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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작가: 유진
강지혁은 그제야 팔에 힘을 풀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

“누나, 헤어지자는 말 영원히 하지 마. 그래 줄 수 있어?”

그는 고개 숙여 짙은 눈동자로 임유진을 쳐다봤다. 그 눈빛 속엔 그녀가 전혀 본 적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차 있었다.

마치 그녀가 이별을 고하면 어쩔 바를 몰라서 당혹감에 빠질 것만 같았다.

강지혁에게 그녀는 정말 이토록 중요한 존재일까? 만약에라도 헤어지잔 말을 못 할 정도로?!

임유진은 가슴이 꽉 막힐 것처럼 괴로웠다. 그녀는 저도 몰래 천천히 손을 들어 강지혁을 가볍게 안아주었다.

“그래, 혁아. 영원히 헤어지잔 말 안 할게.”

‘영원’이라는 다짐은 이렇게 그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녀는 심지어 이 다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지금은 단지 그의 이런 표정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녀도 마음이 괴로우니까.

...

오후에 임유진은 강지혁과 함께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건강검진 보고서가 나왔는데 중요한 문제점은 예전에 남은 상처들이었다. 비록 지금 다 나았지만 날씨가 흐리고 습해지면 관절이 시큰거렸다.

의사 말로는 장기적으로 치료하면 다 나을 거라고 한다.

제일 큰 골칫거리는 역시 그때 자궁을 다친 일이었다.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건의는 일단 몸조리를 하다가 어느 정도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수술해서 자궁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때 다시 임신을 고려해도 아예 가망이 없는 건 아니다.

“나 진짜 아이 가질 수 있어요?”

임유진은 흥분에 겨웠다. 줄곧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사치스러운 염원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염원이 현실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건 조리 후의 상황을 봐야 해요. 현재로선 확률이 30퍼센트입니다.”

전문의가 말했다.

30퍼센트란 다른 사람들에겐 아주 낮은 확률일지 몰라도 임유진에겐 엄청난 숫자였다.

“그럼 우선 몸조리부터 할게요.”

결국 강지혁이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은 후 임유진과 강지혁은 나란히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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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40화

    “네, 자극을 차단하면 기억을 회복하는 데 지장이 생기게 됩니다.”박건태가 말했다.사실 그는 당시 처음으로 그에게 약을 처방해 주려 했을 때도 오늘과 똑같은 말을 했었다.다만 그에 대한 대답이 오늘은 조금 달랐다.“그럼 약 처방은 받지 않는 것으로 하지.”“네?”박건태가 조금 벙찐 얼굴로 되물었다.‘약 처방을 받지 않겠다고? 그렇다는 건...’“기억을 되찾으실 생각이십니까?”“그래. 오래 잊어버리고 살았으니 이제 찾을 때도 됐지.”강지혁이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매번 더 심한 통증이 일 테고 그 통증으로 인해 회장님 몸이...”박건태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회장님, 사람의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고통의 한계는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그 한계선을 벗어나게 되면 어떤 상태가 될지 그 누구도 모릅니다.”강지혁의 기억은 일반 기억상실 환자들과 달리 기억을 되찾을 때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만약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사고라도 생기면 그때는 상상도 못 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강지혁이 입꼬리를 살짝 위로 올리며 웃는 듯 마는듯한 눈빛을 보냈다.“어디 한번 보고 싶네. 기억을 회복할 때의 통증이 더 강한지 내 몸이 더 단단한지 말이야.”박건태는 그 말에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를 몰랐다.눈앞에 있는 남자는 S 시 전체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고 또 대단한 남자다. 즉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S 시 전체가 하루아침에 모습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그런데 자기가 서 있는 위치를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이 남자는 자기 목숨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억을 회복하려고 하고 있다.분명히 4년 전에는 ‘그런 기억은 떠올리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약 처방해.’라고 했으면서 말이다.‘갑자기 왜 이런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거지? 혹시... 아까 봤던 살아 돌아온 사모님 때문인가? 하지만 정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9화

