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민은 이때 뭔가를 알아차린 듯 차갑게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해!"첸은 약간 겁이 났지만 빨리 진정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이렇게 속삭였다. "장로님.. 블루가 전투 보고를 보냈습니다. 그가 보낸 수천 명의 정예 부대가 낙하산을 타고 적의 기지로 침투했으나, 매복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군대 전체가 이미 전멸했다고 합니다..!”"뭐?!" 성도민이 갑자기 일어나 돌아서서 첸의 멱살을 잡고 화를 내며 물었다. "블랙 드래곤의 정예 부대 천 명이 제대로 훈련도 못 받은 시리아 놈들을 공격했는데, 우리 부대가 모두 몰살되었다고?? 지금 농담하는 거야!?"첸은 멱살을 잡혀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약간 어려움을 느끼면서 말했다. "장... 장로님... 저는... 모두... 모두 블루가 저에게 보낸 것을 알려드린 겁니다. 크흑... 못 믿겠다면 메시지를 읽어보십시오..."성도민은 휴대폰을 낚아채고 고개를 숙이고 워커 장군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읽은 뒤 몹시 분노했다. 그는 첸의 휴대 폰을 바닥에 던져 산산조각 낸 다음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어제 1,500명 이상이 죽었는데 오늘 또 천 명이 사망했어!!! 워커 이 쓸모 없는 자식!"첸은 두어 번 기침을 했지만 감히 대답하지 않았다.성도민은 극도로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두 번의 패배는 우리 블랙 드래곤의 명예를 확실히 훼손할 거야! 심지어 세계 용병 조직 순위가 단숨에 10위권 밖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세계 용병 집단 전체에서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비극적인 희생은 없었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그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켜고 워커 장군에게 전화를 걸어 큰 소리로 욕을 해댔다. “이 멍청한 자식!!! 내가 이렇게 간단한 일을 주었는데 오늘도 나를 이렇게 실망시켜?!”워커 장군은 매우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장로님,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성도민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이렇게 참패를 당했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 블랙
늘 평정심을 가지고 있던 성도민은 극도로 화가 났지만, 식목일이 지난 후에야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 그의 복수가 지연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오래 전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자신의 부모님을 볼 낯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는 계속해서 워커 장군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워커 장군이 사상자를 줄이면서 하미드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성도민은 자신만의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그 하미드라는 개자식이 산 기슭에 요새를 세웠다고 하니 우리는 완전히 포위해서 대응해야겠군.. 그 자식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 다음에 앉아서 죽음만 기다리도록 해주지..!”공성전은 사실 매우 잔인한 전술이다. 공격측은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여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며, 동시에 식량과 탄약을 꾸준히 확보하여 상대가 무한정 힘과 자원을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성도민은 생각한 뒤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 하미드라는 자식이 얼마나 많은 전략적 자원을 가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 생각에는 3~5개월 안에, 또는 짧으면 1~2개월 내에 탄약이 떨어질 것이고 식량 부족이 될 거다!” 성도민은 무표정한 표정을 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때가 되면 하미드와 그 부하 놈들은 굶어 죽거나 목말라 죽거나 총탄에 맞아 죽거나 하나가 되겠지.. 한 마디로, 나는 절대 그 자식들 중 살아서 기지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도록 만들 거야. 알겠나?”워커 장군은 즉시 큰 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미드의 기지에서 파리 한 마리도 살아서 나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오케이!" 성도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이 바로 공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이번에도 잘 하지 못한다면 군법에 따라 처리될 거야!"워커 장군은 흐느끼며 목이 메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장로님. 제가 죽어도 당신의 임무를 완수할 것입니다! 블랙
