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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불가마에 올려진 개미와도 같았다. 누군가 문이 잠긴 걸 발견하지 못한다면 나는 이 뮤직 페스티벌을 놓치고 말 것이다. 친구는 이미 입장했으니 다시 나올 수도 없었다.

나는 큰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거기 누구 없어요? 여기 사람 갇혔어요.”

“걱정하지 마. 시간 되면 우리가 알아서 꺼내줄게.”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순간 나는 너무 기뻤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여러분, 저 여자가 바로 제가 오늘 손봐줘야 할 세컨드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바깥에서 친구가 지키고 있으니 아무리 목 놓아 불러도 들어올 사람 없을 거예요.”

...

‘세컨드? 내가 왜 세컨드지?’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까 길에서 보던 라이브 방송의 주인공 서유리였다.

나는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큰소리로 해명했다.

“잘못 아신 것 같은데 나는 세컨드가 아니에요.”

해명만 잘하면 그들이 오해를 풀고 나를 놓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의 분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너무 파렴치하다. 세컨드면 쥐 죽은 듯이 살아야지. 어떤 남자가 감히 여자 친구라고 떳떳하게 소개할 수 있겠어?”

“총명한 유리가 진작 저년을 감시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아직도 못 찾아냈을걸?”

서유리가 말했다.

“세컨드랑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바로 시작하자.”

그러더니 대걸레를 빨아서 악취가 풍기는 차가운 물을 내 머리 위로 들이부었다. 물을 뒤집어쓴 나는 한기가 느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물이 눈과 코, 그리고 입에 들어가 눈앞이 아찔했다. 두 시간을 공들여 한 화장은 순간 전부 지워졌고 축축하게 젖은 머리가 얼굴에 찰싹 붙어있었다.

라이브 방송에서 봤을 때는 가냘프고 순하기만 하던 서유리는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척척 해냈다.

이 모든 게 오해라고 해도 처사가 너무 과분한 것 같아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미친 거 아니에요? 오해라고 했는데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나는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며 젖 먹던 힘까지 써서 화장실 문을 열려 했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화장실 문을 열어젖혔다. 나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극심한 고통에 눈앞이 아찔했다.

“그러게 누가 세컨드 하래? 넌 벌 받아도 싸.”

귓가에 여자들이 비아냥대는 소리와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조롱, 그리고 욕설이 들렸다.

이때 바닥에 떨어진 내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내가 초라한 모습으로 가서 주우려는데 서유리의 친구가 한발 빨리 핸드폰을 앗아가 변기통에 던져버렸다.

서유리는 내 머리채를 잡아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 핸드폰으로 내 얼굴을 찍어댔다.

“여러분, 회사 대표인 내 남자 친구를 뺏은 년이에요. 어린 나이에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오늘 내가 너 무조건 정신 차리게 해줄게. 부모님이 잘못 교육을 했으니 나라도 바로잡아줘야지.”

그러더니 내 뺨을 후려갈겼다.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는 관중들은 세컨드가 참교육 당하자 사이다라며 호응해 주기 시작했다.

[혼 톡톡히 내주세요. 세컨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돼요.]

[저 여자 진짜 발랑 까진 게 벌건 대낮부터 미니스커트 입고 싸돌아 다니잖아. 쯧쯧. 몸매는 좋네.]

[세컨드를 대하는 방법은 참교육이 답이에요.]

연속으로 날아온 공격에 나는 이미 진이 빠진 상태였지만 마지막 남은 힘으로 겨우 해명했다.

“나 정말 세컨드 아니에요. 당신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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