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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Author: 유진
임유진은 수표를 받아 한지영와 함께 가게를 떠났다.

“유진아, 좀 이상하지 않아?”

가게를 나서자 한지영이 말했다.

“소민준이 망설임 없이 단번에 10억을 너에게 주다니, 게다가 진세령이 옆에 있었는데 진세령이 오해할까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아.”

“이상하긴 해.”

임유진이 말했다.

“설마 소민준이 아직도 너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한지영은 추측했다.

“아니야, 소민준은 내가 소민영에게 화를 내면 소 씨 가문에게 불리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아.”

임유진은 그녀의 느낌을 말했다.

한지영은 좀 황당할 뿐이었다.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마.”

“누가 알겠어.”

임유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수표를 바라보았다.

“이 수표를 어떻게 할 거야? 찢을까?”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친구를 잘 알고 있었다. 친구의 성격으로는 절대 이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

“찢어서 뭐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기부하면 돼.”

임유진은 수표를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두 사람이 또 잠시 둘러보다가 밥을 먹고 지하 주차장의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가려고 할 때 소민준, 소민영, 진세령 세 사람을 보았다.

그 시각 세 사람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다툼이 있던 것 같다.

이때 세 사람도 임유진이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소민영은 임유진을 보면 볼수록 더욱 화가 났다. 도대체 임유진이 오빠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오빠가 이렇게 그녀를 보호해주고, 심지어 그녀가 임유진에게 함부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특히 방금 오빠는 또 그녀에게 만약 다시 임유진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그녀를 해외로 보내겠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때 임유진이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걸어왔다. 임유진이 자신의 앞을 지나갈 때 소민영은 갑자기 발을 내밀어 임유진의 발을 걸었다.

임유진은 휘청거리다가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떨어졌다.

한지영은 비명을 지르며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재빨리 달려가 긴급 정지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그래도 이미 늦었고, 임유진은 에스컬레이터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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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해!”소민영은 화가 나서 말했다.그리고 이때, 또 계속해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 중 누군가가 진세령을 알아보았다. 어쨌거나 진세령은 인기 스타였으니까. 비록 지금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얼굴을 거의 다 가렸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알아보았다.“진세령이야, 옆에 있는 사람이 그녀의 약혼자인 것 같아!”“여기서 무엇을 하는 거지?”“에스컬레이터가 왜 이래? 방금 무슨 사고 났나?”주위가 술렁이자 한지영은 임유진을 부축하며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갔고, 소민준은 급히 앞으로 따라갔다.진세령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소민준은 뜻밖에도 그녀를 버리고 임유진을 따라갔다. 그리고 주위에 진세령을 에워싼 사람들은 또 가십을 떨기 시작했다.“진세령의 약혼자가 다른 여자를 쫓아갔어요.”“세상에, 설마 막장 삼각관계는 아니겠죠?”진세령은 난감한 표정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녀를 향한 주위의 카메라를 피하려고 애쓰며 소민영과 함께 황급히 떠났다.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소민준이 임유진을 쫓아와 초조하고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 병원비를 네가 원하는 만큼 내가 다 줄게. 민영이는 고의가 아니야. 이 일은 네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원하는 걸 뭐든 말만 해…….”“말은 무슨.”한지영이 분노하며 말했다.“소민준 씨, 어떻게 여동생이 고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당신들 소 씨 가문의 사람들은 정말 어이없네요.”그녀는 말하면서 차 문을 열고 친구를 조수석에 앉힌 뒤 스스로 운전석에 앉았다. 소민준은 계속 차 문을 두드리며 얼굴이 창백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영조차 소민준은 확실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였다. 유진이 소송해서 소민영를 고소할까 봐?설사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민영은 아마 돈으로 해결할 것이고 소 씨네 집은 전혀 돈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한지영이 차를 몰고 임유진을 데리고 떠나자 소민준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머릿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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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이.”그녀가 말했다.“내가 병원에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몰라서 기다리지 말고 혼자 밥 먹으라고 말해줘야겠어.”임유진은 말하면서 주소록에서 ‘혁이'이라는 이름을 찾은 뒤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에서 강지혁의 조금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나는 일이 좀 있어서 오늘 아마 늦게 돌아올 거야. 저녁은 혼자 알아서 잘 먹어.”임유진이 말했다.“일이 좀 있다니! 지금 병원에 있다고 그냥 말하면 될걸.”한지영이 옆에서 끼어들었다.“누나, 지금 병원에 있어?”강지혁의 말투가 조금 변한 것 같다.“응, 넘어져서 지금 병원에서 CT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임유진이 말했다.“어느 병원이야, 지금 갈게.”강지혁이 말했다.“올 필요 없어. 지영이랑 같이 있어. 넌 그냥 집에서 있어.”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이어지다가 잠시 후, 그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그는 좀 전의 질문을 다시 던졌다.“어느 병원인데?”“일성 병원이야.”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여의고, 게다가 3년간의 감옥생활까지 더해져 그녀는 매사에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만약 한지영이 마침 옆에 있지 않았다면 그녀 혼자 병원에 왔을지도 모른다.“지금 갈게.”강지혁이 말했다.통화를 마친 뒤 강지혁은 고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유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봐.”“네.”고이준이 대답했다.“그리고 일성 병원 정형외과에서 어느 의사의 의술이 가장 좋은지 알아보고,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유진이의 상처를 봐달라고 해.”강지혁이 말했다.“알겠습니다.”고이준은 다시 한번 대답했다.통화를 마친 후, 그는 멍하니 핸드폰을 보면서 자신의 상사가 정말 임유진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닌지 의심했다.한 여자를 위해 그 여자의 행방을 알아보고, 심지어 그 여자를 위해 최고의 의사를 찾으려 한다.예전에 그들의 차가 임유진이 청소하는 구역을 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79화

