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얼른 조수아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수아 씨는 안 돼요!”세리도 너무 급했던지 음을 이탈하고 말았다.조수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세리를 바라봤다.“왜 안 되는 거예요? 지금 상황이 급해요. 이러면 천우도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빨리 수술할 수 있으니까 고통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잖아요.”“그래도 그건 안 돼요. 제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예요. 제 아들이에요. 천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걸 저는 용납 못 해요. 만약 천우의 몸에서 혈액을 받아들이면 어떡해요? 천우는 아직 어리다고
그날 아이의 시체가 워낙 작았던 지라 조수아도 2년 동안 줄곧 이상하게 여겼다.산부인과에서 검사할 때도 모든 게 정상이었던 아이가 정작 태어나니 너무 작았다.사실 조수아가 봤던 건 그녀의 아이가 아이였다.심장병을 앓았던 세리의 아이였다.조수아가 낳은 건강한 아이는 육문주에 의해 세리한테 맡겨졌다.그건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2년간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만 했지만 결국 천우는 조수아의 아이였다.그래서 조수아와 같은 RH-AB형이었다.모든 진실을 알게 된 조수아는 더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우왕좌왕하는
조수아의 눈물과 육문주의 피가 서로 뒤섞여 짜고 떫은 맛을 냈다.그 맛은 어느새 조수아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조수아는 영원히 2년 전 아이를 잃었을 때의 슬픔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작은 아이의 시신을 봤을 때 느꼈던 그 절망감은 한평생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지난 2년 동안 조수아는 거의 매일 밤 같은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아이가 계속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매일 잠에서 깨면 그녀의 베개는 이미 눈물로 축축이 젖어있었다.나날이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이 더해갔고 끝내 우울증이 재발하고야 말았다.하지만 조수아를 그토
사실, 천우는 다 알고 있었음에도 마음속에 담아두고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두 살배기의 천우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진실이었다.혼자 마음속에 삼켜두고 끙끙 앓았을 천우를 생각하며 조수아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조수아는 천우를 품에 안고 끊임없이 뽀뽀를 퍼부었다.“아가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눈치도 없이 하루빨리 알아채지 못했어. 네 아빠가 엄마한테 이 사실을 2년 동안이나 숨겼어. 그래서 천우한테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 해줘서 엄마도 너무 슬퍼.”조수아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자 천우도 따라 눈시울이 붉어
육문주의 손길이 닿자 조수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대표님, 우리 이미 이혼했는데 존댓말을 해주시죠. 저는 대표님 같은 남자 친구를 둔 적 없거든요.”육문주는 그 말을 듣고서야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20분만 기다려 줄래?”육문주는 그 말만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사실 조수아는 아직 밖이기에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 된다고 육문주를 일깨워준 것이다.만약 다른 사람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들키게 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조수아는 이미 육문주를 용서했다. 대신 병원에서 보는
주지훈은 수를 생각해 낼 정도로 불안했을 천우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그는 손가락으로 천우의 이마를 가볍게 콕콕 찍었다.“네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했는지 알아? 만약 얼굴을 다치기라도 했다면 나중에 예쁜 아내를 얻을 수도 없어.”“그럼, 저도 아빠처럼 가면을 쓰면 되죠. 아빠도 그 가면으로 엄마를 감쪽같이 속였잖아요.”너무도 똑똑한 천우 앞에서 주지훈도 어쩔 바를 몰랐다.의사의 허락을 받고 돌아온 조수아는 천우의 약 몇 봉지를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잠시 후, 세 사람은 조수아의 집으로 향했
육문주는 비록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면 그가 한 추측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했다.그리고 살짝 입꼬리를 올리더니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가지고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본 조수아는 호기심에 물었다.“저 사람들에게 무슨 증거를 남긴 거야?”육문주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넌 모르는 게 나아.”“문주 씨.”육문주가 그렇게 말하니 조수아는 왠지 불안해졌다.“배후에 있는 그 사람, 엄청 위험한 사람이지?”“맞아.”육문주의 솔직한 답변에 조수아는 더욱 긴장
하지만 그걸 모두 놓쳐버린 것이다.그저 자기 아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천우 보러 가끔 가는 게 전부였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조수아는 그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그 모습을 본 육문주는 마음이 아팠다.“수아야, 앞으로 같이 보낼 시간이 많은 데 너무 슬퍼하지 마. 이제 우리 행복한 일만 남았어.”“이제야 아들을 찾아서 너무 기뻐 그러는데 왜 방해하시지?”조수아가 육문주를 살짝 놀려보자 그는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있다가 대뜸 천우의 귀에 속삭였다.“아들아, 네 엄마 너무 무서워.”그러자 천우는 냉큼 조수아의 목을 끌어안고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