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의 입술 모양이 마침 삐죽 내밀게 되면서 자꾸 귀에 마찰했는데 마치 뽀뽀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그 모습에 허연후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게 번졌다.그는 한지혜의 통통한 입술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저한테 뽀뽀하고 싶은 거였군요. 진작에 제가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 되지 아닌 척 연기하긴. 근데 걱정하지 말아요. 지혜 씨가 다 나으면 제가 여태껏 연마해 둔 새로운 기술을 잠자리에서 제대로 보여줄게요. 어때요?”그의 음탕한 농담에 한지혜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아직 말하면 안 되기에 할 수 있는
‘만약 시상식에서 강소연에게 복수할 일만 아니었으면 절대 이 인간을 가만두지 않았을 텐데!’아마 진작에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그에게 내뱉었을 것이다.그러다가 다시 핸드폰으로 몇 글자 적었다.[혼자 먹을 테니까 약이나 가서 발라요.]그제야 허연후는 원하는 답을 들었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역시 부부가 될 운명이라 그런지 저를 생각해 주는 건 지혜 씨밖에 없네요. 그럼 약을 여기로 가져올 테니까 먼저 먹고 있어요.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직접 발라줘야죠. 아니면 이 병실밖에 한 발짝도 안 나갈래요.”한지혜는 들은 체도
허연후가 다시 병실에 돌아왔을 때 한지혜는 이미 밥을 다 먹은 뒤였다.그녀가 깔끔하게 비운 도시락통을 발견한 허연후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제 요리에 맛 들이면 다른 음식은 이제 못 먹을걸요. 근데 제가 매일 해주면 되니까 괜찮아요.”그는 웃으며 한지혜에게 물을 건넸다.“절 때리기도 했고 밥도 맛있게 먹었고 이제 약 좀 발라줄 수 있겠어요?”한지혜는 저기 거울이 있으니 혼자 바르라며 손가락으로 화장실 쪽을 가리켰다.하지만 허연후는 못 알아들은 척 되물었다.“욕실에서 발라주겠다고요? 진짜 약 발라주려는 거예요,
허연후는 한걸음에 한지혜의 침대 옆에 다가가 허리를 살짝 굽히고 그녀에게 말했다.“한지혜 씨, 전 지혜 씨를 다시 무대에 세울 겁니다. 이대로 당신이 어렵게 이뤄낸 성과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걸 전 두고 볼 수 없어요!”아까까지의 껄렁거림과 반대로 진지한 그의 얼굴을 보고 한지혜의 마음도 어느새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러다가 다시 입 모양으로 그에게 말을 전했다.“절 동정할 필요 없어요. 다른 마음 먹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허연후가 그녀의 입 모양을 알아채고는 쓴웃음을 지었다.“한지혜 씨, 예전에 지혜 씨 입
강소연은 뒤쫓아가는 척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지혜 씨, 가속 버튼 그만 누르고 빨리 멈춰요!”하지만 이미 속도가 붙은 휠체어는 빠르게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높이도 30여 개의 계단으로 된 꽤 높은 길이였는데 한지혜는 두 다리를 움직일 수도 갈비뼈가 다쳐 일어날 수도 없어 꼼짝없이 휠체어와 같이 굴러떨어지게 되었다.그렇게 얼굴과 몸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고 병원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저마다 경악하며 달려왔다.조수아가 다시 돌아왔을 때 한지혜는 이미 아래로 떨어진 채 꼼짝하지 않고 바닥에 누워있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한지혜는 차가운 표정으로 허연후를 노려봤다.“연후 씨, 지금 제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소연 씨가 연후 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저를 죽이려고 시도한 혐의로 경찰에 이송됐어요. 연후 씨를 이렇게나 좋아하는 후배가 잡혀갔는데 얼른 가보지 그래요?”한지혜는 그 말을 끝으로 휠체어를 끌고 나가려 하자 허연후는 그녀를 냉큼 잡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요? 경찰들이 왜 소연이를 잡아가는 거예요?”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인 허연후를 보며 한지혜는 한쪽 입꼬리를 피식 올리며 말했다.“그러게요. 소연 씨가 의사인
허순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말했다.“근데 너 한 번도 그 집 손녀를 본 적 없잖아. 오늘 마침 그 아이도 온다고 하니까 한번 얼굴이라도 봐. 혹시 없던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나와 한용건의 유일한 소원이야. 한용건이 어찌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앓아누웠겠어.”“무작정 부담 주지 말아요. 나중에 그 집 손녀딸이 남자 친구가 없어서 급하다면 제가 소개팅 앱에 그 사진과 개인 프로필을 올려 어떻게든 남자 친구를 찾아줄게요. 아니면 여기저기 다니면서 괜찮은 남자가 있는지 찾아봐도 되잖아요. 왜 하필이면 저예요?”허연후는
허연후는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한지혜가 바로 그의 약혼녀였다니, 어떻게 그동안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어이가 없기도 했다.허연후는 반쯤 넋이 나가서 허순철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지혜 씨가 전에 매일 참새처럼 재잘대던 그 아이예요?”허순철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혜가 그 아이가 맞든 아니든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이윽고 허순철은 한지혜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물었다.“지혜야, 나는 순철 할아버지야. 나를 기억하겠어?”한지혜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