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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Author: 유진
하지만 지금 여자친구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그의 머릿속에는 어젯밤 광경이 수없이 떠올랐다. 바로 강지혁과 임유진의 얼굴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어젯밤에 본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임유진과 강지혁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신의 약혼자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진세령은 불쾌하여 눈살을 찌푸렸다.

“너 왜 그래? 어제도 정신을 딴 데 팔더니. 오늘도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어? 나랑 약혼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말해.”

소민준은 흠칫 놀라더니 얼른 미소를 지었다.

“그럴 리가. 내가 어떻게 너와 약혼하고 싶지 않을 수 있어. 알잖아. 내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확실해?”

진세령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럼 임유진에 대해 진짜 아무런 감정이 없어?”

소민준은 순간 표정이 굳더니 어색하게 말했다.

“왜 또 그녀를 언급하는 거야. 이미 헤어진 지 3년이 되었는데 어떻게 아직도 감정이 있을 수 있겠어.”

“그럼 왜 그녀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싶었어?”

그녀가 추궁했다.

“그냥 불쌍해 보였을 뿐이야.”

소민준이 말했다.

“뭐가 불쌍해, 우리 언니가 더 불쌍해, 우리 언니는 임유진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

진세령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다시 그녀를 불쌍히 여기면 강지혁이 너에게 손 쓸 때 우리는 돕지 않을 거야.”

소민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만약 전이었다면 그는 자연히 여자친구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임유진의 존재가 있기에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떠보듯 물었다.

“세령아, 혹시 최근 강지혁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어?”

“그럴 리가.”

진세령이 즉시 부인했다.

“강지혁은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아. 3년 동안 여자가 없었어.”

