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입에서 ‘강지혁’이라는 세 글자를 말했을 때, 그의 몸은 자기도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다.“강지혁을 미워한다고?”그가 중얼거리며 물었다.그녀는 조금 탄식하며 말했다.“하긴, S 시에서 누가 그를 모르겠어. 그 교통사고에서 죽은 사람은 강지혁의 약혼녀 진애령이었어. 그의 약혼녀가 죽었으니 나의 결말은 당연히 좋지 않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에게 아부하고 싶어 하는지, 아마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우물에 빠진 나에게 돌을 던졌겠지.”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 그녀는 자신을 조롱하며 말했다.“가끔 나는 그때 나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진애령이 아니었다면 내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 그러면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지 않고 그런 일을 겪지 않았을 거잖아.”그녀는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았지만, 현재 이런 담담한 말투 때문에 강지혁은 오히려 가슴을 쥐어뜯을 만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그녀가 받은 고통의 반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그는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응시했다.“누나가 그렇게 많은 고통을 받을 줄 알았다면, 나는 3년 전에 누나를 보호했을 거야.”이 말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만약 그때, 다른 사람이 자신의 비위를 맞추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면, 만약 그 당시, 그녀에게 공정한 결론을 주려 했다면…… 그녀는 이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온몸에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다.“나는 네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 자, 이런 일은 말하지 말자.”임유진은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검은 머리를 쓰다듬었다.요즘 그녀는 자주 이렇게 그의 머리를 만졌다.한지영은 약을 챙겨 돌아와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럼 나는 지하 주차장 쪽으로 가서 차를 가져올게. 그리고 혁이 씨는 유진이를 부축해 정문 쪽으로 가서 내 차를 기다려요.”“알았어요.”강지혁이 대답했다.한지영은 곧 차를 가지러 떠났다. 임유진은 옆에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누나는 아주 가벼워.”강지혁이 솔직히 말했다. 임유진은 160여 센티미터였지만 그가 이렇게 업고 있으니 체중이 기껏해야 45키로를 넘지 않을 것으로 느껴졌다. 그는 앞으로 그녀에게 몸보신을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얼굴을 그의 등에 갖다 대니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업힌 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른다. 기억 속에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이렇게 자신을 업고 살았던 것 같았다.다만 그때의 기억은 너무 희미했다.“혁아, 난 네가 참 좋아.”그녀가 중얼거렸다.“그리고 누나는 또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거지?”그가 말했다.“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네가 정말 좋은 동생이라는 거야. 너 같은 동생이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해.”그녀가 말했다.애초에 이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동생으로 그녀의 곁에 있었지 않았던가? 그녀는 그에게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다.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가 정말로 그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강지혁이 임유진을 업고 병원 앞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영의 차가 나타났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자 한지영은 차에서 화를 내며 오늘 발생한 일을 말했다.강지혁은 이미 고이준으로부터 사건의 대략적인 경과를 알게 되었지만 한지영이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표정이 굳어버렸다.“소민영은 정말 너무해요. 처음에는 악의적으로 점원에게 우리를 내쫓으라고 한 것도 모자라 고의로 이렇게 사람을 넘어지게하다니. 유진이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마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한지영은 이가 갈릴 정도로 미워했다.“소민영은 뒤에 소 씨 가문이 있다는 것을 믿고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거예요!”“소 씨 가문…….”강지혁은 가볍게 읽으면서 조롱 섞인 말투로 물었다.“소 씨 가문은 왜요?”“휴, 혁이 씨, 혁이 씨 정말 소 씨 가문을 업신여기지 말아요.”비록 욕은 욕이지만 한지영은 사실을 설명했다.“소 씨네 가문은