    다만 원장의 부탁 때문에 그는 임유진에게 좀 더 신경을 썼다.이때 또 하나의 그림자가 진료실에 들어가 임유진의 곁에 와서 불렀다.“누나.”“왔어?”임유진이 말했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왔다.“응, 길이 막혀서 시간이 좀 늦었어.”강지혁이 대답했다.“의사 선생님, 어때요? 제 친구 괜찮아요? 방금 에스컬레이터에서 걸려 넘어져서 계단을 굴렀어요.”옆에 있던 한지영이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낙상은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요. 다리 발목 여기 부분에 뼈가 조금 금 갔는데 1, 2주정도 쉬면 돼요. 하지만…….”장 의사는 망설였다.“그런데 뭐예요?”한지영이 추궁했다.“그런데 임유진 씨, 몇 년 전에 자주 다치지 않았어요?”장 의사가 물었다.임유진은 멍해져서 한동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다른 뜻은 없어요. 단지 임유진 씨 CT 결과에 따르면 임유진 씨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상처를 입은 것 같아서요. 조금 오래된 상처는 당시 잘 치료하지 못했기에 후유증이 조금 있을 수 있어요.”“후유증?”임유진은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저는 평소에 불편한 점을 못 느꼈어요.”“임유진 씨는 아직 젊으니 당연히 별 느낌을 받지 못할 거예요. 앞으로 나이가 들면 그 후유증이 서서히 발현될 거예요.”“어떤 후유증일까요?”한지영은 임유진보다 더 긴장했다.“나중에 관절이 자주 아플 수도 있고, 심하면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고, 걷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어요.”장 의사가 말했다.임유진은 침묵하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과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 오래된 상처는 모두 감옥에서 입은 것이다.골절 되었다 하더라도 간단하게 의사를 찾아 싸매기만 하면 잠시 조용해질 수 있는 곳이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쉽지 않는데 또 상처를 잘 치료할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그…… 그럼 치료할 방법이 있나요?”한지영은 긴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임유진은 오히려 좀 더 조용해 보였다.“주로 많이 쉬면서 평소에 칼슘 보충 음식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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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입에서 ‘강지혁’이라는 세 글자를 말했을 때, 그의 몸은 자기도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다.“강지혁을 미워한다고?”그가 중얼거리며 물었다.그녀는 조금 탄식하며 말했다.“하긴, S 시에서 누가 그를 모르겠어. 그 교통사고에서 죽은 사람은 강지혁의 약혼녀 진애령이었어. 그의 약혼녀가 죽었으니 나의 결말은 당연히 좋지 않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에게 아부하고 싶어 하는지, 아마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우물에 빠진 나에게 돌을 던졌겠지.”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 그녀는 자신을 조롱하며 말했다.“가끔 나는 그때 나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진애령이 아니었다면 내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 그러면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지 않고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거잖아.”그녀는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았지만, 현재 이런 담담한 말투 때문에 강지혁은 오히려 가슴을 쥐어뜯을 만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녀가 받은 고통의 반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그는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응시했다.“누나가 그렇게 많은 고통을 받을 줄 알았다면, 나는 3년 전에 누나를 보호했을 거야.”이 말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만약 그때, 다른 사람이 자신의 비위를 맞추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면, 만약 그 당시, 그녀에게 공정한 결론을 주려 했다면…… 그녀는 이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온몸에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다.“나는 네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자, 이런 일은 말하지 말자.”임유진은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검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요즘 그녀는 자주 이렇게 그의 머리를 만졌다.한지영은 약을 챙겨 돌아와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럼 나는 지하 주차장 쪽으로 가서 차를 가져올게. 그리고 혁이 씨는 유진이를 부축해 정문 쪽으로 가서 내 차를 기다려요.”“알았어요.”강지혁이 대답했다.한지영은 곧 차를 가지러 떠났다. 임유진은 옆에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81화

