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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되새겨보니 그녀 옷장엔 출근할 때 정장 말곤 소민준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만 들어있고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옷은 몇 벌도 안 됐다.

지난 인생은 저 자신보다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산 듯싶다.

“누나를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강지혁이 문득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만약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두 사람은 지금보다 예쁜 만남을 가졌을 텐데, 그러면 그녀가 3년 동안 감방 생활을 할 리도 없고 강지혁도 지금처럼 그녀에게 지난 일을 들킬까 봐 전전긍긍할 리도 없을 테니 말이다.

강지혁의 눈빛에 그녀가 알 수 없는 정서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가자, 이만.”

그는 말하면서 임유진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갔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라 그녀는 아침을 거르고 공복 상태로 병원에 가야 한다.

강지혁은 그녀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임유진은 어제 산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었는데 심플한 검은색 머리끈이 한결 정갈해 보였다. 어제처럼 머리끈 안의 하얀 고무줄이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강지혁은 그녀를 이토록 소중히 여기면서 왜 전에는 신경 쓰지 못했을까? 그는 어제 그녀의 머리끈에 흰 고무줄이 나온 걸 본 순간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예전에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 기분을 오직 그녀만 줄 수 있다. 이건 마치 ‘무수한 재부를 지녀도 여전히 그녀에게 닳아빠진 머리끈만 해주는’ 극심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았다.

애초에 임유진이 감방에 안 갔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텐데.

그녀가 지금처럼 초라해진 것은 전부 강지혁 때문이라곤 할 수 없어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

“머리끈 쓸 만 해?”

강지혁이 무심코 물었다.

“꽤 좋은데.”

가격은 확실히 비싸지만 노점상에서 산 것보다 품질이 훨씬 좋았다.

“그럼 됐어. 나중에 사람 시켜서 다른 브랜드 것도 더 사 오라고 할게.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누나가 한번 비교해봐.”

강지혁이 말했다.

“아니야, 어제 산 것도 한동안은 쓸 수 있어.”

임유진은 재빨리 그를 말렸다.

“내가 누나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 남자친구가 여자친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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