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서유리의 손을 뿌리치더니 연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너처럼 사악한 여자와 내 동생을 어떻게 비겨?”“내 동생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무사할 줄 알았어? 감옥 들어가는 것도 봐준 거야. 네가 내 동생에게 한 짓 내가 백배 천배로 갚아줄게.”오빠가 이내 서유리를 쫓아내며 경찰에게 얼른 끌어내라고 했다.서유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퀭한 눈빛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이 마치 김빠진 풍선 같았다.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빨갛게 충혈된 눈을 쳐들고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유인혁. 너의 아이까지 임신했던 나를 이렇게 버린다고?”...오빠를 포함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유리를 바라봤다.오빠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그만해. 내 동생에게 그렇게 극악무도한 짓을 해놓고 뭐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하지만 서유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때 외국으로 가서야 임신한 사실을 알았어. 진작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떠나지 않는 건데.”서유리는 이렇게 말하며 콩알 같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 그 모습이 참으로 가여웠다.“하지만 그때는 이미 헤어진 뒤였어. 네가 이미 다른 사람을 찾았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그 아이가 짐이 될 것 같아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지운 거야.”“지금 이걸 알려주는 건 너를 옭아매려는 게 아니야. 그냥 아이를 봐서라도 나를 좀 도와달라는 거지.”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그게 옭아매는 게 아니면 뭔데요?”서유리는 내가 비아냥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았다.“못 믿겠으면 그때 남겨둔 검사 보고서와 수술 서류도 보여줄게. 내 말이 진짜라는 거 증명할 수 있어. 절대 너 속이는 거 아니야.”서유리의 감정 어린 호소는 절절하면서도 애처로웠다.다행히 오빠는 업계에서도 이름을 날린 한 그룹의 대표지 사랑에 미치지 않았기에 서유리의 말에 홀리지 않았다.오
“임신한 건 맞더라고요.”친구가 서유리 옆으로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던데요?”서유리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도대체 무슨 헛소리에요?”서유리가 친구를 덮치려는데 경찰에 의해 제압되고 말았다.내가 자료를 유심히 살피자 서유리가 내 손에 든 자료를 뺏으려 했지만 오빠가 날린 발차기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오빠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나는 부상이 더 악화했을 것이다.서유리는 바닥에 쓰러진 채 매섭게 우리를 노려봤다.친구가 비아냥거렸다.“어머,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요? 학업을 위해 외국으로 유학가겠다고 거짓말했죠? 근데 내가 조사해 보니 유학을 갈만한 가정이 아니던데? 그래서 조사를 이어가다가 마침내 알게 되었죠...”“사실은 어떤 대표의 아이를 밴 거죠? 아니다. 양아버지라고 해야 하나? 대학 시절에 인혁 오빠가 가정 상황이 어떤지 알려주지 않았으니 집안이 그저 그런 대학생인 줄 알고 바로 돈이 많아 보이는 대표랑 붙어먹은 거잖아요.”“하지만 공교롭게도 당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그 대표의 본처에게 들키고 말았죠. 화가 난 본처가 당신을 죽여버리겠다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그 대표는 당신을 외국으로 보내 아이를 지울 방법을 강구해야 했고 그 명분이 바로 외국 유학이었어요.”“나중에 인혁 오빠가 당신에게 연락했을 때 오빠는 이미 업계에 이름을 날린 회사의 대표가 되어 있어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서둘러 돌아와 어떻게든 사모님이 되려고 노력한 거잖아요.”나는 손에 든 자료를 보며 느긋하게 말했다.“그러니까 세컨드는 서유리 당신이네요.”...나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서유리를 노려봤다. 나를 이렇게 만든 서유리가 밉기도 했지만 오빠의 진심을 짓밟은 게 더 화났다.“정말 독하기 그지없는 여자네요. 내게 심각한 부상을 입히고 인두로 지진 것도 모자라 우리 오빠까지 속이려고 한 거예요?”서유리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연신 이렇게 말했다.“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오빠가
