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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장

여빈은 시후와 은서보다 조금 더 일찍 이곳에 도착했다. 여빈은 사촌 동생과 이미 30분 가까이 썰매를 탔고, 조금 쉬려고 할 때쯤 은서와 손을 잡고 걸어오는 시후를 목격했던 것이다..!

물론 시후의 손을 잡고 있는 은서는 두꺼운 마스크와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귀여운 토끼 귀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시후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여빈은 시후를 매일 생각하며 떠올리고 있었기에, 그녀는 시후가 이 호숫가로 다가오자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순간.. 여빈은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후 씨가 어떻게.. 처음 보는 여성과 손을 잡고 같이 놀고 있는 거야..?! 게다가 이렇게 친하기까지 하고..? 이건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만약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시후 씨는 유나와도 이 정도로 가깝게 지낸 적이 없었다고..! 그렇다면.. 설마.. 설마.. 시후 씨가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야?! 나는 줄곧 시후 씨에게 내 마음을 표현했고, 그 때마다 시후 씨는 늘 망설이지 않고 자신을 거절했어.. 그러니까, 난 그냥 유나에 대한 예의 때문에 날 거절한 건 줄 알았는데.. 그런데 여기서 젊은 여자랑 손잡고 놀고 있어??!’

비록 여빈은 은서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은서의 몸매와 군데군데 비치는 뽀얀 피부만 보아도 분명 미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고사하고 유나 역시 비비지 못할 정도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빈의 기분은 갑자기 저 아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낙담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어쩐지.. 시후 씨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려 했던 게, 알고 보니 새 애인이 생겨서 그런 거였어..’

여빈의 사촌 여동생은 여빈이 갑자기 얼어붙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 "여빈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여빈은 정신을 차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갑자기 멍해져서 그래..”라고 답했다.

사촌 여동생은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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