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네 생각에는 그녀가 내 곁에 남아 있기를 원할 것 같아?”강지혁이 묻자 고이준은 조금 의아했다.“대표님은 임유진 씨와 함께하기를 원합니까?”‘이 게임은 대표님이 임유진에게 진짜 신분을 알려주면 끝나는 게임인 걸까? 아니면 대표님은 임유진 씨에게……진짜 다른 감정이 생긴 걸까?’여기까지 생각한 고이준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대표님은…….”그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빨리 말해!”강지혁이 명령했다.“대표님, 설마 임유진 씨를 사랑하게 된 거예요?”고이준이 말했다. 하여 대표님은 임유진이 모르게 그녀를 돕고 있고 이 게임이 끝나더라도 임유진이 그와 함께하길 원하는 게 아닐까?강지혁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사랑, 그럴 리가? 그가 어떻게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될 수 있겠는가, 아버지를 보고도 그런 감정이 들 수 있을까? 영원히 그 누구든 사랑하면 안 된다. 그래야 자신의 존엄이 다른 사람에게 밟히지 않는다.그는 기껏해야 임유진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그 여자의 체온, 숨결은 그를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한다.“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강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고이준은 흠칫하며 곧바로 대답했다.“네.”……노란 불빛이 사람을 매혹시킨다.이한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있는 강지혁을 바라보았다. 강지혁은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무슨 이유인지 오늘은 참석했다.“어떻게 올 생각을 했어?”그가 다가가서 물었다.그와 강지혁은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초중, 고중까지 같은 반 친구였기에 그는 당연히 강지혁이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떠들썩한 곳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갑자기 생각나서 온 거야. 특별한 이유가 필요해? 너희도 날 자주 불렀잖아?”강지혁이 말했다.비록 이렇게 말하지만, 이한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바로 이때 화사한 옷차림에 정교한 화장을 한 여자가 다가와 강지혁에게 말을 걸었다.이한은 그가 반드시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지혁은
가끔 이한은 친구들과 내기를 한다. 강현수의 새 여자친구가 그의 독신생활을 끝낼 수 있는가 없는가를 내기를 하는데 매번 반드시 진다.강현수란 사람은 겉으로는 예의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갑기 그지없다.“응. 알아. 네 팔찌는 만지지 못하지.”강현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면 강현수가 이 은팔찌를 보물처럼 아끼고 절대 못 만지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한은 놀라지 않았다.바로 이때, 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강현수의 새 여자친구 김선아였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새로 떠오르는 스타이고 수 많은 보물을 갖고 있다.물론 이것은 모두 강현수가 준 것이다.연예계의 큰손으로서 강현수는 전국에서 가장 큰 기획사를 갖고 있으며 스타 하나를 키우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쉬운 일이다.강현수는 한 여자를 사귈 때마다 아주 아끼지만 자신이 필요 없을 때는 그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고 버린다.“현수 씨, 미안해. 내가 늦었어.”김선아가 부드럽게 말하더니 강현수가 들고 있는 은팔찌를 힐끔 보고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강현수는 그녀를 아주 아껴 그녀가 수억이 되는 보석을 원한다 하더라도 사라고 할 것이지만 그 은팔찌는 금기와 같다.그는 심지어 그녀가 만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한번은 그녀가 손을 대려고 하자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이 팔찌를 만지면 넌 두 번 다시 네 두 손을 보지 못하게 될 거야. 알겠어?”그 순간, 그의 눈동자는 아주 무자비했다.그녀는 놀라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비록 그 후에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평소처럼 아꼈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의 팔찌와 비교조차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 은팔찌는 도대체 무엇일까, 팔찌가 작아 아이의 손목 사이즈이다.“괜찮아.”강현수는 담담하게 말하더니 팔찌를 넣었다.김선아는 자리에 앉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지혁을 보더니 멍때렸다.“저분은……강지혁, 강 대표님이잖아.”그녀는 이전에 먼 곳에서 한번 본 적 있기에 확신하지 못했다.특히 지금 강지혁은 다