그래서 외부에서는 모두 강지혁이 진애령을 아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진 씨 가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진 씨 가문도 굳이 이런 오해를 폭로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오히려 다른 사람이 더욱 깊이 오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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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준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강 대표님을 만나면 알게 될 거예요.”소민준은 갈수록 두근거린다.차가 강 씨 저택 입구에 세워지자 소민준이 고이준을 따라 집에 들어가자 강지혁이 소파에 앉아 손에 청첩장 하나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소민준이 다가가보자 그 청첩장은 자신과 진세령의 약혼식 청첩장이었다.“또 만났네요.”강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소민준은 흠칫 놀랐다. 그 시각 강지혁은 핸드메이드 정장을 입고 있었고 앞머리를 뒤로 넘겨 넓은 이마를 드러내고 날렵한 코, 복숭아 같은 눈동자, 그리고 섹시한 얇은 입술까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품기고 있다.어쩐지 많은 여자가 그를 집착했다. 심지어 상류층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걸고 강지혁의 주의를 끌려고 한다. 강지혁의 신분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용모 때문이었다.하지만……복숭아 같은 눈동자가 소민준을 노려볼 때 소민준은 마치 맹수에게 주목받는 느낌이 들었고 피가 순식간에 굳는 느낌이 들었으며 호흡마저 가빠졌다.마치……어젯밤 상대가 쳐다봤을 때의 느낌이었다.다만 어제 그는 어두운 곳에 있었고 강지혁은 밝은 곳에 있었다.당시 그는 강지혁을 똑똑히 볼 수 있었지만 아마 강지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강지혁의 시선 아래에 있다.그때 소민준이 멋쩍게 웃었다.“맞아요.”마음속으로 강지혁이 말한 것이 어젯밤을 의미하는지 추측하고 있다.“어젯밤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했나요?”강지혁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하지만 소민준은 간담이 서늘하다!아니나 다를까……어젯밤 일이다! 비록 소민준은 그런 예감이 들었지만 강지혁이 직접 물으니 그 추측들이 맞다고 생각했다.그러니 강지혁은 진짜 임유진과 사귀고 있었다!“아니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소민준이 말했다.“잘하셨어요.”강지혁이 말했다.“다른 사람이 이 일을 아는 걸 바라지 않거든요.”소민준은 대답을 하면서 상대가 자신을 훑어보는 것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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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숭아 같은 눈동자가 순간 차가운 눈빛으로 변하자 소민준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말아야죠. 소 대표님은 이런 것도 모르나요?”옆에 있던 고이준이 말문을 열었다.소민준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어색해하며 자리를 떴다.한편 강지혁은 소파에 기대어 싸구려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에는 번호 하나만 저장돼 있었다.그가 유일하게 저장된 번호를 누르자 잠시 후 핸드폰 반대편에서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 저녁에 뭐 먹고 싶어? 내가 포장해 갈게.”그는 방금 전 차가운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부드러웠다.……저녁에 임유진은 티슈를 들고 어머니의 액자를 닦았다. 그녀는 특별히 작은 상을 사 평소에 어머니 사진을 그 상에 올려놓았고 며칠마다 사진에 쌓인 먼지를 닦았다.어머니의 유물들은 모두 임 씨 가문에 있으니 그녀가 어머니와 관련된 물건 중 갖고 있는 건 사진밖에 없다.그리고 그녀가 사진을 닦을 때 강지혁은 한쪽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참, 혁아. 곧 설이 다가오는데. 혹시……차표 샀어?”최근 며칠 환경위생과의 회사 동료들이 구정에 집에 갈 기차표를 사고 있어 임유진이 물었다.강지혁은 순간 그녀가 묻고 싶은 걸 알아차렸다.“난 차표 살 필요 없어.”“집에 안 가도 돼?”그녀가 의아해했다.“난 누나 여기 말고는 집이 없어.”그는 강 씨 자택에 여러 해 동안 살았지만 여태껏 집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그녀는 그가 가족이 없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친척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보통 설에는 친척 집을 다니는 게 정상이다.그녀가 질문을 하려고 할 때 그가 덤덤하게 말했다.“친척이 있지만 굳이 갈 필요는 없어.”비록 할아버지도 가족이기는 하지만 강 씨 가문은 가족애라는 것이 없고 할아버지가 필요한 것도 단지 강 씨 가문의 상속자일 뿐이다.그가 충분히 우수하고 강하면 할아버지가 원하는 것이고 그가 강하지 않다면 설령 할아버지의 친손자라 할지라도 매몰차게 쫓겨날 것이다.하물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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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자신이 그를 처음 만난 그 자리가 그의 아버지가 사망한 곳이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미안해.”그녀가 말했다.“아버지가 돌아간 것은 자업자득이니 누나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강지혁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자업자득?”그녀는 의아해했다. 그가 아버지의 죽음을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자업자득이 아니면 뭐야?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해 상대가 이용할 가치가 없으니 곧바로 아버지를 버렸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 그러다 결국에는 그 자리에서 얼어 죽은 거야.”그의 표정은 아주 평범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담담했고 심지어 목소리도 평소와 같았다.그러나 그의 몸은 마치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 같다.마치 임유진이 그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혁아.”그녀가 그를 불렀다.그가 머리를 들어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누나가 보기에는 자초한 것이 아니야?”그녀는 목이 메어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뗐다.“그 여자, 혹시 네 엄마야?”그는 아무 표정도 없이 침묵하고 있었지만 그 두 눈동자는 고통을 스쳐 지나갔다.그 순간 그녀는 답을 알았다.그녀는 그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마치 지금, 어떤 말도 무의미한 것 같았다. 어떤 일은 겪어본 사람만이 고통을 안다.그녀는 일어서서 의자에 앉아 있는 그를 껴안았다.그는 그녀의 몸에 기대어 숨결을 느꼈으며 볼 옆으로 그녀의 온기가 전해왔다.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가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는 이렇게 계속……듣고 싶었다.……“엄마, 가지 마…….”어리고 야원 몸이 무릎을 꿇고 짐을 싸서 떠나는 여자에게 떠나지 말라고 빌고 있다.그러나 소용없다. 여자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단호하게 떠나려 한다.상대가 떠나려 하자 남자아이는 손을 뻗어 어머니를 잡으려 했다.그러나 그 순간 그는 매몰차게 밀려나더니 곧이어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이 전해왔다…….아프다……너무 아프다!누가 이런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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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야. 드디어 깼어.”그는 벌떡 앉았다. 방금 그는 어렸을 때의 그 장면을 꿈꿨다. 꿈에서 그가 그 여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했다……잠들기 전에 그 여자 얘기가 나와 그런 꿈을 꾼 건가?“그냥 꿈을 꾸었을 뿐이야.”그가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자 자신의 잠옷 단추가 이미 풀린 채 가슴을 드러냈다.“내 옷은…….”임유진은 순간 어색해하며 입술을 삐죽거렸다.“네가 자꾸……아프다고 해서 네 몸에 뭐가 있을까 봐……그래서 단추를 풀고 봤어.”그가 그녀를 보자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장담할게. 내가 보기도 전에 네가 깼어. 난 아무것도 못 봤어.”그녀는 황급히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할수록 오히려 애매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누나가 봤다 해도 괜찮아.”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하마터면 자신의 침에 사레가 들 뻔했다.강지혁은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얼마나 비뚤어진 생각을 할지 모를 것이다.“너 몸은……이제 안 아파?”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더듬거리며 말했다.“응. 안 아파.”그는 고개를 숙이고 잠옷의 단추를 채우기 시작했다.그녀는 시선을 목에 고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의 가슴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그의 잠옷을 벗겼다.“너 여기 왜…….”그녀는 물끄러미 그의 가슴 위치에 흉터를 바라보았다. 비록 흉터가 이미 옅어졌지만 그 당시의 상처는 아주 심했을 것이다.“작은 상처일 뿐이야.”그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손을 들어 그의 상처를 가볍게 만졌다. 그가 방금 잠결에 아프다고 소리치며 끊임없이 이곳을 만졌다. 바로 이 상처 때문일까?몇 년이 지나도 꿈에서 아프다고 외치는 상처가 어찌 작은 상처일 수 있겠는가?그 당시 그가 이 상처를 입었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임유진은 총에 맞은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팠다.“어떻게 이런 상처를 입은 거야. 언제 다쳤어?”그녀가 중얼중얼 물었다.그의 몸은 약간 경직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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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아!”그녀는 큰소리로 그를 부르면서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았다.순간 그는 정신을 차렸고 칠흑 같은 눈동자도 점차 초점이 잡히더니 머리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만 눈빛은 복잡미묘했다.“왜 그러는 거야?”그녀가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는 아주 쓸쓸해 보였다.“괜찮으면 됐어.”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너 방금 마치…….”그녀는 잠시 고민했다.“곧 깨질 것같은 유리 같았어. 깜짝 놀랐어.”“곧 깨질 것같은 유리?”그는 싱긋 웃더니 차가운 눈동자가 곧 평소처럼 바뀌었다.“누나, 이 세계에서 날 깰 사람은 없을 거야.”그녀는 방금 그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누나는 영원히 날 떠나지 않을 거지?”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묻자 그녀가 싱긋 웃었다.“예전에도 말했잖아? 네가 날 버리지 않으면 난 널 버리지 않을 거라고.”“맞아. 말 한 적 있다는 걸 깜빡했어.”그는 중얼거리며 두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으면서 그녀의 존재를 느꼈다.분명히 그녀는 그를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왜 그의 마음은 오히려 불안해진 것일까? 언젠가 그녀가 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면 그를 떠날까 봐 두려운 걸까?혁이는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는데 강지혁은? 가능할까?……소 씨 자택 거실에서 소민준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민준아, 세령이가 강지혁의 비서가 널 데려갔다고 말하던데 왜 갑자기 단둘이 만난 거야?”강지혁에 대해 말하자 소민준의 아버지는 조금 두려워 했다. 소 씨 가문은 강 씨 가문과 다르다. 현재 소 씨 가문의 모든 사업은 진 씨 가문과의 혼인 때문에 되살아났고 소민준의 아버지는 소 씨 가문이 구사일생 했다고 생각했다.그는 강지혁이 소 씨 가문에 대한 편견이 있어 혼인이 막힐까 봐 매우 두려웠다.“아무것도 아니에요.”소민준이 말했다.“세령이에게도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고 나한테도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는 거야? 아무 일도 없으면 강지혁이 왜 비서를 시켜 널 데려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9화