친구와 시내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에 가려고 나는 예쁘게 단장까지 했다.가다가 길이 막혀 핸드폰으로 쇼츠를 보고 있는데 근처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게 보였다.라이브 방송의 주인공은 여자 인플루언서‘서유리’와 그녀의 친구들이었다. 평소에 예쁜 언니들을 보기 좋아하는 나는 얼른 라이브 방송을 켜고 보기 시작했다.하지만 라이브 방송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서유리가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듯 카메라를 보며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저와 제 남자 친구는 롱디였어요. 3년 전 제가 외국으로 유학 가면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됐는데 아직도 저를 마음에 품고 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전에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이번에 미리 입국해서 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었는데... 글쎄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와 친근하게 안고 쇼핑하고 있더라고요.”“그 세컨드를 찾아가 따졌는데 세컨드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면서 도발했어요. 저보다 젊고 예쁘다고 하면서 저를 아줌마라고 욕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언젠가는 내 자리를 꿰찰 거라고까지 했어요.”“참고로 제 남자 친구는 큰 그룹의 대표에요. 아마 제 남자 친구의 돈이 탐나서 그러는 것 같아요. 흑흑흑... 저 너무 슬퍼요...”이렇게 예쁜 언니가 세컨드의 괴롭힘을 당한다는 말에 나도 마음이 아팠다.서유리를 마음 아파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라이브를 보고 있는 관중들이 서유리를 위로하는 댓글을 달며 그런 그녀를 응원했다.[언니 너무 불쌍하다. 만약 내 남자 친구가 양다리면 정말 산채로 가죽을 벗겨버릴 거예요.][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요즘 세컨드는 다 이렇게 뻔뻔한 건가?][너무 불공평해요. 법으로 세컨드를 처벌할 수 없다면 내 손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세컨드는 벌받아야 하는 존재에요.][님 말이 맞아요. 누구에게 부탁할 바엔 내 손으로 하는 게 나아요. 언니 힘내요. 우리가 같이 세컨드 처단해 줄게요.]관중들이 토론에 열을 올리자 서유리의 표정이 살짝 좋
나는 불가마에 올려진 개미와도 같았다. 누군가 문이 잠긴 걸 발견하지 못한다면 나는 이 뮤직 페스티벌을 놓치고 말 것이다. 친구는 이미 입장했으니 다시 나올 수도 없었다.나는 큰소리로 사람을 불렀다.“거기 누구 없어요? 여기 사람 갇혔어요.”“걱정하지 마. 시간 되면 우리가 알아서 꺼내줄게.”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순간 나는 너무 기뻤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내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여러분, 저 여자가 바로 제가 오늘 손봐줘야 할 세컨드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바깥에서 친구가 지키고 있으니 아무리 목 놓아 불러도 들어올 사람 없을 거예요.”...‘세컨드? 내가 왜 세컨드지?’목소리를 들어보니 아까 길에서 보던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 서유리였다.나는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큰소리로 해명했다.“잘못 아신 것 같은데 나는 세컨드가 아니에요.”해명만 잘하면 그들이 오해를 풀고 나를 놓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의 분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정말 너무 파렴치하다. 세컨드면 쥐 죽은 듯이 살아야지. 어떤 남자가 감히 여자 친구라고 떳떳하게 소개할 수 있겠어?”“총명한 유리가 진작 저년을 감시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아직도 못 찾아냈을걸?”서유리가 말했다.“세컨드랑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바로 시작하자.”그러더니 대걸레를 빨아서 악취가 풍기는 차가운 물을 내 머리 위로 들이부었다. 물을 뒤집어쓴 나는 한기가 느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물이 눈과 코, 그리고 입에 들어가 눈앞이 아찔했다. 두 시간을 공들여 한 화장은 순간 전부 지워졌고 축축하게 젖은 머리가 얼굴에 찰싹 붙어있었다.라이브 방송에서 봤을 때는 가냘프고 순하기만 하던 서유리는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척척 해냈다.이 모든 게 오해라고 해도 처사가 너무 과분한 것 같아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미친 거 아니에요? 오해라고 했는데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나는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며 젖 먹던 힘까