심지어 그 여자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는 혐오감을 느꼈다.역시 다른 여자를 안았을 때랑 그녀를 안을 때랑 느낌이 너무 다르다.임대주택에 도착하자 그는 몸을 숙이고 문 앞 바닥에서 예비 키를 꺼냈다. 그녀는 항상 예비 키를 여기에 두는 것을 좋아한다. 만약 키를 못 가지고 나갈 때 예비 키가 있으면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그가 문을 열었을 때 방 안의 불이 여전히 켜져 있었다. 가녀린 그림자가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잠든 것인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그는 불빛 아래 그녀의 잠든 얼굴을 보자 마음이 평온해졌고 그녀를 본 순간 안정되었다.그는 손끝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만졌고 한평생 그녀만 본다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허리를 굽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하지만 그가 애써 가볍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깼다.“혁아…….”그녀가 흐리멍텅하게 눈을 뜨자 흐릿한 살구 눈동자는 마치 유리 색으로 물든 것 같았다.“응, 나 왔어.”그가 말했다.“침대로 옮겨줄게. 계속 자.”그는 말하면서 그녀를 안고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그녀의 머리는 그의 품에 기대어 잠결에 물었다.“너한테……아주 좋은 향기가 나. 향수 냄새지……어디 갔던 거야?”“오늘 일이 좀 있어서 술집에 갔는데 아마 그쪽에서 묻었나 봐.”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계속 자. 난 좀 씻을게.”그녀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그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야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갔다.욕실에서 그는 서서 몸을 씻고 있다. 몸에서 나는 이 향수 냄새는 아마 방금 클럽에 있던 여자한테 묻은 거다.비싼 향수는 오히려 그의 손에 있는 비누 냄새보다 좋지 않다. 왜냐하면……그것은 그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다르기 때문이다.마치 그의 몸에도 그녀의 냄새가 물든 것 같다.강지혁은 씻고 욕실을 나서더니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든 사람을 보고 있다.그는 허리를 살짝 굽히고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가 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다.“임유진, 내가 언제 내
이번 주말에는 모처럼 임유진이 쉴 차례가 되었다. 한지영은 임유진을 끌고 쇼핑을 했다.두 사람은 아마도 오랫동안 쇼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영이와 이렇게 돌아다니니 임유진은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그 당시 그녀가 사고가 나기 전에 그녀는 주말마다 지영이와 쇼핑을 했다. 그때의 그녀는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었고 마치 자신의 미래는 아름답기만 할 것 같았다.“참, 혁이는? 그에 대해 좀 더 알게 됐어? 그의 고향이 어딘지? 가족이 있는지?”한지영은 자신의 친구가 사기꾼을 만날까 너무 걱정되었다.“단지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의 어머니는 그들을 떠났다는 것만 알아. 다른 건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묻지 않았어.”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너 바보야? 왜 더 물어보지 않았어? 어쨌든 그가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야 해!”한지영이 말했다.임유진은 덤덤하게 웃었다.“정말 그가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면 무슨 소용이 있어? 나도 예전에 소민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어. 그의 집안을 알고 그가 어릴 때부터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는지, 그의 차량 번호, 신분증 번호조차도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게 아니야.”한지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미안해.”“뭐가 미안해.”임유진은 싱긋 웃었다.“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나를 걱정하는 건 알지만, 나는 지금 말이야, 정말 그런 거 신경 안 써. 게다가 그가 나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마음대로 꾸며서 나를 속여도 나는 몰라. 그렇게 물어보면 무슨 의미가 있어?”“이런 얘기 그만하고 가자. 나랑 같이 옷 사러 가자. 나 고객 만날 때 입을 정장도 사야 돼. 디자인 팀의 대표가 고객 만날 때 무조건 정장을 입으래.”한지영은 불평하면서 임유진을 끌고 옆에 있는 큰 매장으로 들어갔다.한지영은 어차피 보는데 돈을 낼 필요도 없고 여러 가지 스타일을 본 뒤에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옷을 사면 된다고 했다.가게에 들어간 뒤 임유진은 매장 직원이 자신을 보는 눈빛을 느
