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김창곤은 홍라연을 1층에 있는 침실로 보내버렸다.홍라연은 이 일에 대해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속으로는 김창곤이 하는 행동들에 서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만든 일에 대해 죄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혼한 몸으로 외간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뱃속에 아이까지 있기에 누구라도 창곤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편, 다른 침실에 있던 김창곤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이제서야 막 눈을 떴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부터 그는 줄곧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식중독 후유증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요 증상은 심신 허약과 너무나도 피곤하고 졸린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피곤한 상태로 충분히 잠을 못 잤는데 갑자기 가려움증까지 생기면서 중간 중간에 잠이 깨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게다가 자신은 늘 개인 위생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라, 어떤 질병에도 쉽게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가 머리가 멍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기에 그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테라스로 올라갔다. 별장에 살면 이런 것이 좋았다. 사생활 보호도 잘 되고, 주변 이웃들이 멀리 떨어져 있고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라 속옷 차림으로도 테라스에 올라가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테라스에 나와 기지개를 켰는데 아랫도리가 더욱 더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몇 번을 힘주어 아랫도리를 잡고 문질러 보았지만 가려움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피부를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몸을 돌리다가 맞은편 은시후의 별장 테라스에 뭔가가 걸려 있고,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황급히 고개를 내밀어 맞은편을 바라본 그 순간,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죽을 뻔했다! 비록 거리가 조금 멀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시후의 별장 테라스에 걸려 있는 것 들은 각각 다른 스타일의 장식품들과 종이들이었다
신 회장은 왜 아들이 일어나자마자 윤우선을 찾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급히 아들을 따라가며 "아니, 지금 윤우선 그걸 찾아가서 뭘 하려고 그래?”김창곤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어머니!! 윤우선 이 뻔뻔한 년이 저기 별장 테라스에 뭔 짓거리를 해 놓았는지 아세요??? 이건 저를 먹이려고 하는 짓이 분명하다고요!”"왜? 무슨 일인데??!! 뭘 또 했어?!”"저와 같이 가보시면 알 거예요! 이 미친!!”두 모자는 함께 집을 나섰다. 그리고 막 문을 나서자 신 회장은 윤우선의 테라스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종이들을 목격했다! 종이에 쓰여 있는 내용들을 보자 그녀는 하마터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이 망할 년!!! 병원에서 있었던 동영상을 본 게 틀림없어!! 이건 우리 보라고 한 일이잖아!!?”김창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악물었다. "네, 어머니!! 이 미친 것이 우리를 무시해도 정도껏이지!”두 모자는 씩씩대며 시후의 별장 입구에 도착했고, 그러자 신 회장은 문을 부술 듯 두드리기 시작했다. "윤우선!! 이 개 같은 년!! 빨리 문 열어!! 이 년아!!”두 사람이 문에서 목청껏 소리를 질러대자, 윤우선은 3층 테라스에 서서 소리쳤다. "아이고, 임신한 며느리를 집에서 보지도 않고 왜 우리 집 문 앞에서 이 난리야?!”신 회장과 김창곤은 윤우선이 입을 열어 홍라연의 임신 사실을 바로 들먹일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의 표정이 한 순간에 일그러졌다! 집안에서 일어난 부끄럽고 창피한 사생활을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그 누구라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픔을 언급하기를 바라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답답하고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사람은 바로 김창곤이다! 그는 윤우선이 홍라연의 임신 사실을 언급하는 말을 듣자마자 소리를 꽥 질렀다. "윤우선!! 이 천박한 년아!! 너 다시 한 번 말해봐! 내가 입을 그냥 찢어 놓으련다!!”윤우선은 입을 삐죽댔다. "아이고, 아주버님~ 제 입을 찢을 정도로 대