    “내가 누나야. 아까도 봐. 아빠가 엄마한테 누나라고 했잖아!”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이 했던 누나라는 소리를 자신들의 관계에도 적용하려는 아이의 말에 진땀이 다 났다.1층에서 누가 더 큰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때, 2층 서재에서는 강지혁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박건태는 강지혁에게서 두통이 시작된 계기와 통증의 정도를 확인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무래도 사모님의 말로 과거의 기억들이 자극을 받아 멋대로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 것 같습니다.”사실 박건태는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머릿속의 혼란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에 강지혁에게서 거실에 있던 여자가 바로 그의 사망한 아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으니까.만약 강지혁의 아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게 알려지면 매스컴은 물론이고 S 시 전체가 들썩일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렇게 되면 임유진은 S 시에 제일 꼭대기에 있는 여성이 될 테고 강지혁의 옆자리를 노리던 여자들은 닭 쫓던 개처럼 허망한 표정을 짓게 되겠지.“그럼 만약 앞으로도 그 여자가 예전을 떠올리게 할 만한 얘기를 하게 되면 또다시 오늘처럼 기억이 자극을 받아 두통이 일 거라는 소린가?”강지혁이 물었다.“그렇다고 봐야죠. 애초에 회장님의 두통이 시작된 계기도 사모님과의 짤막한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셨잖습니까. 그러니 사모님께서 돌아온 지금, 더더욱 그 기억이 자극을 받게 될 겁니다.”“그럼 내 기억이 완전히 다 회복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강지혁이 또 한 번 물었다.“그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다만...”박건태가 말을 흐렸다.“다만 뭐지?”“다만 이런 식으로 기억이 회복되면 회장님은 매번 고통스러울 겁니다. 오늘도 고작 한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 것만으로 머리가 찢어질 듯 아프셨다고 하셨잖습니까. 앞으로는 사모님과 점점 더 자주 얼굴을 마주할 텐데 그렇게 되면 두통의 빈도도 커질 테고 통증도 점점 더 심해질 겁니다.”박건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사람마다 체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8화

    여동생에게 안기면 이런 느낌인 건가?눈앞에 있는 여동생은 양녀로 들어온 또 다른 여동생과 많이 달랐다. 소안나는 매번 그를 보면 잘 보이려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멀리 떨어진 채 가까이 다가오는 걸 무서워했는데 눈앞에 있는 여동생은 그의 손을 덥석 잡는 것도 모자라 엄마처럼 그를 꼭 끌어안아 주기까지 했다.강선율은 아까 임유진도 밀쳐내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여동생의 포옹도 밀쳐내지 못하고 있었다.한편 임유진은 아이들이 꼭 끌어안은 채 감정을 나누는 모습에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강선율이 워낙 과묵하고 애어른 같은 면이 있는 아이라 조금 걱정이 됐는데 수다쟁이에 애교쟁이인 딸이 먼저 가까이 다가가 주니 둘 사이에 밸런스가 맞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었다.게다가 강선율의 반응을 보면 현이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잠시 후, 의사인 박건태가 저택에 도착했다.서둘러 소파로 다가온 박건태는 임유진과 강지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강지혁의 몸 상태를 살폈다.그런데 그때 강지혁이 서서히 두 눈을 뜨며 말했다.“이제 괜찮아졌어. 아까처럼 아프지 않아.”박건태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게 전에는 한번 아프면 적어도 몇 시간은 아팠었으니까. 그런데 집사에게서 전화를 받고 저택에 도착하기까지 고작 20분밖에 안 됐는데 전과 달리 정말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전혀 아픈 얼굴이 아니었다.‘증상이 전보다 괜찮아진 건가...?’“그래도 검사는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박건태의 노파심에 강지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2층으로 올라가 검사를 받았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올라간 뒤 집사를 향해 물었다.“혁이 저러는 거 자주 있는 일이에요?”“그게... 사모님께서 곁에 없으신 뒤로 자주 두통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셨어요. 근 2년간은 그래도 전보다 아프다고 하신 빈도가 줄었는데 오늘 갑자기 또 두통이 도졌네요. 아마 사모님을 봬서 두통이 재발한 것 같아요.”집사가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그리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7화

