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가 마스크를 벗은 이유는 지금 이 여성이 시후의 지인이므로, 자신을 시후의 친구로 보든 시후의 20년 된 약혼녀로 보든 간에 최소한의 존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행동은 여빈을 벼락 맞은 듯 놀라게 만들었다. 그녀는 은서의 아름답고 친숙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을 고은서라고 칭한 눈앞의 여성은 국내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 ‘혜리’였기 때문이다..! 전국의 팬들과 할리우드까지 사로잡은 그 대스타 혜리..!! 그녀는 자신의 집안 배경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배우 ‘혜리’의 집안 배경을 잘 모르고 있었고, Koreana 그룹의 고선우 회장의 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빈은 재벌가의 딸이기 때문에, 은서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 순간, 여빈은 자신의 세계관 전체가 뒤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후 씨가 어떻게 고은서 같은 아름다운 여자와 알고 있는 거지..? 게다가 두 사람은 손까지 잡고 썰매를 타질 않나.. 그리고 위급한 순간에 공주를 구하는 왕자처럼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구하지 않았던가..?’세상에..! 자신과 고은서의 차이는 정말 너무나도 컸다..! 고은서는 안성 바닥에서 굉장히 유명한 여성이었다. 비록 그녀의 집안은 최정상에는 못 미치지만, LCS 그룹과 엘에이치 그룹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서의 외형, 성격, 재능, 지명도는 LCS 그룹과 엘에이치 그룹의 딸들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고은서와 견줄 만한 아가씨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은서는 한국 재벌가의 여성 자녀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여빈은 너무나도 놀라웠고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왜? 시후 씨가 어째서 고은서 같은 최고의 여자와 함께 있지?’ 여빈은 아직도 충격에 휩싸여 있었고, 그녀의 사촌 여동생은 깜짝 놀라 입을 가리고 "와, 정말 혜.. 혜리 언니..?"라고 외쳤다.은서는 급히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웃으
사실 유나와 마찬가지로 여빈 역시도 혜리의 팬이기도 했다. 아마도 시후가 여기 없었다면 벌써 사진을 한 장 찍으려고 다가갔을 것이다. 그래서 여빈은 "시후 씨, 어떻게 이 톱스타 혜리와 알게 된 거예요??”라며 물었다.시후는 한동안 여빈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자신이 은서를 자신이 풍수를 봐주는 고객 중 한 명이라고 말한다면, 자신이 고객과 손을 잡고 썰매를 타고 있는 것이 분명 상식에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은서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라고 하면 금방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여빈에게 시후는 늘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고아 출신이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만 살던 고아가 어떻게 이런 유명한 재벌가의 아가씨를 알 수 있는 거야? 이건 분명히 상식에 맞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한, 이 일을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가 망설이는 사이.. 은서가 대신 대답을 해버렸다. "시후 오빠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여빈은 이 말을 듣자마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조금 뒤, 바로 의심이 들었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시후 씨는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살았고, 18세에 복지원을 나온 후 그는 막노동 판에서 일을 하다가 유나의 할아버지를 만났다고 했어.. 유나의 할아버지는 시후 씨가 서울대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셨고, 졸업한 뒤 바로 유나와 결혼했는데.. 그런 시후 씨가 어떻게 Koreana 그룹의 아가씨를 알 시간이 있었겠어..? 그리고 두 사람은 너무나도 차이가 많이 나잖아..? 아니면 혹시.. 시후 씨에게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 그것 밖에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은 이것 하나뿐인 것 같아..’ 그래서 여빈은 무의식적으로 은서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시후 씨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거예요?? 시후 씨는 보육원에서 오랫동안 지내지 않았던가요?”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말하
원래 여빈은 시후의 말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 시후의 말을 들으니 여빈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작은 의혹들까지 모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여빈이 유나에게 듣기로, 서울 대학교를 다닐 때 시후가 학교에서 온갖 멸시를 당했고, 같은 동기들 중에 시후보다 가난한 학생 조차도 그를 무시했다고 한 걸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남들의 시선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고 더욱이 다른 사람들과 말싸움을 하거나, 다투지도 않았기 때문에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그러니 이런 시후의 성격상 연예인 ‘혜리’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건 아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정말 시후가 말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드니 여빈은 오히려 시후가 존경스러워졌다. Koreana 그룹 구성원과 지인인데다, 고은서와 친하면서도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할지언정 결코 이 인맥을 자랑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여빈은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조금 전 시후가 은서가 너무나 다정하게 보였기에,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시후에게 "시후 씨, 그런데 유나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예요?”라고 물었다.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구현탕이라고.. 이번에 새로 나온 제품.. 알아요?""알죠?" 여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얼마 전 대박쳤다던.. 효과 만점인 그 약 아니에요? 아참, 혜리 씨가 광고 모델이잖아요?”그러자 시후는 또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구현탕의 제조사가 구현제약이라는 걸 알아요?”여빈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죠?”"얼마 전 은서가 광고 촬영 차 서울에 왔을 때, 유나 씨와 함께 저녁 식사도 했어요. 은서가 공인이기 때문에 이 일을 외부에는 알리지 않았던 겁니다.” 시후는 예전에 은서와 식사한 일에 대해 여빈에게 알려주었다."