    “누나는 아주 가벼워.”강지혁이 솔직히 말했다. 임유진은 160여 센티미터였지만 그가 이렇게 업고 있으니 체중이 기껏해야 45키로를 넘지 않을 것으로 느껴졌다. 그는 앞으로 그녀에게 몸보신을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얼굴을 그의 등에 갖다 대니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업힌 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른다. 기억 속에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이렇게 자신을 업고 살았던 것 같았다.다만 그때의 기억은 너무 희미했다.“혁아, 난 네가 참 좋아.”그녀가 중얼거렸다.“그리고 누나는 또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거지?”그가 말했다.“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네가 정말 좋은 동생이라는 거야. 너 같은 동생이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해.”그녀가 말했다.애초에 이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동생으로 그녀의 곁에 있었지 않았던가? 그녀는 그에게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다.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가 정말로 그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강지혁이 임유진을 업고 병원 앞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영의 차가 나타났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자 한지영은 차에서 화를 내며 오늘 발생한 일을 말했다.강지혁은 이미 고이준으로부터 사건의 대략적인 경과를 알게 되었지만 한지영이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표정이 굳어버렸다.“소민영은 정말 너무해요. 처음에는 악의적으로 점원에게 우리를 내쫓으라고 한 것도 모자라 고의로 이렇게 사람을 넘어지게하다니. 유진이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마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한지영은 이가 갈릴 정도로 미워했다.“소민영은 뒤에 소 씨 가문이 있다는 것을 믿고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거예요!”“소 씨 가문…….”강지혁은 가볍게 읽으면서 조롱 섞인 말투로 물었다.“소 씨 가문은 왜요?”“휴, 혁이 씨, 혁이 씨 정말 소 씨 가문을 업신여기지 말아요.”비록 욕은 욕이지만 한지영은 사실을 설명했다.“소 씨네 가문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82화

