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너랑 허연후 씨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잘 사귀다가 왜 갑자기 헤어진 건데?”조수아는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는데 한지혜가 계속 회피하는 바람에 여태껏 답을 듣지 못했다.다시 들려오는 허연후의 이름에 한지혜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나랑 그 멍청이는 진지하게 사귄 것도 아니었어. 근데 속궁합이 나랑 꽤 맞는 것 같아서 더 두고 봤을 뿐이야. 설마 내가 진짜 그 인간을 좋아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저번에도 말했는데 설령 전 세계에 남자의 씨가 말
그 말에 한지혜가 코웃음을 쳤다.“허연후 씨가 아니면 내가 성을 간다. 이미 전문가에게 맡겨서 포토샵이 아니란 사실도 알아냈거든?”조수아가 사진 속 남자의 손을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허연후 씨 손은 분명 길고 하얀데 이 남자의 손은 완전 짧고 투박하잖아. 이건 다른 사람이야.”그녀의 말에 한지혜가 핸드폰을 낚아채 가더니 다시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역시나 허연후의 손이 아니었다.그의 손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얇고 길어서 매번 잠자리에서도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었다.그러다가 다시 어리둥절한 얼굴
조수아가 웃으며 답했다.“정말이에요? 전 그냥 비즈니스 차원에서 온 건데요.”“일도 하고 연애도 하려는 거겠죠. 우리 회사 직원들이 지금 그룹 채팅방을 하나 만들어서 두 사람을 응원하고 있어요. 너무 달달해 보인다고 난리예요.”그녀의 칭찬에 조수아는 어쩔 바를 몰랐다.육문주든 주지훈이든 일 처리 방식은 변함이 없었다.원체 과시하는 걸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예전에 육문주와의 러브 스토리도 인터넷에 떠돌아다닌 적이 있었다.얼굴은 다른 사람으로 변해도 남자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무조건 사람들이 다 알도록
조수아는 너무 자극적인 손놀림에 미쳐버릴 것 같아서 더는 못 참고 주지훈의 쇠골을 물어버렸다.그러자 주지훈은 너무 아프지만 짜릿해서 자기도 모르게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다가 자신의 품에서 여전히 장미꽃을 꼭 안고 있는 조수아를 향해 다정하게 물었다.“자기야, 이 강도면 괜찮아?”조수아는 이제 겨우 이성을 찾았는데 그의 ‘자기’라는 부름에 또다시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이건 육문주가 예전에 그녀를 습관적으로 불렀던 애칭이다.매번 뜨거운 시간을 보낼 때마다 그녀의 귓가
“맞아. 처음에 우린 이게 다 박경준이 육씨 가문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누나를 앞세워 협박해서 만든 판이라고 생각했잖아.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 혼자로는 M 국 황실의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는 걸 발견했지.”“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해요? 박경준을 풀어줘야 하나요? 그렇게 되면 가문의 모든 권력이 다 그 사람 손에 돌아가게 되는데 나중에 대적하기 더 어려워지잖아요.”“걱정하지 마. 이미 배후의 사람이 누군지 알았으니 이제 더 이상 박경준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이제 그 배후의 괴물을 완전히 없애버릴 일만 남았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입술 모양이 마침 삐죽 내밀게 되면서 자꾸 귀에 마찰했는데 마치 뽀뽀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그 모습에 허연후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게 번졌다.그는 한지혜의 통통한 입술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저한테 뽀뽀하고 싶은 거였군요. 진작에 제가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 되지 아닌 척 연기하긴. 근데 걱정하지 말아요. 지혜 씨가 다 나으면 제가 여태껏 연마해 둔 새로운 기술을 잠자리에서 제대로 보여줄게요. 어때요?”그의 음탕한 농담에 한지혜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아직 말하면 안 되기에 할 수 있는
‘만약 시상식에서 강소연에게 복수할 일만 아니었으면 절대 이 인간을 가만두지 않았을 텐데!’아마 진작에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그에게 내뱉었을 것이다.그러다가 다시 핸드폰으로 몇 글자 적었다.[혼자 먹을 테니까 약이나 가서 발라요.]그제야 허연후는 원하는 답을 들었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역시 부부가 될 운명이라 그런지 저를 생각해 주는 건 지혜 씨밖에 없네요. 그럼 약을 여기로 가져올 테니까 먼저 먹고 있어요.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직접 발라줘야죠. 아니면 이 병실밖에 한 발짝도 안 나갈래요.”한지혜는 들은 체도
허연후가 다시 병실에 돌아왔을 때 한지혜는 이미 밥을 다 먹은 뒤였다.그녀가 깔끔하게 비운 도시락통을 발견한 허연후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제 요리에 맛 들이면 다른 음식은 이제 못 먹을걸요. 근데 제가 매일 해주면 되니까 괜찮아요.”그는 웃으며 한지혜에게 물을 건넸다.“절 때리기도 했고 밥도 맛있게 먹었고 이제 약 좀 발라줄 수 있겠어요?”한지혜는 저기 거울이 있으니 혼자 바르라며 손가락으로 화장실 쪽을 가리켰다.하지만 허연후는 못 알아들은 척 되물었다.“욕실에서 발라주겠다고요? 진짜 약 발라주려는 거예요,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