    ‘누나’라는 두 글자가 나왔을 때 임유진과 강지혁의 몸이 동시에 움찔했다.임유진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누나’라는 소리에 조금 벙찐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당시의 강지혁은 그녀와 연인이 되어서도 가끔 둘만 있을 때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다.그에게는 그녀가 단지 ‘사랑하는 여자’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이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강지혁은 그녀를 누나라고 부름으로써 자신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임유진은 그에게 잡히지 않은 나머지 한 손을 들어 가볍게 그의 앞머리를 위로 젖힌 후 그의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혁아, 나 여기 있으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편히 누워있어.”강지혁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 때문에 상당히 놀란 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적인 놀람으로 머리가 아픈 것까지 다 잊어버렸다.왜 그녀를 누나라고 부른 거지?또한 처음 부르는 호칭일 텐데 왜 이토록 몇백 번이나 불러봤던 것처럼 익숙하고 또 자연스럽게 입에서 뱉어지는 거지?“너...”강지혁이 뭔가 물으려는 듯 힘겹게 입을 열었다.“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 머리 아플 때 자꾸 말하려고 하면 더 아플 거야. 이따 괜찮아지면 뭐든 대답해 줄 테니까 지금은 가만히 있어.”임유진이 그의 말을 끊고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리고 손 좀 풀어줘. 내가 마사지해줄게. 그러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야.”강지혁은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 서서히 눈을 감고 그녀의 손목을 풀어주었다.임유진의 손목은 빨갛게 손자국이 나서야 드디어 그에게서 해방되었다.임유진은 분명히 그에게 잡힌 손목이 아플 텐데도 마치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적절히 힘을 조절해 가며 그가 아플 것 같은 곳을 세심하게 마사지해주었다.임유진의 몸은 마사지를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강지혁의 몸 가까이 기울어졌고 이에 강지혁은 마치 그녀의 숨결에 몸이 포근히 감싸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손길 때문인지 아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6화

    “원해. 혁아, 나는 널 원해.”그리고 이건 임유진의 목소리였다.강지혁은 강선율을 꼭 끌어안고 있는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한 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눌었다. 그는 지금 마치 머리가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팠다.“그럼 내 곁에서 떠나지 마. 평생 내 곁에만 있어.”“혁아, 난 널 떠나지 않아. 약속해.”“유진아... 유진아...”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임유진의 이름을 부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게 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중요했던 일인 것처럼 말이다.대체 이 대화들은 뭐지? 5년 전에 그와 그녀가 나눴던 대화인 건가?“윽...”“혹시 또 머리가 아프세요?!”집사가 강지혁의 상태를 눈치채고 서둘러 다가왔다.강지혁은 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전에도 머리가 아픈 적이 간혹 있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 아픈 것 같았다.강선율을 안고 있던 임유진은 집사의 말에 아이를 놓아주고 서둘러 강지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혁아, 왜 그래? 어디 아파?!”강지혁의 얼굴은 어느새 하얗게 질려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으며 두 눈에는 고통이 가득 서려 있었다.“아무래도 또다시 두통이 도진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박 선생님을 부를게요.”집사는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유진은 고통스러워하는 강지혁을 보다가 탁자 위에 있는 티슈를 뽑아 그의 땀을 닦아주기 위해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런데 이마에 티슈가 닿기도 전에 강지혁의 손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다.“뭐... 하는 거야...”강지혁의 입에서 힘겹게 말이 뱉어져 나왔다. 두통이 심한 탓인지 목소리까지 덜덜 떨려있었다.“너 땀 닦아주려고 그래.”임유진은 강지혁에게 잡힌 손목이 무척이나 아팠지만 아프다는 걸 티 내지는 않았다.“혁아, 많이 아프면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을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아파질 거야. 그리고 조금만 참아. 의사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5화

    혹시 집사나 고이준이 얘기해줬나?임유진은 그 생각에 고개를 돌려 집사와 고이준을 바라보았다. 이에 두 사람은 그녀에게 자신들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빠랑 함께 엄마 성묘하러 갔을 때 묘비 옆에 놓인 엄마 사진을 봤어요.”강선율이 답했다.임유진은 아들의 말에 이번에는 정말 사레에 들리고야 말았다.그녀는 시선을 홱 돌려 태연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강지혁을 바라보았다.‘율이를 데리고 내 성묘하러 까지 갔어? 아니 뭐... 혁이는 내가 죽었다고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왜 엄마 성묘하러 간 거야? 그리고 왜 묘비 옆에 엄마 사진이 있어?”그때 강선현이 궁금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엄마가 돌아가셨으니까.”강선율이 대답했다.“엄마 살아 있는데?”“다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했어.”“아니야. 엄마 안 죽었어.”아이들은 임유진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쳤고 임유진은 이에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두 아이 사이에 끼어들었다.“그만! 엄마는 보다시피 이렇게 잘 살아 있고 죽었다는 건... 오해야! 율아, 엄마 돌아왔어. 그간 율이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율이 곁에서 떠나지 않을게.”임유진의 눈가는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있었고 목소리는 잔뜩 메어있었다.그녀는 세쌍둥이가 그녀의 뱃속에서 힘차게 발길질을 하던 순간을 지금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전에는 기억을 잃어 현이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율이까지 만나게 되었다.다만 잔뜩 격앙된 임유진과 달리 강선율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 마치 엄마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게 아이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엄마라는 존재가 그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처럼 강선율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떠나도 괜찮아요.”강선율이 입을 열었다. 아이는 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라 말하는 말투까지 강지혁과 똑 닮아 있었다.임유진은 아이의 말에 더더욱 눈시울이 빨개졌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4화