    임대주택에서 강지혁은 임유진을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혀놓은 뒤 이미 식은 음식을 다시 데웠다.강지혁의 바쁜 모습을 보자 한지영은 오히려 강지혁에 대한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유진이가 이렇게 낯선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분명 유진이에게 잘해주고 있었다.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친구를 돌봐준다면 한지영도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한지영이 돌아간 뒤 강지혁과 임유진은 간단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식사 후에 임유진이 치우려 하자 강지혁이 말했다.“내가 치우면 돼. 누나는 많이 움직이지 마.”임유진은 자신이 오히려 한가한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강지혁은 정리를 마치고 또 임유진에게 물었다.“누나 화장실에 갈래?”“뭐?”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붉혔다.“갈래, 안 갈래?”그가 말했다. 아주 평범한 질문을 던진 듯 했다.그녀는 난감한 얼굴을 하더니 결국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래서 그는 그녀를 안고 화장실로 간 다음 다시 물러났다.“다 됐으면 나를 불러.”그가 말했다.“…… 알았어.”그녀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그녀가 줄곧 화장실에 가지 않은 것까지 그가 알아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화장실을 나서자 강지혁은 또 임유진을 의자까지 안아갔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사실 나 스스로 갈 수 있어. 한쪽 발이 조금 금 갔을 뿐, 다른 한쪽 발은 괜찮아.”“의사가 조금씩 걸을 수 있으면 조금씩 걸으라고 했어.”그가 말했다.“아니면, 누나는 내가 이렇게 누나를 돌봐주는 게 싫은 거야?”“아니…… 그런 건 아니야.”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그는 살짝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가볍게 어루만졌다.“나는 누나가 다치는 게 싫지만 누나가 이렇게 나에게 의지하는 것이 좋아.”“의지?”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래, 나한테 의지해. 누나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안아서 갈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가. 난 누나가 나한테 의지하는 게 좋아.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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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해고되고 수입이 없다면 임대료랑 먹고 살 돈을 어디서 구해…….”“내가 있잖아!”그가 말했다.“내가 돈을 벌어서 누나를 먹여 살릴 테니 누나는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임유진은 물끄러미 눈앞의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매일 자질구레한 일만 할 뿐 돈을 전혀 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이렇게 말하니 오히려 예전에 느껴본 적 없는 든든함이 생겼다.그녀의 생활은 결코 혼자가 아니고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아직 혁이에게 의지할 수 있다.“전화해.”그는 직접 그녀의 핸드폰을 그녀의 눈앞에 건네주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환경위생과에서 환경미화원들을 관리하는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휴가를 신청하면 괴롭힘을 당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휴가를 일주일이나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팀장은 뜻밖에도 아무렇지 않게 승낙했다. 일주일이 부족하면 2주일을 쉬어도 된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은 여전히 지급될 것이라고 그녀의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임유진은 전화를 끊은 뒤에도 의아한 표정을 유지한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팀장님이 내가 휴가 내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모르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휴가 신청에 동의한 거잖아.”강지혁은 말하면서 계속 발을 씻겨주었다.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발등, 발뒤꿈치, 발가락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있어 그녀는 좀 쑥스러웠다.여태껏 남자가 그녀의 발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없다. 애초에 소민준조차 없었다.그의 큰 손이 그녀의 발을 받치고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발을 감쌌을 때, 그녀의 얼굴은 갑자기 벌겋게 상기되었고, 피가 모두 머리 위로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얼굴은 심하게 뜨거웠다.“아…… 됐어, 내가 닦으면 돼!”그녀는 그의 손바닥에서 발을 빼려고 움직였다.그러나 그의 다섯 손가락은 여전히 그녀의 발을 감싸고 있었다.“내가 닦으면 돼. 누나는 움직이지 마.”그가 말했다.그녀는 어색해서 한동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84화

