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해!”소민영은 화가 나서 말했다.그리고 이때, 또 계속해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 중 누군가가 진세령을 알아보았다. 어쨌거나 진세령은 인기 스타였으니까. 비록 지금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얼굴을 거의 다 가렸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알아보았다.“진세령이야, 옆에 있는 사람이 그녀의 약혼자인 것 같아!”“여기서 무엇을 하는 거지?”“에스컬레이터가 왜 이래? 방금 무슨 사고 났나?”주위가 술렁이자 한지영은 임유진을 부축하며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갔고, 소민준은 급히 앞으로 따라갔다.진세령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소민준은 뜻밖에도 그녀를 버리고 임유진을 따라갔다. 그리고 주위에 진세령을 에워싼 사람들은 또 가십을 떨기 시작했다.“진세령의 약혼자가 다른 여자를 쫓아갔어요.”“세상에, 설마 막장 삼각관계는 아니겠죠?”진세령은 난감한 표정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녀를 향한 주위의 카메라를 피하려고 애쓰며 소민영과 함께 황급히 떠났다.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소민준이 임유진을 쫓아와 초조하고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 병원비를 네가 원하는 만큼 내가 다 줄게. 민영이는 고의가 아니야. 이 일은 네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원하는 걸 뭐든 말만 해…….”“말은 무슨.”한지영이 분노하며 말했다.“소민준 씨, 어떻게 여동생이 고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당신들 소 씨 가문의 사람들은 정말 어이없네요.”그녀는 말하면서 차 문을 열고 친구를 조수석에 앉힌 뒤 스스로 운전석에 앉았다. 소민준은 계속 차 문을 두드리며 얼굴이 창백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조차 소민준은 확실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였다. 유진이 소송해서 소민영를 고소할까 봐?설사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민영은 아마 돈으로 해결할 것이고 소 씨네 집은 전혀 돈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한지영이 차를 몰고 임유진을 데리고 떠나자 소민준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머릿속에는
“혁이.”그녀가 말했다.“내가 병원에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몰라서 기다리지 말고 혼자 밥 먹으라고 말해줘야겠어.”임유진은 말하면서 주소록에서 ‘혁이'이라는 이름을 찾은 뒤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에서 강지혁의 조금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나는 일이 좀 있어서 오늘 아마 늦게 돌아올 거야. 저녁은 혼자 알아서 잘 먹어.”임유진이 말했다.“일이 좀 있다니! 지금 병원에 있다고 그냥 말하면 될걸.”한지영이 옆에서 끼어들었다.“누나, 지금 병원에 있어?”강지혁의 말투가 조금 변한 것 같다.“응, 넘어져서 지금 병원에서 CT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임유진이 말했다.“어느 병원이야, 지금 갈게.”강지혁이 말했다.“올 필요 없어. 지영이랑 같이 있어. 넌 그냥 집에서 있어.”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이어지다가 잠시 후, 그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그는 좀 전의 질문을 다시 던졌다.“어느 병원인데?”“일성 병원이야.”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여의고, 게다가 3년간의 감옥생활까지 더해져 그녀는 매사에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만약 한지영이 마침 옆에 있지 않았다면 그녀 혼자 병원에 왔을지도 모른다.“지금 갈게.”강지혁이 말했다.통화를 마친 뒤 강지혁은 고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유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봐.”“네.”고이준이 대답했다.“그리고 일성 병원 정형외과에서 어느 의사의 의술이 가장 좋은지 알아보고,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유진이의 상처를 봐달라고 해.”강지혁이 말했다.“알겠습니다.”고이준은 다시 한번 대답했다.통화를 마친 후, 그는 멍하니 핸드폰을 보면서 자신의 상사가 정말 임유진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닌지 의심했다.한 여자를 위해 그 여자의 행방을 알아보고, 심지어 그 여자를 위해 최고의 의사를 찾으려 한다.예전에 그들의 차가 임유진이 청소하는 구역을 지
다만 원장의 부탁 때문에 그는 임유진에게 좀 더 신경을 썼다.이때 또 하나의 그림자가 진료실에 들어가 임유진의 곁에 와서 불렀다.“누나.”“왔어?”임유진이 말했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왔다.“응, 길이 막혀서 시간이 좀 늦었어.”강지혁이 대답했다.“의사 선생님, 어때요? 제 친구 괜찮아요? 방금 에스컬레이터에서 걸려 넘어져서 계단을 굴렀어요.”옆에 있던 한지영이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낙상은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요. 다리 발목 여기 부분에 뼈가 조금 금 갔는데 1, 2주정도 쉬면 돼요. 하지만…….”장 의사는 망설였다.“그런데 뭐예요?”한지영이 추궁했다.“그런데 임유진 씨, 몇 년 전에 자주 다치지 않았어요?”장 의사가 물었다.임유진은 멍해져서 한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다른 뜻은 없어요. 단지 임유진 씨 CT 결과에 따르면 임유진 씨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상처를 입은 것 같아서요. 조금 오래된 상처는 당시 잘 치료하지 못했기에 후유증이 조금 있을 수 있어요.”“후유증?”임유진은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저는 평소에 불편한 점을 못 느꼈어요.”“임유진 씨는 아직 젊으니 당연히 별 느낌을 받지 못할 거예요. 앞으로 나이가 들면 그 후유증이 서서히 발현될 거예요.”“어떤 후유증일까요?”한지영은 임유진보다 더 긴장했다.“나중에 관절이 자주 아플 수도 있고, 심하면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고, 걷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어요.”장 의사가 말했다.임유진은 침묵하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과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 오래된 상처는 모두 감옥에서 입은 것이다.골절 되었다 하더라도 간단하게 의사를 찾아 싸매기만 하면 잠시 조용해질 수 있는 곳이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쉽지 않는데 또 상처를 잘 치료할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그…… 그럼 치료할 방법이 있나요?”한지영은 긴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임유진은 오히려 좀 더 조용해 보였다.“주로 많이 쉬면서 평소에 칼슘 보충 음식을 많이