임대주택에서 강지혁은 임유진을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혀놓은 뒤 이미 식은 음식을 다시 데웠다.강지혁의 바쁜 모습을 보자 한지영은 오히려 강지혁에 대한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유진이가 이렇게 낯선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분명 유진이에게 잘해주고 있었다.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친구를 돌봐준다면 한지영도 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한지영이 돌아간 뒤 강지혁과 임유진은 간단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식사 후에 임유진이 치우려 하자 강지혁이 말했다.“내가 치우면 돼. 누나는 많이 움직이지 마.”임유진은 자신이 오히려 한가한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강지혁은 정리를 마치고 또 임유진에게 물었다.“누나 화장실에 갈래?”“뭐?”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붉혔다.“갈래, 안 갈래?”그가 말했다. 아주 평범한 질문을 던진 듯 했다.그녀는 난감한 얼굴을 하더니 결국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래서 그는 그녀를 안고 화장실로 간 다음 다시 물러났다.“다 됐으면 나를 불러.”그가 말했다.“…… 알았어.”그녀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그녀가 줄곧 화장실에 가지 않은 것까지 그가 알아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화장실을 나서자 강지혁은 또 임유진을 의자까지 안아갔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사실 나 스스로 갈 수 있어. 한쪽 발이 조금 금 갔을 뿐, 다른 한쪽 발은 괜찮아.”“의사가 조금씩 걸을 수 있으면 조금씩 걸으라고 했어.”그가 말했다.“아니면, 누나는 내가 이렇게 누나를 돌봐주는 게 싫은 거야?”“아니…… 그런 건 아니야.”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그는 살짝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가볍게 어루만졌다.“나는 누나가 다치는 게 싫지만 누나가 이렇게 나에게 의지하는 것이 좋아.”“의지?”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래, 나한테 의지해. 누나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안아서 갈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가. 난 누나가 나한테 의지하는 게 좋아. 그래서……
“하지만 해고되고 수입이 없다면 임대료랑 먹고 살 돈을 어디서 구해…….”“내가 있잖아!”그가 말했다.“내가 돈을 벌어서 누나를 먹여 살릴 테니 누나는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임유진은 물끄러미 눈앞의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매일 자질구레한 일만 할 뿐 돈을 전혀 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이렇게 말하니 오히려 예전에 느껴본 적 없는 든든함이 생겼다.그녀의 생활은 결코 혼자가 아니고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아직 혁이에게 의지할 수 있다.“전화해.”그는 직접 그녀의 핸드폰을 그녀의 눈앞에 건네주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환경위생과에서 환경미화원들을 관리하는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휴가를 신청하면 괴롭힘을 당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휴가를 일주일이나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팀장은 뜻밖에도 아무렇지 않게 승낙했다. 일주일이 부족하면 2주일을 쉬어도 된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은 여전히 지급될 것이라고 그녀의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임유진은 전화를 끊은 뒤에도 의아한 표정을 유지한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팀장님이 내가 휴가 내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모르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휴가 신청에 동의한 거잖아.”강지혁은 말하면서 계속 발을 씻겨주었다.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발등, 발뒤꿈치, 발가락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있어 그녀는 좀 쑥스러웠다.여태껏 남자가 그녀의 발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없다. 애초에 소민준조차 없었다.그의 큰 손이 그녀의 발을 받치고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발을 감쌌을 때, 그녀의 얼굴은 갑자기 벌겋게 상기되었고, 피가 모두 머리 위로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얼굴은 심하게 뜨거웠다.“아…… 됐어, 내가 닦으면 돼!”그녀는 그의 손바닥에서 발을 빼려고 움직였다.그러나 그의 다섯 손가락은 여전히 그녀의 발을 감싸고 있었다.“내가 닦으면 돼. 누나는 움직이지 마.”그가 말했다.그녀는 어색해서 한동안