시후는 여빈이 자신의 말을 믿자 입을 열었다. "여빈 씨,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우리 먼저 갈게요. 내일 공항에서 봐요.”여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생각난 듯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 방금 또 한 번 절 구해줬어요!”시후는 웃음지었다. "하하.. 당신이 아니라 그 소녀를 구했죠! 정말 부딪혔다면, 당신은 별 문제가 없었어도 그 소녀는 조금 위험했을지도..?”여빈은 입을 삐죽거리며 눈을 흘겼다. "흥!! 그래도 고마워요!"시후는 어쩔 수 없이 웃음 지었다. "됐어요. 그럼 우리 가야 해서요.. 아무튼 유나 씨에게는 이 일은 비밀로 부쳐줘요~”여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말 안 할게요~ 그럼 우리도 가야 해서요~” 여빈과 사촌 여동생은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웠고, 시후와 은서는 조금 전 전원 주택에 차를 세워 두었기 때문에 가는 길이 서로 달랐다. 네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여빈이 돌아간 뒤, 시후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오늘 이 일은 겨우 고비를 넘긴 것 같았다.시후와 은서가 몸을 돌려 수십 미터를 걸어간 뒤에야 은서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시후 오빠, 왜 계속 신분을 숨기는 거야??? 신분을 밝히면 사람들이 오빠를 무시할 일이 없잖아!!”시후는 살짝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내가 부모님을 따라 그룹을 떠난 뒤에 솔직히 말해서 평범한 고아나 다름없었어. 그런데 내 신분을 밝히면 어떻겠어? 아마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을 걸?”은서는 또 다시 물었다. "그럼 아저씨랑 아주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그룹에 연락해서 오빠를 데리러 오라고 할 수 있잖아!"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LCS 그룹의 상황은 당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어. 더구나 우리 부모님은 LCS 그룹의 요구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고 반기를 들었기에 그룹을 떠나신 거야. 그리고 나는 비록 어렸지만 그들의 핏줄이 흐르고 있고.. 그러니 어떻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내 발로 LCS 그
박상철에 대해 시후는 딱히 경계가 없었다. 왜냐하면 박상철이 자신에게 결코 악의가 없다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 년 동안 진화 보육원에서 무사히 자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박상철이 암암리에 자신을 보호한 덕분이므로.. 그러니 박상철이 나쁜 생각을 먹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박상철 집사는 또한 시후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는 박상철과 연락해서 부모님의 일을 자세하게 물어볼 생각이었다.그 시각, 박상철은 지금 LCS 그룹에 있었다.LCS 그룹의 고위급 간부 회의실에는 LCS 그룹의 모든 자녀들이 가족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 있었다. 회의를 주재한 사람은 은 회장, 즉 시후의 할아버지, 은충환이었다.LCS 그룹의 자녀 20여 명이 회의실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다.다들 모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자, 은 회장은 "어제 전해 듣기로.. 어르신이 구름산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셨다고 하던데.. 내가 마지막을 보지 못해 굉장히 안타까워..!"라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시후의 큰 아버지 은정공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럼.. 어르신이 고향으로 돌아가신다고 해서 이렇게 회의를 여신 겁니까?”은충환은 손을 저었다. "아니야.. 어르신이 일찍이 나에게 말했던 건, 그가 구름산 건설이 완료된 후에도 국내에 머물게 되는 것은 자신만의 인연을 기다리기 위해서라고 했어. 이제 그가 떠난 건 이미 오랫동안 기다려온 인연을 얻은 것이 틀림없다.”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후의 동년배 사촌이 물었다. "할아버지, 그럼 오늘 이렇게 오라고 하신 건.. 무슨 중요한 일이 있어서겠죠..?”지난 번에도 은 회장은 LCS 그룹의 직계 자손들을 모두 소집하여 회의를 열었는데, 그것은 바로 조상들의 묘소를 옮기기로 결정할 때였다. LCS 그룹은 이미 규모가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각자가 부서를 나누어 관리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으니,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모두를 모으기 힘
LCS 그룹 자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 일은 거의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다.예전이야.. LCS 그룹과 엘에이치 그룹이 비슷했지만.. 올해 들어 엘에이치 그룹이 주가와 시총이 갑작스럽게 치고 나가면서, LCS 그룹보다 20% 정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엘에이치 그룹과 LCS 그룹은 재산 기반이 엄청난 액수이기 때문에 이 20%의 차이 역시도 금전적으로도 엄청났다. 