하지만 홍라연의 뒤에는 최 대표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뜻을 거역할 엄두도 힘도 없었다. 그 말인즉슨 김창곤은 홍라연과 이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내로써 이런 일을 당하고도 아내와 이혼을 하지 못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그야말로 한 사내의 인생에서 가장 큰 참극이 벌어진 셈인데 이걸 해결하지 못하도록 방해물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윤우선의 말에 김창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신 회장도 윤우선의 말에 화가 나는 건 당연했다. 평생 도도하고 콧대 높게 살았던 그녀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바로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었다! 처음에 혜빈이 김익수를 만날 때 그룹은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젊고 어린 여자와 돈 많고 나이 많은 남자의 결혼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처음에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WS 그룹을 비웃었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넘어갈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홍라연이 일으킨 문제는 좀 달랐다. 홍라연은 정말 그룹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렸기 때문이다! 더 극혐인 건, 누군가 자신들이 싸우는 영상을 찍어서 SNS에 올려 쉽게 지울 수도 없게 되었으므로 집안 전체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신 회장은 윤우선처럼 수준 낮은 인간이 자신을 비웃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신 회장은 그래서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윤우선에게 삿대질을 했다. "윤우선!!! 어서 저 종이들 다 치우지 못해? 안 그러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얼씨구!" 윤우선은 입을 삐죽거리며 받아 쳤다. "왜요? 이것들은 모두 내가 돈을 주고 산 거예요~~ 그리고 종이 한 장마다 제가 얼마나 정성 들여 글자를 쓴 줄 아세요? 그리고 우리 별장에다 걸어 둔 종이를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예요? 정말 당신이 예전의 신 회장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 별장의 일을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 아!!! 그리고 말이에요?!! 우리 집 앞에서
김창곤은 기가 막혔다. 그는 성이 있는 대로 났지만 표출할 길이 없어 자리에서 펄쩍 뛰며 소리쳤다. "윤우선, 이 천한 년아!!! 너 정말 오늘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이 말을 들은 윤우선은 "어머머!! 아주버님~ 화내지 마세요~~ 제가 여기를 꾸민다고 얼마나 돈을 썼는데요~! 모두 아주버님과 형님의 경사를 축하해드리려고 한 거예요~ 호호!"라고 웃으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러자 윤우선은 또 어디서 났는지 모를 아기 인형을 꺼내서는 흔들었다. "아주버님~~ 이 아기 인형 좀 보세요~! 딱 보니 아주버님은 안 닮았는데, 형님은 닮았더라고요~ 그래서 새로 태어날 아이를 축하하려고 이렇게 준비했어요! 막둥이가 생겨서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호호호!!”김창곤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화가 나서 그런지 머리가 핑 돌기 시작했다.윤우선은 김창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비아냥댔다. "아주버님.. 그리고 제가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정성껏 꾸몄는데 저주를 하다니.. 이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그런 행태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마음이 넓~~은 대인배니까, 아주버님께서 저에게 어떻게 대하시는지에 관계없이 이 장식품들 모두를 드릴게요~! 호호!”김창곤은 정말 이 망나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래 좋다 윤우선! 좀만 기다려!! 내가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네 이 망나니 짓거리를 신고해버릴 거니까!!" 그리고는 바로 별장의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청년재에 거주하고 있는 김창곤이라고 합니다. 저희 맞은 편 별장에 거주하는 거주민이 우리 가족을 모욕하는 게시물을 걸어서요! 확인 후 강제 철거 조치 부탁드립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왔다. 차에서는 4명의 관리인이 내렸다. “신고하신 분이 누구시죠?”"접니다. 저기 보이시죠? 위층에 있는 저 여자!! 테라스에 뭘 걸어 뒀는지 좀 보시라고요!!”"왜요? 우리 집 테라스에 종이 좀 걸었는데 당