그래서 시리아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하미드의 요새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직후에는 소규모 무장단체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팀을 이끌고 하미드의 조직에 합류하러 오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곧 전멸될 것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미드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목숨을 구할 기회를 얻기 위해 잇달아 피난처를 찾으러 왔다. 따라서 단 반나절 만에 하미드의 기지에는 5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이틀 후, 하미드의 기지로 찾아온 사람들은 8천 명이 넘었고, 총 인원이 만 명이 넘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기지 전체가 갑자기 과밀해졌다.하미드는 시후의 지시를 단호하게 실행했으며, 10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든 천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팀이든 그와 함께 피난처를 찾으러 오는 팀들은 모두 해체되어 하미드의 부하들에게 리더십을 넘겨야 했다. 더욱이, 속내를 알고 있는 일부 옛 동료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무장 해제되었다. 무장 해제된 군인은 5천 명이었고, 이 5천 명은 모두 임시 공병대로 조직되어 건설 인부들과 함께 계속해서 산을 파내려갔다. 자동화된 장비로는 작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망치를 사용하여 돌을 부수고 자갈을 운반할 때 수레를 사용하여 사람들이 직접 일을 해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굴착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인원들이 많기 때문이고, 이 사람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터널을 대량으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직접 지낼 방어용 터널을 파야 한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무장해제가 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하루 빨리 더 많은 터널을 파서 머무를 자리를 얻기를 바랄 뿐이었다. 피난 온 8천 명은 거의 모두 무기와 장비를 갖고 있었지만, 가지고 온 식량은 그리 많지 않았고, 평균 3~5일밖에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하미드는 2~3천 명이 2~3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이미 비축
하미드는 자신의 기지가 상대에게 포위되면 소수도를 외부로 내보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소수도가 시후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과, 시후가 며칠 안에 그를 한국으로 다시 데려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하미드는 시후가 그를 한국으로 다시 데려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는 몰랐지만 하미드는 시후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하미드의 걱정을 듣고 시후는 답했다. "당분간은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포위하고 차단했으니, 지금 소수도를 외부로 빼돌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죠. 일단 방어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정말 해결될 기미가 없다면, 제가 직접 가서 소수도를 데려올 방법을 찾아보죠."이번에 시후는 LCS 그룹의 전체 제사에 참석하는 것에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물론 첫 번째는 LCS 그룹에게 매우 중요한 행사에 그의 부모에게 경의를 표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소수도가 자신의 부모님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이 반 LCS 그룹 연합을 맺은 사실을 고백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소수도는 그 날 구름산에 나타나야 했다.하미드는 이 말을 듣고 서둘러 이렇게 말했다. "형제여,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매우 위험하오. 그러니 소수도를 위해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되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밤 어둠 속에서 그를 죽여버릴 암살단을 조직하겠소.""아니요.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지만, 아직 죽으면 안 됩니다." 시후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시후는 소수도의 생명을 살려주겠다고 약속했고, 소민지가 엘에이치 그룹의 회장이 된 후에 소수도를 한국으로 돌려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므로 소수도를 시리아에서 죽게 할 수는 없으며, 그렇다면 그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래서 그는 하미드에게 말했다. "당분간은 소수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전력을 다해 기지를 방어하십시오. 3월
LCS 그룹은 오랫동안 북유럽 왕실과의 결혼을 계획해왔었다. 어느 재벌가든 장남과 손자는 가장 중요한 얼굴이다. 그래서 은충환은 큰 손자를 위해 좋은 며느리 감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면 은지환과 진정으로 어울릴 수 있는 여자는 단 두 명 뿐이었다. 한 명은 바로 엘에이치 그룹의 유일한 손녀인 소민지, 다른 하나는 Koreana 그룹의 외동딸인 고은서였다. 다른 집안의 딸들은 은지환과 레벨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은충환이었다. 그러나 은지환은 소민지와 같은 오만한 여성을 상대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고은서는 더욱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고은서는 시후와 결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게다가 며칠 전 고은서의 콘서트에서 큰 소동이 있었는데, 그것은 모두 시후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은지환은 고은서를 만날 기회도 없을 것이었다.은지환은 시후보다 두 살이 많기에 서른 한 살이 되었는데, 서른 살이 넘었기에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지금 그의 최우선 과제는 빨리 큰 손자를 결혼시키는 것이었다. 많은 수소문 끝에 은충환은 손자에게 가장 적합한 후보자인 북유럽 노르웨이 왕실의 공주를 찾게 되었다. 우선 지금 세계 정세로 보면 왕족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상류층 사회의 왕족은 매우 드문 상황이었다. 그러니 왕족이 자신의 손자와 결혼하면 당연히 위상은 말할 것도 없이 높아질 것이다. 많은 입헌군주국의 왕족들은 실권을 상실한 지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높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조상은 대대로 왕족이었고, 예전부터 실질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재산도 매우 상당하고 인맥과 자원도 매우 방대하다. 그렇기에 LCS 그룹이 북유럽 왕실의 공주와 혼인을 맺을 수 있다면 그들은 체면과 위엄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더 큰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해당 결혼 뒤에는 자원과 자본의 혼합 및 교환이 있을 것이다.북유럽 왕실은 LCS 그룹의