즉, LCS가 엘에이치를 능가하려면 자산이 적어도 수천 억은 늘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엘에이치 그룹은 최근 LCS 그룹보다 발전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LCS 그룹과 엘에이치 그룹의 격차는 실제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상승세에 올라탄 엘에이치 그룹을 따라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일 뿐만 아니라 환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은 회장은 아들을 비롯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 LCS 그룹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엘에이치 그룹 뒤에 선 적이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 LCS 그룹은 전국을, 아니 전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 한국 재벌가들 모두 LCS 그룹이 엘에이치 그룹을 제치고 정상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여기까지 말하고 은 회장은 잠시 침묵한 채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 서준이가 세상을 떠난 뒤에 너희 둘은 정말 서준이 한 명 분도 못하고 있다..! 그거 알고 있냐!!”그러자 장남 은정공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늘 우리가 서준이보다 못하다고 하시는데..! 서준이 가족은 애초에 그룹에서 쫓겨났잖아요~ 그러니 만약 아버지께서 처음에 서준이 가족을 쫓아내지 않았다면, 뭐.. 그 때 우리 그룹이 이미 전국 제패의 목표를 달성했을지도 모르죠?”"너 이 자식..?!" 은 회장은 화가 나서 은정공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으려 했지만 곧 참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때의 일은 지나
은 회장의 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놀라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은서준의 아들이라면.. 은시후를 말하는 거 아냐? 사실 은 회장이 박상철에게 엠그란드 그룹을 매입한 뒤 시후에게 그룹을 맡기고 시후를 다시 그룹으로 오라고 요청했을 때, 다들 시후가 살아있다는 것을 들어 알고는 있었다. 게다가 은 회장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시후를 매우 경계하고 있었고, 심지어 시후가 LCS 그룹으로 돌아와 재산과 권력을 놓고 그들과 경쟁하게 될까 봐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후가 당초 박상철의 요청을 거절하고 그룹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점차 경계를 풀었다. 하지만, 시후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어르신이 몇 조를 들여 엠그란드 그룹을 사들였고, 이것을 오로지 은시후에게 넘겼다는 사실에는 극도로 불만을 품고 있었다.그룹의 자산은 엠그란드 그룹보다는 많지만, 어쨌든 자식이 많기에..시후의 할아버지에게는 네 아들과 두 딸이 있었다. 둘째 은서준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남은 세 아들은 모두 7명의 손자와 6명의 손녀를 낳았다. 두 딸은 시집을 갔음에도 모두 LCS 그룹의 금융 부서에서 요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균등 분배를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각자에게 떨어지는 것은 점점 더 적어질 것이다..!그래서 가족들은 시후가 혼자서 이렇게 큰 규모의 엠그란드 그룹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역시나 많은 질투를 느꼈다..! 사실 이 사실을 발표할 당시, 그들은 은 회장의 이런 결정에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은 회장은 가족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LCS 그룹이 은서준의 가족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결정을 밀어붙였다.많은 가족들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다행히 시후가 그룹으로 돌아와 그들과 더 많은 재산을 놓고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못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많은 가족들이 보기에, 시후가 이렇게 그룹으로 돌아오지 않고 밖에서 떠돌아다니는 건 사실 매우 좋았다. 적어도 그들이 그룹의 회장직을 놓고 다
은 회장은 아들들과 손자들의 이야기를 듣자 어이가 없었다.박상철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시후 도련님을 그룹으로 모셔오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객관적으로 말씀드린 것일 뿐이죠. 최근 시후 도련님은 당시 한국을 주름잡았던 은 상무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혼인 건은 회장님께서 제기하신 것이지, 제가 제기한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여기서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시후 도련님은 지금 그룹으로 전혀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하시거든요. 그리고 제가 아는 바로는.. 아무리 제가 도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어도,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지금 아내분을 버리고 새로운 여자와 결혼하지도 않을 거고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땡큐지~??그러자 은 회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사실.. 시후가 돌아오면, 정말 소민지라는 아가씨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그럴 리가요 아버지..?" 은정공은 비아냥거렸다. "엘에이치 그룹은 최고 수준의 재벌가인데.. 우리 지환이처럼 뛰어난 LCS 그룹의 손자도 감히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그런 수준 낮은 아이가 엘에이치 그룹의 눈에 띈다는 말씀이세요??”은충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은정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은정공은 갑자기 아버지의 날카로운 눈빛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아버지가 마치 자신의 마음을 단번에 꿰뚫어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은 회장은 은정공이 계속해서 시후를 비하하는 이유가 사실은 시후가 정말 돌아올까 봐, 시후가 돌아온 뒤 정말 엘에이치 그룹과의 혼인을 승낙하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렵기 때문에,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사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런 공격적인 태도는 분명 그의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그 때 다른 가족들도 입을 열어 맞장구를 쳤는데, 이유는 모두 간단했다. 시후의 성장