    임유진 얘기를 꺼내자 소민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임유진이 교통사고를 낸 뒤에 소민영은 영애들의 파티에서 소 씨 가문이 말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너무 창피했다.그리고 자신의 오빠가 진세령과 사귀고 나서야 비로소 아무도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임유진 때문에 소 씨 가문에 재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임유진은 오빠와 어울리지도 않아요. 지금은 환경미화원으로 일한다면서요? 정말 창피해요. 애당초 판사는 형량을 왜 3년밖에 내리지 않았대요? 나 같으면 적어도 몇십 년을 판결할 거예요!”소민영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임유진을 말했다. 하지만 소민준은 그녀가 이렇게 말할수록 더욱 간담이 서늘해졌다.임유진은 지금 강지혁의 사람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비록 강지혁이 두 사람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명확히 말한 적이 없다고 해도 같은 남자로서 소민준은 짐작할 수 있다.“그만해. 민영아, 더 이상 그녀에 대해 말하지 마. 앞으로 임유진을 만나면 예의를 갖추는 게 좋겠어.”소민준이 말하자 소민영은 불만을 토로했다.“오빠, 왜 그래요?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말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더니 왜 이제는 그녀의 편을 들어요?”“민준아, 너 설마 임유진에게 미련 있는 건 아니겠지?”소민준의 엄마는 걱정했다.그러자 소민준의 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생각도 하지마. 임유진은 소 씨 가문에 절대 못 들어와.”사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만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어 소민준은 머리가 아팠다.“저는 임유진에게 그 어떤 감정도 없어요. 하지만 임유진은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에요! 저는 여기까지만 말할 수 있어요!”“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고요?”소민영은 코웃음을 쳤다.“오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임유진은 고작 환경미화원인데 우리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요?”“아무튼 내 말을 들으면 돼. 소 씨 가문을 해치지 말고!”소민준은 엄하게 경고했다.소민준의 아버지는 여러가지를 많이 경험해봤기에 아들이 이렇게 말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0화

