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는 김 과장이 설명하는 내용들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한 뒤에 말했다. "김 과장님, 이번에 아버지가 아프기 전에 제가 모르는 약을 복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한약을 과다복용하신 모습도 못 봤고요.. 그러니까 분명 아리스토로크산? 이라는 물질과는 접촉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장 이식 수술을 하신 뒤에는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셨고, 당뇨병 증상도 경미해 메트포르민 서방정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그 약은 신장에 매우 안전하다고 병원 측에서도 설명하셨어요.. 그러니 그 약을 먹어서 급성신부전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할 테고요..”김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가 조금 전 말씀드린 물질은 단지 예를 들기 위한 것이고요, 급성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은 아리스토로크산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하지요. 화학물질도 많고, 유기화합물도 있는데, 모두 극도로 강한 신독성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그럼 김 과장님, 아버지의 급성신부전 원인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음.. 검사를 위해 아버지의 혈액과 소변 샘플을 연구실에 보냈는데, 이러한 일련의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러니 당분간은 원인을 찾기 어려울 것 겁니다.. 하아..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은 아버님의 신부전이 진행된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신장 공급을 해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거예요!" 이태리는 힘없이 한숨을 쉬며 낙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아무리 공급원을 찾아봐도 아버지의 혈액이 RH-라는 걸 사람들이 알자 이것 만으로도 많은 신장 공급원이 99% 이상 제외 되었는 걸요..”김 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은 속수무책인 것 같아 보여요.. 내가 아는 지인들을 통해서 전국으로 문의를 하도록 도와드렸지만, 나도 아직 들은 소식이 없네요." 이에 김 과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전화를 받자 이태리는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혹시 지시사항이 있으신지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지시하려는 건 없고요. 어제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나요? 시간이 되면 진원호 대표님 집에 함께 모이려고요. 설 연휴에 다 함께 우리 집에 인사하러 왔는데 내가 그 이후로 한 번도 연락을 안 한 것 같더라고요. 다 같이 식사를 하자고 초대하지도 않았으니.. 미안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있어야죠..”이태리는 마지못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회장님, 저에게 너무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게 아니신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이건 신경을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죠~ 이건 예의의 문제라고요! 내가 모두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딱히 큰 가치는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작은 성의일 뿐이에요. 그러니 시간이 있으면 와서 잠시 있다가 가요. 시간이 없어도 상관없어요. 오늘 못 온다고 하더라도 선물은 나중에 따로 챙겨드릴 테니까.” 이태리는 이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말했다. "회장님! 아니에요~ 따로 챙겨 주실 필요 없으시고 제게 시간과 장소만 전해주시면 저녁에 꼭 가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중에 카톡으로 시간과 장소를 보내 줄게요.”이태리는 서둘러 말했다. "네 회장님..!" 그 말을 한 후 그녀는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그런데.. 제가 일이 있어서 오랫동안은 머물지 못할 것 같아요.. 그냥 얼굴을 비치고 일찍 떠나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뒤에 일정이 있으면 제대로 처리해야죠!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요.”이태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녀의 현재 상태로는 어떤 저녁 파티에도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아버지가 병원 침대에서 죽어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인 저녁 식사를 위해 달려갈 생각이 있겠는가?? 그녀는 오히려 입맛조차 없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물 몇 잔을 마신 것 외에는 쌀 한
윌터의 말은 이태리의 마음을 갑자기 조여왔고, 강한 압박감은 그녀를 질식시킬 것만 같았다. 비록 그녀는 윌터가 자신에게 제안한 것을 떠올리면 매우 역겹고, 심지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지만 윌터가 미국에서 발견한 신장 공급원은 아버지가 필요한 신장과 일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원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신장 공급원을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 버리면, 그녀는 모든 희망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이런 이태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윌터는 현재의 신장 공급원이 바로 중국인이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중국은 아무래도 장기 밀매로 유명한데, 워낙 땅덩이가 넓은데다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인들 중에서 자신의 장기를 팔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쉽게 신장 적출을 할 수 있었다. 가끔씩 마취 없이 적출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의 장기 밀매는 1조 1000억 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신장을 적출하면 빠르게 구매자에게 배송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텐데... 그러나 이태리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이 신장 공급원의 장기를 이식한 뒤에 책임져야 할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 대가가 너무나도 커서 그녀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할 지도 모른다. 