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소민준이 지금…… 혁이를 묻고 있는 건가?“소민준 씨,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마. 왜, 나는 내 동생과 함께 있어도 너에게 보고해야 해?”“동생? 너 언제 동생이 생겼어?”소민준이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내가 아는 동생, 안 돼?”그녀가 말했다.소민준은 임유진을 주시하면서 마치 그녀의 표정에서 이 말의 뜻을 살펴보려는 것 같았다.이때 도로 반대편에서 바닥을 쓸던 서미옥이 이쪽의 상황을 보고 달려왔다.“소민준 씨,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해요. 손대지 말고요.”서미옥은 소민준이 그날 진세령과 함께 환경위생과에 와서 사과하고 선물을 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환경위생과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임유진의 전 남자친구이기도 하다.“소민준 씨, 더 이상 손을 놓지 않고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찍힐 텐데, 당신의 진세령 씨에게 보이면 잘 설명해야 하지 않겠어?”임유진이 말했다.소민준의 안색이 변하더니 결국 손을 놓고 자리를 떠났다.서미옥은 걱정스럽게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사람이 유진 씨를 찾아와서 뭐해?”“그가 뭘 하고 싶은지 누가 알겠어요, 상관없어요!”임유진이 말했다. 그녀는 소민준이 영문도 모른 채 달려와 어느 남자와 함께 있느냐고 묻는 것이 아직 그녀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다만 이건 정말 매우 비정상적이라 소민준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무도 몰랐다!“참, 유진 씨 이따가 점심 시간에 소장님을 찾아가서 사정해. 내가 듣기로는 방현주가 사무실에서 무슨 서명을 모집하는 것 같아. 소장님이 유진 씨를 해고하라고 말이야.”서미옥은 자신이 들은 소식을 말했다.임유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방현주는 그녀를 쫓아내기 위해 정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소장님이 정말 나를 해고하려 한다면 내가 소장님을 찾아가도 소용없어요. 만약 정말 안 된다면 다시 일자리를 알아봐야죠.”이 말은 조금 서글프게 느껴졌다. 이 일은 그녀가
“방현주 씨, 나는 소내에 이렇게 동료를 적대시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지 않아요. 임유진은 감옥살이했어요. 그러나 우리가 색안경을 끼고 그녀를 바라보고 살길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임유진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상 지금 이 일을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그녀는…… 정직원인데 왜 이렇게 잘린 거지?! 방현주는 전혀 믿을 수 없었지만, 하필이면 이것은 사실이었다!“현주 씨, 말해봐요.”옆에서 누군가 재촉하고 있었다.방현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임유진을 보았을 때 갑자기 원망이 밀려왔다. 그녀는 쏜살같이 앞으로 나가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너 때문이야, 모두 너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소장에게 해고당할 수 있겠어! 분명 가야 할 사람은 너인데 말이야!”사람들이 의아해했다. 해고된 사람이 뜻밖에도…… 방현주라니?!“현주 씨, 농담하는 거 아니죠!”“그럴 리가!”방현주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임유진을 쳐다보며 손을 뻗어 그녀를 향해 달려들어 싸우려 했다.임유진이 피했지만, 방현주는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이때, 한 사람이 앞으로 나가 방현주 앞을 막아 나섰다.“그만 해요, 소장이 당신을 해고하려고 하는데,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녀가 설마 소장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겠어요!”임유진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곽동현이었다.그리고 일부 기사들은 상황을 보고 앞으로 나가 방현주를 붙잡았다.한바탕 해프닝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고마워요.”임유진은 곽동현을 향해 말했다.“아무것도 아녜요. 나 아니었으면 방현주한테 그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거예요.”곽동현은 오히려 좀 쑥스러워했다.임유진이 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곽동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유진 씨 그 남동생, 정말 친동생 맞아요?”임유진은 의외라는 듯 상대방을 바라보았다.곽동현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저는 단지…… 두 사람이 친남매 같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에요.”그녀가 그 동생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그는 항상 이 두 사람이