그녀의 입에서 ‘강지혁’이라는 세 글자를 말했을 때, 그의 몸은 자기도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다.“강지혁을 미워한다고?”그가 중얼거리며 물었다.그녀는 조금 탄식하며 말했다.“하긴, S 시에서 누가 그를 모르겠어. 그 교통사고에서 죽은 사람은 강지혁의 약혼녀 진애령이었어. 그의 약혼녀가 죽었으니 나의 결말은 당연히 좋지 않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에게 아부하고 싶어 하는지, 아마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우물에 빠진 나에게 돌을 던졌겠지.”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 그녀는 자신을 조롱하며 말했다.“가끔 나는 그때 나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진애령이 아니었다면 내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 그러면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지 않고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거잖아.”그녀는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았지만, 현재 이런 담담한 말투 때문에 강지혁은 오히려 가슴을 쥐어뜯을 만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녀가 받은 고통의 반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그는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응시했다.“누나가 그렇게 많은 고통을 받을 줄 알았다면, 나는 3년 전에 누나를 보호했을 거야.”이 말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만약 그때, 다른 사람이 자신의 비위를 맞추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면, 만약 그 당시, 그녀에게 공정한 결론을 주려 했다면…… 그녀는 이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온몸에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다.“나는 네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자, 이런 일은 말하지 말자.”임유진은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검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요즘 그녀는 자주 이렇게 그의 머리를 만졌다.한지영은 약을 챙겨 돌아와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럼 나는 지하 주차장 쪽으로 가서 차를 가져올게. 그리고 혁이 씨는 유진이를 부축해 정문 쪽으로 가서 내 차를 기다려요.”“알았어요.”강지혁이 대답했다.한지영은 곧 차를 가지러 떠났다. 임유진은 옆에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누나는 아주 가벼워.”강지혁이 솔직히 말했다. 임유진은 160여 센티미터였지만 그가 이렇게 업고 있으니 체중이 기껏해야 45키로를 넘지 않을 것으로 느껴졌다. 그는 앞으로 그녀에게 몸보신을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얼굴을 그의 등에 갖다 대니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업힌 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른다. 기억 속에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이렇게 자신을 업고 살았던 것 같았다.다만 그때의 기억은 너무 희미했다.“혁아, 난 네가 참 좋아.”그녀가 중얼거렸다.“그리고 누나는 또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거지?”그가 말했다.“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네가 정말 좋은 동생이라는 거야. 너 같은 동생이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해.”그녀가 말했다.애초에 이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동생으로 그녀의 곁에 있었지 않았던가? 그녀는 그에게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다.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가 정말로 그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강지혁이 임유진을 업고 병원 앞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영의 차가 나타났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자 한지영은 차에서 화를 내며 오늘 발생한 일을 말했다.강지혁은 이미 고이준으로부터 사건의 대략적인 경과를 알게 되었지만 한지영이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표정이 굳어버렸다.“소민영은 정말 너무해요. 처음에는 악의적으로 점원에게 우리를 내쫓으라고 한 것도 모자라 고의로 이렇게 사람을 넘어지게하다니. 유진이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마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한지영은 이가 갈릴 정도로 미워했다.“소민영은 뒤에 소 씨 가문이 있다는 것을 믿고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거예요!”“소 씨 가문…….”강지혁은 가볍게 읽으면서 조롱 섞인 말투로 물었다.“소 씨 가문은 왜요?”“휴, 혁이 씨, 혁이 씨 정말 소 씨 가문을 업신여기지 말아요.”비록 욕은 욕이지만 한지영은 사실을 설명했다.“소 씨네 가문은
