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준은 입꼬리를 쓱 올리더니 대답했다.“내가 주영이를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어떻게 정신하나 온전치 못하다고 싫어할 수 있겠어. 주영이를 평생 옆에서 지키는 게 나의 소원이야.”“삼촌이 이렇게 말하시는데 저도 더 반대할 이유가 없네요. 제가 어머니를 옆에서 돌보려면 확실히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돼요. 두 분 결혼하는 거 저는 찬성이에요.”박서준의 허락을 받자 박경준은 바로 얼굴이 환하게 번졌다.“고마워, 서준아.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어릴 적부터 삼촌을 보면서 자랐는데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어요.”“그래.
박주영이 갑자기 그의 이름을 똑똑히 부르자 박경준은 깜짝 놀라서 눈길을 그녀에게로 돌렸다.박경준은 박주영의 차가운 얼굴을 보며 물었다.“주영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박주영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박경준, 우리 부모님이 너를 입양하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키워준 걸 감사해도 모자랄 망정에, 지금 갖은 방법을 다 써가며 두 사람을 죽이려던 것도 모자라 운송 그룹의 대표 자리까지 차지하려고 해?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니야?”전의 말은 실수였다고 쳐도 지금 이 말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했다기엔 조리 정연하
육문주는 몸매를 따라 깔끔하게 떨어지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냉정한 표정으로 박경준을 바라봤다.“아쉽게도 제가 삼촌을 실망하게 했네요. 제가 삼촌이 설치해 놓은 모든 폭탄을 제거했거든요. 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육문주가 뜬금없이 그를 삼촌이라고 부르자 박경준은 순간 모든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박경준은 피식 웃더니 입을 뗐다.“너 진작에 박주영이 네 친엄마인 것을 알고 있었네. 그래서 박서준과 둘이 짜고 서로 육엔 그룹을 두고 경쟁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너는 2년 동안 숨어서 몰래 계획을 짠 거야?”육문주는 한쪽
드디어 진실과 마주한 박경준은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그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박경준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그에게 육씨 가문에 대한 원한을 심어주었고, 그가 크면 그녀를 대신해서 육씨 가문에 복수를 해야 한다고 가스라이팅을 했다.그녀는 생을 마감하기 전, 박경준을 온몸으로 감싼 채 이 모든 게 육씨 가문이 벌인 짓이라고 속삭였다.갑자기 들이닥친 어머니의 죽음과 장애를 갖게 된 상황에서 박경준은 육씨 가문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여 그는 이 원한을 가슴에 품고 오랫동안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주지훈이 갑자기 돌아오자, 조수아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문을 밀치고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지훈 씨!”그녀가 다급해 보이자, 주지훈은 미소 지으며 그녀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나 보고 싶었어?”조수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박경준은 어떻게 된 거야? 왜 미리 말도 없이 갑자기 돌아왔어?”주지훈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박경준은 체포돼서 감옥에 갔어. 이제 서준이가 후계교육을 받게 될 거야. 외할아버지랑 엄마
조수아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육문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무사히 돌아올 거라고 약속해. 무사히 돌아오지 않으면 나랑 다시 결혼할 생각조차 하지 마.”육문주가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너와 우리 아들을 위해서라도 무사히 돌아올 거야.”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조수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허스키해진 듯했다.“수아야, 난 이날만을 기다려왔어. 2년이야...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그는 말을 하면서 뜨거운 입술로 조수아의 뺨에 키스했다.2년간의 인내와 고뇌가 드디어 끝나가고 있었
강렬한 자극에 조수아는 참지 못하고 가볍게 신음을 흘렸다.육문주는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조금만 참자. 나중에 더 진하게 해줄게.”입으로는 참으라고 말하면서도 그의 손길은 조수아를 애타게 만들고 있었다.조수아는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감정에 이성을 잃고 육문주의 머리를 끌어온 채 간절히 애원했다.“자기야, 그만해... 나 더 이상 못 참겠어.”육문주는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러고 나서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눈이 토끼처럼 빨개진 조수아를 바라보며 살며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일단 식사 준비
한지혜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눈 감고 아무나 골라도 그 멍청한 녀석보단 낫지. 그 자식 얘기만 나오면 강소연 그 여자가 떠올라서 역겨워.”비록 허연후와 강소연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는 하지만, 허연후가 강소연이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을 긋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한지혜는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만약 허연후가 강소연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했더라면, 한지혜도 강소연 때문에 죽을 뻔하지 않았을 것이다.한지혜는 아직도 다리에 난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아서 걸을 때마다 절뚝거렸다.한지혜가 속 시원하게 말하자,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