비록 임유진이 아침에 동생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다시 한번 가서 직접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차가 한 농촌주택의 주택단지 앞에 도착하자 소민준은 차에서 내려 주택단지에 들어가 그 동의 좁은 문 앞에 멈췄다.이것은 전형적인 농촌 임대주택이다.임유진이 여기에 살고 있는 걸까?소민준이 문을 두드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무의식적으로 그는 한쪽 그늘진 곳에 숨어 있다가 발걸음이 들리는 방향으로 머리를 돌렸다.하지만 그때 긴 그림자가 그를 향해 걸어왔다.그 그림자가 가까워질수록 소민준의 눈은 더욱 커졌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강……강지혁이다! 진짜 강지혁이다!’아무리 닮았다해도 절대 이 정도로 닮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강지혁의 옷차림은 그가 어제 본 것과 같다. 왜……강지혁이 이곳에 있는 걸까?순간 한기가 불어와 소민준은 점점 추워지는 것 같았다.드디어 강지혁이 소민준이 서 있던 그 좁은 문 앞에 서서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잠시 후 누군가 문을 열었다.“왔어?”청순한 얼굴이 소민준의 눈에 들어왔다.소민준은 목이 메어 아주 괴로웠다.문을 연 사람은 임유진이었다.‘진짜 임유진이 강지혁과 만나는 것일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리고 강지혁은 왜 이런 옷차림인 걸까?’너무 많은 의혹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그는 강지혁의 목소리를 들었다.“응, 나 왔어.”소민준은 강지혁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가 기억하는 소리와 같다.소민준은 마침내 이 남자가 강지혁이라는 걸 확신했다.강지혁이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갑자기 발걸음이 멈추더니 소민준이 숨어있는 그 어두운 구석을 바라보았다.순식간에 소민준은 온몸의 피가 굳는 것 같았고 심지어 호흡마저 멈출 것 같았다.“혁아, 뭘 보는 거야?”임유진의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무것도 아니야.”강지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방 안으로 들어갔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소민준은 그제야 긴 숨을 내쉬었고
그리고 강지혁이 임유진을 대하는 태도는……소민준은 부드럽다라는 한마디로 형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토록 대단한 강 대표가 언제 여자를 이렇게 부드럽게 대한 적이 있는가. 심지어 그 당시의 진애령마저 이런 대우를 받은 적 없다.문득 소민준의 머릿속에는 이전에 광고가 철거된 일이 스쳐 지나갔다. 이전에 그들은 임유진 때문에 소 씨 가문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청혼하는 게 못마땅하여 강지혁이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확실히 임유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소민준은 너무 혼란스러울 뿐이었다.임대주택에서 임유진은 강지혁과 함께 밥을 먹고 있다. 임유진은 오늘 환경위생과에서 발생한 일을 강지혁에게 말했다.“무슨 이유인지 소장은 방현주를 해고했어. 난 내가 해고 당할 줄 알았는데.”“더 잘된 거 아니야?”강지혁이 말했다.하지만 임유진은 여전히 고민이 된다.“해고 당하지 않았으면 당연히 좋은 거지만 방현주가 보복을 할지 모르겠네.”오늘 방현주는 그녀를 보는 눈빛에 원한이 가득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아무 짓도 못 할 거야.”강지혁이 말했다. 그는 방현주를 대비하여 미리 손을 쓸 것이다.하지만 그가 더 걱정하는 것은 집 밖에 숨어있던 그 사람이다. 비록 자세한 얼굴은 못 봤지만 그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소민준일 것이다.어젯밤 사거리에서 소민준이 자신이 임유진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오늘 확정 지으러 왔을 것이다.“누나는 나랑 같이 사는 게 좋아?”강지혁이 갑자기 물었다.“좋아.”임유진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그럼 앞으로 내가 신분을 바뀌더라도 나랑 같이 살 거야?”그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녀는 이해가 안 가 눈을 깜빡거렸다. 신분을 바뀌다……그의 노숙자 이외의 신분을 가리키는 것일까? 지영은 항상 그녀가 강지혁에 대해 너무 몰라 손해를 볼까 겁난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구체적인 신분을 물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혁이라는 이름만 알고 있고 그 외에