이중열은 약간 의아했지만,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유 회장님, 굳이 저에게 보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 애초부터 당신을 원망한 적도 없고, 저를 놓아주셔서 가족과 재회할 수 있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그러자 유가휘는 옆에 있던 방가흔에게 손짓했다. 방가흔은 급히 자신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어 유가휘에게 건넸다.유가휘는 그 서류 봉투를 들고, 아부하는 얼굴로 이중열에게 건네며 말했다. "중열 씨, 이건 내 저택 옆에 있는 G7 그룹 저택의 소유권 서류라네. 오늘 오후에 이미 매입을 완료했어. 이제부터 이 저택은 자네 거야.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지!"이중열은 얼이 빠진 듯 유가휘를 바라보았다. 이즁열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유가휘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먼저, 유가휘가 자신에게 보상을 해 주고 싶어 할 리가 없었다. 둘째, 설령 보상을 해 주고 싶다 해도, 굳이 자기 집의 옆에 있는 저택을 사서 줄 이유가 없었다.이중열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유가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후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해치지 못할 뿐, 속으로는 여전히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경우에 어떻게 자신의 저택 옆에 있는 빌라를 자발적으로 선물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것은 절대 유가휘의 뜻이 아닐 것이었다. 이건 분명 시후의 의도일 것이었다. 이중열은 시후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의 스타일은 단순히 정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모두 상대를 압박하는 사람이었다. 유가휘는 시후의 뜻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시후가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이중열에게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유가휘의 선물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생각했다. 시후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배려해 주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앞으로 시후를 위해 최선을 다해 그를 섬기고 싶었다. 이중
이한열은 급히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형, 이건 형이 힘들게 번 피 같은 돈이야. 내가 어떻게 받을 수 있겠어? 게다가 지금 나도 수입이 안정적이고, 어머니도 완쾌하셔서 더 이상 비싼 치료비가 들지도 않을 거야. 이 돈은 형이 그냥 가지고 있어!"그러자 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정도 돈은 홍콩에서 차 한 대 정도 사는 정도밖에 안 돼. 이 형이 별 재주가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그리고 걱정 마 난 지금 혼자인 처지라 돈이 많이 필요 없고, 은시후 도련님께서 날 높게 평가하셔서, 먹여주고 재워 주면 그걸로 충분 할 거야. 만약 시후 도련님이 날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면, 그냥 삼수이포에서 삼겹살 가게를 열면 되고. 그때 가서 장사 밑천이 필요하면, 그때 네가 이 돈을 나 대신 보관한 셈 치고 돌려주면 되는 거야."이때, 이중열의 어머니도 입을 열었다. "한열아, 네 형이 이렇게 말했으니, 그냥 그 돈은 받아 두거라. 네 형이 없을 때는 집안일을 내가 결정했지만, 이제 형이 돌아왔으니 앞으로는 형의 뜻을 따라보자."이한열은 어릴 때부터 형을 몹시 존경해왔다. 그는 형이 능력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머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어머니. 앞으로 모든 것은 형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이중열의 어머니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네 형이 돌아왔으니, 우리 가족이 드디어 다시 하나가 된 것이나 다름없어. 게다가 유가휘와의 오해도 풀렸으니, 앞으로 홍콩에서 우리 가족을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다. 너희 형제들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 집안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게다!"이중열은 가슴이 저릿했다.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을지 생각하니, 그는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그 순간,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집에 계신가요?"이중열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그 시각, 오래된 저택.