노르웨이의 공주는 빠르게 여행 일정을 결정했다. 그녀는 이틀 뒤 한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며, 일정은 우선 며칠간 LCS 그룹에서 머물다가 LCS 그룹 구성원들과 함께 전체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왕실 가족들이 뒤이어 한국으로 오면 공주는 가족들과 합류하게 될 것이었다. 그들은 버킹엄 호텔에 묵게 될 것이며, 그녀와 은지환의 약혼식도 버킹엄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그래서 은충환은 박상철 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박 집사, 노르웨이 공주가 내일 모레 올 거야. 시간을 잘 잡아서 사람들을 이끌고 집안의 일들을 정리해야 해. 모든 것은 세세하게 준비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실수가 일어나서는 안 되네."박상철 집사는 서둘러 말했다.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미 작업 중입니다."은충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 제사에서 나는 LCS 그룹의 모든 직계 친척과 방계 친척 앞에서 지환이와 그녀의 결혼을 발표할 거야. 우리는 국내 최초로 유럽 왕실과 혼인을 하게 된 집안이 될 것이고 LCS 그룹은 반드시 유명해질 거야!"박상철 집사는 즉시 정중하게 말했다. "이번 노르웨이 공주와의 결혼은 LCS 그룹의 유럽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LCS 그룹의 다음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은충환은 가볍게 웃으며 먼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까지 돌파구가 되지는 못할 거야.. 그들 왕족에게 정치적 권리가 없으니까.. 그들의 인기와 특별 대우로 인해 우리에게 큰 돌파구를 가져올 가능성은 희박해.." 은충환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내가 그래도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우리가 왕실의 승인을 더 많이 받았다는 거야.. 그러면 유럽 시장이 우리를 더 신뢰하고 덜 경계하게 되겠지. 미래에 지환이가 북유럽에 갈 때, 그는 그곳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테니 현지의 사위로 간주되면 우리에게 약간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게 전부
"말해 보게, 그럼 시후가 평생을 그 김유나와 함께 보낼 계획이라는 건가?"박상철 집사는 재빨리 말했다. "회장님, 우리는 감정 같은 것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도련님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은충환은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그룹의 회장으로서 나는 내 손자가 그런 덜 떨어진 배경을 가진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은충환은 말하면서 한탄했다. "나는 김유나의 배경이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 김유나 그 아이의 지위가 너무 낮을 뿐만 아니라, 김유나의 할아버지는 원래 우리 LCS 그룹 하인 출신이야! 어떤 집안이 손자를 하인의 손녀와 결혼시키겠나? 이것은 우리 조상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 아니겠나? 그래서 시후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여자와 이혼해야 해!"박상철 집사는 은 회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이 문제는 서두를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도련님께 조금 더 시간을 주시고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은충환은 진지하게 말했다. "나도 원래 그렇게 생각했어. 시후와 내가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고, 정상적인 조부모와 손자 사이의 정서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 거지. 그러니 나는 처음부터 이혼하고 우리 그룹으로 돌아오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 나는 그 녀석이 스스로 김유나를 떠날 수 있도록 그에게 엠그란드 그룹을 주었지만, 지금 보니 딱히 큰 영향이 없었군!" 원래 은충환의 이해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에 격차가 생기면 그들이 헤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었다. 그러니 시후가 부유하고 강력하며 지위가 높아지면 김유나에 대한 관심을 잃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때 은 회장은 김유나에게 돈을 넉넉하게 주고 두 사람의 결혼을 완전히 끝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지체하며 김유나와 이혼하지 않을 줄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그가 받은 몇몇 소식에 따르면 시후는 김유나와 이혼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은서 역시도 그