하지만 지금 여자친구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그의 머릿속에는 어젯밤 광경이 수없이 떠올랐다. 바로 강지혁과 임유진의 얼굴이다.그는 지금까지도 어젯밤에 본 모든 것이 꿈만 같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임유진과 강지혁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자신의 약혼자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진세령은 불쾌하여 눈살을 찌푸렸다.“너 왜 그래? 어제도 정신을 딴 데 팔더니. 오늘도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어? 나랑 약혼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말해.”소민준은 흠칫 놀라더니 얼른 미소를 지었다.“그럴 리가. 내가 어떻게 너와 약혼하고 싶지 않을 수 있어. 알잖아.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확실해?”진세령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럼 임유진에 대해 진짜 아무런 감정이 없어?”소민준은 순간 표정이 굳더니 어색하게 말했다.“왜 또 그녀를 언급하는 거야. 이미 헤어진 지 3년이 되었는데 어떻게 아직도 감정이 있을 수 있겠어.”“그럼 왜 그녀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싶었어?”그녀가 추궁했다.“그냥 불쌍해 보였을 뿐이야.”소민준이 말했다.“뭐가 불쌍해, 우리 언니가 더 불쌍해, 우리 언니는 임유진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진세령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다시 그녀를 불쌍히 여기면 강지혁이 너에게 손 쓸 때 우리는 돕지 않을 거야.”소민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만약 전이었다면 그는 자연히 여자친구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임유진의 존재가 있기에 그렇지 않을 것이다.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떠보듯 물었다.“세령아, 혹시 최근 강지혁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어?”“그럴 리가.”진세령이 즉시 부인했다.“강지혁은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아. 3년 동안 여자가 없었어.”그래서 외부에서는 모두 강지혁이 진애령을 아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진 씨 가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그러나 진 씨 가문도 굳이 이런 오해를 폭로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오히려 다른 사람이 더욱 깊이 오해하기
고이준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강 대표님을 만나면 알게 될 거예요.”소민준은 갈수록 두근거린다.차가 강 씨 저택 입구에 세워지자 소민준이 고이준을 따라 집에 들어가자 강지혁이 소파에 앉아 손에 청첩장 하나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소민준이 다가가보자 그 청첩장은 자신과 진세령의 약혼식 청첩장이었다.“또 만났네요.”강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소민준은 흠칫 놀랐다. 그 시각 강지혁은 핸드메이드 정장을 입고 있었고 앞머리를 뒤로 넘겨 넓은 이마를 드러내고 날렵한 코, 복숭아 같은 눈동자, 그리고 섹시한 얇은 입술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품기고 있다.어쩐지 많은 여자가 그를 집착했다. 심지어 상류층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걸고 강지혁의 주의를 끌려고 한다. 강지혁의 신분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용모 때문이었다.하지만……복숭아 같은 눈동자가 소민준을 노려볼 때 소민준은 마치 맹수에게 주목받는 느낌이 들었고 피가 순식간에 굳는 느낌이 들었으며 호흡마저 가빠졌다.마치……어젯밤 상대가 쳐다봤을 때의 느낌이었다.다만 어제 그는 어두운 곳에 있었고 강지혁은 밝은 곳에 있었다.당시 그는 강지혁을 똑똑히 볼 수 있었지만 아마 강지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강지혁의 시선 아래에 있다.그때 소민준이 멋쩍게 웃었다.“맞아요.”마음속으로 강지혁이 말한 것이 어젯밤을 의미하는지 추측하고 있다.“어젯밤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했나요?”강지혁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하지만 소민준은 간담이 서늘하다!아니나 다를까……어젯밤 일이다! 비록 소민준은 그런 예감이 들었지만 강지혁이 직접 물으니 그 추측들이 맞다고 생각했다.그러니 강지혁은 진짜 임유진과 사귀고 있었다!“아니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소민준이 말했다.“잘하셨어요.”강지혁이 말했다.“다른 사람이 이 일을 아는 걸 바라지 않거든요.”소민준은 대답을 하면서 상대가 자신을 훑어보는 것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는
