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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강지혁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지혁에겐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고이준은 이런 지혁도 부드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알고있다. 예를 들어 임유진에게 전화를 걸 때와 같은 상황에서 였다.

이준은 강 대표의 눈은 늘 차가운 게 아니라 예외인 경우도 있다는 그때 알아차렸었다.

“대표님, 차는 이미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이준이 말했다.

“그럼 이만 나가지.”

지혁이 덤덤하게 말했다.

오늘 밤엔 소씨 가문과 진씨 가문, 양가의 약혼식이 있었다. 전에는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소민준, 유진과 만났었던 남자. 유진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혁은…… 일말의 가능성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유진과 민준이 다시 만날 가능성이 단 1%도 없었으면 했고, 오늘 밤 이야말로 그 남은 1%의 가능성마저 말살되는 날이었다.

그러니 이 약혼식을 지혁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

유진은 전셋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따분한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들고 무료하게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었다.

오늘 모든 소셜 미디어에서 소씨 가문과 진씨 가문의 약혼식에 대한 기사를 떠들썩하게 말하고 있었다. 비록 약혼식에 불과했지만 재벌에게 있어 이러한 약혼식은 거의 결혼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약혼식은 결혼 전의 작은 절차일 뿐이었다.

유진은 기사에 실린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민준이 꿈에 그리던 약혼식 사진이었다.

하얀색 예복을 입은 진세령과 하얀색 턱시도 차림의 민준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한 쌍의 어울리는 커플 같아 보였다.

기사 아래로 수많은 사람이 부러운 마음을 담은 댓글을 썼다.

“잘생기고 예쁘고 돈 많은 사람들의 약혼이라, 정말 재벌의 스케일은 다르네!”

“너무 어울린다.”

“진세령이 고른 남자인데 당연히 대단한 사람이겠지!”

세령의 팬들은 오늘의 약혼식이 얼마나 호화로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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