서유리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라이브 방송에 대고 호소했다.“여러분, 들었죠? 세컨드가 지금 저 협박하는 거?”댓글 창이 다시 떠들썩해졌다. 나를 절대 그냥 놓아줘서는 안 된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내가 아무리 반항해도 쪽수가 많은 서유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서유리가 나를 차로 데려갔다.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고 물으려는데 서유리가 걸레로 내 얼굴을 가렸다. 그렇게 나는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다시 눈을 떠보니 불빛이 어두운 노래방 룸인 것 같았다. 얼굴과 몸이 타오르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내가 눈을 뜨자 20명은 되어 보이는 남녀가 모여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 속에서 서유리는 핸드폰을 들고 라이브를 이어갔다.“어머, 깼어?”서유리는 정신을 차린 나를 보고 흥분했다.“유리야. 네가 말한 세컨드가 이 여자야? 가져온 가방만 해도 몇천만 원은 넘을 것 같은데? 남자 친구가 사준 거겠지?”“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년이 다 있지? 유인혁 씨는 왜 이렇게 비싼 가방을 사준 거야?”머리가 천근만근인데 사람들이 대놓고 나를 토론하는 소리가 들렸다.‘잠깐만. 유인혁? 서유리 남자 친구라는 사람이 설마 오빠야?’최근에 오빠가 오랫동안 기다린 첫사랑이 드디어 귀국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시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중식당을 예약해 오늘 밤 내게 소개해 주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오빠가 말한 첫사랑은 부드럽고 착하고 선한 언니였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매섭고 잔혹한 서유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그러다 아까 라이브를 시작할 때 지었던 억울한 표정이 떠올랐다. 절대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서유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말했다.“당신이 말하는 남자 친구가 유명 그룹 유인혁이라면 나를 얼른 풀어주는 게 좋을 거예요. 유인혁의 동생인 나를 건드렸으니 오빠가 절대 당신들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이 말에 현장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지더니 이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서유리는 마치 큰 우스
서유리는 오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는 표정으로 우쭐대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러는 거야?”“저년 옷 싹 다 벗겨.”서유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유리의 친구 두 명이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나는 죽을힘을 다해 외투를 잡고 있었지만 오랜 괴롭힘을 받으며 진이 빠진 상태였고 혼자서 두 명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기에 이내 옷이 벗겨지고 말았다.라이브 방송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서유리는 부득이하게 브라 정도는 남겨줬다.나는 역겹다는 표정으로 침을 칵 내뱉었다. “고작 이것밖에 안 돼? 같은 여자로서 옷 벗기고 욕하고 너무 저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말 너무 역겨워.”서유리는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미친년이 말이 많아.”서유리의 친구가 양쪽에 서서 나를 억지로 바닥에 꿇어앉혔다. 서유리가 오만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서더니 연속으로 내 뺨을 후려갈겼다.얼굴이 얼얼한 게 너무 아팠고 이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이런 수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나는 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 나를 잡고 있던 두 사람을 뿌리치고 온 힘을 다해 서유리의 뺨을 내리쳤다.서유리는 갑자기 날아든 공격에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그래. 네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댔단 말이지?”서유리가 얼굴을 부여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저년 죽여.”서유리 뒤에 서 있던 친구들이 하이에나처럼 내게로 달려들어 나를 바닥에 누른 채 매질하기 시작했다.순간 나는 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처럼 너무 아팠다. 그러다 끝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눈앞이 핑 도는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바닥에 눌려 몸을 가눌 수 없었던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현장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촬영까지 했다.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는 관중들도 흥분하며 미친 듯이 댓글을 달았다.[잘했어요. 세컨드는 저렇게 참교육하는 게 맞아요.][저래야 나대지 못 하지. 이제