복숭아 같은 눈동자가 순간 차가운 눈빛으로 변하자 소민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말아야죠. 소 대표님은 이런 것도 모르나요?”옆에 있던 고이준이 말문을 열었다.소민준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어색해하며 자리를 떴다.한편 강지혁은 소파에 기대어 싸구려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에는 번호 하나만 저장돼 있었다.그가 유일하게 저장된 번호를 누르자 잠시 후 핸드폰 반대편에서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 저녁에 뭐 먹고 싶어? 내가 포장해 갈게.”그는 방금 전 차가운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부드러웠다.……저녁에 임유진은 티슈를 들고 어머니의 액자를 닦았다. 그녀는 특별히 작은 상을 사 평소에 어머니 사진을 그 상에 올려놓았고 며칠마다 사진에 쌓인 먼지를 닦았다.어머니의 유물들은 모두 임 씨 가문에 있으니 그녀가 어머니와 관련된 물건 중 갖고 있는 건 사진밖에 없다.그리고 그녀가 사진을 닦을 때 강지혁은 한쪽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참, 혁아. 곧 설이 다가오는데. 혹시……차표 샀어?”최근 며칠 환경위생과의 회사 동료들이 구정에 집에 갈 기차표를 사고 있어 임유진이 물었다.강지혁은 순간 그녀가 묻고 싶은 걸 알아차렸다.“난 차표 살 필요 없어.”“집에 안 가도 돼?”그녀가 의아해했다.“난 누나 여기 말고는 집이 없어.”그는 강 씨 자택에 여러 해 동안 살았지만 여태껏 집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그녀는 그가 가족이 없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친척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보통 설에는 친척 집을 다니는 게 정상이다.그녀가 질문을 하려고 할 때 그가 덤덤하게 말했다.“친척이 있지만 굳이 갈 필요는 없어.”비록 할아버지도 가족이기는 하지만 강 씨 가문은 가족애라는 것이 없고 할아버지가 필요한 것도 단지 강 씨 가문의 상속자일 뿐이다.그가 충분히 우수하고 강하면 할아버지가 원하는 것이고 그가 강하지 않다면 설령 할아버지의 친손자라 할지라도 매몰차게 쫓겨날 것이다.하물며 그의
임유진은 자신이 그를 처음 만난 그 자리가 그의 아버지가 사망한 곳이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미안해.”그녀가 말했다.“아버지가 돌아간 것은 자업자득이니 누나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강지혁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자업자득?”그녀는 의아해했다. 그가 아버지의 죽음을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자업자득이 아니면 뭐야?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해 상대가 이용할 가치가 없으니 곧바로 아버지를 버렸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 그러다 결국에는 그 자리에서 얼어 죽은 거야.”그의 표정은 아주 평범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했고 심지어 목소리도 평소와 같았다.그러나 그의 몸은 마치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 같다.마치 임유진이 그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혁아.”그녀가 그를 불렀다.그가 머리를 들어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누나가 보기에는 자초한 것이 아니야?”그녀는 목이 메어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뗐다.“그 여자, 혹시 네 엄마야?”그는 아무 표정도 없이 침묵하고 있었지만 그 두 눈동자는 고통을 스쳐 지나갔다.그 순간 그녀는 답을 알았다.그녀는 그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마치 지금, 어떤 말도 무의미한 것 같았다. 어떤 일은 겪어본 사람만이 고통을 안다.그녀는 일어서서 의자에 앉아 있는 그를 껴안았다.그는 그녀의 몸에 기대어 숨결을 느꼈으며 볼 옆으로 그녀의 온기가 전해왔다.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가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는 이렇게 계속……듣고 싶었다.……“엄마, 가지 마…….”어리고 야원 몸이 무릎을 꿇고 짐을 싸서 떠나는 여자에게 떠나지 말라고 빌고 있다.그러나 소용없다. 여자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단호하게 떠나려 한다.상대가 떠나려 하자 남자아이는 손을 뻗어 어머니를 잡으려 했다.그러나 그 순간 그는 매몰차게 밀려나더니 곧이어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이 전해왔다…….아프다……너무 아프다!누가 이런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