    “그럼 네 생각에는 그녀가 내 곁에 남아 있기를 원할 것 같아?”강지혁이 묻자 고이준은 조금 의아했다.“대표님은 임유진 씨와 함께하기를 원합니까?”‘이 게임은 대표님이 임유진에게 진짜 신분을 알려주면 끝나는 게임인 걸까? 아니면 대표님은 임유진 씨에게……진짜 다른 감정이 생긴 걸까?’여기까지 생각한 고이준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대표님은…….”그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빨리 말해!”강지혁이 명령했다.“대표님, 설마 임유진 씨를 사랑하게 된 거예요?”고이준이 말했다. 하여 대표님은 임유진이 모르게 그녀를 돕고 있고 이 게임이 끝나더라도 임유진이 그와 함께하길 원하는 게 아닐까?강지혁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사랑, 그럴 리가? 그가 어떻게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될 수 있겠는가, 아버지를 보고도 그런 감정이 들 수 있을까? 영원히 그 누구든 사랑하면 안 된다. 그래야 자신의 존엄이 다른 사람에게 밟히지 않는다.그는 기껏해야 임유진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그 여자의 체온, 숨결은 그를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한다.“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이준은 흠칫하며 곧바로 대답했다.“네.”……노란 불빛이 사람을 매혹시킨다.이한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있는 강지혁을 바라보았다. 강지혁은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무슨 이유인지 오늘은 참석했다.“어떻게 올 생각을 했어?”그가 다가가서 물었다.그와 강지혁은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초중, 고중까지 같은 반 친구였기에 그는 당연히 강지혁이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떠들썩한 곳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갑자기 생각나서 온 거야. 특별한 이유가 필요해? 너희도 날 자주 불렀잖아?”강지혁이 말했다.비록 이렇게 말하지만, 이한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바로 이때 화사한 옷차림에 정교한 화장을 한 여자가 다가와 강지혁에게 말을 걸었다.이한은 그가 반드시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지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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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이한은 친구들과 내기를 한다. 강현수의 새 여자친구가 그의 독신생활을 끝낼 수 있는가 없는가를 내기를 하는데 매번 반드시 진다.강현수란 사람은 겉으로는 예의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갑기 그지없다.“응. 알아. 네 팔찌는 만지지 못하지.”강현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면 강현수가 이 은팔찌를 보물처럼 아끼고 절대 못 만지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한은 놀라지 않았다.바로 이때, 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강현수의 새 여자친구 김선아였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새로 떠오르는 스타이고 수 많은 보물을 갖고 있다.물론 이것은 모두 강현수가 준 것이다.연예계의 큰손으로서 강현수는 전국에서 가장 큰 기획사를 갖고 있으며 스타 하나를 키우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쉬운 일이다.강현수는 한 여자를 사귈 때마다 아주 아끼지만 자신이 필요 없을 때는 그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고 버린다.“현수 씨, 미안해. 내가 늦었어.”김선아가 부드럽게 말하더니 강현수가 들고 있는 은팔찌를 힐끔 보고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강현수는 그녀를 아주 아껴 그녀가 수억이 되는 보석을 원한다 하더라도 사라고 할 것이지만 그 은팔찌는 금기와 같다.그는 심지어 그녀가 만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한번은 그녀가 손을 대려고 하자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이 팔찌를 만지면 넌 두 번 다시 네 두 손을 보지 못하게 될 거야. 알겠어?”그 순간, 그의 눈동자는 아주 무자비했다.그녀는 놀라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비록 그 후에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평소처럼 아꼈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의 팔찌와 비교조차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 은팔찌는 도대체 무엇일까, 팔찌가 작아 아이의 손목 사이즈이다.“괜찮아.”강현수는 담담하게 말하더니 팔찌를 넣었다.김선아는 자리에 앉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지혁을 보더니 멍때렸다.“저분은……강지혁, 강 대표님이잖아.”그녀는 이전에 먼 곳에서 한번 본 적 있기에 확신하지 못했다.특히 지금 강지혁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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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5화

