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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강지혁은 대뜸 걸음을 멈추고 짙은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임유진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속인다면?”

그가 물었다.

임유진은 흠칫 머뭇거리더니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는 씁쓸한 표정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그를 진지하게 바라봤다.

“혁아, 난 거짓말하는 사람 싫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래도록 잘 지내려면 반드시 진솔해야 해. 거짓말을 안 하는 건 가장 기본이야.”

강지혁은 침묵한 채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너 나 속일 거야?”

그녀는 물으면서도 가슴이 불안해졌다. 강지혁이 진짜 그럴 거라고 대답할까 봐, 두 사람은 서로 안 맞다고 결론이 날까 봐 너무 불안했다.

이 점에서도 서로 의견이 안 맞으면 둘은 과연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

강지혁은 옆에 내린 손을 슬쩍 거두어들이고 천천히 대답했다.

“안 속여.”

임유진은 가슴을 짓눌렀던 큰 돌덩어리를 내려놓은 것처럼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강지혁은 그녀를 속이지 않겠다고 한다.

“왜? 내 대답이 누나를 실망시킬까 봐?”

그는 마치 그녀의 표정에서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본 듯이 물었다.

“조금.”

임유진은 뻘줌한 듯 코를 쓰다듬었다.

“아무튼 난 너 속이는 일 없어. 그러니까 너도 나 속이지 마.”

“알았어.”

강지혁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데 만약 내가 아까 속이겠다고 대답하면 누난 어쩔 생각이었어?”

강지혁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의 해답을 듣고 싶었다. 이 해답이 자신을 더 두렵게 만들지라도.

임유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술을 꼭 깨물고 힘겹게 말했다.

“아마... 헤어지겠지.”

만약 기본이 되어야 할 마인드가 안 맞으면 오래가기 힘들다. 지금은 간신히 버텨낼 수 있겠지만 앞으로 분명 트러블이 생길 텐데 애초에 감정이 더 깊어지기 전에 바로 끝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듯싶다.

그녀는 이미 누군가에게 속은 적이 있어 두 번은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소민준도 전에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꼭 지켜줄 거라고 맹세했고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제일 유명한 변호사를 찾아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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