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돌아오자 은서는 기뻐하며 일어서서 당장 시후에게 달려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시후 오빠!!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나는 밤이 되어서야 돌아올 줄 알았는데!!?? 헤헤헤!!"시후는 자신의 팔이 그녀의 두 손에 단단히 잡힌 것을 느끼자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팔리는 것을 느꼈지만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말했다. "그냥 지인 생신 잔치에 간 것뿐인데 뭐, 마치고 바로 왔지~” 그러더니 시후는 "아저씨, 아줌마는 안 계셔?"라고 물었다."응. 아버지는 회사에 가셨고, 어머니는 자선 만찬에 가셨어. 자선 경매 후에는 뒤풀이가 있어서 저녁은 집에서 먹지 않는다고 하셨는 걸?”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임지연 역시도 유명인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컴백했기 때문에, 그녀도 남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는 나름의 방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할 테니까 더 바빠지겠지..은서는 이때 "시후 오빠, 내일 떠나는 건 정해졌어? 확실해??"라고 집요하게 물었다."응, 내일 가지?”그러자 은서는 잠시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슨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오빠, 그럼 나랑 산책하러 가자! 응?!!”시후는 그녀에게 "은서야, 너 톱스타야!! 그렇게 아무렇게나 거리에 나가면 파파라치한테 찍히지 않겠어??"라고 물었다."지난 번에 공항에 마중 나갔던 것처럼 위장하면 되는 거지 뭐?! 어릴 때 놀던 곳으로 데려다 줄게, 혹시 진구호 기억나 오빠?"“진구..호?” 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 지명이 낯설고 낯익다고 생각했다."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끼리 자주 우리를 데리고 가던 곳이잖아~ 포장마차랑, 가게들, 맛있는 음식, 장난감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렸을 때 우리 겨울 되면 이곳에 가서 썰매 엄청 탔었다고! 기억 안 나 오빠??!"은서의 이야기를 듣자 시후의 머릿속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잠깐 떠올랐다. 화면 속에 있는 자신과 은서는 양가 부모님의 안내
시후의 확답을 받은 은서는 신나게 춤을 추며 방으로 뛰어 들어와 곧바로 두꺼운 롱패딩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한 마스크와 뽀송뽀송한 털이 달린 귀여운 토끼 귀 모자도 함께 챙겼다. 이뿐만 아니라,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니 귀엽고 깜찍한 소녀로 변신했고, 수많은 남정네들을 열광시키는 연예인 ‘혜리’와는 꽤 거리가 먼 스타일로 바뀌었다.사실, 은서는 귀엽고 엉뚱한 매력이 있는 소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단순하고 연애 경험도 없기에 이성과의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없었으며, 남자들을 꼬시기 위해 무장하고 있는 여성들과는 달리 가식이나 내숭도 전혀 없는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시후는 지금 은서의 얼굴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은서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달콤하고도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왜 은서를 달콤하다고 할 수 있는가 하면, 은서는 늘 자신의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시후 오빠’라고 불러 댔는데, 이렇게 계속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느낌을 시후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은서는 시후가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예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수줍게 말했다. "시후 오빠!! 왜 나를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시후는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음 지었지만, 정중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우리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잠시 정신이 팔렸어..”은서는 내심 달콤하면서도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며 속삭였다. "그럼 오빠, 우리 어서 가자~~!”은서의 정체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시후와 은서는 낡은 중고 볼보를 몰고 시내로 나갔다. 진구호는 안성의 중심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기에 꽤 번화가라고 할 수 있었다. 진구호는 사실 금광호수의 옆에 있는 곳인데, 금광호수보다 조금 크기가 작아서 아이들이 겨울에 놀기에 적절한 크기였다. 게다가 이곳은 자연 경관을 해치지
이것은 창덕궁에 소장되어 있는 십장생도와 비슷하며, 해·산·물·돌·구름·소나무·불로초·거북·학·사슴 10가지 모두가 새겨져 있었다. 현대에는 이런 조각을 집에 두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고대에는 왕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이렇게 고급스러운 무늬와 조각을 집에 함부로 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왕가에 들키면, 그것은 반역죄가 되고, 잘못하면 삼족을 멸하는 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은서가 살던 이 전원주택은 4개의 출입구가 있으며, 조선시대 최고의 민간 정원이라고 알려진 담양 소쇄원의 축소판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건물은 한옥으로 되어 있으며, 마치 궁궐과 같은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정원에는 인공산, 작은 정자, 연못이 있으며 연못과 연결된 나무 수로와 물레 방아까지, 마치 창덕궁의 후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지금은 계절이 겨울이라, 연못물이 얼어 푸른 빛을 띄지는 않지만,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 되면 시원한 대나무 숲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가을이면 정원에 심어져 있는 각양 각색의 단풍 나무들을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이 주택은 지금 관리하는 몇 명의 직원만이 남아있고 다른 사람들은 없기에 은서는 별 거리낌 없이 마스크를 벗고 시후의 팔짱을 낀 채 "시후 오빠~~~ 여기여기!!! 이 마당 기억나? 우리 어렸을 때 여기서 숨바꼭질을 하곤 했는데~”라고 꺄르르 웃음 지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은 나는데.. 뭔가 예전이랑 달라진 것 같은데..?”"리모델링을 했으니 아마 예전이랑 같진 않을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은서는 얼어붙은 연못 물을 가리켰다. "이곳에는 항상 비단잉어가 많았는데, 어떤 녀석은 이미 30년 이상 길렀고, 어떤 녀석은 오빠가 전에 본 적이 있는 걸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옆에 수족관으로 옮겨 기르고 있어. 봄이 되면 다시 연못에 풀어주려고~ 한 번 볼래?”“비단잉어의 수명이 이렇게 길었어??!”"오빠, 비단잉어의 수명은 60