저녁에 강지혁은 임유진의 낮은 비명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가 불을 켜자 그녀가 편안하게 자지 못하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다만 이 소리가 너무 희미해서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누나!”그는 그녀를 부르며 손을 들어 이마를 만져보았는데, 그녀의 이마에 이미 식은땀이 났고,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강지혁은 재빨리 따뜻한 물로 수건을 적셔 유진의 이마를 닦았다.그리고 임유진은 두 눈을 꼭 감고 입으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그가 아무리 그녀를 불러도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그는 얇은 입술을 깨물고 초조하고 불안한 느낌이 몸에 가득 차올랐다. 심지어 그순간 어떻게 해야 그녀를 좀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지 몰랐다.한 여자 때문에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핸드폰을 꺼낸 그는 비서 고이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하여 새벽 2시에 고 비서는 BOSS의 전화를 받았다.“당장 의사를 데리고 임대주택으로 와. 유진이가 열이 나.”강지혁의 목소리에 은근한 초조함을 띠었다.“지금요?”고이준은 깜짝 놀랐다.“그래, 지금.”강지혁이 말했다.고이준은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서둘러 의사에게 연락한 뒤 한밤중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일어나 의사를 임대주택으로 데려다줄 수밖에 없었다.문을 두드릴 때 고이준은 특별히 조심스러웠다. 상사는 진짜 신분을 임유진에게 들키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 말이다.문이 열리자 강지혁은 몸을 옆으로 돌려 의사와 고이준을 직접 방으로 들여보냈다.들어가자마자 고이준은 임유진이 침대에 누워있고 두 눈이 감겨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한 번 봐봐요, 그녀가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방금 내가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를 깨울 수 없었어요.”강지혁이 말했다.고이준은 상사가 평소의 냉정함을 잃은 것 같다고 느꼈다.고이준이 데려온 그 의사는 경험이 풍부한 가정 의사였다. 비록 상대방은 강지혁의 신분을 모르지만 고이준이
그러나 곧 고이준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것은 그가 추측해서는 안 될 일이다.고이준은 임대주택 문을 살짝 닫았다. 에서 강지혁은 혼수상태에 있는 유진을 보면서 손에 든 약을 입술에 건네주었다.“착하지, 약 먹어.”하지만 그녀의 입술은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더 꽉 닫혀 있어 알약도 넣을 수 없으니 약을 먹인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강지혁은 얇은 입술을 거의 일직선으로 오므린 후 알약을 입에 물고 물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유진의 차가운 입술 옆에 다가갔다.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눌렀고, 혀끝이 그녀의 입술을 밀어 약을 그녀의 입으로 넣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는 이런 방식으로 그녀에게 약을 먹였다.비록 약이 이미 그녀의 입에 들어갔지만, 그는 그녀의 입술을 그리워하고 있다.일종의 탐욕 같기도 하고, 일종의 중독 같기도 하고, 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원했고 심지어…… 놓을 수 없고, 아쉬웠다…….“유진…….”그가 중얼거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갑자기 그녀는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천천히 두 눈을 떴다. 희미한 눈동자가 그의 몸에 떨어졌다.그는 멍하니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 순간에 긴장된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입을 벌리고 그를 향해 멍청하게 웃는 것이 보였다.“엄마, 착하게 있을게요. 엄마랑 함께 자고 싶어요.”“…….”그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아마 그녀는 지금 열이 나서 그를 그녀의 어머니로 착각한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미소는 앳되고 천진난만하지만 또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그녀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녀의 어머니는 바로 그녀가 그 집에서의 마지막 따뜻함이었을 것이다.강지혁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젖혔다. 그들 중 한 명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한 명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말하자면 정말 좀 비슷하다.“엄마, 같이 있어 줄래요? 얌전히 있을게요. 얌전히 있을…….”그녀는 눈을 반쯤 뜨고