    백연신은 앞머리를 전부 깔끔하게 뒤로 넘긴 채 검은색 슈트 셋업을 입고 있었다. 아까 한지영이 인터넷을 검색하며 봤던 기자들 앞에서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었다.그래서일까, 한지영은 백연신이 눈앞에 있는 게 어쩐지 조금 현실감이 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이상한 느낌도 들었다.백연신과 한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러기를 몇 분, 더는 못 참겠던지 한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12시가 넘었어요.”“알아.”그리고 곧이어 백연신의 입에서도 말이 흘러나왔다.‘안다고? 아는 사람이 왜 안 나가고 계속 거기 앉아있어? 아니, 애초에 내 방에는 왜 들어온 거야?’한지영은 이해를 못한 채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이 집은 원래 그의 것이라는 깨닫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늦었는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왔어요?”“너 보러.”백연신은 이 방에 들어온 뒤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한지영을 바라보았다. 그저 자는 얼굴을 바라만 보는 건데도 마음이 녹고 또 행복했다.한지영의 잠버릇은 여전했다. 또 어떤 기이한 꿈을 꾸는지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왔다 갔다 했다가 갑자기 이를 갈고, 또 어느 순간에는 헤벌쭉 웃어댔다.전에 그와 함께 취침했을 때와 다를 거 하나 없었다.그래서 더 좋았다.“잘 자더라.”백연신이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어. 다음에는 킹사이즈 침대로 주문할까 봐. 그러면 쉽게 떨어지지 못하겠지.”한지영은 그의 말에 땀이 삐질 흘렀다.‘고작 나 자는 거 보려고 이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낮에 고은채 씨 기자회견 봤어요. 이제 다 해결됐으니까 이만 집으로 돌아가도 되죠?”한지영은 화제를 돌렸다. 언제쯤 돌아갈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그렇게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당연한 거 아니에요? 행동을 제한받은 채로 생활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없잖아요.”백연신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한지영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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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연신과 고은채가 진작 헤어진 거라면 한지영은 파렴치한 상간녀도 아니고 염치없는 세컨드도 아니니까.“응, 아마도.”한종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영아, 이제 사건도 일단락됐으니까 밖에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 언제쯤 집에 갈 수 있는지.”“근데 여보, 연신이 말이에요. 혹시 우리 지영이한테 아직 마음이 남아있는 거 아닐까요? 지영아, 너 혹시 연신이랑 다시 잘해볼...”“엄마, 전에도 말했잖아요. 백연신 씨와는 두 번 다시 사귈 일 없다고. 그러니까 괜한 생각하지 마세요.”한지영이 단호한 목소리로 이해영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이해영은 그런 딸의 태도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사실 그녀는 처음 봤을 때부터 백연신을 꽤 좋게 보고 있었으니까. 물론 한지영이 아플 때 헤어짐을 고한 건 지금 생각해도 괘씸하지만 근 5년간 딸이 남자와의 만남을 피해온 것도 그렇고 백연신이 얼마 전에 한지영의 손을 사라진 것도 그렇고 어쩌면 두 사람 모두 아직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그래, 그만해. 그놈이 뭐가 좋다고 다시 우리 지영이와 이어주려고 그래? 지영이가 병상 위에 있을 때 헤어지자고 했던 놈이야. 아무리 지금 잘나간다고 해도 나는 그놈한테 우리 지영이 못 줘! 그놈 아니면 우리 딸이 시집 못 간다고 해도 평생 내가 끼고 살고 말지 그놈한테는 안 줘!”한종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그냥 해본 말이에요. 나라고 뭐 우리 지영이 안 소중한 줄 알아요?”한종훈과 이해영 사이에 팽팽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한지영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말렸다.“자자, 그만 해요. 두 분 다 이곳에 오래 갇혀 있어서 지금 많이 예민해진 것 같아요. 아빠 말대로 이제 사건도 일단락됐으니까 내가 이따 밖에 있는 경호원한테 언제쯤 나갈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내 생각에는 아마 내일쯤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하지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경호원에게 언제쯤이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냐고 묻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3화