은충환의 눈에는 비록 이번 조상제사에서 은지환과 그의 결혼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지만, 결국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후였다.왕족은 돈도 있고 지위도 있고 체면도 있지만, 재산이나 지위로 보면 평균 이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왕족은 만병 통치약과 같이 모든 면에서 다 좋지만, 특별히 뛰어난 것은 없다. 전반적인 힘으로 볼 때, 북유럽 10명의 공주는 아마도 고은서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유럽 왕실 보다 고은서의 인기와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외동 딸로 혼자 모든 재산을 쥐게 될 테니 공주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박상철 집사는 수년 동안 은충환을 따랐기 때문에 그의 계획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은충환은 시후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시후의 성격과 스타일도 잘 몰랐다. 하지만 박상철 집사는 시후를 잘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시후는 박상철 집사의 눈 아래에서 성장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박상철 집사는 결코 시후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시후의 교육을 준비하지도 않았지만, 시후의 상황을 매우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시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후에 대한 은충환의 계획이 달성되기 어려울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속으로 조금 걱정이 되었고 은근히 궁금했다. ‘만약 시후 도련님이 회장님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다면.. 두 분의 관계가 틀어질 것인가..? 그리고 엠그란드 그룹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LCS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을 빼앗고 도련님이 고은서 양과 결혼하기를 꺼리면.. Koreana 그룹의 자산은 LCS 그룹의 것이 되지 못할 텐데.. 그렇다면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박상철 집사는 점점 불안해졌다. 그래서 그는 은충환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며 물었다. "회장님, 도련님을 찾으려고 이렇게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도련님이 고은서 양과 결혼하기를 바라십니까?""물론 그렇지 않지."
시후는 연애 감정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유나와 결혼한 지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시후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유나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크게 다퉈본 적도 없었다. 그들의 감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깊어 졌을 뿐, 격정적인 기복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후는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연애 고수들은 대부분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사랑과 관련된 감정에 단련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단 한 번 보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자신에게 빠져들었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시후처럼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은, 상대가 바로 눈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고 있어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유미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시후는 단순히 이렇게 말했다. “아니, 겨우 휴대폰이 깨졌다고 이렇게 우는 거예요? 괜찮아요, 내가 새로 하나 사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눈물 흘릴 필요까지는 없어요...”유미경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새로 사줘도 이 휴대폰이 아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건 이 폰이라고요!”시후는 다급히 말했다. “당신이 이 휴대폰에 애착을 갖고 있는 거군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휴대폰이 깨져도 수리가 가능하니까. 뒷면 커버만 갈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덧붙였다. “지금은 좀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하면 돼요. 부품이 있으면 오전 중에 고칠 수 있을 것 같네요. 만약 부품이 없으면, 똑같은 기종을 하나 사서 부품을 빼서라도 고쳐줄게요. 이러면 괜찮죠?”유미경은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차마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억울한 듯이 더욱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나는... 나는 그냥 이 폰이 좋아요... 완전히 똑같은 이 휴대폰이요... 뒷면을
유미경은 매우 놀라고 말았다. 시후가 올해 29살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아직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설명했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내가 일하고 있던 공사팀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현장에서 우연히 대표님의 눈에 들었는데, 그분이 내가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나중에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손녀딸과 결혼까지 시키고 싶어하셨어요...”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크게 눈을 뜨고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농담하는 거 아니죠? 그 대표님이 왜 그렇게 잘해주신 거예요? 