시후는 은서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른 뒤 뭔가 미묘하게도 은서와의 거리가 조금은 좁혀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심지어 가상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 부모님이 살아 계셨고, 자신도 그룹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자신은 이미 은서와 결혼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비단잉어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과 은서 두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모님이나 은서의 부모님이 더 계실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몇 명의 어린 아이들도 자신과 은서 주변에서 재잘거리며 엄마 아빠라고 두 사람을 부르며 비단 잉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을지도.. 사실 이건 모두 시후의 근거 없는 억측이기는 하지만..그는 아버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LCS 그룹의 둘째 아들인 은서준 상무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자신이 은서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아마 다리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예전보다는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재산이 많은 재벌 2세들은 대부분 일찍 결혼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왜냐하면 집안에서 이미 혼인 상대를 미리 정해 놓기 때문에 빠르게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은서를 지금쯤 아내로 맞이했겠지.. 그렇다면 은서와 결혼한 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수도 있고, 아이가 벌써 생긴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은서는 시후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그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오빠, 무슨 생각..하고 있어..?"시후는 씁쓸하게 웃음 지었다. "아.. 그냥.. 부모님이 생각나서..”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안 그래도.. 나도 오빠 부모님을 생각하고 있었어.. 두 분이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우리 둘은 이미 결혼했을 테고, 아이도 이미 있었을 텐데.. 그럼 오늘 아마 3대가 이곳에 다 모였을지도 몰라..”시후는 꽤나 당황했다. 뜻밖에도 은서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시후는
여빈은 시후와 은서보다 조금 더 일찍 이곳에 도착했다. 여빈은 사촌 동생과 이미 30분 가까이 썰매를 탔고, 조금 쉬려고 할 때쯤 은서와 손을 잡고 걸어오는 시후를 목격했던 것이다..!물론 시후의 손을 잡고 있는 은서는 두꺼운 마스크와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귀여운 토끼 귀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시후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여빈은 시후를 매일 생각하며 떠올리고 있었기에, 그녀는 시후가 이 호숫가로 다가오자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순간.. 여빈은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시후 씨가 어떻게.. 처음 보는 여성과 손을 잡고 같이 놀고 있는 거야..?! 게다가 이렇게 친하기까지 하고..? 이건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만약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시후 씨는 유나와도 이 정도로 가깝게 지낸 적이 없었다고..! 그렇다면.. 설마.. 설마.. 시후 씨가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야?! 나는 줄곧 시후 씨에게 내 마음을 표현했고, 그 때마다 시후 씨는 늘 망설이지 않고 자신을 거절했어.. 그러니까, 난 그냥 유나에 대한 예의 때문에 날 거절한 건 줄 알았는데.. 그런데 여기서 젊은 여자랑 손잡고 놀고 있어??!’비록 여빈은 은서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은서의 몸매와 군데군데 비치는 뽀얀 피부만 보아도 분명 미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고사하고 유나 역시 비비지 못할 정도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빈의 기분은 갑자기 저 아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낙담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어쩐지.. 시후 씨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려 했던 게, 알고 보니 새 애인이 생겨서 그런 거였어..’여빈의 사촌 여동생은 여빈이 갑자기 얼어붙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 "여빈 언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여빈은 정신을 차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갑자기 멍해져서 그래..”라고 답했다.사촌 여동생은 빙그레
