노려보더니 숟가락을 뺏으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시는 그럴 일 없어요.”“다시는 어떤 일이요? 다시는 날 안 좋아하는 일이요? 그럼, 예전에는 날 좋아했다는 거죠?”허연후는 몸을 앞으로 치우치며 잘생긴 얼굴을 한지혜의 눈앞에 가져다 댔다.웃음을 머금고 있는 요염한 눈에는 음탕하면서도 다정한 눈빛이 담겨있었다.한지혜는 눈초리를 치켜세우며 담담하게 말했다.“다시는 먹여줄 필요 없다고요. 그리고 예전에 좋아했는지 아닌지 뭐가 중요해요? 어차피 지금은 아닌데.” 말을 마친 한지혜가 고개를 숙여 숟가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