게다가 자기 손녀까지 당신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니?”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연이었어요. 그분의 집안이 우리 LCS 그룹에서 일했던 겁니다. 그래서 내 정체를 알아보고는,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던 거고요.”유미경은 시후의 흐뭇한 미소를 보며,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설마... 정말 그 결혼을 받아들인 건 아니죠?”“맞아요. 승낙했어요.” 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그리고 끝없는 떠돌이 생활이 지겨웠고, 나도 가정을 갖고 싶었거든요.”순간, 유미경은 마치 천둥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미 결혼한 거네요?”“그렇죠.” 시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표님이 내가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것도 사실 아내와 함께 졸업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아내가 졸업한 후, 결혼식을 올렸죠.”유미경은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시야가 갑자기 흐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렇게까지 가슴이
유미경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시후를 보는 순간 자신의 가슴속에 쌓여 있던 모든 원망과 불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후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순간, 그녀는 오히려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이유는, 시후는 바로 이중열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만, 반면에 자신의 아버지는 그의 체면 때문에 이중열이라는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너무도 명확했다.시후 역시도 늘 누구에게 빚을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으로,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니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유미경에게 말했다. “미경,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여기서 그냥 다 잊는 걸로 하죠.”“좋아요.” 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오후에 시후가 자신의 아버지와 이야기하던 중 먹자골목 이야기를 꺼낸 것이 떠올라 궁금한 듯 물었다. “은시후 씨, 그런데 오후에 왜 갑자기 우리 아버지에게 먹자골목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대답했다. “유 회장님이 이곳을 재개발해 상업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거든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그걸 직접 당신에게 말했어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흥분하시던데요. 보아하니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가 이 먹자골목을 당신에게 모두 양도하게 만들었죠. 이후에 이곳을 떠날지 머물지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요.”유미경은 따뜻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왜 이렇게 배려해주신 거죠?”시후는 무심한 듯 말했다. “이 먹자골목은 당신에게 중요한 곳이잖아요. 그러니 이곳을 보존하는 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죠.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는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기에 이곳의 땅값이 올랐다고 해도, 굳이 허물고 재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탄식하며 말했다. “하지만 부자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배유현과 시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한편으로는 시후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힐 기회를 얻고 싶었다. 그리고 나서 마음이 차분해지면 시후를 찾아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시후를 마주치게 되자, 그녀는 한순간 긴장하며 시후와의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역시나 영리한 배유현이었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각자 상대가 왜 여기에 있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미경 씨와 은 선생님은 정말 텔레파시가 잘 통하시는 것 같아요. 두 분 다 이곳을 선택하다니, 혹시 사전에 상의하신 건 아니죠?” 배유현은 이 한마디로, 두 사람을 따로 불러낸 자신의 의도를 단숨에 감추었을 뿐만 아니라, 어색한 분위기까지도 부드럽게 풀어버렸기 때문이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원래 유미경 씨와 오늘 저녁 이곳에서 식사하기로 약속하기는 했어요.”유미경은 시후 맞은편에 앉으며 그를 바라보고 나지막이 물었다. “이젠 ‘미경’이 아니라 ‘유미경 씨’라고 부르시는 건가요?”시후는 순간 당황하며 웃었다. “아, 잘못 말한 거예요. 미경.”유미경의 눈빛에는 조금 여유가 생긴 듯했다. 그녀는 가방을 옆에 두고 시후를 보며 다시 물었다. “이미 약속했는데, 왜 약속을 어기신 거죠?”시후는 급히 말했다. “이렇게 함께 앉아 있잖아요.”유미경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저와의 식사 약속을 지키러 온 게 아니라, 배유현 회장님과의 약속을 지키러 온 거잖아요.”배유현은 시후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는 걸 보곤 갑자기 말했다. “아, 참! 저는 짧은 화상 회의가 있어서요. 그럼 두 분 먼저 이야기 나누고 계시고, 음식도 좀 시키세요. 저는 조용한 곳에서 화상 통화를 좀 하고 올게요.” 그렇게 말한 뒤 배유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떠나버렸다.