자신의 순결, 직업, 도덕성, 심지어 자신의 삶까지도 말이다.그녀의 투쟁하는 표정을 본 윌터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태리, 당신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그냥 잊어버려~ 더 이상 자신을 괴롭게 만들지 말자고. 그럼 내가 이 신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게. 그럼 그 사람이 직접 프랑스인에게 팔겠지 뭐~ 이렇게 하면 당신의 수고와 슬픔을 덜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말을 마치자마자 윌터는 이미 휴대폰을 안 주머니 속에서 꺼내 들었다.이태리는 무의식적으로 "안 돼! 윌터! 안 돼!"라고 소리쳤다.윌터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이태리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뒤 이렇게 말했다. "윌터, 내가 당신의 연인이 되어 당신의 회사에서 일하기로 동의한다면.. 나에게 엠그랜드 그룹의 사업 비밀을 공개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윌터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왜? 당신은 엠그란드 그룹의 전문 관리자일 뿐인데.. 왜 회사에 그토록 충성하는 거지..?”“그건 내 직업 윤리의 핵심이니까!" 이태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윌터는 그녀를 비웃었다. "태리, 나에게 당신의 가치는 세 가지 측면이 있어. 첫 번째 측면은 당신의 아름다운 바디~ 두 번째는 당신의 엄청난 능력이지..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엠그란드 그룹에 대한 핵심 기밀 사항을 터득하는 것이지~ 내 생각에 엠그란드 그룹의 핵심 기밀은 나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야..!”이태리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 "윌터, 꼭 이래야 하는 거야? 나는 당신에게 더럽고 역겨운 조건들을 들어 달라는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이러한 요구 조건을 전혀 흥정할 수 없는 거야?”윌터는 웃으며 말했다. "교섭의 여지를 남겨둘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원칙을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 예를 들어, 이 세 가지 측면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중 하나의 세부 사항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이 있다면? 그 중 하나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수 있지.” 이때 윌터는 경박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령, 나는 아이들을 아주 좋아하고.. 한국의 인구 정책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 내 계획에 따르면, 당신과 내가 사귀고 함께 살면서 10년 동안 최소한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아 줘. 만약, 다섯 명의 아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나와 흥정을 해볼 수 있는 거지.. 그래서 결국 나에게 세 명의 아이를 낳아 주기로 결정한다면..? 이런 것이 바로 내가 인정하는 범위의 흥정 방식이야.. 태리, 이해됐어?”이태리는 즉시 "윌터! 당신은 정말 짐승이야!!"라고 욕했다.윌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월터는 이 말을 한 후 돌아서서 병동을 떠났다. 이태리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온몸은 분노로 바들바들 떨렸다.그녀의 어머니 장순옥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두 손을 붙잡고 흐느끼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 "태리야, 됐어.. 그만 잊어버리고 포기하자.. 엄마는 네가 저 미국인에게 휘둘리는 걸 원하지 않아..”이태리는 눈이 시큰해졌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 "엄마, 아빠에게 남은 시간이 이제 얼마 없어요... 결국 신장 공급원을 구하지 못하면.. 보름 안에.. 아버지가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장순옥은 자신의 힘을 주어 딸의 손을 몇 번 때렸다. 그녀 역시도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여전히 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아버지와 나는, 이미 둘 다 50년 이상 살았어. 지난 50년 동안 우리가 얼마나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그리고 얼마나 잘 살았어? 풍족하기도 했지!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야. 네 아빠가 이대로 세상을 떠나도 마음에 후회는 없어. 우리 둘 다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니까..”이태리는 목이 메었다. "엄마... 엄마도 최선을 다했지만.. 저는... 저는 그러지 못할 거예요. 제가 월터에게 약속만 하면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데, 이번에 포기하면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나는 늘 죄책감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아마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죽을 때까지 결코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요..”장순옥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태리야, 이런 식으로 아버지를 살린다고 하더라도.. 네 아버지가 병상에서 일어났을 때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수도 있어.. 자신을 살리고 네가 매일매일 고통스럽고 힘든 상황 속에서 사는 것을 보게 하는 게 더 힘들 수도 있지 않겠어? 그런 삶은 결국 죽음보다 잔인하게 되는 거야..”이태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엄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게요. 아직 24시간 정도 남았으니