    사람들은 두 가문이 파혼이라는 결말을 맺을 거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은채는 어제 기자들에게 오늘 오후 정식 기자 회견을 열겠다고 했던 터라 지금 비장한 얼굴을 한 채 기자들 앞에 앉아 있다.“사실 저와 백연신 씨는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고 제 현재 남자친구는 기사에서 언급됐던 그분입니다. 백연신 씨와 헤어진 걸 알리지 않았던 건 부모님이 저와 제 남자친구와의 사이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백연신 씨에게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때까지만 저의 남자친구인 척해주면 안 되냐고 했고 백연신 씨는 이에 동의했습니다.”고은채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내뱉었다.“이번 일은 다 제 잘못입니다. 제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백씨 가문이 곤란해지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반인 여성에게까지 피해가 갔습니다. 정략결혼 얘기는 저희 부모님이 저희 둘 모르게 공표한 것으로 저와 백연신 씨의 의사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결혼 파기를 빨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불필요한 타격을 입고 상처를 받았을 백씨 가문과 한지영 씨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백연신 씨와의 결혼은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라는 것을, 백연신 씨와는 진작에 헤어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고은채는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미리 준비해둔 대사를 전부 다 읽어낸 후 진중하면서도 가녀린 얼굴로 기자들을 바라보았다.지금 그녀가 챙길 수 있는 거라고는 사랑만큼은 진심이었다는 이미지밖에 없었으니까.“그럼 결혼은 지금 남자친구분과 하실 예정인 건가요? 부모님께서 다시 반대하시지 않겠어요?”기자 한 명이 손을 들며 물었다.“결혼은... 당연히 지금 남자친구와 할 생각입니다. 부모님도 시간이 흐르면 저와 남자친구 사이를 예쁘게 봐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만에 하나 계속 반대하신다 해도 헤어질 생각은 없습니다.”고은채는 겉으로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반대도 무릅쓰고 끝까지 갈 것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2화

    백연신은 차창을 통해 한지영이 머무르고 있는 1층 방의 창문을 바라보았다.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게 만든 자신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는지 같은 질문이 절로 떠올랐다.“안 올라가십니까?”기사가 물었다.“응, 이렇게 보는 거로도 충분해.”백연신은 말을 하며 계속해서 아파트 창문에 시선을 고정했다.내일이면 한지영에게 씌워진 오명을 전부 다 벗겨낼 수 있다....다음날.인터넷은 고은채의 기사로 난리가 났다.한 기자가 고은채에게 백연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그것도 여러 명이 있었다며 폭로했기 때문이다.그중 제일 화제가 된 남자는 지하 클럽에서 호스트로 활동했었던 남자였다. 그 남자는 고은채를 만난 후 아주 오랜 기간 그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왔고 그 덕에 현재는 억 소리가 나는 별장에서 살고 있다고 하며 외출할 때도 꼭 경호원을 한 명씩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고은채의 기사를 폭로한 기자는 이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라며 자신의 수중에는 인터넷에 공개된 그녀가 남자와 끌어안고 키스하는 수위가 약한 사진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해괴망측한 취향이 가득 담긴 사진도 다수 있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아무것도 모른 채로 백연신의 별장에서 석방된 고은채는 기자들의 손에 들린 사진과 그들의 질문을 통해 아주 빠르게 알아챘다. 지금 이건 백연신이 짠 각본이라는 것을.그녀와 친밀한 사이라고 소개된 호스트는 확실히 그녀의 파트너가 맞다. 백연신의 철벽으로 풀지 못했던 욕망을 어디든 분출해야만 했으니까.아마 기자가 공개하지 않은 사진에는 그녀가 남자의 무릎을 꿇리고 개처럼 바닥을 기게 하는 등의 모습이 찍혔을 것이다.하지만 고은채가 호스트와 놀아난 건 2년 전의 일이었다. 하이에나 같은 기자가 아무런 요구도 해오지 않고 그 사진들을 2년이나 간직하고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즉, 해당 사진들은 기자가 자기 힘으로 입수한 사진이 아닌 백연신에게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1화