이때 시후는 여빈의 시선이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지금 어린 시절 매우 좋아했던 썰매 타기를 다시 할 수 있어 너무나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누구나 동심을 갖고 있으며 시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한창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스케이트를 신고 있던 한 아이가 점점 빠른 속도로 시후와 은서를 향해 달려왔다..! 이 아이는 스케이트를 처음 타서 그런지 방향을 컨트롤하지 못했고, 은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돌리지 않았다. 아이는 멍한 표정으로 은서를 향해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은 태세로 다가왔다. 은서와 충돌하기 직전.. 아이는 스스로 놀라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은서는 너무나도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아이는 10대 초반으로 보였고, 40kg 정도 되어 보였지만 사실 속도가 빨라지면 부딪혔을 때 충격은 만만치 않기에 위험할 것이다. 이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아이가 신고 있는 스케이트의 날카로운 날이다. 스케이트 날은 원래 굉장히 날카롭기에, 사람을 찌르거나 벤다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이 광경을 목격한 시후는 급히 썰매에서 뛰어내린 뒤 은서를 품에 안고 사고가 날 뻔한 자리에서 반 바퀴를 휙 돌았다.하지만, 그 아이가 시후가 뛰어내린 썰매에 부딪힐 것 같자 시후는 아이가 다치는 것을 막으려고 썰매를 발로 찼고, 썰매는 다른 방향으로 ‘휙’하고 튀어 나갔다.아이는 스케이트를 탄 경험도 별로 없었고, 이런 긴급 상황에서 대응 능력도 별로 없어서 썰매에 부딪힐 것을 예감하고는 겁에 질려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시후에 의해 튕겨 나간 썰매 때문에 아이는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돌진했고, 장애물이 사라졌기에 속도는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시후와 은서가 마침 아이와의 충돌을 피했기에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아이가 통제 불능 상태로 직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던 여빈은 시후가 뜻밖
절체절명의 순간에, 시후는 품에 안고 있던 은서를 내려놓고 빠르게 아이를 뒤쫓아, 여빈과 충돌하기 1초 전에 아이를 붙잡아 멈춰 세웠다..!여빈이 눈을 떴을 때, 결정적인 순간에 통제 불능의 소녀를 막아 세운 것이 시후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한 편으로는 기쁘고 한 편으로는 화가 났다. 기쁜 점은 바로 자신이 위험할 때는 늘 시후가 백마 탄 왕자처럼 자신의 앞에 나타나 모든 위험을 막아준다는 것 때문이었다. 화가 나는 건,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고 그의 연인이 되기를 바랐지만, 시후는 계속해서 자신을 거절했고 지금까지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시후가 안성에서 몰래 애인을 만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시후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앞에 여빈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관심은 모두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면 아이가 다칠 확률이 더 높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인은 시간이 지나면 완쾌될 수 있지만, 아이는 아마도 입원 치료가 필요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행히도 아이는 겁만 먹었을 뿐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소녀는 눈을 가린 손을 내린 뒤, 시후가 자신을 구해주었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은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아이를 빙판 위에 올려놓고 “그럼, 앞으로 스케이트를 탈 때 천천히 타도록 해~ 알았지?”라고 말했다.소녀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마워요 아저씨~ 알겠어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시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히 계세요~~ 빠이빠이~~”시후는 아이가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은서를 찾으러 돌아가려는데, 문득 낯익은 얼굴이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시후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권여빈 씨?! 왜 여기 있어요?"여빈은 일부러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왜요?
은서가 마스크를 벗은 이유는 지금 이 여성이 시후의 지인이므로, 자신을 시후의 친구로 보든 시후의 20년 된 약혼녀로 보든 간에 최소한의 존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행동은 여빈을 벼락 맞은 듯 놀라게 만들었다. 그녀는 은서의 아름답고 친숙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을 고은서라고 칭한 눈앞의 여성은 국내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 ‘혜리’였기 때문이다..! 전국의 팬들과 할리우드까지 사로잡은 그 대스타 혜리..!! 그녀는 자신의 집안 배경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배우 ‘혜리’의 집안 배경을 잘 모르고 있었고, Koreana 그룹의 고선우 회장의 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빈은 재벌가의 딸이기 때문에, 은서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 순간, 여빈은 자신의 세계관 전체가 뒤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후 씨가 어떻게 고은서 같은 아름다운 여자와 알고 있는 거지..? 게다가 두 사람은 손까지 잡고 썰매를 타질 않나.. 그리고 위급한 순간에 공주를 구하는 왕자처럼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구하지 않았던가..?’세상에..! 자신과 고은서의 차이는 정말 너무나도 컸다..! 고은서는 안성 바닥에서 굉장히 유명한 여성이었다. 비록 그녀의 집안은 최정상에는 못 미치지만, LCS 그룹과 엘에이치 그룹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서의 외형, 성격, 재능, 지명도는 LCS 그룹과 엘에이치 그룹의 딸들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고은서와 견줄 만한 아가씨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은서는 한국 재벌가의 여성 자녀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여빈은 너무나도 놀라웠고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왜? 시후 씨가 어째서 고은서 같은 최고의 여자와 함께 있지?’ 여빈은 아직도 충격에 휩싸여 있었고, 그녀의 사촌 여동생은 깜짝 놀라 입을 가리고 "와, 정말 혜.. 혜리 언니..?"라고 외쳤다.은서는 급히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