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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서유리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라이브 방송에 대고 호소했다.

“여러분, 들었죠? 세컨드가 지금 저 협박하는 거?”

댓글 창이 다시 떠들썩해졌다. 나를 절대 그냥 놓아줘서는 안 된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반항해도 쪽수가 많은 서유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

서유리가 나를 차로 데려갔다.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고 물으려는데 서유리가 걸레로 내 얼굴을 가렸다. 그렇게 나는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

다시 눈을 떠보니 불빛이 어두운 노래방 룸인 것 같았다. 얼굴과 몸이 타오르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

내가 눈을 뜨자 20명은 되어 보이는 남녀가 모여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 속에서 서유리는 핸드폰을 들고 라이브를 이어갔다.

“어머, 깼어?”

서유리는 정신을 차린 나를 보고 흥분했다.

“유리야. 네가 말한 세컨드가 이 여자야? 가져온 가방만 해도 몇천만 원은 넘을 것 같은데? 남자 친구가 사준 거겠지?”

“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년이 다 있지? 유인혁 씨는 왜 이렇게 비싼 가방을 사준 거야?”

머리가 천근만근인데 사람들이 대놓고 나를 토론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유인혁? 서유리 남자 친구라는 사람이 설마 오빠야?’

최근에 오빠가 오랫동안 기다린 첫사랑이 드디어 귀국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시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중식당을 예약해 오늘 밤 내게 소개해 주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하지만 오빠가 말한 첫사랑은 부드럽고 착하고 선한 언니였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매섭고 잔혹한 서유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러다 아까 라이브를 시작할 때 지었던 억울한 표정이 떠올랐다. 절대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유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남자 친구가 유명 그룹 유인혁이라면 나를 얼른 풀어주는 게 좋을 거예요. 유인혁의 동생인 나를 건드렸으니 오빠가 절대 당신들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이 말에 현장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지더니 이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유리는 마치 큰 우스갯소리라도 들었다는 것처럼 깔깔 웃어댔다.

“미친년이 이제야 인혁이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인정하는 거야?”

“동생? 지금이 무슨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구차한 변명이야?”

“나는 대학 시절부터 인혁이와 알고 지냈어. 동생이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무슨 X소리야?”

서유리는 나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내 턱을 억세게 부여잡더니 매섭게 말했다.

“오늘 오후 비행기로 들어온다고 인혁 씨에게 말하니까 데리러 오겠다고 했거든?”

“근데 임시로 번복하면서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하더라고. 너랑 뮤직 페스티벌 보려고 그런 거 아니야?”

내가 힘껏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뮤직 패스티벌에 같이 온 사람은 내 친구예요.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어찼으면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 말에 잔뜩 약이 오른 서유리가 청순한 가면을 벗고 음침한 얼굴로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시켰다.

“가서 물건 가져와. 언제까지 저렇게 바락바락 대드는지 한번 보자.”

...

옆에 있던 여자가 이를 듣더니 얼른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심장이 덜컹했고 불안이 물밀듯 밀려왔지만 애써 침착한 척했다. 절대 겁먹어서는 안 된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서유리에게 경고했다.

“서유리 씨, 지금 뭐 하려는 거죠? 내게 손댔다가는 오빠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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