멀리서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의 유미경을 본 시후의 첫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곧바로 그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배유현 씨, 이게 무슨 상황이죠?" 유미경이 아직 가까이 오지 않은 틈을 타, 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미경 씨를 초대했어요. 미리 은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못한 건 정말 죄송해요."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다. "저는 은 선생님과 미경 씨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한 번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나눌 기회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내일이나 모레 홍콩을 떠나게 되었을 때, 은 선생님께서 나중에 유미경 씨와 오해를 풀 기회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시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배유현의 세심한 배려에 조금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배려는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시후는 놀라기는 했지만, 배유현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사실 그 역시 홍콩을 떠나기 전에 유미경과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직접 사과할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시후는 유미경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오후 공항에서 보았던 유미경의 실망스러운 표정이 떠오르자, 그는 그녀에게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 유미경이 자신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할지도 아직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시후는 곧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시후는 그냥 이미 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식으로 체념하려 했다. 이미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이 유미경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유미경 때문에 유가휘에게 관용을 베푼 것이기도 했다.그러나 다시 이 먹자골목에 오니, 시후는 자꾸만 유미경이 떠올랐다. 그녀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었
시후는 순간 약간 난처해졌다. 원래 시후는 유미경과 저녁에 먹자골목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었다. 비록 시후가 말로 약속하기는 했지만, 본래 시후의 의도는 유가휘의 일을 해결한 후 더 이상 유미경을 만나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다시 유미경을 만났을 때 괜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시후가 원래 세웠던 계획은 유가휘를 처벌한 뒤, 유가휘가 직접 유미경에게 자신의 정체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유미경이 갑자기 공항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시후는 자신이 유미경을 속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까지 혼쭐을 냈으니, 그녀가 분명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배유현이 홍콩의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이것은 다시금 시후가 유미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배유현은 시후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궁금한 듯 물었다. "은 선생님, 듣고 계신 거죠?"시후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대답했다. "아, 듣고 있어요. 홍콩의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맛있는 음식이 많은 먹자골목으로 안내하죠.""좋아요!" 배유현이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 "위치만 알려주시면 돼요. 저 혼자 갈게요."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다. "아, 그리고 은 선생님, 저녁에 친구 한 명을 데려가도 괜찮을까요?"시후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홍콩에 친구가 있는 건가요?""그럼요!"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제 친구는 전국 방방곡곡에 다 있어요."시후는 별다른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럼 같이 가죠.""네!" 배유현은 밝게 말했다. "그럼 그렇게 정한 겁니다. 위치 알려주세요."시후는 전화를 끊고 유미경과 가기로 했던 길거리 거리의 위치를 배유현에게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 택시를 잡아타고 길거리로 향했다.시후가 먹자골목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손님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시간이었고, 시후가 막 먹자골목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표정이 갑자기 어색해졌고, 우물쭈물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내가 왜 그 사람 정보를 알아봐야 해요..."유가휘는 유미경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미경아, 기억해라. 남녀 사이에 관계가 잘 발전하려면 절대 자존심 싸움을 하거나 삐지면 안 돼. 상대가 너에게 관심을 보이면, 너는 두 배로 반응해 줘야 하는 거야. 상대방이 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너는 뻔뻔하게 주도권을 잡아야 해. 절대 네 마음 속의 사소한 감정 때문에 쿨한 척 거리를 두면 안 된다고. 괜히 속으로 불평만 하면 안 된다 이 말이다!” 그리고 유가휘가 이어 말했다. “너를 찾지도 않는다고 너도 그를 찾지 않고, 심지어 널 찾으러 왔을 때도 네가 여전히 허세를 부리면 인연이 있다고 해도 다 사라지지 않겠어?!”그 말을 들은 유미경은 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강한 자존심 때문에 그녀는 겉으로 부정하며 말했다. "아빠, 난 은시후 씨한테 별 감정이 없어요. 게다가 나랑 그 사람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요. 제가 어떻게 아버지를 무릎 꿇게 한 남자랑 사귈 수 있겠어요?"