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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장

시후는 은서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른 뒤 뭔가 미묘하게도 은서와의 거리가 조금은 좁혀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심지어 가상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 부모님이 살아 계셨고, 자신도 그룹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자신은 이미 은서와 결혼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비단잉어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과 은서 두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모님이나 은서의 부모님이 더 계실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몇 명의 어린 아이들도 자신과 은서 주변에서 재잘거리며 엄마 아빠라고 두 사람을 부르며 비단 잉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을지도.. 사실 이건 모두 시후의 근거 없는 억측이기는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LCS 그룹의 둘째 아들인 은서준 상무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자신이 은서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아마 다리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예전보다는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재산이 많은 재벌 2세들은 대부분 일찍 결혼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왜냐하면 집안에서 이미 혼인 상대를 미리 정해 놓기 때문에 빠르게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은서를 지금쯤 아내로 맞이했겠지.. 그렇다면 은서와 결혼한 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수도 있고, 아이가 벌써 생긴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은서는 시후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그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오빠, 무슨 생각..하고 있어..?"

시후는 씁쓸하게 웃음 지었다. "아.. 그냥.. 부모님이 생각나서..”

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안 그래도.. 나도 오빠 부모님을 생각하고 있었어.. 두 분이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우리 둘은 이미 결혼했을 테고, 아이도 이미 있었을 텐데.. 그럼 오늘 아마 3대가 이곳에 다 모였을지도 몰라..”

시후는 꽤나 당황했다. 뜻밖에도 은서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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