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가 한창 녹음 파일을 들어보고 있을 때, 핸드폰이 갑자기 벨을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한지혜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수아야.”“증거는 확보했어?”“응. 내가 지금 바로 너한테 보내줄게.”“그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잘 해결할게.”그 뒤로 두 사람은 얘기를 조금 더 나눴다.잠시 후 통화를 끝낸 조수아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두 아이에게 말했다.“이모가 오늘 출근해 봐야 하는데 집사 아저씨와 할아버지랑 놀고 있어. 조금 후에 예쁜 할머니도 오실 거니까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안 돼. 알겠어?”천우와 시우는 연신 고개를
천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방으로 들어가는 조수아와 시우를 보며 천우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다.어떻게 해야 조수아에게 비밀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렸다.한편, 장유미는 의료기기를 꺼내 검사를 진행했다.그러다 장유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변호사님, 이 아이가 수술한 게 맞아요? 밖에 아이가 아니라요?”조수아는 오히려 장유미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아이의 몸에 수술 흉터가 아예 없어요. 태어나서 한 번도 수술한 적 없는 것처럼 피부가 깨끗한데요
세리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얼른 조수아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수아 씨는 안 돼요!”세리도 너무 급했던지 음을 이탈하고 말았다.조수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세리를 바라봤다.“왜 안 되는 거예요? 지금 상황이 급해요. 이러면 천우도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빨리 수술할 수 있으니까 고통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잖아요.”“그래도 그건 안 돼요. 제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예요. 제 아들이에요. 천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걸 저는 용납 못 해요. 만약 천우의 몸에서 혈액을 받아들이면 어떡해요? 천우는 아직 어리다고
그날 아이의 시체가 워낙 작았던 지라 조수아도 2년 동안 줄곧 이상하게 여겼다.산부인과에서 검사할 때도 모든 게 정상이었던 아이가 정작 태어나니 너무 작았다.사실 조수아가 봤던 건 그녀의 아이가 아이였다.심장병을 앓았던 세리의 아이였다.조수아가 낳은 건강한 아이는 육문주에 의해 세리한테 맡겨졌다.그건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2년간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만 했지만 결국 천우는 조수아의 아이였다.그래서 조수아와 같은 RH-AB형이었다.모든 진실을 알게 된 조수아는 더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우왕좌왕하는
조수아의 눈물과 육문주의 피가 서로 뒤섞여 짜고 떫은 맛을 냈다.그 맛은 어느새 조수아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조수아는 영원히 2년 전 아이를 잃었을 때의 슬픔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작은 아이의 시신을 봤을 때 느꼈던 그 절망감은 한평생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지난 2년 동안 조수아는 거의 매일 밤 같은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아이가 계속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매일 잠에서 깨면 그녀의 베개는 이미 눈물로 축축이 젖어있었다.나날이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이 더해갔고 끝내 우울증이 재발하고야 말았다.하지만 조수아를 그토
사실, 천우는 다 알고 있었음에도 마음속에 담아두고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두 살배기의 천우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진실이었다.혼자 마음속에 삼켜두고 끙끙 앓았을 천우를 생각하며 조수아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조수아는 천우를 품에 안고 끊임없이 뽀뽀를 퍼부었다.“아가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눈치도 없이 하루빨리 알아채지 못했어. 네 아빠가 엄마한테 이 사실을 2년 동안이나 숨겼어. 그래서 천우한테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 해줘서 엄마도 너무 슬퍼.”조수아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자 천우도 따라 눈시울이 붉어
육문주의 손길이 닿자 조수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대표님, 우리 이미 이혼했는데 존댓말을 해주시죠. 저는 대표님 같은 남자 친구를 둔 적 없거든요.”육문주는 그 말을 듣고서야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20분만 기다려 줄래?”육문주는 그 말만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사실 조수아는 아직 밖이기에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 된다고 육문주를 일깨워준 것이다.만약 다른 사람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들키게 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조수아는 이미 육문주를 용서했다. 대신 병원에서 보는
주지훈은 수를 생각해 낼 정도로 불안했을 천우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그는 손가락으로 천우의 이마를 가볍게 콕콕 찍었다.“네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했는지 알아? 만약 얼굴을 다치기라도 했다면 나중에 예쁜 아내를 얻을 수도 없어.”“그럼, 저도 아빠처럼 가면을 쓰면 되죠. 아빠도 그 가면으로 엄마를 감쪽같이 속였잖아요.”너무도 똑똑한 천우 앞에서 주지훈도 어쩔 바를 몰랐다.의사의 허락을 받고 돌아온 조수아는 천우의 약 몇 봉지를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잠시 후, 세 사람은 조수아의 집으로 향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