이곳은 홍콩 삼수이포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으로, 실제 사용 면적으로 환산하면 고작 9평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땅값이 하늘을 찌르는 홍콩에서 30평방미터의 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람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거 홍콩의 구룡성채라는 곳에서는 많은 가족이 다섯 명, 심지어 여덟 명까지 10평방미터도 안 되는 관짝 같이 좁은 집에서 함께 생활해야 했다. 그런 환경과 비교하면, 이중열 가족들이 지내는 삼수이포의 집은 빈민가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중열은 젊을 때 이 집에서 컸다. 그러다 아버지가 삼겹살 사업으로 큰돈을 벌며, 가족은 홍콩 번화가 중심지로 이사할 수 있었다. 그 후, 이중열은 홍콩의 유명한 전문 경영 매니저가 되었고, 유가휘의 사업을 도우며 많은 부를 창출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수입도 상당했으며, 집 또한 시내 아파트에서 고급 연립주택으로 바뀌었다.이중열이 홍콩을 떠날 무렵, 가족들이 한국에서 홍콩으로 왔을 때 지낼만한 곳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유가휘의 심기를 거슬렀던 탓에 동생과 여동생들은 홍콩에서 취업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연애와 결혼을 하는 데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가족들이 홍콩에서 운영하던 삼겹살 가게 사업도 급격히 쇠락하고 말았다.그 때문에 이중열은 동생들의 생활비, 부모님의 치료비, 가계 유지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처분했고, 결국 돈을 모아 샀던 연립주택마저 팔아야 했다.다행히도, 그의 아버지는 정이 많은 성격이라, 부자가 된 이후에도 삼수이포의 이 오래된 저택을 팔지 않고 남겨두었다. 그 덕분에 가족들은 최소한 머물 곳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이중열의 두 여동생은 모두 홍콩으로 일하러 온 한국인 남성들과 결혼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홍콩의 남성들은 그들의 오빠가 유가휘를 거슬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감히 결혼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중열의 남동생인 이한열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작별을 고한 후, 배유현은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유미경은 서두르지 않고 휴대전화를 열어 검색 엔진에 한 줄을 입력했다. 곧 검색 엔진은 한국에 있는 모든 대학 목록을 보여주었다.유미경은 대략적으로 리스트를 살펴보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 바로 서울대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곧바로 서울대학교 공식 웹사이트를 열어 인재 채용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페이지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중, 자신에게 딱 맞는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그것은 바로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채용 방식이 있었다. 첫 번째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기준이 매우 까다로웠다. 아직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한 유미경은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방식,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은 그녀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조건은 국내 및 해외 명문 대학의 박사 학위를 보유하며, 해당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학문적 성과를 거둔 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유미경은 곧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었다. 빠르면 2주, 길어도 한 달 안에 최종 논문 심사를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중문학을 전공했기에 과학적 연구라고 할 것은 없었지만, 인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학문적 성과를 거두었고, 몇몇 권위 있는 학술 성과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녀는 충분히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 프로젝트의 지원 자격을 갖춘 것이었다.유미경은 망설임 없이 해당 프로그램의 지원 이메일 주소를 메모해 두었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지원서를 작성해 접수할 생각이었다. 그런 뒤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유미경은 조금 전 배유현과의 대화에서, 시후가 거주하는 곳이 서울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자신이 서울에서 일하게 된다면, 앞으로 시후와 같은 도시에 머물 수
시후가 핸드폰 케이스를 사서 돌아오면서 핸드폰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는 끝까지 유미경이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알지 못했다.이때, 먹자골목 상인들은 다시 한 번 극도로 친절한 면모를 보이며, 세 사람의 테이블을 온갖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해서 셋은 방금 있었던 일을 암묵적으로 잊어버리고, 음식을 먹으며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었다.음식을 절반쯤 먹었을 때, 유미경이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시후 씨, 언제 돌아갈 계획이에요?”시후는 무심히 대답했다. “내일 밤쯤이요. 당신 아버지가 옆집의 빌라 문제를 해결했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해결됐다면, 내일 삼촌이 가족들과 함께 이사하고 나면 나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유미경은 속으로 아쉬움을 느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시후 씨, 홍콩에서 며칠 더 머물다 가실 생각은 없으세요?”