오빠가 정말 서유리를 맞이하기 위해 이곳에 나타나자 다들 너무 부러워했다. 서유리는 어깨에 힘을 주며 오만하게 고개를 들었다.몇몇 사람이 호기심에 수군거렸다.“뻥치는 건 줄 알았는데 남자 친구가 진짜 그 대단한 유인혁이란 말이지?”“여기까지 왔다잖아. 저 세컨드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과 함께 오빠가 천천히 룸안으로 들어왔다. 키 크고 잘생긴 외모가 순간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적지 않은 여자들이 추파를 보냈지만 서유리가 일일이 째려보는 바람에 얼른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오빠의 걸음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끼고 입을 벌려 그를 부르려 했지만 이미 진이 빠진 나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고 의식도 점점 흐릿해져 갔다.오빠가 도착하자 서유리는 얼른 라이브 방송을 끄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인혁아, 왜 이제 와. 한참 기다렸는데.”서유리가 앞으로 다가가 오빠의 팔짱을 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가 그런 서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미안. 내 불찰이야. 임시로 회의가 생기는 바람에 늦었어. 대신에 오늘 즐겁게 놀 수 있게 내가 다 쏠게.”무뚝뚝한 대표가 애교 많은 아내를 달래는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이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남녀 불문하고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따금 휘파람 부는 소리까지 들렸다.서유리가 빨개진 얼굴을 오빠 품에 파묻었다.사람들에게 잊힌 나는 룸 구석에 널브러져 그들이 오빠에게 아부하는 걸 듣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출세했다느니, 서유리와 천생연분이라느니 이런 말들이 오갔다. 구석에 불쌍한 여자가 쓰러져 있다는 건 까맣게 잊은 것 같았다.한참 지나서야 누군가가 나를 떠올렸다.서유리의 친구들이 일부러 큰소리로 물었다.“유리야. 저 세컨드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 그리고 대표님도 해명하셔야죠.”오빠를 기선 제압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았다.이 말에 오빠가 의아한 표정으로 내가 있는 쪽을 힐끔 쳐다보자 사람들이 얼른 옆으로 물러서며 길을 터줬다.구석에서
오빠는 서유리의 억울한 표정을 뒤로한 채 엎어져 있던 나를 돌려 눕혔다.“먼저 병원부터 이송해. 다른 건 내가 돌아와서 보자.”내가 돌아누웠는데도 오빠는 여전히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몰골이 말이 아니니 그럴 만도 했다.그러다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고 나를 알아봤다. 지난달 생일에 오빠가 선물해 준 목걸이었다.오빠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나언아.”...이 말은 마치 폭탄처럼 잠잠하던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서유리가 냉큼 앞으로 다가와 캐물었다.“인혁아, 이러고도 세컨드가 아니야? 일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어떻게 해명할 거야?”서유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억울하면서도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늘 반드시 선택해야 할 거야. 단, 저년을 선택하면 나랑은 끝이야.”서유리의 친구들도 합세했다.“그러게나 말이에요. 아무리 대표라고는 하지만 세컨드를 감싸는 용납할 수 없어요.”“대표님, 설마 세컨드 때문에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감정을 버리겠다는 건가요?”하지만 오빠는 이성을 잃고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앞에 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누가 이렇게 만들었어. 당신들이야?”이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온몸을 파르르 떨며 말을 버벅거렸다.서유리는 오빠가 이러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사람들 앞이라 자기가 진짜 여자 친구라는 걸 각인시켜 주려 했다.“인혁아, 저 세컨드가 너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 줄 몰랐네.”“저년이 저렇게 된 것도 다 자업자득이야.”철썩.오빠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서유리의 얼굴을 후려갈겼다.서유리가 얼굴을 부여잡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봤다. 오빠가 이렇게 불같이 화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손찌검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이 모든 게 세컨드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서유리는 갈라진 목소리로 두 눈을 부릅뜬 채 불쌍한 척하며 오빠에게 캐물었다.“3년을 못 봤는데 고작 세컨드 년 때문에 나한테 손을 댄다고?”“서프라이즈 해주려고 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