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의 손길이 닿자 조수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대표님, 우리 이미 이혼했는데 존댓말을 해주시죠. 저는 대표님 같은 남자 친구를 둔 적 없거든요.”육문주는 그 말을 듣고서야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20분만 기다려 줄래?”육문주는 그 말만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사실 조수아는 아직 밖이기에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 된다고 육문주를 일깨워준 것이다.만약 다른 사람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들키게 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조수아는 이미 육문주를 용서했다. 대신 병원에서 보는
주지훈은 수를 생각해 낼 정도로 불안했을 천우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그는 손가락으로 천우의 이마를 가볍게 콕콕 찍었다.“네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했는지 알아? 만약 얼굴을 다치기라도 했다면 나중에 예쁜 아내를 얻을 수도 없어.”“그럼, 저도 아빠처럼 가면을 쓰면 되죠. 아빠도 그 가면으로 엄마를 감쪽같이 속였잖아요.”너무도 똑똑한 천우 앞에서 주지훈도 어쩔 바를 몰랐다.의사의 허락을 받고 돌아온 조수아는 천우의 약 몇 봉지를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잠시 후, 세 사람은 조수아의 집으로 향했
육문주는 비록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면 그가 한 추측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했다.그리고 살짝 입꼬리를 올리더니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가지고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본 조수아는 호기심에 물었다.“저 사람들에게 무슨 증거를 남긴 거야?”육문주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넌 모르는 게 나아.”“문주 씨.”육문주가 그렇게 말하니 조수아는 왠지 불안해졌다.“배후에 있는 그 사람, 엄청 위험한 사람이지?”“맞아.”육문주의 솔직한 답변에 조수아는 더욱 긴장
하지만 그걸 모두 놓쳐버린 것이다.그저 자기 아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천우 보러 가끔 가는 게 전부였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조수아는 그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그 모습을 본 육문주는 마음이 아팠다.“수아야, 앞으로 같이 보낼 시간이 많은 데 너무 슬퍼하지 마. 이제 우리 행복한 일만 남았어.”“이제야 아들을 찾아서 너무 기뻐 그러는데 왜 방해하시지?”조수아가 육문주를 살짝 놀려보자 그는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있다가 대뜸 천우의 귀에 속삭였다.“아들아, 네 엄마 너무 무서워.”그러자 천우는 냉큼 조수아의 목을 끌어안고
조수아는 한창 자기 아들의 잘생긴 외모를 감상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방해하는 육문주의 말에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육 대표님, 저희는 아직까지 이혼한 사이란걸 잊지 말아 주세요.”하지만 육문주는 작게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조 변호사님, 이혼해도 충분히 재혼할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그건 당사자가 원하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겠죠. 근데 제가 만약 거절하기라도 하면 강제적으로 할 생각인 건 아니죠?”“못 할 것도 없지. 널 데려와서 딸을 낳게 되면, 난 아들 하나에 딸 하나로 얼마나 행복하겠어. 그때 가서 넌 분
비록 한지혜를 위하는 말로 들리지만 말속에는 분명 다른 뜻이 담겨있었다.물론 한지혜도 단번에 그녀의 말뜻을 알아채고 무표정이지만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 돋친 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강소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지혜에게 다가와 다시 말을 이었다.“지혜 씨는 연예계에서 힘들게 노력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결국에는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네요. 옆에서 보는 제가 다 마음이 아픈데 몸이 조금 회복되면 수어부터 배워봐요. 벙어리 역할이라도 들어올지 누가 알아요? 안 그러면 지혜 씨 연기력이 너무 아깝잖아요.”
조수아는 숨 참느라 빨개진 한지혜의 얼굴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벙어리 연기 하느라 고생했어.”한지혜는 여전히 헐떡이며 답했다.“방금 강소연 그 빌어먹을 여자가 날 어떻게 비웃었는지 못 들었어? 아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면서 우리 앞에서는 순진한 척하기는. 기다려, 내가 아주 제대로 혼쭐을 내줄 테니까.”그녀의 말에 조수아가 그녀를 달랬다.“걱정하지 마. 널 다치게 한 사람에게는 내가 두 배로 복수해 줄 거야.”“저 여자에 대한 증거는 찾았어? 바로 고소해 버리고 싶은데.”“찾았어. 수법이 아주 치밀했는데 결국에는
조수아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너랑 허연후 씨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잘 사귀다가 왜 갑자기 헤어진 건데?”조수아는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는데 한지혜가 계속 회피하는 바람에 여태껏 답을 듣지 못했다.다시 들려오는 허연후의 이름에 한지혜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나랑 그 멍청이는 진지하게 사귄 것도 아니었어. 근데 속궁합이 나랑 꽤 맞는 것 같아서 더 두고 봤을 뿐이야. 설마 내가 진짜 그 인간을 좋아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저번에도 말했는데 설령 전 세계에 남자의 씨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