    당시의 백연신은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고는 고은채 밖에 없었고 고은채는 고고하게 고개를 치켜든 채 뭐든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있었다.그녀가 도와줘야 백연신이 살 수 있고 또 그녀가 도와줘야만 백연신은 앞으로도 훨훨 날아오를 수 있었다.자신이 우월하다는 감각에 취한 탓일까, 고은채는 홧김에 그에게 한지영을 구해주는 대신 자기 옆에 있으라고 했다. 이제껏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이 남자를 지금에야말로 자기 발밑에 무릎을 꿇리고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백연신이 한지영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 그녀는 그의 육체라도 곁에 묶어둔 것에 환희를 느꼈다. 어차피 마음 같은 건 시간의 흐르면 당연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백연신은 어느샌가 그녀의 손아귀에서 점점 벗어나 있었고 형세는 완전히 뒤집혀버렸다.고은채는 백연신이 미련 없이 몸을 돌리자 그의 뒷모습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다시 그 여자랑 잘 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과 그 여자의 인연은 이미 5년 전에 끝이 났어. 두 번 다시 이어질 수 없다고!”백연신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말 따위는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말이다.고은채는 백연신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고씨 가문에 살길이 터진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가문이 재기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힘을 모으는 것뿐이다.내일부터 꽤 치욕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 말이다.고은채는 한지영의 루머를 바로잡아주고 백연신과 합의 하에 파혼한 것처럼 연기해야 할 생각만 하면 벌써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백연신의 차량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서서히 별장에서 멀어졌다.운전기사는 룸미러를 통해 백연신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디서 모실까요?”백연신은 몇 초간 가만히 있더니 이내 한지영이 현재 살고 있는 주소로 향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시트에 등을 기댔다.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다.생각해보면 그는 어릴 때부터 어느 한순간 피곤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0화

    “뭐...?”고은채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백연신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때만을 기다려온 사람이 갑자기 죽여야 하는 상대에게 살길을 터주겠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내가 돈을 빌려주면 해진 그룹은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만큼은 사수할 수 있을 거야.”백연신의 말에 고은채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그의 말을 달리하면 고씨 가문은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잃게 된다는 뜻이었다.그리고 그렇게 되면 고씨 가문은 더 이상 부유층이 아니게 되고 한순간에 지위가 하락하게 된다.‘아니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만 제대로 사수해도 다시 재기할 가능성이 생겨!’“원하는 게 뭐야? 이유도 없이 자금을 빌려주지는 않을 거 아니야.”고은채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 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내가 원하는 건 우리 둘의 결혼 파기야.”백연신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고은채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빈정거리며 웃었다.“결혼 파기? 우리 집안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결혼 파기 그까짓게 안 될까 봐 무서워?”“나는 네가 직접 사람들에게 우리 결혼은 합의하에 없던 일이 된 거라고 하길 원하는 거야. 그리고 지영이가 그런 모욕적인 오명을 쓰게 된 것도 네 입으로 직접 해명하길 원하고.”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고은채는 머릿속을 스친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순간 눈을 크게 떴다.“설마...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로 딜을 하려는 게 한지영 때문이야?”“아니면? 내가 그 이유 말고 너희 가문에게 살길을 터줄 이유가 또 있어?”고은채의 두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그도 그럴 게 백연신은 지금 고작 한지영 하나 때문에 몇조가 되는 이익을 포기한다고 하고 있으니까.‘그렇게 오래 판을 짜놓고 이제 와서 여자 하나 때문에 이익을 포기하고 후환까지 남겨둔다고...? 미친 거야?’고은채는 이쯤 되니 백연신이라는 남자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안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9화