"그러니까 지금 어머님께서 할머니와 큰 댁 식구들을 비아냥거리면, 결국 그 사람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좀 편할 거예요.”김창곤과 신 회장은 윤우선을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그녀의 행동에 대응을 할 수 없어 고개를 돌려 버렸다."이런 빌어먹을 년.. 내가 기회만 되면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 김창곤은 돌아가며 욕설을 퍼부었다.신 회장도 분통을 터뜨렸다. "일단 저 기집애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일 서둘러 홍라연 저걸 데리고 뱃속의 사생아를 지우도록 하자! 이건 정말 우리 WS 그룹 설립 이후에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큰 치욕이다!!!!"김창곤 역시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내일 같이 가야죠!”집에 돌아왔을 때 혜준과 혜빈은 모두 막 일어났고, 거실에서 어머니가 요리를 해줄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빈둥대고 있었다.홍라연은 지난 번에 커피 머신을 팔았기에 수중에 돈이 좀 있었는데, 오늘 가족들과 어색한 관계를 좀 풀어보려고 일부러 돈을 들여 신선한 생전복 한 박스를 사서 성대한 식사를 준비했다. 꽤 많은 금액을 지출한 거라 홍라연은 출혈이 좀 컸다. 신 회장은 홍라연이 전복을 사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어쨌든 점심에 먹을 수 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생각이 떠올라 홍라연에게 물었다. “어미야, 너 돈이 어디서 나서 이런 전복을 사온 거야?!”홍라연은 "아, 예전에 친구들이랑 고스톱 칠 때 돈을 좀 빌렸는데, 계속 돈을 안 갚았었거든요.. 지금 우리 모두 자금이 부족하니 그 친구 보고 당장 돈을 갚으라고 했죠.”신 회장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남은 돈은 모두 내 계좌로 이체해라. 앞으로 우리 집안의 모든 돈은 내가 관리할 거다. 최 대표가 우리 그룹에 투자한 돈을 포함해 모든 돈들은 내가 관리할 거다. 혹시라도!! 감히 몰래 비상금을 숨긴다면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그러자 홍라연은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어
김창곤의 욕설을 듣고 홍라연은 난처하기 짝이 없었고, 내심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감히 변명을 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가문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번창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한 발짝 물러섰다. 그녀는 남편이 하루빨리 다시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김창곤은 홍라연을 뼈 속 깊이 증오하고 있었다. 물론 전복은 싫어하지 않았기에 요리를 한 입 크게 베어먹고 우물거렸다. "야! 쩝쩝.. 너 같이 절개와 순결을 지키지 않는 여자는 말이야! 집에서 그냥 집안일이나 하고 식모 역할이나 하는 게 딱이야! 어!?”홍라연은 할 수 없이 따로 만들어 둔 국수를 묵묵히 먹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홍라연은 남편이 이미 자신에게서 성병이 옮은 사실을 몰랐다… 만약 이걸 미리 알았다면, 그녀는 남편에게 해산물들을 과하게 먹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김창곤이 전복을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잘 보이려고 전복을 가득 샀는데 오히려 욕을 먹을 줄이야..김창곤은 분노는 어느 순간 식욕으로 바뀌었다. 그는 혼자서 큰 전복 10여 개를 다 먹어 치웠다.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했던 그는 와인 반 병을 홀짝이다 다 마셔 버렸다. 이 별장의 전주인은 아래층 지하실에 술 저장고를 마련해 뒀는데, 좋은 술을 많이 남겨두었다. 와인, 샴페인 그리고 맥주 오크통까지.. 애주가였던 전주인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오송 그룹은 이 술들도 모두 WS 그룹에게 넘겨주었다. 그래서 김창곤은 저장고에서 와인 한 병을 더 꺼내 오라고 혜준에게 심부름을 보냈고, 두 사람은 함께 와인 2병을 다 마셨다! 실컷 먹고 마신 뒤.. 김창곤은 자신의 침실로 돌아와 낮잠을 자려고 했다. 그러나 침대에 눕자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잘못됐을까? 바로 아랫도리의 가려움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해산물과 술은 가려움에 좋지 않다! 그런데 창곤은 이 두 가지를 다 먹었으니.. 오늘의 가려움은 멈출 생각을 않는 것 같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아랫도리를 붙잡았고, 피가