    저녁에 강지혁은 임유진의 낮은 비명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가 불을 켜자 그녀가 편안하게 자지 못하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다만 이 소리가 너무 희미해서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누나!”그는 그녀를 부르며 손을 들어 이마를 만져보았는데, 그녀의 이마에 이미 식은땀이 났고,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강지혁은 재빨리 따뜻한 물로 수건을 적셔 유진의 이마를 닦았다.그리고 임유진은 두 눈을 꼭 감고 입으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그가 아무리 그녀를 불러도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그는 얇은 입술을 깨물고 초조하고 불안한 느낌이 몸에 가득 차올랐다. 심지어 그순간 어떻게 해야 그녀를 좀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지 몰랐다.한 여자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핸드폰을 꺼낸 그는 비서 고이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하여 새벽 2시에 고 비서는 BOSS의 전화를 받았다.“당장 의사를 데리고 임대주택으로 와. 유진이가 열이 나.”강지혁의 목소리에 은근한 초조함을 띠었다.“지금요?”고이준은 깜짝 놀랐다.“그래, 지금.”강지혁이 말했다.고이준은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서둘러 의사에게 연락한 뒤 한밤중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 의사를 임대주택으로 데려다줄 수밖에 없었다.문을 두드릴 때 고이준은 특별히 조심스러웠다. 상사는 진짜 신분을 임유진에게 들키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 말이다.문이 열리자 강지혁은 몸을 옆으로 돌려 의사와 고이준을 직접 방으로 들여보냈다.들어가자마자 고이준은 임유진이 침대에 누워있고 두 눈이 감겨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한 번 봐봐요, 그녀가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방금 내가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를 깨울 수 없었어요.”강지혁이 말했다.고이준은 상사가 평소의 냉정함을 잃은 것 같다고 느꼈다.고이준이 데려온 그 의사는 경험이 풍부한 가정 의사였다. 비록 상대방은 강지혁의 신분을 모르지만 고이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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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연신은 앞머리를 전부 깔끔하게 뒤로 넘긴 채 검은색 슈트 셋업을 입고 있었다. 아까 한지영이 인터넷을 검색하며 봤던 기자들 앞에서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었다.그래서일까, 한지영은 백연신이 눈앞에 있는 게 어쩐지 조금 현실감이 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이상한 느낌도 들었다.백연신과 한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러기를 몇 분, 더는 못 참겠던지 한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12시가 넘었어요.”“알아.”그리고 곧이어 백연신의 입에서도 말이 흘러나왔다.‘안다고? 아는 사람이 왜 안 나가고 계속 거기 앉아있어? 아니, 애초에 내 방에는 왜 들어온 거야?’한지영은 이해를 못한 채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이 집은 원래 그의 것이라는 깨닫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늦었는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왔어요?”“너 보러.”백연신은 이 방에 들어온 뒤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한지영을 바라보았다. 그저 자는 얼굴을 바라만 보는 건데도 마음이 녹고 또 행복했다.한지영의 잠버릇은 여전했다. 또 어떤 기이한 꿈을 꾸는지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왔다 갔다 했다가 갑자기 이를 갈고, 또 어느 순간에는 헤벌쭉 웃어댔다.전에 그와 함께 취침했을 때와 다를 거 하나 없었다.그래서 더 좋았다.“잘 자더라.”백연신이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어. 다음에는 킹사이즈 침대로 주문할까 봐. 그러면 쉽게 떨어지지 못하겠지.”한지영은 그의 말에 땀이 삐질 흘렀다.‘고작 나 자는 거 보려고 이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낮에 고은채 씨 기자회견 봤어요. 이제 다 해결됐으니까 이만 집으로 돌아가도 되죠?”한지영은 화제를 돌렸다. 언제쯤 돌아갈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그렇게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당연한 거 아니에요? 행동을 제한받은 채로 생활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없잖아요.”백연신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한지영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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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연신과 고은채가 진작 헤어진 거라면 한지영은 파렴치한 상간녀도 아니고 염치없는 세컨드도 아니니까.“응, 아마도.”한종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영아, 이제 사건도 일단락됐으니까 밖에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 언제쯤 집에 갈 수 있는지.”“근데 여보, 연신이 말이에요. 혹시 우리 지영이한테 아직 마음이 남아있는 거 아닐까요? 지영아, 너 혹시 연신이랑 다시 잘해볼...”“엄마, 전에도 말했잖아요. 백연신 씨와는 두 번 다시 사귈 일 없다고. 그러니까 괜한 생각하지 마세요.”한지영이 단호한 목소리로 이해영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이해영은 그런 딸의 태도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사실 그녀는 처음 봤을 때부터 백연신을 꽤 좋게 보고 있었으니까. 물론 한지영이 아플 때 헤어짐을 고한 건 지금 생각해도 괘씸하지만 근 5년간 딸이 남자와의 만남을 피해온 것도 그렇고 백연신이 얼마 전에 한지영의 손을 사라진 것도 그렇고 어쩌면 두 사람 모두 아직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그래, 그만해. 그놈이 뭐가 좋다고 다시 우리 지영이와 이어주려고 그래? 지영이가 병상 위에 있을 때 헤어지자고 했던 놈이야. 아무리 지금 잘나간다고 해도 나는 그놈한테 우리 지영이 못 줘! 그놈 아니면 우리 딸이 시집 못 간다고 해도 평생 내가 끼고 살고 말지 그놈한테는 안 줘!”한종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그냥 해본 말이에요. 나라고 뭐 우리 지영이 안 소중한 줄 알아요?”한종훈과 이해영 사이에 팽팽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한지영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말렸다.“자자, 그만 해요. 두 분 다 이곳에 오래 갇혀 있어서 지금 많이 예민해진 것 같아요. 아빠 말대로 이제 사건도 일단락됐으니까 내가 이따 밖에 있는 경호원한테 언제쯤 나갈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내 생각에는 아마 내일쯤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하지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경호원에게 언제쯤이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냐고 묻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3화