유가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네가 정말 은시후 씨와 사귈 수만 있다면, 이 아빠는 무릎 꿇는 게 대수겠어? 절이라도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다시 덧붙였다. "더군다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할 것 아니냐. 내가 은시후 씨에게 무릎을 꿇게 된 것은 내가 그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에 따라 용서를 빌어야 했기 때문이야.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내가 잘못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만약 네가 그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아무런 이유 없이 날 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하겠어?"유미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빠가 그렇게 말하는 건 오로지 은시후 씨의 능력을 보고 그러는 거잖아요.""그래 맞다!" 유가휘는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미경아, 넌 맏이야. 처음으로 나에게 아버지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아이지. 그건 네 동생들이 절대 따라할 수 없
과거의 그는 모든 여성들을 대할 때 항상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사랑을 받는 건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초월적인 자부심 덕분에, 그는 수십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여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방가흔은 그가 만난 모든 여성들 중 가장 사랑한 상대였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방가흔을 늘 존중한 적이 없었다. 과거에 방가흔이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을 때, 유가휘의 입장에서 이 일은 마치 가장 아끼던 장난감을 빼앗긴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도, 그는 단순히 잃어버린 장난감을 되찾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방가흔을 정말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그의 대답은 분명 ‘아니오’였을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 그는 방가흔을 매우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번 자신을 떠난 후, 그는 자신을 통제하고 다시는 그녀에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방가흔은 비록 유가휘의 아내이자 ‘사모님’이라는 공식적인 위치를 얻었지만, 그녀는 유가휘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결혼 후에도 화려한 새장 속의 카나리아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방가흔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던 그 한마디가, 유가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다. 그는 평생 자랑스럽게 수많은 여성들을 품어왔다. 그러나 오늘, 시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때, 그의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 그는 마치 전쟁에서 패배한 자존심을 버린 장군 같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오만함도, 자부심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곁에 남은 여인이 끝까지 자신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그는 마음 속에 부드러운 감정을 느꼈다. 그러자 유가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정말 그를 완전히 놓아주었다
그 시각.유가휘의 가족들도 이미 차를 타고 시훈도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돌아오는 길에 유가휘는 방가흔과 함께 차를 탔고, 유미경은 자신의 테슬라를 직접 몰고 집으로 향했다. 유가휘는 딸이 뭔가 멍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는 함께 차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유미경은 이를 거절했다. 유미경은 지금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차를 몰고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시후만이 떠올랐다. 그와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유미경은 그가 이미 자신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 것은 시후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유미경은 시후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많은 걱정들을 안고 운전을 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오는 길에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왔다.집 앞에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내린 유가휘는 마치 영혼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큰 병을 앓고 난 사람처럼 기운이 빠져 있었고, 걸음걸이조차 힘겨워 보였다.남편의 이런 모습을 본 방가흔은 급히 그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히 물었다. "여보, 괜찮아요?"유가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무력하게 손을 저었다. "집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유미경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반대편에서 그를 부축했다.세 사람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유가휘는 두 사람에게 자신을 소파까지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소파에 앉는 순간, 그는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오늘이 가장 두려운 날이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방가흔은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 "미안해요, 여보... 다 내 잘못이에요..."하지만 유가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냐, 당신 잘못이 아니야." 그는 씁쓸한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