뒤로 갈 수록 김창곤의 말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신 회장은 그래도 아들의 말을 다 알아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이고! 그 홍라연 그년이 밖에서 지낼 때 누구랑 뒹굴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저것이 다른 놈의 사생아를 임신했을 뿐 아니라, 각종 성병에 걸렸을 수도 있다!! 그러니 어서 검사 해봐야겠어!!”창곤은 이 말을 듣자 자신이 홍라연에게서 성병에 옮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 뒤 더욱 더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지금 화가 나는 것은 둘째 치고, 지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병원에서 무슨 병에 걸렸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는 "엄마! 혹시 같이 가려는 건 아니죠? 그냥 저 혼자 다녀오면 되니까 돈만 좀 주세요~”라고 신 회장을 설득했다."안 돼! 내가 안 가면 마음이 안 놓인다! 더 이상 토달지 마! 가자 어서!!”김창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섰다.......김창곤과 신 회장이 병원에 도착할 무렵..오송 그룹은 지리산에서 살아남은 한 명의 경호원에게 연락하여 그를 마침내 현지 병원의 영안실로 보냈다. 그는 영안실 담당 직원에게 많은 뒷돈을 주었고, 상대방은 그를 살짝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그는 지리산의 눈사태로 죽은 8명의 위치를 알려주며 "볼 수는 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굉장히 비참하게 죽었어요!”라고 말했다.오송 그룹의 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영안실 직원은 시신이 안치된 냉동고 8개를 하나씩 열었다.냉동고가 열린 순간, 경호원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A급 경호팀이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지만, 그는 이 여덟 구의 시체를 보고 모두가 바로 A급 경호팀 팀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 급히 시신을 찍어 최우식 대표에게 보냈다. 최우식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오송 그룹은 이미 8명 모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래도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진들을 받자 오송
오송 그룹은 자신들의 A급 경호팀이 누군가에게 공격당해 죽었다는 사실을 별로 믿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그림자 뒤에 숨어 있는 굉장히 강력한 적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적이 대체 누구인지, 그들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오송 그룹은 시후를 비롯한 그의 주변 사람들이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최우식 대표는 A급 경호팀이 이번에 지리산에 갔다가 실수로 지리산 현지의 은둔 고수들을 건드린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하고 있었다.최 회장도 오히려 아들의 말이 매우 신빙성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간 사냥꾼은 그의 오랜 친구일 뿐만 아니라, 오송 그룹의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징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오송 그룹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높은 위치와 명성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최 회장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제일 걱정하고 있었다.그런데, 최 회장이 걱정하던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었다. 오송 그룹에서 인간 사냥꾼을 지리산으로 파견했는데, 모두 사망했다는 소문이 짧은 시간 내에 그룹들 사이에 퍼지고 있던 것이다! 좀 잘 나간다는 그룹의 대표들은 저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며 오송 그룹을 까내리기 시작했다. 오송 그룹이 짧은 시간 내에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덕분이었다. 첫째는 최 회장이 젊었을 때부터 담대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타입이었기에 오송 그룹을 이 수준까지 오를 수 있게 도왔다는 것이다! 둘째는 바로 이 인간 사냥꾼의 힘이었다! A급 경호팀은 최 회장의 오른팔이자 오송 그룹을 노리는 힘을 제압하기 위한 전략 무기였다. 그래서 오송 그룹은 A급 경호팀을 믿고 차근차근 명성을 쌓아 나갔다. 이를 알고 있는 그 누구도 감히 오송 그룹을 쉽게 넘보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송 그룹이 빠르게 얻게 된 재력은 진작에 타인들의 눈총을 받아 사방팔방 흩어졌을 것이다! 이제 A급 경호팀이 모두 지리산에서 사망했으니 재벌가들은 약속이나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