“아니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내가 아직 미국에서 기다리고 있어서요. 여기서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어요.”이미 시후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유미경은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시후 씨는 원래 미국에서 온 거였나요? 저는 한국에서 오신 줄 알았는데요.”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계속 한국에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미국에 연수를 받으러 가서, 나도 같이 따라갔다가 그녀가 연수를 마치면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유미경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다시 물었다. “배 회장님도 은시후 씨와 함께 돌아가시나요?”“네.” 배유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누려고요.”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고민했던 것을 결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미리 두 분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할게요. 혹시 나중에 홍콩에 오실 일이 생기면 꼭 저에게 먼저 연락 주세요.”시후와 배유현
배유현은 유미경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상자를 가리키며 신신당부했다. “미경 씨, 이 약은 너무나도 귀중한 것이니, 최대한 남들에게 알리지 말고 잘 보관하세요.”“네....” 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을 소중히 품 안에 넣었다.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 서둘러 물었다. “그런데 배 회장님, 어떻게 그렇게 은시후 씨에 대해 잘 아시는 거예요? 마치 그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신 것처럼 보여요.” 배유현은 스스로를 조소하듯 씁쓸하게 웃었다. “전에 한국에 있을 때, 몰래 그의 뒷조사를 했거든요. 거기에 제 나름의 추리를 더하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이 연결되더라고요.”유미경은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배 회장님은 똑똑하시네요... 저라면 절대 그런 것들을 눈치채지 못했을 거예요.”“똑똑하다라....” 배유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똑똑한 건 쓸모가 없어요.” 이렇게 말한 그녀의 표정이 문득 굳어졌다. 사실 배유현은 시후가 자신에게 늘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엔 시후가 자신이 과거에 '제니퍼'라는 가명을 사용해 그를 속였던 것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후가 자신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자신이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시후처럼 여러 개의 신분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이 생기는 걸 원치 않을 터였다. 그런데 배유현은 너무 많은 단서들을 조합해 그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밝혀내 버렸다. 그렇기에 시후가 그녀를 경계하고 일정한 선을 그으려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배유현은 내심 짜증이 밀려 들었다. 사람들은 종종 너무 똑똑한 것이 꼭 좋은 건 아니란 말을 하기도 하는데, 어쩌면 자신은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시후가 자신을 경계하도록 만든 건지도 모른다.그때,
유미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후가 가볍게 건넨 생일 선물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가치가 있을 줄은. 그 가치는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조차 시후에게 겨우 반쪽을 얻어낼 정도라니!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마음 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소녀의 마음 같은 기쁨과, 아무런 대가 없이 거대한 보상을 받은 것에 대한 불안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배유현의 다음 말이었다.배유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진지한 얼굴로 유미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경 씨, 혹시 이 거풍환을 팔 생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10억 달러를 드릴게요!" 지금 세상에서 배유현보다 회춘단과 거풍환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었다. 현재 회춘단은 한 알에 16억 달러를 호가하는 기적의 영약이었다. 하지만 거풍환 역시도 백 가지가 넘는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중상을 입은 사람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상급 약이었다. 심지어 죽음에 가까운 사람조차 이 약을 먹으면 3~5년은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은 심지어 5년을 더 살기 위해서 얼마라도 내놓으려 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품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하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즉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같은 이들은 단 1년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0억 달러, 아니 수십 억 달러라도 심지어 수천억 달러를 쓸 의향이 있을 것이다.따라서 배유현 역시 이 약을 손에 넣고 싶었다. 만약 훗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 나빠졌을 때 이 약이 있으면 그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10억 달러는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오히려, 그 가격에 이 약을 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유미경은 그저 시후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넨 작은 약 한 알이, 배유현의 눈에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보인다는
