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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87 화

줄곧 가벼운 이미지였던 연후가 이렇게 진지한 모습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길게 찢어진 눈을 부릅뜨며 한지혜를 빤히 바라봤다.

반면 한지혜는 허연후의 솔직한 고백에도 조금도 마음 흔들리는 기색 하나 없었다.

뒤통수를 세게 맞고서야 비굴하게 용서를 비는 모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한지혜는 강소연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기에 전혀 고백을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허연후가 일부러 강소연을 자극하지만 않았어도 그녀가 이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강소연에게 되지도 않는 희망을 준 건 허연후였다.

그가 무정하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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