    “당시의 내가 어떻게 널 사랑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네가 뭐라고 내가 다시 널 사랑해야 하지?”강지혁은 마음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였다.하지만 목소리가 커진 탓에 어깨에 늘어져 있던 아이가 잠에서 깨버리고 말았다. 현이는 비몽사몽 한 채로 눈을 뜨더니 고개를 살짝 들고 강지혁에게 말했다.“아빠, 시끄러워. 현이 잘 거니까 조용히 해.”아이는 그렇게 말을 하고 다시 강지혁의 볼에 뽀뽀를 했다.그리고 강지혁은 아이의 행동에 또다시 몸이 경직되었고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변했다.“현아, 엄마랑 같이 방에 가서 자자. 아빠 일해야 해.”임유진은 그제야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현이에게 말했다.이에 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임유진에게로 팔을 활짝 열었다.임유진은 조심스럽게 강지혁의 품에서 현이를 안아 들며 자신의 어깨에 아이의 머리를 기대게 했다.아이가 임유진에게로 넘어간 후 강지혁은 순간 몸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빨리 아이를 떼어내고 싶었는데 막상 임유진이 아이를 안아가자 이상하게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아니, 오늘 대체 왜 이러는 거지?강지혁이 느낀 모든 이상한 느낌은 전부 다 눈앞에 있는 두 모녀 때문이었다.“우리는 이만 나갈게. 마저 일해.”임유진은 다시 잠이 들려고 하는 현이를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몸을 뒤로 돌렸다. 그녀는 나가기 위해 서재의 문손잡이에 손을 올리다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혁아, 나 죽은 거 아니니까 우리는 아직 부부고 나는 아직 네 와이프 맞지? 그런 거면 네가 다시 날 사랑하길 바라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닌가?”임유진은 이 말을 남긴 후 그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서재를 나가버렸다.그리고 강지혁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하다고?5년 전에 멋대로 떠나버린 여자에게서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듣는 게 달가울 리가 없다.하지만 분명히 심기가 불편해야 하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33화

    그리고 강지혁은 아이를 품에 안아 든 채 마치 동상처럼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러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네가 들어와?”“어차피 누구든 현이만 데리고 나가면 되는 거잖아. 그래서 고 비서님 대신 내가 왔어.”임유진은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강지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아까 고이준은 그녀가 죽은 후 강지혁이 그녀의 유골함을 품에 끌어안고 이성을 잃고 절규했다고 하며 거의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했다.그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임유진은 그저 그 얘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하며 아파 났다.이 남자는 대체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 것일까.강지혁은 그때 그녀에게 자신의 목숨도 줄 수 있다고 했고 실제로 그녀를 위해 목숨을 버리려고도 했다.자신의 목숨과 그녀의 목숨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했던 그 날, 그는 망설임 없이 유언을 남기고 자신이 죽는 것을 택했으니까.강지혁은 정말 목숨을 다해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녀에 관한 건 추억도 감정도 뭐든 다 잊어버렸지만 말이다.하지만 살아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이번에는 그녀가 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면 된다. 그래서 그가 다시 한번 그녀를 사랑하게 하면 된다.임유진은 강지혁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현이가 너 엄청 좋아하나 보네. 현이는 싫은 사람한테 안기거나 안겨서 자거나 하지 않아.”강지혁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더니 이내 다시 말을 내뱉었다.“애 데리고 나가.”임유진은 그 말에 딸을 안아가는 것이 아닌 한 걸음 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사실은 혁이 너도 현이 좋아하잖아. 안 그래?”그녀가 알고 있는 강지혁은 정말 싫으면 상대가 아무리 아이라도 절대 안아주지 않을뿐더러 자기 몸에 찰싹 달라붙게 하지 않는다.강지혁은 그녀의 말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왜 그렇게 확신하지?”“그야 너는 누가 네 목에 손대는 걸 쉽게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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