소민영은 계속 일러바쳤다.소민준의 부모님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10억, 소 씨네 집에 있어서 이 돈은 비록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일반인에게는 큰돈이다.“민준아, 너 이게…….”소민준의 어머니는 의아해하며 아들을 바라보았다.“민영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물어봐요.”소민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민영이가 임유진에게 마음대로 가게에서 옷 한 벌을 고르라고 하며 그녀에게 선물한다고 했어요. 결국 임유진은 10억짜리를 골랐고 저는 단지 민영이가 저질러놓은 난장판을 수습한 것 뿐이에요.”“그녀가 고르면 다 사줘?”소민영은 씩씩거리며 말했다.“오빠, 왜 말을 안 해, 오빠는 근본적으로 임유진에 대해 감정이 남아 있어!”“나는 너의 목숨을 구하고 있어!”소민준은 정말 여동생의 뺨을 한 대 더 때리고 싶었다.소민영은 화가 나서 말했다.“임유진 따위가 날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웃겨.”“그래, 민준아, 너도 너무 심했어. 임유진 때문에 네 동생을 때리다니. 그 여자는 원래 재수 없는 여자야. 그렇지 않으면 그 여자 때문에 우리 집이 지금 강 씨 가문의 미움을 살까 봐 이렇게 노심초사할 필요가 있겠어?”소민영의 어머니가 딸을 도와 말을 했다.“엄마, 이 일은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그럼 어떻게 해!”소민준의 어머니가 반박했다.“임유진은 정신 차리지 못한 것 같아. 네가 결혼하려고 하는데, 또 너를 건드리는거야, 정말 뻔뻔스러워. 10억도 뻔뻔하게 가져간 거야?”그런 여자에게 10억을 줬다고 생각하니 소민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민준은 갑자기 일어섰다.“엄마, 왜 더 자세하게 물어보지 않아요? 민영이가 나중에 또 임유진에게 무엇을 했는지 알아요? 일부로 임유진의 발을 걸어 유진이가 에스컬레이터에서 굴러떨어지게 했어요!”“그럼 뭐 어때?”소민준의 어머니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상처를 좀 입었을 테지. 병원비는 얼마든지 우리 소 씨 가문이 내줄 수 있어. 이런 일 때문에 동생을 때릴 필요가
소민준은 강지혁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강지혁을 전혀 만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임유진이 사는 임대주택 앞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벤틀리 차 한대가 임대주택의 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있고, 누군가 임대주택에서 내려왔을 때 급히 차에서 내려 맞이했다.“강 대표님, 그 전의 일은 여동생이 철이 없는 것이니 부디 용서해주세요.”소민준은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소 씨 가문을 봐달라고요?”강지혁은 담담하게 콧방귀를 뀌었다.“제시하고 싶은 조건을, 얼마든지 얘기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요.”잘생긴 눈으로 차갑게 쳐다보는 순간, 소민준은 피가 멎는 느낌이 들었다. 강지혁의 눈빛은 마치 맹수처럼 느껴져 숨조차 감히 크게 쉬지 못했다.“그러고 보니 내가 신세를 진 것 같네요?”강지혁이 갑자기 말했다. “신세요?”소민준은 언제 강 대표님에게 신세를 지게 했는지 몰랐다.“이렇게 해요, 이번에 소 씨 가문을 봐줄 수 있어요. 소민영이 그쪽 약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돼요.”강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소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여동생을 약혼식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다. 비록 체면에 영향이 가지만 핑계를 대 얼버무릴 수 있으니 이 대가는 정말 아주 작다고 할 수 있다.“강 대표님 감사합니다.”소민준은 얼른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하지 마요, 내가 고마워해야죠.”강지혁은 한 손으로 소민준의 어깨에 걸치고 천천히 몸을 기울여 소민준의 귓가에 다가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리고 고마운 일이 또 있어. 그때 유진이와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헤어져서 고마워. 네가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좀 더 골치 아팠을 거야.”강지혁은 이 말을 평화롭게 했는데 마치 친구 사이의 잡담처럼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소민준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만약 애초에 그가 임유진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은 강지혁이 대적하려는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설마 이것이 강지혁이 방금 말한 그 신세를 졌다는 것인가?강지혁이 주택단지를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