“누가 안 산다고 했어요. 내가…….”한지영은 직원들이 무시하니 옷 한 벌을 사 보여주려고 했다.그때 임유진이 그녀를 잡아당기더니 담당자에게 말했다.“옷을 사지 않으면 가게에 들어와서 보지도 못하나요?”“두 분이 자신의 수입보다 훨씬 초과하는 가게에 옷을 보러 오셨으니 소란을 피울 혐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단지 가게의 다른 손님들을 보호하려고 있을 뿐입니다.”담당자는 일리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그러자 임유진이 곧바로 대답했다.“하지만 당신은 증거가 없죠. 당신은 소비자를 차별하는 게 분명해요. 참 방금 당신이 한 말은 이미 녹음했어요. 저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백화점 관리팀에 제출할 거예요.”“당신…….”담당자의 얼굴은 즉시 붉어졌다. 그는 임유진이 휴대폰으로 녹음할 줄은 도무지 생각지도 못했다.“임유진, 그만 해요. 환경미화원이 이곳에서 옷을 보다니. 설마 옛날 입던 옷이 그리웠어요?”소민영이 비웃었다.“정말 굳이 이 가게의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불쌍해서 사줄 수 있어요.”“왜, 설마 길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 이곳에 와서 옷을 보거나 옷을 살 수 없단 말이에요? 아니면 소 씨 가문은 환경미화원이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만약 대중이 소 씨 가문이 환경미화원을 이렇게 대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네요.”임유진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 소민영의 개인 행위에 소 씨 가문까지 끌어들였다.소민영의 얼굴도 순간 담당자처럼 빨갛게 되었고 그녀도 반박하지 못했다.정말 환경미화원이 남보다 못하다고 말한다면 내일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소 씨 가문을 공격할 것이다.“민영이는 그냥 한마디 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줄곧 한쪽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진세령은 이때 차갑게 입을 열었다.“환경미화원도 당연히 이곳에 와서 옷을 살 수 있어. 다만 네가 어떤 옷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모르겠네. 만약 사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마.”“이거로 할게요.”임유진은 손가락으로 전시되어 있는
소민준은 순간 멍을 때렸다.“유진아!”한편 소민영은 자신의 오빠를 보자마자 재빨리 다가가 고자질을 했다.“오빠! 임유진, 이 뻔뻔한 것이 감히 나한테 10억짜리 원피스를 사달래요. 자신이 어울리는지는 생각도 안 해요!”“닥쳐!”소민준은 낯색이 어두워지더니 곧바로 호통을 쳤다. 자신의 여동생은 정말 목숨 귀한줄 모르는 것 같았다. 지금 임유진의 배후에는 강지혁이 있다. 10억은 물론 100억짜리 원피스도 어울린다!“오빠, 왜 그래요?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요. 난 단지 임유진을 말하는 거예요.”소민영은 불만을 토로했다.“말할 게 뭐 있어.”소민준은 화를 내더니 옆에 있는 직원에게 말했다.“그 원피스를 포장해 주세요.”그의 한마디에 가게 안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오빠, 뭐 하는 짓이에요? 설마 그 원피스를 사서 임유진에게 줄 거예요?”소민영은 믿을 수가 없었다.한편 진세령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순간 분노에 찬 눈빛을 하였다.그리고 직원은 10억짜리 원피스를 팔면 그 보너스가 어마어마하여 낯색이 아주 밝았다.“유진아, 미안해. 민영이가 말을 좀 거칠게 했어. 하지만 너한테 별다른 악의는 없어. 너그러이 이해해 줘. 이 원피스는 사죄라고 생각해 줘.”소민준은 아주 저자세로 말했다.소민영은 믿기 힘들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았다.“오빠, 원피스를 선물한다고요? 왜요? 그리고 사죄라니! 임유진이 뭐라도 돼요?”소민영이 이렇게 말할수록 소민준은 머리가 아팠으며 임유진이 강지혁에게 무슨 말을 해 소 씨 가문에 큰 문제가 생길까 두려웠다.“유진아, 민영이가 한 말은 신경 쓰지 않을 거지.”소민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임유진은 기이한 표정으로 소민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갑자기 조심스러운 태도로 10억짜리 원피스를 선물한다. 그는 마치 무엇인가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그는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임유진은 입술을 오므렸다.“원피스는 필요 없어. 현금으로 환산해 줘. 10억. 소 대표님은 수표를 가지고 있겠지