그 날 설아는 요트를 몰고 호수에서 오랫동안 머물렀고, 수영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날씨가 여전히 춥고 강변의 풍경은 지난 번 이곳에 왔을 때만큼 푸르르고 활기차지는 않았다. 이러한 풍경을 보고 시후는 진원호에게 말했다. "대표님, 이 별장은 겨울이 되면 활력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네요. 이 나무와 풀은 일시적으로 시든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풍수적으로 보면 죽은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따라서 봄이 시작되기 전에는 이곳에서 따로 지내지는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건강과 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진원호는 이 말을 듣고 즉시 이렇게 말했다. "오! 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그럼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머물도록 하겠습니다..!”설아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아빠! 그럼 청년재 별장을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장소가 넓을 뿐만 아니라 코치님과도 이웃이 될 수도 있잖아요~!" 진원호는 입술을 톡톡 치며 중얼거렸다. "정말 좋은 생각인데..? 그런데.. 청년재 별장 구역은 매매할 때 모두 완판 되었다고 들었어.. 그러니 지금 매물을 내놓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 발품을 한 번 팔아보도록 하자.”"꺅! 좋아요!!" 설아는 기뻐하며 말했다. 그런 뒤 그녀는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물었다. "은 선생님.. 저희가 혹시라도 청년재로 가게 된다면 귀찮으시지는 않겠죠~~?""하하!! 그럴 리가? 모두가 이웃이 되면 좋을 것 같은데..?”진원호는 시후의 말을 듣자마자 즉시 안도감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은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그럼 앞으로 한 번 잘 찾아보겠습니다~”설아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 너무나도 행복했다. 사실 그녀는 별장이 고요하고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강변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곳에서 지내는 주된 이유는 바로 완벽한 수련장이 있기 때문일 뿐, 이곳은 면적과 시설면에서 전문 수련장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후의 이웃이 될 기회가 있다면 좋은 수련장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진원호의 시선을 느끼며 시후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상자 두 개를 건네며 말했다. "대표님, 이 상자 안에 있는 알약 두 개는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 제 작은 성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오른쪽이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색이 짙을 겁니다. 그 약은 치유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를 온 몸에 퍼뜨리고 심장이 다시 잘 뛰게 하는 치료제라고 기억하세요. 왼쪽의 조금 더 작고 밝은 색의 환약은 새롭게 정제한 회춘단입니다.”진원호는 너무 기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덧붙일 수 없었다. 그는 몸을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저는 이렇게 큰 선물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닌데.. 저에게 이렇게 귀한 회춘약을 주시는지.. 경매로 내 놓으시면 엄청난 가격에 팔릴 텐데요..” 진원호는 회춘약에 대한 기대가 크기는 했지만, 그 회춘약의 가치가 자신이 시후에게 주었던 최고급 산삼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회춘약을 꺼냈을 때, 진원호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뭔가 뒷걸음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러한 반응은 어떤 측면에서 진원호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공짜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귀한 것을 준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귀한 선물을 자신에게 준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연스레 주저 없이 받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준 선물에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소중한 것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는 가일 것이다. 천진 그룹은 약재상을 경영하면서 많은 자본을 축적하기는 했지만, 총 자산은 수백 억에 불과했다. 사실 그 자산이라고 하는 것 마저도 대부분은 부동산과 기업의 시장 가치이므로 실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금은 억 단위에 불과했다. 따라서 진원호는 회춘단을 경매로 낙찰 받거나 구매하기 위해 현금 수십 억을 쓸 수는 없었다. 그는 비록 그렇게 하고자 하는 야망은 충분했지만,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난 번 시후가 참여했던 천종 산삼 경매에서 시후가 높은 가격을 주고 산 것은 전적으로 시후가 고의로 김익수를 상대로 가격을 급격하게 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진원호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사더라도 수십 억, 수백 억의 수익으로 바꿀 수 없으니 어찌됐든 시후가 자신에게 회춘단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큰 은혜라고 할 수 있었다. 진원호는 이런 생각이 들자 즉시 일어나서 땅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의 큰 친절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것을 받고 절 한 번 올리겠습니다!"시후는 진원호를 말리며 한 손으로 그를 일으키며 웃었다. "괜찮습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그리고 안 보이는 곳에 보관해 두시고요. 제가 오늘 초대한 사람들 중에서 회춘단을 받은 유일한 사람이 될 것이므로 다른 분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다들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할 까봐 걱정이 돼서요.”진원호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를 때려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이 문제를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서둘러 진설아와 진동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내 말 잘 들어라..! 너희 둘. 회춘단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사람들에게 말해서는 안된다. 이해했지?!"진설아와 진동오는 동시에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진원호는 진동오를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동오야, 네가 예전에 우리 집안을 커다란 곤경에 처하게 만든 것 잊지 않았지? 그 때 네가 우은찬과 엮여서 말썽을 일으켰잖아! 그러니 내가 조금 전에 한 말을 명심하도록 해라. 알겠니?”진동오는 감히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즉시 말했다. "예, 이제 그런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감히 이 이야기를 밖에 한 마디라도 발설하면 은 선생님이 저를 천둥으로 죽이셔도 됩니다.”진원호는 만족한 뒤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설아는 항상 선생님을 존경해왔으니 걱정은 안 하시겠습니다만.
