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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소민준은 강지혁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강지혁을 전혀 만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임유진이 사는 임대주택 앞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벤틀리 차 한대가 임대주택의 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있고, 누군가 임대주택에서 내려왔을 때 급히 차에서 내려 맞이했다.

“강 대표님, 그 전의 일은 여동생이 철이 없는 것이니 부디 용서해주세요.”

소민준은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소 씨 가문을 봐달라고요?”

강지혁은 담담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제시하고 싶은 조건을, 얼마든지 얘기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요.”

잘생긴 눈으로 차갑게 쳐다보는 순간, 소민준은 피가 멎는 느낌이 들었다. 강지혁의 눈빛은 마치 맹수처럼 느껴져 숨조차 감히 크게 쉬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신세를 진 것 같네요?”

강지혁이 갑자기 말했다.

“신세요?”

소민준은 언제 강 대표님에게 신세를 지게 했는지 몰랐다.

“이렇게 해요, 이번에 소 씨 가문을 봐줄 수 있어요. 소민영이 그쪽 약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돼요.”

강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소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여동생을 약혼식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다. 비록 체면에 영향이 가지만 핑계를 대 얼버무릴 수 있으니 이 대가는 정말 아주 작다고 할 수 있다.

“강 대표님 감사합니다.”

소민준은 얼른 말했다.

“나한테 고마워하지 마요, 내가 고마워해야죠.”

강지혁은 한 손으로 소민준의 어깨에 걸치고 천천히 몸을 기울여 소민준의 귓가에 다가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고마운 일이 또 있어. 그때 유진이와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헤어져서 고마워. 네가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좀 더 골치 아팠을 거야.”

강지혁은 이 말을 평화롭게 했는데 마치 친구 사이의 잡담처럼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소민준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만약 애초에 그가 임유진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은 강지혁이 대적하려는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설마 이것이 강지혁이 방금 말한 그 신세를 졌다는 것인가?

강지혁이 주택단지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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