임유진은 수표를 받아 한지영와 함께 가게를 떠났다.“유진아, 좀 이상하지 않아?”가게를 나서자 한지영이 말했다.“소민준이 망설임 없이 단번에 10억을 너에게 주다니, 게다가 진세령이 옆에 있었는데 진세령이 오해할까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아.”“이상하긴 해.”임유진이 말했다.“설마 소민준이 아직도 너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한지영은 추측했다.“아니야, 소민준은 내가 소민영에게 화를 내면 소 씨 가문에게 불리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아.”임유진은 그녀의 느낌을 말했다.한지영은 좀 황당할 뿐이었다.“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마.”“누가 알겠어.”임유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수표를 바라보았다.“이 수표를 어떻게 할 거야? 찢을까?”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친구를 잘 알고 있었다. 친구의 성격으로는 절대 이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찢어서 뭐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기부하면 돼.”임유진은 수표를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두 사람이 또 잠시 둘러보다가 밥을 먹고 지하 주차장의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가려고 할 때 소민준, 소민영, 진세령 세 사람을 보았다.그 시각 세 사람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다툼이 있던 것 같다.이때 세 사람도 임유진이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소민영은 임유진을 보면 볼수록 더욱 화가 났다. 도대체 임유진이 오빠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오빠가 이렇게 그녀를 보호해주고, 심지어 그녀가 임유진에게 함부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특히 방금 오빠는 또 그녀에게 만약 다시 임유진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그녀를 해외로 보내겠다고 경고했다.그녀는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때 임유진이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걸어왔다. 임유진이 자신의 앞을 지나갈 때 소민영은 갑자기 발을 내밀어 임유진의 발을 걸었다.임유진은 휘청거리다가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떨어졌다.한지영은 비명을 지르며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재빨리 달려가 긴급 정지 버튼을 눌렀다.하지만 그래도 이미 늦었고, 임유진은 에스컬레이터 계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해!”소민영은 화가 나서 말했다.그리고 이때, 또 계속해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 중 누군가가 진세령을 알아보았다. 어쨌거나 진세령은 인기 스타였으니까. 비록 지금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얼굴을 거의 다 가렸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알아보았다.“진세령이야, 옆에 있는 사람이 그녀의 약혼자인 것 같아!”“여기서 무엇을 하는 거지?”“에스컬레이터가 왜 이래? 방금 무슨 사고 났나?”주위가 술렁이자 한지영은 임유진을 부축하며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갔고, 소민준은 급히 앞으로 따라갔다.진세령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소민준은 뜻밖에도 그녀를 버리고 임유진을 따라갔다. 그리고 주위에 진세령을 에워싼 사람들은 또 가십을 떨기 시작했다.“진세령의 약혼자가 다른 여자를 쫓아갔어요.”“세상에, 설마 막장 삼각관계는 아니겠죠?”진세령은 난감한 표정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녀를 향한 주위의 카메라를 피하려고 애쓰며 소민영과 함께 황급히 떠났다.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소민준이 임유진을 쫓아와 초조하고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 병원비를 네가 원하는 만큼 내가 다 줄게. 민영이는 고의가 아니야. 이 일은 네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원하는 걸 뭐든 말만 해…….”“말은 무슨.”한지영이 분노하며 말했다.“소민준 씨, 어떻게 여동생이 고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당신들 소 씨 가문의 사람들은 정말 어이없네요.”그녀는 말하면서 차 문을 열고 친구를 조수석에 앉힌 뒤 스스로 운전석에 앉았다. 소민준은 계속 차 문을 두드리며 얼굴이 창백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조차 소민준은 확실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였다. 유진이 소송해서 소민영를 고소할까 봐?설사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민영은 아마 돈으로 해결할 것이고 소 씨네 집은 전혀 돈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한지영이 차를 몰고 임유진을 데리고 떠나자 소민준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머릿속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