장소운은 시후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만약 자신의 집안과 홍문이 시후를 제압하지 못한다면 자신은 더 이상 어떤 카드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절대로 시후의 화를 더 돋우지 않으려 애썼다.그러나 시후는 그를 그렇게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다시 한 번 장소운의 뺨을 세게 후려치며 질책했다. "말해봐. 갑자기 벙어리가 된 건가?"장소운의 입은 이미 심하게 부어올라 마치 입 안에 메추리알 스무 개를 넣은 것 같았고, 그는 간신히 고통을 참으며 흐느꼈다. "저.... 제가 잘못했습니다.... 형님, 제발.... 한번만 살려주세요...."시후는 다시 한 번 뺨을 후려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묻는 건, 아까 그 ‘즐긴다’고 떠들던 놈이 네가 맞냐는 거야! 헛소리를 한 마디만 더 하면 네 입을 찢어주지!"장소운은 울먹이며 말했다. "저.... 제가 맞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그의 뺨을 쳤다. "먼저 즐기고 다 함께 즐긴다고 하더니, 참 기세등등하더군!"장소운의 입 가장자리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울면서 말했다. "전부.... 전부 제 입이 방정이었습니다! 형님, 제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시후는 냉소하며 또 한 번 그의 뺨을 때렸다. "아까는 나보고 무릎 꿇고 뺨을 백 대 맞으라고 하지 않았나? 조금 전 네 놈이 했던 그 말 기억하지?"장소운은 머리가 핑 돌며 시후에게 울부짖었다. "그건.... 그건 다 헛소리였습니다! 형님, 제발.... 제발 저를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 안 하겠습니다...."시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이미 늦었어!" 그는 또 한 번 더 장소운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장소운은 눈앞이 빙글빙글 돌며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이 모습을 본 유미경은 차마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시후에게 다가가 말했다. "은시후 씨, 이제 그만 때리세요
그렇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한마음으로 덤비면 단숨에 시후를 쓰러뜨리고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들은 더욱더 격앙되었다!그 순간, 맨 앞에서 뛰어든 한 사내가 높이 뛰어올라 발차기를 하며 시후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계산으로는 이 발차기로 시후를 단숨에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고, 나머지 동료들이 몰려가 시후를 밟아 시후가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시후를 반쯤 죽게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그러나 시후는 그의 발차기를 피하지도 않고 뒷걸음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갑자기 두 손을 뻗어 날아오는 사내의 다리를 단단히 붙잡았다.그 순간, 공격한 사내는 온몸이 공중에 멈춰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달려가 뛰어오른 관성은 마치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는데, 그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멈춰섰다!시후는 그를 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어디서 굴러온 개 같은 놈이지? 엄마에게나 돌아가!" 그리고는 힘을 주어 그의 몸을 반달 모양으로 휘두르더니, 그를 무기로 삼아 다른 사람들을 향해 내던졌다.그러자 시후에게 달려들던 이들은 시후가 쓰러질 것을 기대하며 한꺼번에 몰려왔었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의 동료가 무기로 변해 자신들을 덮치고 말았다. 시후가 휘두른 사내는 한바퀴 반을 그리며 돌았고, 그 궤적 안에 있던 이들은 마치 볼링 핀처럼 엉켜 날아가고 말았다. 땅에 나뒹굴게 된 그들은 충격이 너무 심해서 큰 골절상을 입고 아예 움직이지도 못했다. 시후가 휘두른 사내는 더욱 처참했다. 자신이 부딪힌 모든 동료들을 쓰러뜨리는 대가로, 그는 몸의 여러 군데가 부러졌다. 특히 휘둘린 쪽의 갈비뼈는 전부 산산조각이 났다.시후의 뒤에서 이 모습을 본 유미경은 말문이 막혔고, 시후의 맞은 편에 있던 장소운 또한 당황하며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꿈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열 명이 넘는 사람이 단 두 번의 움직임에 모두 쓰러진 것이다. 장소운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시후는