    사람들은 두 가문이 파혼이라는 결말을 맺을 거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은채는 어제 기자들에게 오늘 오후 정식 기자 회견을 열겠다고 했던 터라 지금 비장한 얼굴을 한 채 기자들 앞에 앉아 있다.“사실 저와 백연신 씨는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고 제 현재 남자친구는 기사에서 언급됐던 그분입니다. 백연신 씨와 헤어진 걸 알리지 않았던 건 부모님이 저와 제 남자친구와의 사이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백연신 씨에게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때까지만 저의 남자친구인 척해주면 안 되냐고 했고 백연신 씨는 이에 동의했습니다.”고은채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내뱉었다.“이번 일은 다 제 잘못입니다. 제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백씨 가문이 곤란해지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반인 여성에게까지 피해가 갔습니다. 정략결혼 얘기는 저희 부모님이 저희 둘 모르게 공표한 것으로 저와 백연신 씨의 의사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결혼 파기를 빨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불필요한 타격을 입고 상처를 받았을 백씨 가문과 한지영 씨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백연신 씨와의 결혼은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라는 것을, 백연신 씨와는 진작에 헤어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고은채는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미리 준비해둔 대사를 전부 다 읽어낸 후 진중하면서도 가녀린 얼굴로 기자들을 바라보았다.지금 그녀가 챙길 수 있는 거라고는 사랑만큼은 진심이었다는 이미지밖에 없었으니까.“그럼 결혼은 지금 남자친구분과 하실 예정인 건가요? 부모님께서 다시 반대하시지 않겠어요?”기자 한 명이 손을 들며 물었다.“결혼은... 당연히 지금 남자친구와 할 생각입니다. 부모님도 시간이 흐르면 저와 남자친구 사이를 예쁘게 봐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만에 하나 계속 반대하신다 해도 헤어질 생각은 없습니다.”고은채는 겉으로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반대도 무릅쓰고 끝까지 갈 것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2화

    백연신은 차창을 통해 한지영이 머무르고 있는 1층 방의 창문을 바라보았다.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게 만든 자신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는지 같은 질문이 절로 떠올랐다.“안 올라가십니까?”기사가 물었다.“응, 이렇게 보는 거로도 충분해.”백연신은 말을 하며 계속해서 아파트 창문에 시선을 고정했다.내일이면 한지영에게 씌워진 오명을 전부 다 벗겨낼 수 있다....다음날.인터넷은 고은채의 기사로 난리가 났다.한 기자가 고은채에게 백연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그것도 여러 명이 있었다며 폭로했기 때문이다.그중 제일 화제가 된 남자는 지하 클럽에서 호스트로 활동했었던 남자였다. 그 남자는 고은채를 만난 후 아주 오랜 기간 그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왔고 그 덕에 현재는 억 소리가 나는 별장에서 살고 있다고 하며 외출할 때도 꼭 경호원을 한 명씩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고은채의 기사를 폭로한 기자는 이것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라며 자신의 수중에는 인터넷에 공개된 그녀가 남자와 끌어안고 키스하는 수위가 약한 사진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해괴망측한 취향이 가득 담긴 사진도 다수 있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아무것도 모른 채로 백연신의 별장에서 석방된 고은채는 기자들의 손에 들린 사진과 그들의 질문을 통해 아주 빠르게 알아챘다. 지금 이건 백연신이 짠 각본이라는 것을.그녀와 친밀한 사이라고 소개된 호스트는 확실히 그녀의 파트너가 맞다. 백연신의 철벽으로 풀지 못했던 욕망을 어디든 분출해야만 했으니까.아마 기자가 공개하지 않은 사진에는 그녀가 남자의 무릎을 꿇리고 개처럼 바닥을 기게 하는 등의 모습이 찍혔을 것이다.하지만 고은채가 호스트와 놀아난 건 2년 전의 일이었다. 하이에나 같은 기자가 아무런 요구도 해오지 않고 그 사진들을 2년이나 간직하고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즉, 해당 사진들은 기자가 자기 힘으로 입수한 사진이 아닌 백연신에게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1화