"아니요." 배유현이 말했다.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요.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죠."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시후 씨를 안 지 한두 달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아는 거예요?!"배유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괜히 똑똑한 척해서, 은 선생님에 대해 끝까지 파헤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파고들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것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은 선생님이 이토 나나코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처럼 하루 종일 힘들어했거든요."유미경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배 회장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추리했죠."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이토 나나코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요. 당시 언론에서는 그녀가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평생 침대 신세를 질 거라고 했죠. 이게 첫 번째 단서예요. 두 번째, 이토 나나코가 부상당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은 선생님도 일본으로 떠났어요. 겉으로는 일본의 고바야시 제약을 인수하러 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직후 도쿄에서는 심각한 암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어요. 일본의 여러 재벌가들이 혈투를 벌였고, 심지어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도 그 싸움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유미경이 궁금한 듯 물었다. "뭔데요?"배유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몇몇 재벌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어떤 가족은 아예 몰락했다는 거죠. 이토 유키히코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잃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중상을 입었던 이토 나나코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결국 이토 그룹을 상속받게 되었어요. 당신 생각엔 왜 그런 걸까요?"유미경이 고개를 저었다. "잘
배유현의 한마디 농담에 유미경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못 해요... 제 동생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한다고 연애를 못 하나요? 당신도 아직 박사 과정 중이잖아요? 아직 졸업도 안 했으면서?"유미경은 급히 말했다.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배유현은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고, 하나 더 물어볼게요. 혹시 혜리를 알고 있나요?""한국 연예인 혜리요?!" 유미경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녀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에요!" 그러면서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혜리도... 은시후 씨를 좋아하나요?!"배유현이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미소 지었다. "혜리는 우리랑 다른 존재예요. 그녀는 은 선생님과 약혼을 했거든요. 어릴 적부터 두 집안이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약혼을 해두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은 선생님을 몇 년 동안 찾아다녔고 얼마 전에 겨우 재회했어요. 그런데도 감정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은 혜리가 왜 연예계를 은퇴했는지 알고 있나요?"유미경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충격적인 비밀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은시후 씨와 결혼하려고 그런 건가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유미경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잖아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20년도 전에 약혼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 생각엔, 은 선생님의 현재 아내와 혜리 중 누가 정말 '불륜녀'일까요?""그건..." 유미경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뇌에서는 시후와 관련된 생각이 마치 컴퓨터 오류가 난 것처럼 응답 없음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