시후의 한마디에 유미경은 극도로 긴장했다. 그녀는 시후가 어떻게 열 명이 넘는 사람들과 싸울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홍문의 조직원임이 분명했고, 모두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진짜 싸움이 벌어진다면, 시후는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이 건장한 깡패들은 시후가 이 순간에도 여전히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하나같이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장소운은 시후를 비웃으며 말했다. "좋아, 참 배짱 있는 놈이네! 죽을 때가 됐는데도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누가 죽을 때가 됐는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않나? 네가 부른 이 잡것들은, 내 눈엔 개 만도 못하거든."그 말을 들은 건장한 조직원들 중 우두머리 격인 리더가 즉시 소리를 쳤다. "뭐야, 우리는 홍문의 조직원인데 감히 무시하는 거냐?!"시후는 태연히 말했다. "그래, 내가 개 만도 못하다고 했는데 마음에 안 드냐?"리더 옆에 있던 부하가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 "이 자식! 우리 오골계 형님은 홍문의 간부시라고!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오골계? 이름처럼 닭 같은 놈이네. 진짜 개 만도 못하군."우계는 이 말을 듣고 치욕감을 느끼며 극도로 분노했다. 그는 시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내가 너를 죽여버리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시후를 향해 돌진하며 강한 주먹을 시후의 코를 향해 내밀었다. 오골계는 홍문의 간부 중 한 명으로 전투력이 상당히 강했다. 그는 홍콩의 지하 격투 경기에서 다수의 경기를 치렀으며 승률도 절반을 넘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주먹 한 방이면 시후를 쓰러뜨리고 피투성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시후의 조롱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먼저 달려들었기에 이후에 장소운 앞에서 공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상
유미경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시후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죠?"시후는 산길로 이어지는 작은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로 가보죠. 아래로 좀 내려가 보는 거예요."유미경은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 평소라면 어떤 남자가 자신을 이런 외진 산속으로 데려오겠다고 하면 절대 따라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그녀는 결국 시후를 믿기로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시후를 따라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시후와 유미경이 산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장소운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전부 차에서 내려! 오늘 반드시 저 자식을 끝장내고야 말겠어!"세 대의 차량에서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빠르게 내려와 시후와 유미경을 따라 산길로 들어갔다. 홍콩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산속은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했고, 햇빛은 짙은 나뭇잎 사이로 겨우 몇 줄기씩 내려와 희미한 반짝임만 있었다.유미경은 시후를 따라 산속 깊은 곳으로 걸어가며 처음에는 비교적 담담했지만,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형이 조금 평탄한 곳에 다다르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시후에게 물었다. "대체 어디로 가려는 거죠?"시후는 그녀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리 와요, 내 뒤로요."유미경은 놀랐지만, 시후에게로 걸어가려는 찰나 뒤쪽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산속에 무슨 야생동물이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조금 뒤, 나무들 사이에서 열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근육질에 문신을 새긴,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깡패 같았다. 유미경은 그들을 보자마자 긴장하기 시작했고, 시후를 잡아 끌며 빨리 도망가자고 하려던 순간, 장소운이 무리들 사이로 어두운 얼굴로 뒤따라오는 것을 보았다.장소운은 시후와 유미경을 보자마자 이를 갈며 소리쳤다. "진짜 개 같은 커플이군! 홍콩에 호
