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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장

30년 이상이 흘렀지만 은서준은 그녀에게 영원한 추억과 오래된 사진 몇 장만을 남겼다. 자신을 위해 애도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은서준의 묘에 가서 경의를 표하고 싶어도 이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어려울 것이었다. 지금 그가 살던 낡은 집을 낙찰 받았기 때문에 그녀는 이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음속에 있던 감정들을 드디어 내려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의 얼굴에 눈물이 터지는 것을 본 소민지는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오랫동안 어머니의 열정과 사랑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동정심을 느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이미 가족들을 속이고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사생아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기에 아버지는 동정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자신의 은인을 다시 떠올렸다. 어머니의 열성적인 사랑을 보면서 그녀는 속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소민지.. 은인을 찾지 못하면 너도 어머니처럼 그에게 갇혀 영영 헤어나올 수 없어!? 예를 들어, 넌 네 어머니만큼 운이 좋지 않아. 어머니께서는 은서준 상무와 함께 자랐고 그를 알고 있어. 그들은 많은 공통 경험과 추억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넌 그렇게 그리워하는 은인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고!’

…….

이때 인사가나 아트센터 뒷문에서 시후는 마스크를 쓴 채 재빨리 통로를 빠져나갔다.

문을 나선 그는 다소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8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시후도 박혜정처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후는 박혜정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박혜정은 적어도 오래된 사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후는 부모님의 사진도 저장할 수 없었다. 부모님의 사고 이후 그들의 시신과 낡은 집의 모든 소지품은 아주 짧은 시간에 정리되었고, 시후는 옷 한 벌만 입고 보육원에 들어갔다. 그 순간부터 그는 거의 모든 것을 잃었고 부모님을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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