    당시의 백연신은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고는 고은채 밖에 없었고 고은채는 고고하게 고개를 치켜든 채 뭐든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있었다.그녀가 도와줘야 백연신이 살 수 있고 또 그녀가 도와줘야만 백연신은 앞으로도 훨훨 날아오를 수 있었다.자신이 우월하다는 감각에 취한 탓일까, 고은채는 홧김에 그에게 한지영을 구해주는 대신 자기 옆에 있으라고 했다. 이제껏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이 남자를 지금에야말로 자기 발밑에 무릎을 꿇리고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백연신이 한지영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 그녀는 그의 육체라도 곁에 묶어둔 것에 환희를 느꼈다. 어차피 마음 같은 건 시간의 흐르면 당연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백연신은 어느샌가 그녀의 손아귀에서 점점 벗어나 있었고 형세는 완전히 뒤집혀버렸다.고은채는 백연신이 미련 없이 몸을 돌리자 그의 뒷모습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다시 그 여자랑 잘 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과 그 여자의 인연은 이미 5년 전에 끝이 났어. 두 번 다시 이어질 수 없다고!”백연신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말 따위는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말이다.고은채는 백연신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고씨 가문에 살길이 터진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가문이 재기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힘을 모으는 것뿐이다.내일부터 꽤 치욕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 말이다.고은채는 한지영의 루머를 바로잡아주고 백연신과 합의 하에 파혼한 것처럼 연기해야 할 생각만 하면 벌써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백연신의 차량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서서히 별장에서 멀어졌다.운전기사는 룸미러를 통해 백연신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디서 모실까요?”백연신은 몇 초간 가만히 있더니 이내 한지영이 현재 살고 있는 주소로 향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시트에 등을 기댔다.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다.생각해보면 그는 어릴 때부터 어느 한순간 피곤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50화

    “뭐...?”고은채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백연신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때만을 기다려온 사람이 갑자기 죽여야 하는 상대에게 살길을 터주겠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내가 돈을 빌려주면 해진 그룹은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만큼은 사수할 수 있을 거야.”백연신의 말에 고은채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그의 말을 달리하면 고씨 가문은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잃게 된다는 뜻이었다.그리고 그렇게 되면 고씨 가문은 더 이상 부유층이 아니게 되고 한순간에 지위가 하락하게 된다.‘아니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만 제대로 사수해도 다시 재기할 가능성이 생겨!’“원하는 게 뭐야? 이유도 없이 자금을 빌려주지는 않을 거 아니야.”고은채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걸 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내가 원하는 건 우리 둘의 결혼 파기야.”백연신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고은채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빈정거리며 웃었다.“결혼 파기? 우리 집안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결혼 파기 그까짓게 안 될까 봐 무서워?”“나는 네가 직접 사람들에게 우리 결혼은 합의하에 없던 일이 된 거라고 하길 원하는 거야. 그리고 지영이가 그런 모욕적인 오명을 쓰게 된 것도 네 입으로 직접 해명하길 원하고.”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고은채는 머릿속을 스친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순간 눈을 크게 떴다.“설마... 파워팰리스 프로젝트로 딜을 하려는 게 한지영 때문이야?”“아니면? 내가 그 이유 말고 너희 가문에게 살길을 터줄 이유가 또 있어?”고은채의 두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그도 그럴 게 백연신은 지금 고작 한지영 하나 때문에 몇조가 되는 이익을 포기한다고 하고 있으니까.‘그렇게 오래 판을 짜놓고 이제 와서 여자 하나 때문에 이익을 포기하고 후환까지 남겨둔다고...? 미친 거야?’고은채는 이쯤 되니 백연신이라는 남자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안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9화