시후는 가볍게 한마디를 던졌지만, 유미경은 괜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시후에게 물었다. "도대체 뭐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왜 인적이 드문 곳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거죠?!"시후는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내가 하려는 일은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요. 그냥 보고 있으면 됩니다." 이 말을 마친 후, 시후는 가속 페달을 밟아 유미경의 테슬라를 주차장에서 몰고 나갔다. 차가 주차장에서 나가자마자, 뒤에서 다른 세 대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따라왔다. 그 중 한 대에 탄 장소운은 이를 악물고 시후가 운전하는 테슬라를 노려보았다. "저 자식을 따라가! 오늘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차를 운전하던 청년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도련님 걱정 마십시오. 오늘 죽여버릴 겁니다!"그는 팔에 문신이 가득하고, 근육질 몸매와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보기만 해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자 장소운은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유미경, 계속 이렇게 눈치 없이 굴면, 기회를 봐서 그냥 제압해 버릴 거야!"운전하는 청년이 웃으면서 말했다. "도련님, 만약 그 여자를 제압하시려면, 곧바로 아버님과 대부께 그 집안에 가서 결혼을 제안하라고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집안은 절대 결혼을 거절하지 못할 것 아닙니까?!""그래 맞아!" 장소운은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미경이 계속해서 눈치 없이 굴면 이제는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시후는 내비게이션을 따라 차를 몰고 갔다. 운전하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백미러로 뒤따라오는 차들을 살폈다. 차들이 간헐적으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는 안심했다. 한 시간쯤 지난 후, 시후는 차를 홍콩 북부의 홍화령 인근 산지로 향했다. 그 후, 시후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뒤따르는 친구들을 맞이할 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그때, 장소운은 뒤쪽 차에서 점점 더 얼굴이 어두워졌다. 운전자는 참
유미경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제발 너나 잘 해. 내가 들었는데, 너 새 남자친구랑 또 헤어졌다며? 이번엔 사귀고는 몇 일 만에 또 헤어진 거야?"여학생은 입술을 삐죽대며 말했다. "그 인간, 정말 말하기도 싫어! 나랑 사귄 이유가 그냥 졸업 디자인에 도움 받으려고 한 거였다는 거야! 내가 그 자식의 졸업 작품을 끝내줬더니, 그 뒤로 바로 나랑 헤어졌다고..."유미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발, 남자 보는 눈 좀 키워."여학생은 잠시 시후를 바라보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미경 언니, 사실 이 분이랑 언니랑 정말 잘 어울려!"유미경은 급히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만해! 이미 여러 번 남자 보는 안목이 거의 없다는 걸 증명했잖아. 그래서 네가 이 분과 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아마 나에게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일 거야." 그리고 나서 유미경은 시후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시후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그 여학생에게 말했다. "저는 이 분의 약혼자입니다. 미경 씨가 직접 말한 거예요."그러자 주변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며 일제히 감탄했다.여학생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미경 언니... 몰랐는데 언니도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네!?"유미경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 말 듣지 마, 이 사람은 전혀 내 스타일 아니야."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다들 일이나 하라고, 이런 헛소리 좀 그만 듣고!" 그 후, 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상자를 열고 개인 물품 몇 개를 꺼내어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이 노트북은 내가 올해 초에 교체한 거야. 중고 사이트에서 보니까 거의 4천 홍콩달러 정도 하던데, 나는 3천으로 가격을 매겼어. 그러니 아마 쉽게 팔릴 거야. 그리고 이 게임기도 2천 몇 백 홍콩달러에 샀는데, 1천2백 홍콩달러로 가격을 매겼어..." 개인 물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유미경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수고 많아, 끝까지 힘내자. 나는 일이 있어서 더 이상 여기 있지 못해."