임대주택에서 강지혁은 임유진을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혀놓은 뒤 이미 식은 음식을 다시 데웠다.강지혁의 바쁜 모습을 보자 한지영은 오히려 강지혁에 대한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유진이가 이렇게 낯선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분명 유진이에게 잘해주고 있었다.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친구를 돌봐준다면 한지영도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한지영이 돌아간 뒤 강지혁과 임유진은 간단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식사 후에 임유진이 치우려 하자 강지혁이 말했다.“내가 치우면 돼. 누나는 많이 움직이지 마.”임유진은 자신이 오히려 한가한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강지혁은 정리를 마치고 또 임유진에게 물었다.“누나 화장실에 갈래?”“뭐?”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붉혔다.“갈래, 안 갈래?”그가 말했다. 아주 평범한 질문을 던진 듯 했다.그녀는 난감한 얼굴을 하더니 결국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래서 그는 그녀를 안고 화장실로 간 다음 다시 물러났다.“다 됐으면 나를 불러.”그가 말했다.“…… 알았어.”그녀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그녀가 줄곧 화장실에 가지 않은 것까지 그가 알아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화장실을 나서자 강지혁은 또 임유진을 의자까지 안아갔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사실 나 스스로 갈 수 있어. 한쪽 발이 조금 금 갔을 뿐, 다른 한쪽 발은 괜찮아.”“의사가 조금씩 걸을 수 있으면 조금씩 걸으라고 했어.”그가 말했다.“아니면, 누나는 내가 이렇게 누나를 돌봐주는 게 싫은 거야?”“아니…… 그런 건 아니야.”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그는 살짝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가볍게 어루만졌다.“나는 누나가 다치는 게 싫지만 누나가 이렇게 나에게 의지하는 것이 좋아.”“의지?”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래, 나한테 의지해. 누나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안아서 갈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가. 난 누나가 나한테 의지하는 게 좋아. 그래서……
“하지만 해고되고 수입이 없다면 임대료랑 먹고 살 돈을 어디서 구해…….”“내가 있잖아!”그가 말했다.“내가 돈을 벌어서 누나를 먹여 살릴 테니 누나는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임유진은 물끄러미 눈앞의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매일 자질구레한 일만 할 뿐 돈을 전혀 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이렇게 말하니 오히려 예전에 느껴본 적 없는 든든함이 생겼다.그녀의 생활은 결코 혼자가 아니고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아직 혁이에게 의지할 수 있다.“전화해.”그는 직접 그녀의 핸드폰을 그녀의 눈앞에 건네주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환경위생과에서 환경미화원들을 관리하는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휴가를 신청하면 괴롭힘을 당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휴가를 일주일이나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팀장은 뜻밖에도 아무렇지 않게 승낙했다. 일주일이 부족하면 2주일을 쉬어도 된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은 여전히 지급될 것이라고 그녀의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임유진은 전화를 끊은 뒤에도 의아한 표정을 유지한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팀장님이 내가 휴가 내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모르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휴가 신청에 동의한 거잖아.”강지혁은 말하면서 계속 발을 씻겨주었다.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발등, 발뒤꿈치, 발가락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있어 그녀는 좀 쑥스러웠다.여태껏 남자가 그녀의 발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없다. 애초에 소민준조차 없었다.그의 큰 손이 그녀의 발을 받치고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발을 감쌌을 때, 그녀의 얼굴은 갑자기 벌겋게 상기되었고, 피가 모두 머리 위로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얼굴은 심하게 뜨거웠다.“아…… 됐어, 내가 닦으면 돼!”그녀는 그의 손바닥에서 발을 빼려고 움직였다.그러나 그의 다섯 손가락은 여전히 그녀의 발을 감싸고 있었다.“내가 닦으면 돼. 누나는 움직이지 마.”그가 말했다.그녀는 어색해서 한동안
저녁에 강지혁은 임유진의 낮은 비명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가 불을 켜자 그녀가 편안하게 자지 못하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다만 이 소리가 너무 희미해서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누나!”그는 그녀를 부르며 손을 들어 이마를 만져보았는데, 그녀의 이마에 이미 식은땀이 났고,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강지혁은 재빨리 따뜻한 물로 수건을 적셔 유진의 이마를 닦았다.그리고 임유진은 두 눈을 꼭 감고 입으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그가 아무리 그녀를 불러도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그는 얇은 입술을 깨물고 초조하고 불안한 느낌이 몸에 가득 차올랐다. 심지어 그순간 어떻게 해야 그녀를 좀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지 몰랐다.한 여자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핸드폰을 꺼낸 그는 비서 고이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하여 새벽 2시에 고 비서는 BOSS의 전화를 받았다.“당장 의사를 데리고 임대주택으로 와. 유진이가 열이 나.”강지혁의 목소리에 은근한 초조함을 띠었다.“지금요?”고이준은 깜짝 놀랐다.“그래, 지금.”강지혁이 말했다.고이준은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서둘러 의사에게 연락한 뒤 한밤중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 의사를 임대주택으로 데려다줄 수밖에 없었다.문을 두드릴 때 고이준은 특별히 조심스러웠다. 상사는 진짜 신분을 임유진에게 들키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 말이다.문이 열리자 강지혁은 몸을 옆으로 돌려 의사와 고이준을 직접 방으로 들여보냈다.들어가자마자 고이준은 임유진이 침대에 누워있고 두 눈이 감겨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한 번 봐봐요, 그녀가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방금 내가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를 깨울 수 없었어요.”강지혁이 말했다.고이준은 상사가 평소의 냉정함을 잃은 것 같다고 느꼈다.고이준이 데려온 그 의사는 경험이 풍부한 가정 의사였다. 비록 상대방은 강지혁의 신분을 모르지만 고이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