    강지혁은 불안한 만큼 더욱더 강하게 임유진을 몰아붙였다. 그러다 갑자기 입술을 떼더니 임유진의 눈을 마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만 내 곁에 있으면 나는 하나도 안 아파... 그러니까 날 떠나지 마.”그러고는 또다시 입술을 부딪치며 마치 그녀의 모든 걸 다 집어삼키려는 듯 폭풍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백연신 씨, 당신 이거 납치야.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거라고! 우리 부모님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날 내보내!”고은채는 백연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쳐댔다.이곳에 갇혀있는 동안 그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휴대폰도 압수당한 바람에 그녀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너희 부모님은 지금 너희 집안에 떨어진 불똥 때문에 그거 처리하느라 널 챙길 여유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미 너희 부모님한테 따님이 현재 내 별장에 있다고 얘기했어.”백연신은 소파에 앉으며 느긋한 태도로 얘기했다.“불똥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고은채가 급 심각해진 얼굴로 물었다.이에 백연신은 부하직원에게 눈빛을 보냈고 부하직원은 리모컨을 들어 거실에 있는 티비를 켰다. 모니터 속에서는 요 며칠 해진 그룹과 고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도한 뉴스들이 편집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고은채는 굳은 얼굴로 영상을 계속해서 바라보다 마지막에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몸을 덜덜 떨었다.‘대체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우리 집안을 완전히 망하게 할 생각이야?’“지금껏 쥐새끼처럼 몰래 움직이면서 뒤에서 칼을 갈고 있었던 거야?!”고은채는 분노로 범벅된 얼굴로 백연신을 바라보았다. 고씨 가문이 며칠 사이에 이렇게까지 무너진 걸 보면 꽤 오랜 기간 이 상황을 준비한 게 틀림없었다.그녀는 그가 정성스럽게 판을 짜는 동안 조금의 의심도 없이 아직도 자신이 모든 걸 주무르고 있다고 착각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8화

    “너는 그 기억을 영영 되찾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강지혁의 질문에 임유진은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그가 말하는 기억이 절벽에서의 일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이곳으로 돌아온 그 날 고이준에게서 들었으니까.강지혁은 두 눈을 임유진에게 고정한 채 그녀의 반응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가만히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더니 이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닌 현재야. 그리고 나는 고통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을 과거라면 차라리 이대로 영원히 기억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라도 괜찮다는 소리야?”“응.”임유진은 고통스러운 과거로 서로가 고통을 받느니 차라리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리면 당시의 고통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같은 건 영원히 알지 못한 채로 살 수 있게 될 테니까.임유진은 말을 마친 후 손을 뻗어 강지혁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혁아, 기억을 회복하는 것도 좋지만 무리는 하지 마. 네 몸을 축내면서까지 과거 일을 떠올리지 말라는 소리야. 나는 네가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으니까.”강지혁은 그녀의 말에 머리가 다시금 아파 왔다.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뱉어져 나온 순간 마치 거대한 돌덩이가 심장을 꽉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네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잘 살 수 있겠어...”강지혁은 자기가 말하고는 자기가 더 놀랐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대체 왜?왜 이 말이 이토록 익숙한지, 왜 이 말을 수백 번은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언제 이런 말을 한 거지? 임유진이 절벽에서 떨어지고 난 뒤에?강지혁은 기억을 헤집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머리는 점점 더 아파져 왔다.게다가 이제는 얼굴이 창백하게 굳고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맺히며 고통스러운 신음까지 멋대로 흘러나왔다.임유진은 상태가 점점 더 심각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647화

    소민아는 양 볼이 퉁퉁 부은 채로 씩씩거리며 딸과 함께 저택에서 나왔다.임유진은 율이와 현이를 씻긴 후 방으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현이는 많이 피곤했던 건지 엄마와 오빠에게 번갈아 뽀뽀한 후 금세 잠자리에 들었다.율이는 동생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진지한 얼굴로 임유진에게 말했다.“나는 엄마가 계속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임유진은 아이의 말에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무래도 소민아가 엄마 자리를 꿰차고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던 모양이다.“걱정하지 마. 너희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를 너희 엄마라고 데려오지 않을 테니까.”아이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러고는 굿나잇 인사를 한 후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임유진은 천사 같은 아이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아이들을, 이 가정을,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무슨 수를 써서든 꼭 지켜주고 싶었다....침실로 돌아온 임유진은 강지혁이 눈을 질끈 감은 채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는 걸 보고 빠르게 그쪽으로 달려갔다.“왜 그래? 또 두통이 도진 거야?”강지혁은 걱정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 몸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임유진은 그의 눈빛에 어려있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 조금 놀라며 물었다.“혁아, 무슨 일...”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혁아.”임유진은 그런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물었다.“또 머리가 아파?”강지혁은 한참을 침묵한 뒤에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방금 머리에 통증이 일었을 때 그는 그의 요구로 종일 경호원들을 뒤에 붙인 채로 있어야만 했던 임유진의 모습을 기억해냈다.아무리 임신 중이라 걱정이 됐다고 해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 이건 마치 그녀가 떠날 아주 조금의 틈조차도 주지 않으려는 듯한 무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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