"어떤 정의를 실현하냐고요?" 유미경의 질문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지금 당장은 말해줄 수 없어요. 약간의 신비감은 남겨두도록 하죠."유미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혹시 장소운이 당신을 겨냥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예요? 홍콩에서 주먹 두 개로 두 명이나 당해낼 수 있겠어요? 그런 사람이 홍문과 싸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날 과소평가하는 거 아닌가요? 두 주먹으로 두 명도 못 이긴다고요? 거기다 숫자 하나 더 붙여서 40명이라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아요."유미경은 시후가 또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말에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당신에게 졌어요." 그녀는 시후와 함께 주차장을 나섰다. 주차장을 지나, 두 사람은 침사추이의 가장 붐비는 쇼핑몰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에는 많은 인파들 뿐만 아니라 판촉 활동을 하는 판매원들과 홍보와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세일즈맨들도 많았으며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많이 있었다. 광장의 중심부에는 여러 개의 깔끔하게 정렬된 부스가 있었고, 이 부스에는 홍콩대학교의 마크가 걸려 있었다. 그곳에는 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부스 앞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마음이 복잡한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부스로 향했다. 이곳이 바로 그녀와 동기들이 자선 바자회를 열고 있는 장소였다.유미경이 다가오자, 학생들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안경을 쓴 한 남학생이 급히 다가와 물었다. "미경 누나, 오늘 오셨네요?"유미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침 오후에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어." 그러고는 물었다. "오늘 매출은 어때?"남학생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다지 좋지 않아요..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겨우 3만 홍콩달러 정도 팔았어요.. 원래는 5만 달러를 목표로 했었는데요."유미경은 그를 격려하며 말했다. "괜찮아, 3만 달러
시후가 물었다. "홍문이 그렇게 가난하면, 장운추가 평소에 좀 도와주지 않나요?""도와줍니다." 성도민이 대답했다. "만약 장운추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홍문은 벌써 감원을 했을 겁니다. 장운추가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홍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홍문은 이 점을 근거로 꾸준히 손을 벌렸죠. 장운추가 나중에 비즈니스로 크게 돈을 번 뒤에는 홍문과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싶어 했고, 대신에 홍문이 사업을 전환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현재 홍문의 주요 수입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전당포 운영, 둘째는 클럽과 바 운영, 셋째는 냉동육 밀수, 넷째는 불법 도박장입니다. 이 중 도박장을 제외한 앞의 세 가지 사업은 모두 장운추가 도와 시작한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홍문이 운영하고 있는 가장 큰 클럽은 어딥니까?"성도민이 대답했다. "LP 클럽이라고 불리며, 란콰이펑이라는 지역에 있습니다.""LP......" 시후가 작게 중얼거리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알았습니다." 시후는 전화를 끊고 옆에 있는 유미경에게 말했다. "미경 아가씨,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저녁 먹고 나서 당신이 저를 데리고 클럽 구경 좀 시켜줘요."유미경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은시후 씨, 조금 전 전화에서 홍문의 클럽을 물어본 게 혹시 거기를 가려는 거예요?!""맞아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홍콩의 유명한 밤문화를 한번 느껴 보려고요."유미경은 재빨리 말했다. "그래도 홍문이 운영하는 클럽은 가면 안 돼요! 방금 장소운을 건드려 놓고, 그곳으로 가는 건 정말 위험하다고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위험한 건 확실하죠. 하지만 누가 더 위험한지는 두고 보자고요."시후의 여유롭고 가벼운 태도를 본 유미경은 그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조금 전 통화를 통해 그녀는 시후가 단순히 무모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이미 홍콩의 각종 세력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것 같
이때 유미경은 거의 멘탈이 무너질 지경이었다. 지금 그녀는 시후가 손을 잡고 있는 것조차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자신이 불러온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다른 남자를 방패로 삼는 이런 행동은 TV 드라마에서 많이 봤지만, 그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조금 전 시후가 농담을 건네자 순간 장난기 어린 생각이 들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미경은 시후가 일을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그녀는 처음으로 농담 때문에 두려움을 느꼈고, 말을 할 때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은시후 씨, 내가 부탁할게요. 홍콩에서 빨리 떠나줘요. 나중에 다시 오면 되잖아요. 하지만 오늘 떠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난다니까요?!"시후는 그녀의 눈가가 붉어지고, 거의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걸 보며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경 아가씨, 나를 걱정하지 말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번에 홍콩에 온 건 일부러 문제를 만들려고 온 거니까요." 시후는 유미경의 놀란 눈빛을 무시한 채, 담담히 말했다. "내가 홍콩에 온 이상, 누군가 날 건드리면 내가 그 사람을 손봐줄 것이고,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아도 내가 일부러 사람을 찾아서 손봐야 합니다. 만약 그 장소운이 홍문이라는 집단과 관련이 없었다면, 나도 그와 엮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가 홍문과 깊은 관계가 있다면, 오늘 그가 날 건드리지 않았더라도 내일, 모레, 심지어 글피라도 찾아가서 홍문과 제대로 한 판 붙었을 거예요!""미쳤어요?!" 유미경은 충격을 받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이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는 와중에 왜 홍문을 건드리겠다는 거예요?! 홍문이 어떤 조직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예요? 홍콩에서는 아무리 돈 많은 재벌이라도 홍문에 맞서지 못해요. 그런 짓을 했다간 목숨을 잃는다고요!"시후는 유미경에게 자신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성도민에게 받은 자료를 이미 다 봤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