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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소민준은 몰래 발걸음 소리도 내지 않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약혼식이 시작되고 강지혁은 민준과 진세령이 약혼반지를 교환하고 소감을 전하는 모습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아마 내일 소민준과 진세령의 약혼식 사진이 공개되고 나면 임유진과 소민준은 정말 아무 가능성도 없는 사이가 되겠지.’

약혼식이 끝나고 두 사람을 향한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연회장을 벗어났다.

회색 벤틀리가 문 앞에 주차되어 있었다. 이어 고이준이 공손히 차 문을 열었고 지혁이 차에 올랐다.

“대표님, 지금 전셋집으로 돌아갈까요?”

이준이 물었다.

“그래.”

지혁은 편하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대답했고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오늘, 강현수의 새 여자친구가 가장 놀라운 발견이었다.

‘강현수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임유진의 배다른 동생 임유라일 줄이야.’

‘내가 보기엔 잘난 게 하나 없는 여자인데 현수는 대체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몰라.’

하지만 다른 사람의 연애사에 자신이 뭐라고 할 자격은 없었기에 지혁은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유라가 유진을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다시 만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유라가 유진의 손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유라는 그날로 천만 배의 수모를 받게 될 것이다.

“대표님, 진회장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먼저 자리를 비우신 게 어딘가 불쾌한 부분이 있어 그런 건 아닌지 걱정이 된 것 같습니다.”

이준이 운전하다가 입을 열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오늘 저녁 약혼식에서 불쾌한 부분은 없었다고, 그냥 몸이 불편해서 먼저 돌아간다고 전해줘.”

지혁이 대답했다.

‘임유진의 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정식으로 약혼한다는데 참석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차는 어느새 전셋집이 있는 동네에 도착했고 지혁이 차에서 내려 좁은 문 앞에 서서 열쇠를 꺼내 들었다.

방안에는 어두운 불빛 하나만이 비춰 들고 있었다.

유진은 그 어두운 빛을 빌려 뜨개질을 하고있었다. 지혁이 돌아오자 유진은 환하게 웃으며 지혁을 반겼다.

“돌아왔어?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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