    강지혁은 불안한 만큼 더욱더 강하게 임유진을 몰아붙였다. 그러다 갑자기 입술을 떼더니 임유진의 눈을 마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만 내 곁에 있으면 나는 하나도 안 아파... 그러니까 날 떠나지 마.”그러고는 또다시 입술을 부딪치며 마치 그녀의 모든 걸 다 집어삼키려는 듯 폭풍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백연신 씨, 당신 이거 납치야.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거라고! 우리 부모님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날 내보내!”고은채는 백연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쳐댔다.이곳에 갇혀있는 동안 그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휴대폰도 압수당한 바람에 그녀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너희 부모님은 지금 너희 집안에 떨어진 불똥 때문에 그거 처리하느라 널 챙길 여유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미 너희 부모님한테 따님이 현재 내 별장에 있다고 얘기했어.”백연신은 소파에 앉으며 느긋한 태도로 얘기했다.“불똥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고은채가 급 심각해진 얼굴로 물었다.이에 백연신은 부하직원에게 눈빛을 보냈고 부하직원은 리모컨을 들어 거실에 있는 티비를 켰다. 모니터 속에서는 요 며칠 해진 그룹과 고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도한 뉴스들이 편집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고은채는 굳은 얼굴로 영상을 계속해서 바라보다 마지막에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몸을 덜덜 떨었다.‘대체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우리 집안을 완전히 망하게 할 생각이야?’“지금껏 쥐새끼처럼 몰래 움직이면서 뒤에서 칼을 갈고 있었던 거야?!”고은채는 분노로 범벅된 얼굴로 백연신을 바라보았다. 고씨 가문이 며칠 사이에 이렇게까지 무너진 걸 보면 꽤 오랜 기간 이 상황을 준비한 게 틀림없었다.그녀는 그가 정성스럽게 판을 짜는 동안 조금의 의심도 없이 아직도 자신이 모든 걸 주무르고 있다고 착각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8화

    “너는 그 기억을 영영 되찾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강지혁의 질문에 임유진은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그가 말하는 기억이 절벽에서의 일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이곳으로 돌아온 그 날 고이준에게서 들었으니까.강지혁은 두 눈을 임유진에게 고정한 채 그녀의 반응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가만히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더니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닌 현재야. 그리고 나는 고통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을 과거라면 차라리 이대로 영원히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라도 괜찮다는 소리야?”“응.”임유진은 고통스러운 과거로 서로가 고통을 받느니 차라리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리면 당시의 고통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같은 건 영원히 알지 못한 채로 살 수 있게 될 테니까.임유진은 말을 마친 후 손을 뻗어 강지혁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혁아, 기억을 회복하는 것도 좋지만 무리는 하지 마. 네 몸을 축내면서까지 과거 일을 떠올리지 말라는 소리야. 나는 네가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으니까.”강지혁은 그녀의 말에 머리가 다시금 아파 왔다.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뱉어져 나온 순간 마치 거대한 돌덩이가 심장을 꽉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네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잘 살 수 있겠어...”강지혁은 자기가 말하고는 자기가 더 놀랐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대체 왜?왜 이 말이 이토록 익숙한지, 왜 이 말을 수백 번은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언제 이런 말을 한 거지? 임유진이 절벽에서 떨어지고 난 뒤에?강지혁은 기억을 헤집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머리는 점점 더 아파져 왔다.게다가 이제는 얼굴이 창백하게 굳고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맺히며 고통스러운 신음까지 멋대로 흘러나왔다.임유진은 상태가 점점 더 심각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7화

    소민아는 양 볼이 퉁퉁 부은 채로 씩씩거리며 딸과 함께 저택에서 나왔다.임유진은 율이와 현이를 씻긴 후 방으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현이는 많이 피곤했던 건지 엄마와 오빠에게 번갈아 뽀뽀한 후 금세 잠자리에 들었다.율이는 동생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진지한 얼굴로 임유진에게 말했다.“나는 엄마가 계속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임유진은 아이의 말에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무래도 소민아가 엄마 자리를 꿰차고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던 모양이다.“걱정하지 마. 너희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를 너희 엄마라고 데려오지 않을 테니까.”아이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러고는 굿나잇 인사를 한 후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임유진은 천사 같은 아이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아이들을, 이 가정을,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무슨 수를 써서든 꼭 지켜주고 싶었다....침실로 돌아온 임유진은 강지혁이 눈을 질끈 감은 채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는 걸 보고 빠르게 그쪽으로 달려갔다.“왜 그래? 또 두통이 도진 거야?”강지혁은 걱정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 몸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임유진은 그의 눈빛에 어려있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 조금 놀라며 물었다.“혁아, 무슨 일...”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혁아.”임유진은 그런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물었다.“또 머리가 아파?”강지혁은 한참을 침묵한 뒤에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방금 머리에 통증이 일었을 때 그는 그의 요구로 종일 경호원들을 뒤에 붙인 채로 있어야만 했던 임유진의 모습을 기억해냈다.아무리 임신 중이라 걱정이 됐다고 해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 이건 마치 그녀가 떠날 아주 조금의 틈조차도 주지 않으려는 듯한 무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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