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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임유진은 이 말을 꺼냈을 때 강지혁의 몸이 조금 뻣뻣해진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누나는 강지혁을 만나보고 싶어요?”

지혁이 물었다.

“만나보고 싶긴. 애초에 나와 다른 세상 속 사람인 걸 뭐.”

유진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슈트 입은 강지혁의 뒷모습이 왠지 네 뒷모습이랑 비슷해 보였어. 그러니까 우리 혁이가 슈트를 입으면 얼마나 예쁠지 상상이 가더라고.”

지혁은 몰래 입술을 오므렸다.

그러자 유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돈 좀 모아서 봄이 되면 정장 한 벌 사자. 면접에서 정장 입으면 얼마나 좋아.”

“누나, 언젠가 강지혁을 만나게 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지혁이 뜬금없는 물음을 했다.

유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유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픽 웃음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날 이만 놓아 달라고 할 거야.”

그 말에 지혁이 조금 멍하니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것 뿐이야?”

“그래.”

유진이 대답했다.

“누나는 자신이 억울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강지혁에게 사실을 알려야지.”

“소용없어. 한지영이 나를 돕겠다고 회사까지 찾아가 하루 종일 애원해도 만나주지 않았고 내가 수감 중일 때 매일 같이 편지를 써서 약혼녀의 죽음은 나와 상관이 없으니 제발 나를 놓아 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 깊은 바다에 조약돌을 던져봤자 가라앉을 뿐이야.”

유진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혁의 눈빛도 한층 차가워졌는데 표정으로는 지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아니다. 이미 지난 일은 그만 말하자. 적어도 출소 후에는 강지혁이 나한테 그 어떤 보복도 하지 않았는걸. 그게 아니라면 난 지금 미화원 일도 하지 못하겠지.”

유진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지혁은 갑자기 굳은 살 가득 배긴 유진의 손을 자기 손 위로 올려 체온을 나눴다.

이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유진이 억울하게 감옥에 가고 자신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들이 감옥에서 유진을 공격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지혁의 정체를 밝히는 날이 온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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